꽃잔디 책읽기 (땅패랭이꽃)

 


  고흥군 포두면 장촌마을 곁을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아이들하고 다리쉼을 하며 도시락을 먹으려던 풀섶에 꽃잔디 한 송이 핀다. 어쩜 꼭 한 송이만 피었니. 꽃잔디 한 송이 곁을 살피니 다른 꽃잔디도 곁 봉오리 맺으려고 부산하다. 맨 먼저 한 송이 고개를 내밀고는, 다른 꽃잔디도 힘을 내고 애를 쓰면서 봄빛을 새롭게 밝히겠구나 싶다. 씨앗 한 톨에서 처음 태어나고, 씨앗 한 톨은 알뜰히 꽃을 피우고 열매(씨앗)를 맺어 이듬해에 새끼를 친 다음, 한 해 두 해 흐르는 사이 들판을 가득 채우겠지. 아이들 조그마한 손톱만큼 조그마한 꽃아, 봄바람 먹고 무럭무럭 자라렴. 4346.3.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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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눈

 


  옛 어른은 젊은이더러 ‘눈 밝을 적에 좋은 책 많이 읽어 두라’ 하고 이야기합니다. 나이 들어 눈 어두우면 제아무리 좋다 하는 책이라 하더라도 읽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눈 어둡다 해서 책을 못 읽지 않습니다. 젊은 날부터 책읽기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눈 어둡다 하더라도 책을 즐겁게 읽습니다. 많이 읽지는 못하더라도 한 줄 읽는 즐거움 누립니다. 오래 읽지는 못하더라도 두 줄 새기는 기쁨 누려요.


  젊은 날에 책읽기를 버릇으로 들이지 않은 사람은, 나이 들어 책을 가까이하려 하면 어렵습니다. 오래도록 눈길이 책하고 동떨어진 나머지, 커다랗고 굵은 글씨조차 읽어내지 못해요. 어지러울 뿐 아니라, 글월마다 깃든 삶자락을 헤아리지 못해요. 글씨 훑기에 바빠 책 하나 감도는 사랑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책을 읽는 눈이란 삶을 읽는 눈입니다. 삶을 읽는 눈이란 사람을 읽는 눈입니다. 사람을 읽는 눈이란 사랑을 읽는 눈입니다. 사랑을 읽는 눈이란 숲을 읽는 눈입니다. 숲을 읽는 눈이란 숨결을 읽는 눈입니다. 숨결을 읽는 눈이란 넋을 읽는 눈입니다. 넋을 읽는 눈이란 지구별을 읽는 눈, 곧 보금자리를 읽고 흙과 해와 물과 바람을 읽는 눈입니다. 책 하나 징검다리 되어 내가 삶을 돌아보고 사람을 살피며 사랑을 느끼는 눈길이 한결 짙고 푸르게 거듭납니다. 4346.3.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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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13. 골목밭과 골목집 - 헌책방 기억속의서가 2011.10.15.

 


  시끌벅적한 곳에는 골목밭이 없습니다. 고속도로나 큰길 곁에 밭자락 있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 같은 모습이지는 않아요. 고즈넉하고 고요한 시골 밭자락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나 큰길이 놓이니, 밭도 괴롭고 사람도 고단합니다. 도시에서 정치와 행정을 하는 이들은 지도를 펼쳐 금을 죽 긋고 함부로 막개발 일삼거든요.


  서울 시내 한복판에 골목밭 있기를 바라기란 힘들 만합니다. 그러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야말로 골목밭 있어 사람들 쉬고, 사람들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골목밭 곁으로 자동차 아무렇게나 달리지 않아야 하고, 골목밭 언저리에 쓰레기나 담배꽁초 마구 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누구나 눈과 마음을 쉴 뿐더러, 누구나 곱게 돌볼 밭뙈기 있어, 풀밭에 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풀뜯기를 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싶습니다.


  흙을 지고 날라 골목밭 일굽니다. 한 해 두 해 다섯 해 열 해에 걸쳐 차근차근 골목밭 짓습니다. 골목동네 골목이웃이 골목집 하나 건사하기까지 기나긴 해 들이듯, 하나하나 보듬고 손질하면서 골목 삶자락 새롭게 태어납니다.


  자동차 끝없이 서는 모습보다, 골목밭 이루어져 푸른 잎사귀 싱그러운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자동차 세울 자리 마련하느라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뒤덮기보다, 골목밭 일구려고 흙땅 정갈히 보살피는 모습이 어여쁩니다.


  배추 한 포기여도 좋습니다. 무 한 뿌리여도 좋습니다. 골목밭이기에 장다리꽃 피어나도록 둘 수 있습니다. 장다리꽃 예쁘게 흐드러지며 씨앗을 맺으면, 이 씨앗 이웃들 함께 나누어 이듬해에 새로 심고 새로 거두어 새로 웃고 나누는 삶 즐길 만합니다.


  골목밭에서는 골목푸성귀 자랍니다. 골목동네 깃든 골목헌책방에서는 골목삶 들려주는 골목책 하나 아기자기하게 기다립니다. 따사로운 손길 받으며 자라는 골목푸성귀요, 너그러운 손길 타며 새삼스레 읽히는 골목헌책방 골목책입니다. 4346.3.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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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34] 착하며 곱고 참다운

 


  착한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참답게 삶을 일굽니다. 참답게 삶을 일구는 사람은 시나브로 착한 길을 걸어요. 착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 몸을 곱게 건사합니다. 내 몸 곱게 건사하는 착한 매무새이기에, 이웃과 동무 몸 또한 곱고 튼튼하며 씩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손을 내밀고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서로 곱게 살아갈 보금자리를 돌봅니다. 어깨동무하는 사람들은 슬기롭게 생각을 기울여 삶을 빛내는 참모습을 하나둘 깨닫습니다. 참삶은 참사랑에서 비롯하고, 참사랑은 참마음에서 비롯하며, 참마음은 참꿈에서 비롯합니다. 착한 손길로 풀과 나무와 흙을 쓰다듬습니다. 고운 눈길로 새와 벌레와 짐승을 마주합니다. 참다운 마음길로 살붙이와 이웃을 얼싸안습니다. 착하게 살아가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착한 몸짓 물려줍니다. 아름답게 살림하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아름다운 삶터 이어줍니다. 참답게 이야기하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참다운 넋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받을 세 가지란, 어른 누구나 기쁘게 누리며 가꿀 세 가지입니다. 4346.3.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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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타기 2

 


  이웃마을에 나들이를 갔다가 나무를 본다. 아이들이 타고 오르기에 꼭 알맞춤한 나무로구나 하고 생각하니, 어느새 큰아이가 “나, 나무 타도 돼요?” 하고 묻는다. “나무한테 물어 봐.” “나무야, 나 타고 올라도 돼? 나무가 된대요.” 그래, 즐겁게 올라타며 놀아라. 4346.3.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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