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2013년까지 쓴 도서관일기를 갈무리한다.

원고를 그러모아 책 한 권으로 꾸리고 싶기에 갈무리한다.

2008년 8월 23일에 쓴 글을 되읽고 손질하면서

새삼스레 옛 생각에 젖는다.

 

그 콩알만 하던 큰아이가

어느새 여섯 살 되어,

일하는 아버지 뒤에서 노래하고,

더 콩알만 하던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붙어서

조잘조잘 말을 익히며 노래를 함께 부른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너희들 나중에 글 깨치고 열여섯 살쯤 되면

네 아버지가 쓴 이 글 한 번 읽어 보렴.

 

아아아...

 

http://blog.aladin.co.kr/hbooks/2257588

 

2008년에 내 알라딘서재를 모르던 이들이

요즈음 즐겁게 찾아오신다면,

다른 어느 글보다

요기 위에 주소 옮겨놓은 이 글

읽어 주시기를 바란다.

 

최종규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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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15 18:52   좋아요 0 | URL
옮겨주신 글,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파란놀 2013-03-15 19:04   좋아요 0 | URL
에고고 ^^;;;
남사스럽다 할 수 있지만,
이 글은 좀 널리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따분하기에 다른 모든 것이 따분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알라딘서재 마을이

나날이 자꾸 따분해진다고 느낀다.

 

낯익은 이름들이 자꾸 사라지고

오래도록 이곳에 보금자리 틀며

어여쁜 이야기 빛내던 분들 모습이

자취를 감추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낀다.

 

무엇일까.

왜 그럴까.

 

한결같이 어여쁜 이야기 빚어 나누는 분들

여럿 계시지만,

나도

자꾸자꾸 마음 한켠 쓸쓸하다.

 

내 글 쓰고

다른 분 글 읽고,

댓글 주고받고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 다른 꿈 빚는 기쁨 나누는

알콩달콩 아기자기한 사랑

어디에 갔을까.

 

고단한 허리 쉬려고 눕기 앞서

푸념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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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3-15 09:58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래 쓰다보면 좀 지루해지죠.그래선지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파란놀 2013-03-15 18:44   좋아요 0 | URL
오래 써서 그렇지 않고,
이래저래 흐름이나 느낌이 그래요...

울보 2013-03-15 18:57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
멍하게 보내는 하루하루 보내고있는데요 읽고 댓글 달지 않고,
그냥 나가고 내 블로그에 글도 올리지 않고,,ㅋㅋㅋ다시 기운차릴날이 오겠지요,

파란놀 2013-03-15 19:05   좋아요 0 | URL
저런. 그렇군요.
멍하니... 하니까 <멍순이>라는 만화가 떠오르네요 @.@
<멍순이> 만화를 한동안 즐겁게 보았는데,
좋은 봄날 봄볕 받으며 낮잠을 자거나 멍하니 있어도
좋기는 좋더라구요~~~
 

광고글·스팸글

 


  지난새벽, 누군가 내 아이디를 훔쳐서 곳곳에 광고글을 띄웠다. 아침에 일어나 삼십 분 남짓 광고글 지우고 죄송하다는 인사글 올린다. 참 고맙게도 딱 한 군데에서만 활동정지를 받고, 다른 모임에서는 너그러이 봐준다. 다른 여러 모임에서는 그동안 ‘착하게 활동’하던 사람인 줄 여겨, 어쩌다가 저렇게 아이디 도둑맞았구나 하고 받아들인 듯하다. 고마운 노릇이다.


  몇 달 앞서 옆지기도 아이디 도둑맞은 적 있다. 옆지기도 나도 쉽지 않은 비밀번호를 쓰지만, 어떤 비밀번호를 쓰더라도 아이디를 훔친다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다른 사람 이름을 몰래 훔쳐서 광고글 올리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이런 일을 하며 즐거울까. 돈이 되니까 한달 수 있지만, 돈에 앞서 스스로 마음 갉아먹는 이러한 짓을 하는 삶은 얼마나 딱하고 슬프며 안쓰러운가.


  글을 쓰자면, 내 삶을 사랑하고 믿으며 누리는 즐거움을 쓸 노릇이라 생각한다. 사랑을 글로 쓰지 못한다면, 글을 쓰지 말 노릇이라고 느낀다. 꿈을 글로 담지 못한다면, 글이든 책이든 내놓지 말 일이라고 느낀다.


  여느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어 돈을 버는 자리도 이와 같다고 여긴다. 그저 달삯 버는 기계가 되려면 뭣 하러 돈을 버는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짓지 못하려면, 회사원도 공무원도 부질없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삶을 일구지 못한다면, 대학생이 되거나 입시생이 된들 덧없다. 스스로 빛나는 삶을 찾지 않는다면, 가정주부로 있든 농사꾼으로 있든 공동체 식구로 있든, 그야말로 쓸데없다.


  내 이름으로 올라간 스팸글 하나하나 지우며 생각한다. 참말 모든 글은 사랑이어야 하는구나. 참말 모든 책은 사랑이로구나. 참으로 모든 글은 사랑 쏟아 쓸 때에 즐겁구나. 참으로 모든 책은 사랑으로 읽어야 웃을 수 있구나. 4346.3.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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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다닌다. 나 혼자 다닐 적에도 자전거를 몬다. 자전거는 즐겁게 내 두 발이 되어 준다. 자전거로 달리며 멧새 노랫소리 듣고, 바람 맞으며, 들내음 솔솔 맡는다.


  등판에 땀이 돋고 이마에서 땀줄기 흘러내린다. 빙그레 웃으며 생각한다. 좋구나.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니, 아이들도 자전거놀이를 한다. 큰아이 여섯 살 넘어가며 두발자전거 한 대 장만한다. 꼬마바퀴 붙은 두발자전거를 마당 빙빙 돌면서 탄다. 좋네. 너도 아버지도 나란히 좋네.


  저녁나절, 면소재지 언저리에서 모임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옆지기가 말한다. 모임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자전거를 택시에 싣든지 걸어서 돌아오든지 하고, 자전거 타지 말라고. 모임자리는 면소재지 어느 밥집. 밥집 아주머니가 자전거 잘 맡을 테니 걱정 말고 두고 가란다. 이듬날 와서 찾아가란다. 고맙게 인사한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서 내 몸이 자전거하고 하나된다. 자전거는 나와 만나며 골골샅샅 마음껏 누빈다. 내가 가는 곳에 자전거 있고 아이들 있다. 아이들 바라보는 곳에 아버지 있으며 자전거 있다. 서로서로 시골바람 쐬고 시골햇살 먹으며 시골물 즐긴다. 히뿌윰하게 동이 튼다. 구름 제법 끼었다. 동그랗고 노란 아침해 구름 사이로 언뜻 보인다. 하루가 밝는구나. 4346.3.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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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훈련 책읽기

 


  면사무소에서 마을방송으로 이듬날 아침 일곱 시에 마을회관에서 민방위훈련 한다고 알린다. 그런데 그저 이렇게만 알릴 뿐, 달리 알려주지 않는다. 이를테면 편지라든지 엽서라든지 손전화 쪽글로도 없다. 오직 마을회관 알림방송으로 얘기해 주고 끝이다.


  집일 하고 밥 차리고 이것저것 하느라 한바탕 움직이고 나서 살짝 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누워 끙끙거리다가 마을방송을 들으며 생각한다. 이것들, 면사무소 이것들, 내가 읍내에 볼일 보러 나갔으면 이 마을방송 못 들었을 텐데, 민방위훈련 안 나오면 벌금 물린다고? 미친 것들 아녀? 게다가 어느 마을회관으로 나오라는 말도 없이 이렇게 얘기해서 되나?


  전화번호부 뒤져서 면사무소 예비군동대에 전화해서 묻고, 다시 면사무소까지 전화해서 묻는다. 시골에 어린이도 젊은 어른도 몇 없는데, 한 사람씩 전화를 해서 알려주어도 10분조차 걸리지 않을 일을, 이렇게 엉터리로 마을방송으로 알리는 면사무소 공무원은 어떤 사람일까.


  이듬날 아침 일곱 시. 마을회관 앞에 있지만 이장님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온다. 일곱 시 이십 분쯤 되어 면사무소 일꾼 하나 자가용 몰고 와서 종이 내밀며 이름 적으라 한다. 지난해에는 동호덕 마을회관에 모여서 이름 적고 끝이었는데, 올해에는 사람들더러 이녁 마을회관으로 모이라 하면서 당신이 한 곳씩 돌아다닌다고 한다. 애써 어느 한 곳까지 오가느라 시간 버리지 말라는 뜻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기다리느라 한참 멀뚱멀뚱 아침 일 못 보아야 하는데, 차라리 어느 한 곳에 오라고 해서 제때 맞추어 이름 적고 돌아가면 훨씬 시간을 아끼고 품도 줄이는 노릇 아닐까.


  이름 적고 끝인 민방위훈련이라면 아예 이름조차 적을 까닭이 없다. 나이 마흔 꽉 차는 나이 되면 민방위훈련 소집조차 끝이기는 하다만, 이런 허울뿐인 일을 맡는 공무원 따로 있고, 이런 허울뿐인 일을 하느라 서류를 꾸미고 움직여야 하는 한국 사회는 얼마나 문명과 문화와 교육과 복지와 정치가 아름답다 할 만할까. 뿌리를 캐면, 민방위훈련뿐 아니라 예비군훈련도 부질없다. 예비군훈련에 앞서 군대조차 덧없다. 평화를 부르거나 지키지 않는 군대이기도 하지만, 군대 속살을 들여다보면 갖가지 부정과 부패가 넘실거린다. 행정보급관·중대장·하사관·소대장을 비롯해, 대대장과 대대 간부나 사병, 또 연대나 사단이나 군단 간부나 사병 모두 한통속 되어 돈을 빼돌리고 물건을 빼돌린다. 맨 끄트머리 중대 사병(이른바 ‘땅개’라고 하는)만 언제나 뺑이치고 배를 곯는다. 군부대 들어가는 나라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 수십만 군 관계자 주머니에 들어간다. 군인들이 무얼 하는 줄 사람들이 제대로 알기나 알까? 포병 아이들은 포대에서 술 마신다. 특전사 아이들은 산속에서 술 마신다. 해병대 아이들은 바다에서 술 마시지. 관세 없는 값싼 술을 먹고 세금 안 붙는 값싼 담배를 태우며 젊은 나날 군대에서 폭력과 욕설을 배우며 길들여진다. 어찌 보면, 젊은이한테 술을 먹이고 담배를 가르치며 바보짓 시키는 ‘바이오 로봇’처럼 길들이려고 군대라는 제도를 만들어 ‘평화 지킴이’라도 되는 듯 ‘세뇌’를 시킨달 수 있는데, 젊은 사내들이 군대를 안 가고, 군대가 아예 없어지는 사회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 나라는 막다른 벼랑으로 가다가 굴러떨어지리라 느낀다. 마을 형님 한 분은 나이 마흔셋이라 하는데, 당신 아버지가 주민등록 잘못 해서 아직까지 민방위훈련 나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예비군훈련 일곱 해, 민방위훈련 일곱 해, 벌써 열네 해째 이런 쓸데없는 훈련에 휘둘리며 산다. 서른아홉 살 봄날 흐른다. 4346.3.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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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3-15 09:59   좋아요 0 | URL
그래설까요,요즘 서울은 민방위 훈련도 인터넷으로 대체하는 것 같더군요^^

파란놀 2013-03-15 18:44   좋아요 0 | URL
아아, 놀랍군요!
민방위든 예비군이든 얼른 없어져야 할 박정희 유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