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지 쥔 어린이

 


  꽃망울 달린 가지를 꺾으며 놀고 싶단다. 꽃가지를 잡아당긴다. 그러나 꽃가지는 선뜻 꺾이지 않는다. 아이야, 꼭 가지를 꺾어야겠니. 나무가 아프다고 하는데. 꽃송이는 바람 불면 여럿 떨어지곤 하니, 몇 송이는 솎아도 돼. 꽃송이를 몇 따서 놀자. 꽃가지 꺾으면 꽃놀이 할 때에만 예쁠 테지만, 이듬해와 다음해에는 이제 꽃을 더 볼 수 없단다. 4346.3.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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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6) -의 열광 1 : 청중의 열광

 

청중의 열광은 점점 더해만 가서, 처음에는 다들 연주가 너무 좋다며 수런대다가 나중엔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브뤼노 몽생종/임희근 옮김-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포노,2013) 152쪽

 

  ‘청중(聽衆)’은 “듣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그래서 말뜻 그대로 “듣는 사람들”로 적으면 되고, ‘사람들’이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점점(漸漸)’은 ‘조금씩’이나 ‘차츰’이나 ‘자꾸’로 다듬습니다. “너무 좋다며”에서 ‘너무’는 잘못 넣었습니다. 좋다거나 기쁘다거나 할 적에는 ‘너무’를 쓸 수 없어요. “참 좋다며”나 “매우 좋다며”나 “몹시 좋다며”로 손질합니다. ‘경악(驚愕)’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뜻풀이가 “소스라치게 깜짝 놀람. ‘놀라움’으로 순화”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경악을 금(禁)치 못했어요”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나 “놀랄밖에 없었어요”나 “깜짝 놀랐어요”로 바로잡습니다.

 

 청중의 열광은 점점 더해만 가서
→ 청중은 더 열광하다가
→ 청중은 차츰 더 열광하더니
→ 사람들은 차츰차츰 달아오르더니
→ 사람들은 조금씩 달아오르다가
 …

 

  ‘(무엇)의 (무엇)’과 같은 말투는 일본 말투요, ‘무엇’에 들어가는 한자말 또한 으레 일본 한자말이기 일쑤인데, “청중의 열광”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말투와 낱말은 한국사람이라면 안 써야 마땅하지만, 자꾸 퍼지고 차츰 뿌리내립니다.


  국어사전을 뒤적여 ‘열광(熱狂)’ 말뜻을 찾아봅니다. “너무 기쁘거나 흥분하여 미친 듯이 날뜀”을 뜻한다 합니다. ‘흥분(興奮)’도 찾아봅니다. “어떤 자극을 받아 감정이 북받쳐 일어남”을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까, ‘열광’이란 “너무 기쁘거나 마음이 북받쳐 일어남”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요, 한국말로는 ‘달아오르다’라는 소리입니다.


  한국말 ‘달아오르다’를 ‘(무엇)의 (무엇)’이라는 말투에 넣어 봅니다. “청중의 달아오름은 점점 더해만 가서”와 같은 말꼴이 될 텐데, 이러한 말마디는 말이 될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이처럼 말할 사람이 있을까 궁금한데, 이렇게 적어서는 참으로 한국말이 되지 못합니다. “청중은 차츰 더 달아오르다가”처럼 손질해야 비로소 한국말답다 할 만해요. 한자말 ‘열광’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청중은 더 열광하다가”라든지 “청중은 차츰 더 열광하더니”쯤으로 손질해야 알맞아요.


  마음을 조금 더 기울일 수 있다면 ‘청중’이나 ‘열광’ 같은 낱말까지 쉽고 바르게 다듬어 줍니다. 4346.3.24.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사람들은 차츰 달아오르더니, 처음에는 다들 연주가 아주 좋다며 수런대다가, 나중엔 모두 깜짝 놀랐어요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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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개나리 피는 소리
진달래 알고

 

진달래 피는 소리
매화 알고

 

매화 피는 소리
앵두 알고

 

딸기꽃 피고
감꽃 피고
살구꽃 피고
능금꽃 피고
천천히
포도꽃 피며

 

포근하고
산뜻한
바람 조르르

 

나락이 익습니다.

 


4346.2.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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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 - 온가족이 함께보는 헝가리 여성사진가 아일라의 동물사진 앨범
정진국 글, 이일라 사진 / 눈빛 / 201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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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책은 참 아름다운데, 글 때문에 슬프게 망가집니다. 아예 글 없이 사진만 있으면 즐겁게 별 다섯 꾹꾹 채울 텐데, 글 때문에 슬프게 별 하나를 깎습니다... 부디 재판 찍어 글을 모두 덜고 사진을 더 집어넣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찾아 읽는 사진책 136

 


사랑이 있어 사진이 있습니다
―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
 이일라(Ylla) 사진,정진국 글
 눈빛 펴냄,2012.5.7./18000원

 


  사랑이 있어 사진이 있습니다. 사랑이 없어 사진이 없습니다. 사랑이 있어 노래가 달콤합니다. 사랑이 없어 노래가 메마릅니다. 사랑이 있어 글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이 없어 글이 무섭습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줍니다. 아니,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기 앞서 하루하루 사랑 넘치는 웃음꽃 피어납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사랑을 선물합니다. 아니, 어버이한테 사랑을 선물하기 앞서 늘 사랑 가득한 노래잔치 이룹니다.


  태어날 적에 어버이한테서 카밀라 코플러(Camilla Koffler)라는 이름을 얻은 이일라(Ylla) 님이 빚은 사진을 그러모아 엮은 책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눈빛,2012)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일라 님은 당신 어릴 적과 젊은 나날 당신 어버이한테서 얼마나 깊고 너른 사랑을 받았을까요. 얼마나 따사롭고 포근한 사랑을 누렸을까요.


  곰을 찍고 코끼리를 찍으며, 개를 찍고 고향이를 찍는 한편, 아프리카와 인도를 밟으면서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봅니다. 살가운 사랑을 받으며 하루하루 빛나는 이야기 누렸기에 이렇게 어여쁜 사진을 찍는구나 싶습니다. 고운 사랑을 받으며 언제나 해맑은 웃음 피웠기에 이처럼 아리땁게 사진을 찍는구나 싶어요.

 

 

 

 


  사진책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에 풀이말 붙인 정진국 님은 “이일라는 개에게서 억지로 포즈를 끌어내려 하지 않았다. 개들이 저들 나름대로 자세를 취하는 대로, 우쭐한 척하면 하는 대로, 또 침울하면 침울한 대로 사진에 담았다(101쪽).” 하고 말합니다. 참말 그렇습니다. 이일라 님은 사진 한 장 억지스레 찍지 않습니다. 이일라 님은 사진을 사랑으로 찍습니다.


  그래요. 사랑이 있으니 사진을 찍지요. 사랑이 있기에 사랑을 사진에 담지요. 사랑을 생각하기에 사진 한 장 찍으며 사랑을 나누는 즐거움을 헤아리지요.


  사진은 손재주로 찍지 못합니다. 손재주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사람들 가슴으로 스며드는 이야기는 이루지 못해요. 사진은 손놀림으로 찍지 못합니다. 손놀림 제아무리 잽싸다 하더라도, 사람들 가슴으로 젖어드는 이야기는 일구지 못해요. 사진은 기계만으로 찍지 못합니다. 사진장비 아무리 값지다 하지만, 내 이웃을 아끼며 사랑하는 넋이 아니라 할 때에는, 서로 어깨동무할 사진으로 거듭나지 못해요.


  백 마디 말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한 마디 사랑이면 넉넉합니다. 한 가지 사랑으로 찍는 사진이면 됩니다. 어버이가 주머니에 늘 품는 아이들 사진은 ‘빼어난 손재주로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옆지기가 지갑에 언제나 넣고 다니는 아이들 사진은 ‘놀라운 손놀림으로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사랑을 담아 찍은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는, 늘 꺼내고 또 꺼내어 들여다봅니다. 사랑을 실어 빚은 사진을 지갑에 넣고는, 새삼스레 꺼내고 또 꺼내어 바라봅니다.


  꽃 한 송이를 찍거나, 나무 한 그루를 찍을 적에도 마음속으로 피어나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 한 마리를 찍거나, 고양이 한 마리를 찍을 때에도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마음이 좋은 사진으로 갑니다. 좋은 사랑이 좋은 사진으로 태어납니다. 기쁜 마음이 기쁜 사진으로 갑니다. 기쁜 사랑이 기쁜 사진으로 태어나요.


  이일라 님 사진책 《이일라가 사랑한 동물 이야기》를 여러 차례 넘깁니다. 정진국 님이 애써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붙여 주었는데, 정진국 님 글은 머리글 서너 쪽으로만 짧게 간추린 다음, 이일라 님 사진을 더 많이 담아서, 이 사진책 읽을 사람들한테 더 깊고 너른 사랑 누리도록 꾀했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으랴 싶습니다. 이일라 님 사진책에 이일라 님 사진 아닌 나그네 글이 너무 많습니다. 이일라 님 사진책에 이일라 님 사랑 어린 사진 아닌 나그네 군말이 너무 깁니다. 4346.3.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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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빛과 눈길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저녁. 헌책방 책시렁으로 저녁햇살 살며시 스민다. 겨울 지나 봄이 되면서 해는 차츰 길어지고, 길어진 만큼 헌책방으로 들어오는 빛살은 한결 따사롭고 포근하다. 헌책 하나 만지는 헌책방 일꾼 손길에도 따사로움과 포근함이 스미고, 이 헌책 하나 헤아리며 고르는 책손 손길에도 따사로움과 포근함이 옮는다.


  따스한 빛은 따스한 이야기 되어 따스한 책에 담긴다. 포근한 볕은 포근한 이야기 되어 포근한 책에서 자란다. 고운 눈길을 사랑하고 싶어 책을 읽는다. 밝은 마음길을 살찌우고 싶어 글을 읽는다. 밭자락 한켠 삽으로 파서 구덩이 마련한 다음, 어린나무 한 그루 심는다. 밭자락마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쏙 내고는 씨앗 두 톨씩 심는다. 어린나무는 씩씩하게 자라고, 작은 씨앗은 튼튼하게 큰다. 사람들 마음밭에서도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씨앗 무럭무럭 자라리라.


  이윽고 해는 지고 헌책방 등불 밝다. 하루일 마친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다가 헌책방에 슬쩍 들러 책 한 권 넘긴다. 가방에 넣거나 손에 쥐면서, 아직 읽지 못한 따끈따끈한 새 이야기 속으로 헤아리면서 기쁘게 웃는다.

  책 백 권을 읽어도 좋으리. 책 한 권을 읽어도 좋으리. 천 쪽짜리 책 한 권 백 날에 걸쳐 읽어도 좋으리. 백 쪽짜리 책 한 권 이레에 걸쳐 읽어도 좋으리. 하루에 한 줄씩 읽어도 좋고, 이틀에 한 쪽씩 읽어도 좋으리.


  생각을 슬기롭게 밝히는 책 하나가 된다. 마음을 넉넉하게 돌보는 책 하나가 된다. 해를 바라보면서 햇살과 같은 눈빛이 된다. 나무를 마주하면서 나무와 같은 눈결이 된다. 책을 마주하면서 책과 같은 눈망울이 된다. 4346.3.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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