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할까. 마음을 잘 다스리자. 내 마음부터 잘 사랑하자.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아닌,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살자. 스스로 살아가고픈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자. 좋은 하루 누리자...... 이런 생각으로 아이와 나를 나란히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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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바바라 아몬드 지음, 김윤창.김진 옮김 / 간장 / 2013년 4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2013년 04월 1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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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각
― 사진 다섯 (4346.4.14.해.ㅎㄲㅅㄱ)

 


돈 많은 사람이
꽃을 더 잘 읽거나
풀을 더 잘 아끼거나
나무를 더 잘 보듬거나
숲을 더 잘 사랑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이름 높은 사람이
오솔길 잘 알거나
골목길 잘 다니거나
시골길 잘 걷거나
구름길 잘 바라본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힘 센 사람이
어린이 따숩게 안거나
푸름이 곱게 돌보거나
이웃 살가이 아끼거나
어깨동무 길동무 사쉰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마음 넉넉한 사람이
꽃을 넉넉히 읽어요.

 

마음 착한 사람이
시골길 착하게 걸어요.

 

마음 고운 사람이
어깨동무 곱게 해요.

 

사진은 마음으로 찍지요.
글은 마음으로 쓰지요.
그림은 마음으로 그리지요.

 

마음을 가꾸는 사람이 가멸고,
마음을 보듬는 사람이 예쁘며,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빛나요.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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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쓰기
― 필름스캐너 바꾸기

 


  2001년부터 스캐너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십오만 원 즈음 하는 아주 값싼 스캐너를 썼습니다. 처음 장만한 스캐너는 책 겉그림 긁는 데에도 품이 제법 들었습니다. 돈을 푼푼이 그러모아 2002년에 이십오만 원 즈음 하는 스캐너로 한 번 바꾸었고, 다시 돈을 푼푼이 그러모아 2003년에 사십오만 원 즈음 하는 스캐너로 다시 바꾸었으며, 이번에는 적금을 깨서 2004년에 칠십오만 원 즈음 하는 필름스캐너를 장만했습니다.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해상도와 성능 나은 스캐너를 장만해서 쓸 때마다 생각했어요. ‘아아아, 예전에 장만한 스캐너로 긁은 사진은 몽땅 다시 긁어야겠구나.’ 하고요. 2004년에 필름스캐너를 장만해서 필름으로 사진파일 만들 적에는 이런 생각이 더욱 짙었어요. 그런데 필름스캐너를 갓 쓰던 때에는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해상도를 얼마쯤 맞추어야 하는가를 옳게 가누지 못했어요. 200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필름스캐너를 제법 잘 다루었고, 이때 다시금 ‘이런이런, 필름스캐너 처음 쓰던 때에 긁은 필름은 모두 다시 긁어야겠네.’ 하고 느꼈어요.


  그런데, 2004년을 끝으로 필름스캐너가 더는 새로 안 나옵니다. 이제 디지털사진이 차츰 자리를 잡고, 필름사진은 한풀 꺾이면서, 필름스캐너 만드는 회사는 애써 이런 물건 만들어야 팔기 힘들었겠지요. 이리하여 2004년에 장만한 필름스캐너를 2013년 4월 첫머리까지 써요. 자그마치 열 해나 같은 필름스캐너를 씁니다. 필름스캐너 만드는 회사에서 더는 새 물건 만들지 않다 보니, 또 필름스캐너를 더는 안 팔다 보니, 나도 어쩌는 수 없이 유리판 낡고 많이 긁힌 필름스캐너를 그대로 썼어요.


  어쩌는 수 없지 않느냐 하고 여기며 쓰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중고장터를 알아봅니다. 내가 쓰는 캐논9900F를 다시 살 수 있나 알아봅니다. 이 스캐너를 장만했다가 고이 묵힌 분이 매우 드뭅니다. 좀처럼 다시 사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캐논9950F를 장만했다가 고이 묵힌 분을 만납니다. 내 스캐너보다 살짝 성능 나은 녀석입니다. 게다가, 이 필름스캐너를 고이 묵힌 분은 고작 이십만 원에 이 물건을 내놓습니다. 다만, 중고장터에 이 물건 올린 지 반해가 지났어요. 아무렴, 팔렸겠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궁금해서 쪽글을 보냈지요. 하루 지나서 답글이 와요. 아직 안 팔렸다고. 반가운 나머지 제가 그 물건 사고 싶다며 쪽글을 보냈고, 그분은 제가 필름스캐너 사겠다면 십삼만 원만 받겠다 얘기합니다. 2004년에 팔십만 원 가까이 하던 필름스캐너인데 2013년에 고작 이십만 원조차 아닌 십삼만 원이라니. 이렇게 값싸게, 게다가 포장조차 안 뜯은 필름스캐너라니.


  물건을 받고 이틀 지난 뒤, 옛 필름스캐너 떼고 새 필름스캐너 붙입니다. 물건 받자마자 새로 붙이고 싶었으나, 조금 두려운 마음 있어서 이틀 기다렸어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필름 한 장 처음으로 긁습니다. 깜짝 놀랍니다. 한 장 더 긁습니다. 더 깜짝 놀랍니다. 아주 큰일났다고 느낍니다. 내가 열 해 동안 쓰던 필름스캐너 캐논9900F가 낮은 사양이나 해상도가 아닙니다만, 게다가 나는 해상도를 가장 높여 필름을 긁었습니다만, 열 해 동안 쓰던 필름스캐너로 긁은 필름 가운데 요 몇 해 사이에 긁은 필름은 모조리 새로 긁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똑같은 필름을 긁은 사진이 너무 뚜렷하게 질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2001년부터 2004년 사이에 해마다 스캐너를 바꾼 까닭은 스캐너도 소모품이로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한 해 즈음 쓰면 ‘어쩐지 사진 느낌이 많이 바래는걸’ 하고 느꼈어요. 2005년부터 이제껏 새 필름스캐너 장만하지 못한 까닭은 2004년을 끝으로 더 높은 사양으로 새 필름스캐너 안 나온 까닭이고, 그나마 2004년에 만든 필름스캐너조차 장터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엊그제 새로 장만한 필름스캐너 잘 아끼며 써야지요. 그리고 중고장터를 더 살펴, 이 필름스캐너 고이 묵힌 분 또 있다면, 한두 해에 한 번쯤 다시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필름스캐너 값이 얼마가 들든, 애써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파일로 옳게 바꾸지 못한다면, 필름스캐너 있으나 마나요, 필름 한 장 긁느라 3분이라는 시간 들인 품이 모두 도루묵 되고 말아요(필름 한 장 긁는 데에 3분이니, 서른여섯 장 모두 긁자면 108분, 곧 한 시간 반입니다). 필름스캐너 하나 바꾸며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내가 필름사진을 엉터리로 찍어서 이런 사진 나오지는 않았구나. 내 필름사진을 믿자. 필름스캐너 한 대를 너무 오랫동안 쓰느라 이 기계가 매우 지친 탓에 필름을 옳게 못 긁었구나. 아무리 기계라지만 지나치게 오래 굴려서는 안 되는구나. 내가 쓰는 디지털사진기도 거울상자 많이 다치고 낡았으니, 이제 새 기종으로 바꿀 때가 한참 지나고도 한참 지났구나.’


  그나저나, 또 무슨 돈으로 디지털사진기를 새로 바꿀 수 있으려나요. 나는 값싼 캐논450D를 아직도 쓰는데(제가 쓰던 기계는 더는 쓸 수 없겠다 여겨 형이 쓰던 사진기를 빌려서 쓰지만, 이 사진기도 오랫동안 많이 써서 요즈음 여러모로 애먹습니다), 어떤 디지털사진기로 바꾸어야 할까요. 캐논450D보다 사양과 성능 나은 다른 디지털사진기를 고이 묵힌 채 무척 값싸게 나한테 팔아 줄 놀라운 분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글을 쓸 적에 연필과 공책을 틈틈이 새로 장만하듯, 사진을 찍을 적에는 사진기와 필름스캐너를 틈틈이 새로 장만할 노릇이겠지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연필과 공책 장만하는 데에 돈을 아끼지 말 노릇이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사진기와 필름스캐너 장만하는 데에 돈을 아끼지 말 노릇입니다. 다만, 사진장비는 돈이 퍽 많이 듭니다. 한참 망설입니다. 한참 망설이다가, 그만 애써 찍은 필름 제대로 못 건사하고, 애써 찍은 디지털파일에 티끌이 자꾸 깃듭니다.


  《뱅뱅클럽》이라는 책 떠올립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도사진 찍은 분들은 총알 빗발치는 싸움터에서 살아남으며 사진을 찍는데, 이들은 셔터막에 구멍이 났어도 돈이 없어 새 기계로 바꾸지 못하고, 구멍난 데가 티나지 않게끔 사진구도를 잡으며 사진을 찍었다고 해요. 어쩌면 나도 이분들하고 똑같은 매무새로 ‘거울상자 생채기’ 티끌이 잘 안 드러나게끔 사진구도 잡아서 찍는다 할 수 있어요. 참 쉽지 않고, 참 만만하지 않습니다. 4346.4.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새 필름스캐너로 긁은 필름파일.

 

 

예전 필름스캐너로 긁은 필름파일. 아아아... 이게 뭡니까...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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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013년에 하려고 마음먹은 여러 가지 있다.

 

ㄱ.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아벨서점 이야기책

ㄴ. 초등 높은학년 우리 말글 이야기책

ㄷ.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 열 돌 사진책

ㄹ. 고흥 길타래 사진이야기책

ㅁ. ......

 

이 가운데 ㄴ은 이야기에 그림을 넣을 분을 만나러 4월 19일에 서울마실 한다.

이 가운데 ㄱ은 지난주에 글과 사진 갈무리 마치고 책 낼 출판사와

책이 나오도록 도와줄 인천 지역 문화재단이나 여러 사람 알아본다.

이 가운데 ㄷ은 부산 어느 단체 도움을 받지 않고서야 사진책 나올 수 없으니

여러모로 알아보려 하는데, 아마 4월 18일이나 4월 20일에 부산에 가서

그 단체 대표를 만나야지 싶다.

이 가운데 ㄹ은 어떻게 될까? 고흥군 문화관광 담당자와 군수는

이러한 이야기책을 어떻게 바라볼까?

 

다 잘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다 잘 되리라 믿는다.

먼저 이 네 가지 잘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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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4.12.
 : 남당마을 바닷가

 


- 아이들을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나간다. 바닷가를 지나 멧자락 하나를 넘어가려 했지만, 바닷가 지날 무렵 시간이 퍽 흐르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오래 탄 나머지 힘들어 한다. 바닷가에서 모래그림 그리며 놀고, 바닷가를 낀 초등학교 운동장 가장자리 놀이터에서 논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다.

 

- 세 시간 남짓 보낸 마실길 갈무리하자니 몇 줄로 적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세 시간 남짓 아이들 태운 자전거를 낑낑대며 끌었다. 도화면 소재지 지나 동백마을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2.1킬로미터 길은 맞바람 맞으면서 달리더라도 여느 때에는 15분이나 17분 즈음 걸리는데, 오늘은 자그마치 30분 넘게 걸린다. 세 시간 즈음 맞바람에 시달리며 자전거를 몰다 보니, 마지막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차라리 그냥 끌고 갈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맞바람 치는 길에 아이들이 너무 오래 있으면 더 안 좋으리라 느껴, 끝까지 씩씩하게 발판을 밟았다. 샛자전거에 탄 큰아이는 바람 많이 불어 춥다는 노래를 수없이 되풀이했다.

 

- 처음 마실길 나설 적에는, 동호덕마을에서 서호덕마을로 들어서는 외길에서 상수도공사 한다며 길을 다 파헤쳐 놓아 황산마을 앞길로 빙 돌아서 가야 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빙 돌아서 갔기에, 유채꽃 춤추는 들길 옆으로 군내버스 지나가는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며 사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좋구나, 오늘 무언가 좋은걸 하고 생각했지.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탄 채 길가에 보이는 숫자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건 뭐야?” 하고 끝없이 물었다. 아버지는 흘끔흘끔 쳐다보며 “서른! 쉰! 천이백쉰일곱! 이천백열다섯!” 하고 알려주었다. 작은아이는 면소재지 지나 서오치마을 닿을 즈음 잠든다. 지등마을에서 자전거를 세운 뒤 하얀 담요로 지붕을 씌운다. 이동안 큰아이가 자전거를 잘 붙든다. 바람에 쓰러지지 말라며 기운차게 붙잡아 준다. 그나저나, 가는 길이 내내 맞바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등바람 되려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맞바람이라면 참 고되겠다. 가는 길이 맞바람이면 차라리 나으니, 부디 돌아오는 길은 등바람 되기를 빌며 발판을 밟는다.

 

- 이목동마을 지나 대통마을 옆 지날 무렵, 길섶에 심은 콩포기마다 하얗게 꽃 피어나는 모습 본다. 볕이 참 잘 드는 자리인가 보다. 아주 일찍 콩꽃 피어나네. 그리고, 이곳 대통마을부터 바다가 보인다. 유채꽃 흐드러진 봄길에서 바라보는 바다. 예쁘네. 이 유채꽃은 바람에 씨앗 날려 스스로 자라는 유채꽃이다. 군청에서 경관사업 한다며 뿌리도록 하는 유채씨는 유채풀 돋을 적에 잎사귀 되게 자그맣다. 꽃만 노랗게 빨리 피어나도록 하는 씨앗이지 싶다. 이와 달리 유채풀 스스로 씨앗 퍼뜨려 자라는 들유채는 잎사귀 푸짐하게 내놓는다. 늦겨울부터 이른봄 사이에 유채풀 흐드러져 푸른 숨결 맛나게 먹을 수 있다. 한참 들유채잎 뜯어먹다 보면 어느새 꽃대 올라와 경관사업 유채꽃보다 먼저 꽃송이 터뜨린다.

 

- 들길을 달리면서 마늘밭 마늘냄새를 맡는다. 유채밭 유채냄새를 맡는다. 시금치밭 곁에서는 시금치냄새 맡고, 갈아엎은 흙당에서는 흙냄새 맡는다. 바닷마을에 이르니, 바야흐로 바다내음 퍼진다. 짭짜름한 맛 풍기는 바다내음이다.

 

- 여의천마을 지나고 강동마을 지난다. 이제 왼편으로는 드넓은 바다이다. 한국사람은 이 바다를 ‘남해’라고 일컫지만, 남해는 태평양 가장자리이다. 거금섬 뒤로 가없이 보이는 태평양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

 

- 바닷바람 드세게 분다. 앞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다. 남당마을에서 자전거 세운다. 작은아이가 잠에서 깬다. 두 아이 모두 땅 밟고 뛰게 해야겠다 생각한다. 마을 어귀 넓은 빈터에서 아이들하고 논다. 그러고 나서 바닷가로 내려간다. 돌무지를 밟고 모래밭을 밟는다. 큰아이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려다가 “이익!” 하고 웃는다. “손가락 모래는 털면 되지. 그리고 돌멩이 쥐어서 그리면 손가락에 모래 안 묻혀도 돼.” 아버지가 돌멩이 하나 쥐어 그림을 그려 보인다. “오잉!” 하더니 큰아이는 저한테 맞춤한 돌멩이 찾아 그림을 그린다. 치마 펑퍼짐하게 입은 제 모습 그린다. “아버지 봐요! 아버지 보라구요!” 다 보는걸. 다 봤어. 다음으로는 나비를 그린다. 나비를 그린 뒤에도 “나비다! 나비 그림이에요.” 하고 말한다. 이윽고 꽃을 그린다. 모래밭을 넉넉히 채우는 커다란 꽃 그린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든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든, 너는 참 큼지막하게 시원스레 그리는구나. 작은아이가 누나 곁에 달라붙으며 저도 그림 그리는 시늉 보여준다.

 

- 오늘 별학산 너머 풍양중학교까지 가 볼까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맞바람 맞으며 멧길 넘자면 집으로 돌아오기 힘들겠다고 느낀다. 더 달리지 말자, 여기까지 잘 왔구나 여기고 돌아가자. 자전거머리 돌리려는데, 풍남초등학교 앞에서 큰아이가 묻는다. “저기 저거 뭐야?” “뭐?” “저기. 앞으로 가 봐요.” 큰아이가 초등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놀이기구를 보았다. “나 저거 어제 탄 적 있는데. 저거 타고 싶어.” ‘어제’가 아니라 ‘예전’이겠지. 그래, 놀이터에서 놀자.

 

- 두 아이는 이것저것 만지고 타고 뛰고 뒹군다. 무엇보다 미끄럼틀이 가장 재미난 듯싶다. 미끄럼틀에서 미끄러지고 다시 올라가고 되풀이한다. 작은아이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서서 먼산바라기만 한다. 두 아이는 서로 저희 깜냥껏 놀 테지.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저희 놀이를 스스로 잘 찾겠지.

 

- 삼십 분 남짓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맑은 바닷물 바라본다. 강동마을 어귀에 있는 군부대 소초를 본다. 이제 텅 빈 소초가 되었구나. 이 군부대에 있던 젊은이는 무엇을 보거나 누렸을까. 전라남도 끝자락에다가 고흥에서도 또 끝자락인 이곳까지 군부대를 마련해 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가화리 이목동마을에 가화정미소가 있다. 이제는 버려진 건물이 된 정미소 같다. 정미소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자전거 달리려는데 택배 짐차가 경적 울리며 나를 부른다. 우리 집에 올 택배 있으니 가져가란다.

 

- 도화면 소재지까지 들어선다. 다리에 힘 풀리는 느낌 짙으나, 여기까지 잘 왔다. 우체국에 들러 편지 한 통 부친다. 다리를 좀 오래 쉬면서 푼다. 면소재지부터 집까지 맞바람 퍽 드셀 텐데 잘 갈 수 있겠지?

 

- 서호덕, 동호덕, 원산, 신기 지나 동백마을까지 달리는데, 맞바람 참 모질어 자꾸자꾸 자전거를 세우며 쉰다. 이러다가 안 되겠구나 싶어 노래 한 가락 뽑는다. 노래를 부르며 ‘힘들다’는 생각을 잊자. 천천히 노래를 부르고, 천천히 발판을 구른다. 드디어 집 앞. 대문을 활짝 열고 자전거를 들인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놀고,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밥을 안친다.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고무신을 빨고 발을 씻는다. 내 자전거와 큰아이 자전거를 두꺼운 천으로 씌운다. 국을 끓인다. 아이들 밥 다 먹이고 나서 아이들 씻기고, 이런 다음 나도 씻고 옷 갈아입고 빨래를 해야겠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 뼈마디와 털 모두 삐걱거린다고 느낀다. 밥 다 먹고 몸 잘 씻은 아이들 방바닥에 거의 드러눕다시피 하면서 논다. 너희들 이래서 되겠니? 우리 다 일찍 자자. 작은아이 먼저 팔베개로 눕힌다. 큰아이가 그림책 들고 와서 “아버지가 그림책 안 읽어 줬잖아?” 하면서 읽어 달란다. 셋이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한 권 천천히 읽는다. “한 권은 이듬날 일어나서 읽자. 이제 우리 불 끄고 자자.” 불을 끄고 나란히 누워 자장노래 사십 분 즈음 부른다. 아이들 모두 잠든다. 나도 따라 곯아떨어진다. 조용한 밤이 흐른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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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3-04-14 13:20   좋아요 0 | URL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버님.

파란놀 2013-04-15 01:53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해도 제가 참 애 많이 썼습니다... -_-;;;;
에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