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을 그림으로 담으려 하면, 그만큼 옛날 옛적 모습을 '사진'이 아닌 '마음속'으로 그려야 합니다. 사진만 보며 어설피 옛날을 생각하면 그림이 엉터리가 돼요. 소나무 그림 하나만 봐도 너무 뻔해요. 소나무 가지를 뎅겅뎅겅 잘라 구불구불 자라게 하는 게 하나도 멋스럽지 않은데, 이런 짓을 옛날사람도 했을까요? 옛날 옛적 소나무는 가지치기를 섣불리 하지 않으면서 곧게 죽죽 뻗었을 텐데요? 왜냐하면, 예전 사람들은 소나무를 '집 지을 나무'로 삼으려고 심어서 길렀을 테네, 가지치기를 엉터리로 하지 않고, 구불구불 자라도록 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시골 들판에 풀이나 나무가 너무 없어요. 옛날 이 나라 시골에 얼마나 많은 나무가 얼마나 아름답게 우거지며 얼크러졌는가를 잘 헤아리며 그림책에 살포시 담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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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이야기
김근희 글.그림 / 보리 / 2009년 9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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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분의 책을 <조각보 같은 우리 집>으로 읽었네요.^^
<장승 이야기>, 읽어 보고 싶어요.

파란놀 2013-04-15 11:07   좋아요 0 | URL
미리보기로 그림책 살필 때에, 그림결이 여러모로 곱기는 한데, 뭐랄까, 잘 그리는 분이로구나 싶은 한편, 조금 더 '시골 삶과 숲과 나무'를 깊고 넓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대목에서 아쉬워요. 아직 한국 화가들한테 이런 대목 바라기는 너무 힘든가, 싶기도 해요... 주문을 할까 하고 살짝 망설이다가 그만두었어요... ㅠ.ㅜ
 

봄날 들판에 서며 봄을 바라보면서 그림을 그리면 어떤 느낌이 될까 하고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이쁘장한 그림결이나 원색이 눈부신 그림책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봄들판이 얼마나 푸르게 빛나며 눈부신가 하는 대목을, '봄 그림책'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일이 거의 없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봄에도 '붉은' 꽃이 있기는 있으나, 봄꽃은 '노란' 꽃이 풀빛하고 살그마니 어울리는 아주 옅으며 환하고 보드라운 빛깔이에요. 이런 느낌 살리는 그림책을 창작하거나 번역하기는 아직 한국에서 너무 어려운가요? 봄을 보여주려면, 부디 시골로 와서 며칠이라도 지내고 나서, 봄 그림책 내놓아 주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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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어요
찰스 기냐 지음, 초록색연필 옮김, 애그 자트코우스카 그림 / 키즈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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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판놀이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4.1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고흥 시골마을에서 세 해째 시골도서관으로 책살림 꾸리는 올해를 돌아본다. 올해부터야말로 아이들과 즐겁게 놀자고 생각한다. 지난 두 해 동안 책 치우고 청소 하느라 바빴으면, 올해에는 참말 아이들이 이곳 우리 도서관을 배움터이자 놀이터로 삼을 수 있도록 꾸미자고 생각한다.


  쓸 수 있는 것이면 몽땅 쓰자. 빈 교실 칠판마다, 이곳 졸업생들이 몰래 찾아와서 아무렇게나 끼적거리거나 그린 글과 그림은 모두 지우자. 그리고, 이 칠판을 우리 아이들 그림판으로 삼자. 벼르고 벼른 끝에 어제 읍내마실을 하면서 읍내 문방구에서 칠판지우개하고 분필을 산다. 별렸다고 말은 하지만, 그동안 읍내마실 하면서 사려고 하면서도 늘 못 샀다. 읍내마실을 하고 집으로 군내버스 타고 돌아올 적마다 ‘무언가 하나 빠뜨렸는데’ 하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 한 가지가 ‘칠판지우개와 분필 장만하기’였다.


  바퀴 달린 칠판 하나 찾아낸다. 학교 헛간 한쪽에 오래도록 처박힌 칠판이다. 1998년에 문을 닫은 흥양초등학교이니, 자그마치 열여섯 해나 먼지만 먹고 처박힌 셈이다. 앞으로도 이 칠판을 그냥 둔다면 그예 썩어서 쓰레기가 되리라 느낀다. 쓸 수 있을 때에 잘 살려서 써야, 앞으로도 오래 건사하리라 생각한다.


  오래 묵은 찌꺼기는 잘 안 벗겨지지만, 이럭저럭 깨끗하게 지우고 나서 큰아이와 작은아이한테 칠판지우개랑 분필 하나씩 쥐어 준다. 그러고는 분필로 아버지가 먼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다. 자, 이제 모두 너희 몫이지. 너희 맘대로 놀렴.


  큰아이는 글씨 한 번 따라 쓰다가 이내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는 누나 옆에 찰싹 달라붙으며 누나가 그리는 시늉을 한다. 큰아이는 “보라야, 네 자리는 저기잖아. 저기에서 해.” 그러나 어쩌겠니. 네 동생은 예쁜 누나 하는 모든 모습 따라하고 싶은걸. 누나 옆에 찰싹 붙고 싶은걸.


  버려진 책걸상을 주워서 곰팡이 자국까지 말끔히 닦고, 바깥에서 오래 햇볕 쏘이고 바람 먹인 다음, 안쪽으로 들인다. 책상 하나 걸상 하나 먼저 들어간다. 참 그럴싸하네 하고 스스로 말한다. 고흥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세 해만에 들어오는 책걸상이로구나. 곰곰이 돌아본다. 새것으로 장만한 책꽂이도 있지만, 우리 도서관에 있는 책상이나 걸상은 거의 다 ‘버려진 것’을 주워서 고친 다음 들였다. 새것 살 돈이 없어 새것 못 사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낡은 책걸상 쉬 버린다. 나는 길을 가다가도 낡은 책걸상 보면 찬찬히 들여다본다. 집으로 들고 가서 손질해서 쓸 만한가 살핀다. 우리 식구한테는 자가용 없으니 무거운 책상이건 걸상이건 옷장이건 나 홀로 용을 쓰면서 낑낑거리고 나른다. 몇 킬로미터 거리를 날라야 해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지도록 짊어지고 나른다. 오늘 도서관에 새로 들인 책상이랑 걸상도 버려진 지 참 오래된 책걸상이다. 그러나 잘 닦아 주고, 잘 손질하면 얼마든지 두고두고 쓸 만하다. 때때로 햇볕 쏘이고 바람 맞히면 참으로 오래도록 이곳에서 어여삐 한 자리 지키리라.


  갑자기 벼락 친다. 갑작스레 매지구름 몰려든다. 빗방울 둑둑 듣더니 소나기 퍼붓는다. 바깥에 내놓아 말리던 책걸상 안쪽으로 들인다. 작은 칠판도 안으로 들인다. 아이들 그림놀이 조금밖에 못했지만, 아쉬움 접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얘들아, 이제 날마다 도서관에 와서 그림놀이 하자. 아니면, 이 칠판을 집으로 가져가서 집에서 놀까? 아무튼, 오늘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이듬날 다시 와서 생각해 보자.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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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오누이가 정답게 쪼그리고 앉아서 칠판에 글자를 쓰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여워요.^^
바퀴 달린 칠판이나, 버려진 책 걸상도 함께살기님 덕분에 새 삶을 다시 살게 되어 정말 기뻐할 것 같습니다.
사름벼리는 그림그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군요.^^

파란놀 2013-04-15 11:17   좋아요 0 | URL
아버지란 사람이 날마다 글을 쓰니까... 글도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그렇게 놀아요 ^^;;;;

동생도 머잖아 누나 못지않게
그림 예쁘게 그리리라 생각해요~
 

꽃밥놀이 1

 


  별꽃나물 큰아이한테 내민다. “자, 꽃 달린 예쁜 풀이니까, 예쁜 벼리한테 줄게.” “고마워요.” 큰아이는 별꽃나물 한 줄기 곧바로 안 먹는다. 오늘은 밥상에서 꽃놀이를 한다. 왼손에 별꽃나물을 살며시 쥐고는 “옹 옹 옹, 여기는 어디야? 여기는 보라 젓가락이야. 옹 옹 옹, 여기는 어디야? 여기는 웃는 숟가락이야. 옹 옹 옹, 여기는 어디야? 여기는 작은 접시야. 옹 옹 옹, 여기는 어디야? 여기는 예쁜 누나 밥그릇이야. 옹 옹 옹, 여기는 어디야? 응, 밥상이야. …….” 한참 꽃송이하고 놀더니 입에 앙 집어넣는다. 냠냠냠. 4346.4.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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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풀내음

 


  꼭 5분이면 한 끼니 먹을 풀 실컷 뜯는다. 1분 동안 한 가지 풀을 뜯으니, 5분이면 다섯 가지 풀을 뜯는다. 10분 들이면 열 가지 풀을 뜯는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면, 다섯 가지 풀을 뜯더라도 5분 아닌 1분이면 넉넉하달 수 있다. 왜 한 가지 풀 뜯는 데에 1분 들이느냐 하면, 풀을 뜯으며 풀내음 맡고 풀놀이 즐기니까 1분씩 들인다.


  미나리 줄기 한 움큼 꺾는 데에는 몇 초면 넉넉하다. 미나리 뜯기 앞서 흙도랑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내음 맡는다. 민들레 잎사귀 몇 뜯는 데에는 참말 몇 초면 넉넉하다. 민들레 잎사귀 뜯기 앞서, 얘야 너희들 하얀 꽃 소담스레 피우는데 이렇게 잎사귀 뜯어서 미안해. 맛있게 먹으며 예쁘게 살아갈게. 이야기 조곤조곤 들려주면서 뜯는다. 갈퀴나물 솎으면서 또 말을 건다. 너희들 곧 꽃 피우려고 하는데, 꽃망울까지 자꾸 뜯어서 먹는구나. 너희는 우리 식구들 몸으로 스며들면서 우리 몸속에서 새로운 꽃으로 피어난단다. 쑥잎 뜯는다. 너희 쑥은 몇 천 해 몇 만 해를 살며 또 오늘 좋은 밥거리가 되는지 궁금하구나. 국에도 넣고 풀로도 먹고, 참 고맙다. 별꽃나물 뜯고, 봄까지꽃나물 뜯는다. 싱그러이 잎사귀 통통하게 오르는 정구지를 뜯는다. 꽃마리랑 좀꽃마리 알맞게 뜯는다. 이듬해부터는 제비꽃 잎사귀도 뜯을 생각이다. 올해까지는 제비꽃을 거의 그대로 둔다. 조금 더 퍼지렴. 조금 더 널리 퍼지렴. 이듬해에 널리널리 우리 집 둘레에 잔뜩 퍼지면 그때부터 너희도 맛나게 먹으마.


  밥물 올린 냄비 불을 끄고, 국물 올린 냄비 거의 다 끓을 무렵, 꼭 5분 들여 풀을 뜯는다. 국물 끓이는 냄비 불을 끈 뒤 쑥을 헹구어 넣는다. 보글보글 김 나오는 국냄비에서 쑥은 푸른 빛 곱게 살아나며 쑥내음을 국물 깊이 퍼뜨린다. 작은아이는 아버지가 밥과 멸치와 해바라기씨와 호박씨와 함께 씹어서 주는 풀밥을 먹는다. 큰아이는 스스로 씩씩하게 풀을 씹어서 먹는다. 풀물 짜서 먹어도 좋고, 이렇게 날풀 냠냠 씹어서 먹어도 좋지. 풀을 먹는 우리들은 모두 풀사람이다. 4346.4.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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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5 11:20   좋아요 0 | URL
쑥국, 참으로 향긋하니 참 맛있겠습니다.
저도 먹고 싶네요~^^

파란놀 2013-04-15 16:59   좋아요 0 | URL
네, 시장에서 즐겁게 쑥 장만해서 드셔 보셔요.
쑥내음 피어나는 쑥국으로 몸 따뜻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