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씨
씨앗이 깨어납니다.눈송이 먹고가랑잎 먹고찬바람 먹고겨울볕 먹다가추위 물러나며 드리우는봄볕 새로 먹고서씨앗이 깨어납니다.
까만 씨알에서푸른 싹 돋고,푸른 줄기에서노랗고 하얀 꽃 피어,숲에 산들바람마을에 구름빛.
나는봄씨가 맺은잎사귀와 열매먹으며마당에서 뛰어놉니다.
4346.2.24.해.ㅎㄲㅅㄱ
[함께 살아가는 말 143] 마음노래
둘레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조그마한 쪽쫑이에 글 몇 줄 적어서 건넵니다. 내 마음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글을 써서 선물하니 글선물 되겠지요. 책 하나 장만해서 선물하면 책선물 될 테고요. 글선물 할 적마다 쪽종이 하나만큼 될 글을 씁니다. 더도 덜도 아닌 조그마한 종이 한 쪽 채울 만큼 글을 씁니다. 이 글은 어떻게 바라보면 ‘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분은 이 ‘시’를 놓고, 한글로 적으면 맛스럽지 않아 ‘詩’처럼 적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들한테 선물하는 ‘동시’도 한글로 적지 말고 한자로 ‘童詩’처럼 적어야 맛스러운 느낌 살아날까요. 참말 예전에 동시 쓰던 어른들은 이렇게 한자로 ‘童詩’를 쓰곤 했는데, 동시이든 童詩이든 하나도 안 대수롭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아이들한테는 그저 글이고 이야기일 뿐이거든요.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글을 듣고 이야기를 들어요. 반가운 분한테 쪽글 하나 적어서 드리다가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 되어 이 글을 선물하나? 나는 내 쪽글 받는 분들이 이 쪽글을 노래하듯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요, 나는 쪽글도 시도 詩도 아닌 ‘마음노래’를 글 빌어 쪽종이에 적어 건넵니다. 4346.4.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자전거놀이 4
여섯 살 큰아이한테는 아버지가 선물한 두발자전거가 있다. 이제 큰아이는 두발자전거만 탄다. 그래도, 가끔 세발자전거에 동생을 태워 마당을 빙빙 돌곤 한다. 세 살 작은아이는 아직 세발자전거 발판 구를 줄 모른다. 두 돌 꽉 채우고 조금 더 지나면 세 살 작은아이도 세발자전거를 싱싱 몰 수 있겠지. 두발자전거 탈 수 있어도 세발자전거 몰며 동생하고 노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4346.4.23.불.ㅎㄲㅅㄱ
손에서 빛이 나는 어린이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다 보면, 문득문득 느낀다. 아이 손에서 빛이 나네. 아이 곁에서 나도 종이 하나 펼치고 따로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 그림종이 한쪽 귀퉁이에 그림 곁들이다 보면, 새삼스레 느낀다. 그래,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내 손에서도 빛이 나네. 즐겁게 그려서 우리 집 벽에 곱다시 붙이려는 그림을 그리는 우리들 손에는 저마다 다른 빛이 살그마니 흘러나온다. 이 빛으로 목소리 맑게 트고 생각 환하게 열며 사랑 넉넉히 빚는다. 4346.4.23.불.ㅎㄲㅅㄱ
산들보라 무엇을 보니
마당에서 노는 두 아이가 서로서로 바라본다. 큰아이는 아버지와 공을 차며 주고받는다. 작은아이는 풀밭에 선 채 누나랑 아버지를 바라본다. 산들보라야, 다른 데도 아닌 풀밭에 선 채 무엇을 보니. 4346.4.23.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