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의 갓슈> 완전판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33권 마지막 권 나온 지 다섯 해 지났는데, 1권부터 33권 모두 판끊어지기만 했을 뿐, 이 책이 다시 나올 낌새도 안 보이고, 그렇다고 완전판으로 나올 듯하지도 않고... 오래도록 기다리고 찾다가, 헌책으로 나온 <금색의 갓슈>를 한꺼번에 장만한다. 아무래도, 완전판 나오기 기다리기보다는 헌책방마실 하면서 헌책으로 찾을 때가 한결 빠르리라 느낀다. 아무쪼록, 예쁘장하고 튼튼한 완전판 언젠가는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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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의 갓슈!! 33- 완결
마코토 레이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9월
4,200원 → 3,780원(10%할인) / 마일리지 21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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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물드는 눈 1
우니타 유미 지음, 김재인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35

 


푸르게 물드는 사랑
― 푸르게 물드는 눈 1
 우니타 유미 글·그림,김재인 옮김
 애니북스 펴냄,2013.3.29./7000원

 


  대구에서 순천으로 달리는 시외버스가 하루에 넉 대 있습니다. 경상도와 전라도 가로지르는 버스가 있어, 고맙게 이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부터 순천까지 옵니다. 그리고 순천에서 고흥으로 시외버스를 다시 한 시간 달려 읍내에 닿습니다. 낮 세 시 반에 대구서 시외버스를 타서 순천에 저녁 여섯 시 반에 떨어지고, 순천에 내리자마자 고흥 들어가는 시외버스가 막 떠나려 하기에 손 흔들며 붙잡습니다.


  저녁나절 시외버스는 한갓집니다. 순천에서 고흥까지 가려는 손님은 나까지 세 사람. 세 사람 태운 시외버스가 천천히 달립니다. 어느 때에는 나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서 고흥까지 들어오기도 합니다. 한 사람 태우며 달리는 시외버스란 큼지막한 택시와 같다고 느낍니다.


  인천에서 살던 지난날에도 가끔 ‘나 혼자 타는 시내버스’를 누리곤 했습니다. 아직 아무 손님 없고, 한동안 다른 손님 안 타는 시내버스일 때에는 맨 뒷자리에 앉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면서 호젓한 버스마실 누립니다.


  시외버스는 벌교를 지나고 고흥군으로 접어듭니다. 과역면 언저리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달빛 어립니다. 해는 고개 너머로 살짝 넘어갔고, 하늘은 파르스름하면서 하야스름한 빛 남습니다. 이제 차츰 까무잡잡한 하늘빛 되면서 달빛 더욱 밝고 환하겠지요.


  시외버스를 타며 달빛 누릴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군내버스나 택시를 타는 늦은 저녁에는 별빛 누릴 수 있어 더없이 좋습니다. 시골이니까 이러하달 만하지만, 시골 아닌 도시에서도 저녁에는 달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싶어요. 가게마다 번쩍번쩍 눈부시게 켜는 네온사인 아닌, 하늘이 베푸는 밤빛인 달빛과 별빛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으면 아주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낮에는 햇빛을 누리고, 밤에는 달빛을 누립니다. 낮에는 햇살을 먹고, 밤에는 별무늬를 먹습니다.


- “대단하다! 세이는 어쩜 이렇게 요리를 잘해?” “중국인이니까 중국음식 만들 줄 알아.” (11쪽)
- ‘유키코가 만들어 준 일본 요리는 양이 적어서 좀 인색하게 느껴졌지만, 부족하면 더 먹어도 돼, 유키코는 그렇게 말했다. (19쪽)

 

 


  먼 바깥마실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마을 어귀에서 차를 내립니다. 마을회관 앞부터 집으로 걸어갑니다. 사월 끝무렵, 물 고인 자리마다 개구리 밤노래 울립니다. 모둠노래 되자면 며칠 더 있어야겠다 싶지만, 골골샅샅 개구리 노랫소리로 밤이 깊습니다.


  즐겁게 시골집에서 하루 자고 일어나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구리 노랫소리 이어집니다. 마루문을 열지 않아도 집안까지 개구리 낮노래 스며듭니다. 마루문 열면 개구리 낮노래 한결 우렁차게 감겨듭니다.


  지난주에는 메뚜기를 보았습니다. 이제 개구리 노랫소리 퍼지니, 뱀도 함께 깨어났을 테고, 도마뱀이나 도룡뇽도 어디엔가 새 보금자리 틀며 먹이 찾느라 부산하겠지요. 제비는 먹이를 찾으랴, 하늘놀이 즐기랴, 바쁘면서 한갓진 날갯짓 눈부십니다. 봄꽃송이마다 벌이랑 제비 내려앉아 꽃가루랑 꿀 먹기 바쁩니다. 그예 봄이지요. 참으로 봄이에요. 새 숨결 깨어나고, 새 숨소리 울리며, 새 숨빛 해맑은 봄입니다.


- “나, 유키코의 발소리 알아. 십에 팔구는 맞혀.” “세이.” “리듬이나 무게로 알아.” (48쪽)
- “이거 뭐야? 예쁘다.” “아, 중국의 전통 종이오리기야. 지엔즈라고 해.” “지엔즈.” “대개 여자들이 하는 거지만,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서 나 배웠어. 지금도 중국의 집 생각하면서 가끔 만들어.” (72쪽)

 


  생각을 가눕니다. 봄에 피어나는 이 모든 맑은 빛과 무늬와 소리를 어떤 말로 나타내면 좋을까 하고 생각을 가눕니다. 봄이기에 봄빛 되겠지요. 봄이니까 봄무늬라 하겠지요. 봄인 만큼 봄소리예요.


  봄에 만나는 제비는 봄제비요, 봄제비빛입니다. 가을에 저 멀리 태평양 건너 떠나는 제비는 가을제비요, 가을제비빛입니다. 봄에 피어나는 꽃은 봄꽃이고, 봄꽃은 봄꽃빛입니다. 봄꽃내음이며, 봄꽃무늬이고, 봄꽃노래입니다.


  봄꽃사랑을 생각합니다. 봄꽃마음을 헤아립니다. 봄꽃잔치를 즐깁니다. 봄꽃마실을 다닙니다. 봄꽃노래를 불러요. 봄날 들판에서 들일을 한다면, 봄들에서 봄들일 하는 셈이요, 봄들에서 봄들일 하다가 샛밥을 먹으면 봄들샛밥 먹는 셈입니다. 봄들일 하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면 봄들막걸리 되겠지요.


  하얀 꽃송이와 노란 꽃망울 밝은 민들레를 바라봅니다. 민들레잎을 톡 끊어서 날푸성귀로 먹습니다. 민들레 잎사귀는 민들레잎이요 민들레잎빛입니다. 부추 한 포기는 부추잎이요 부추잎빛입니다. 돗나물 한 줄기는 돗나물잎이요 돗나물잎빛이에요. 모과잎과 매화잎과 감잎과 뽕잎은 모두 잎빛이 다릅니다. 느티잎과 버들잎과 동백잎과 후박잎 또한 저마다 잎빛 달라요.


  언뜻 바라보면 ‘풀빛’이라 하겠으나,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다 다른 ‘풀빛’이라서, 느티나무한테는 ‘느티잎빛’이라 할밖에 없고, 버드나무한테는 ‘버들잎빛’이라 할밖에 없어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바라보는 ‘풀빛’은 스스로 느끼는 풀이름마다 새삼스레 한 가지씩 샘솟습니다. 게다가, 돌보고 캐고 심고 뜯고 거두고 하는 풀마다 날이나 철마다 새로운 빛으로 마주하지요. 봄에는 봄냉이빛이고, 여름에는 여름냉이빛이에요. 가을에는 가을쑥빛이며, 겨울 지나 봄에는 봄쑥빛입니다.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꽃빛을 가눕니다. 가만가만 헤아리면서 풀빛을 짓습니다.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숨빛을 깨닫습니다.


- ‘결국 또 혼났다. 하지만 이제는 유키코가 정말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어서, 조금은 편해졌다.’ (81∼82쪽)
- ‘유키코가 너무 예뻐서, 신기할 정도로 TV가 눈에 안 들어와!’ (167쪽)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좋아할 길을 여는 말입니다. 차근차근 생각하고 돌보면서 사랑할 길을 트는 말입니다. 우니타 유미 님 만화책 《푸르게 물드는 눈》(애니북스,2013) 첫째 권 읽습니다. 《푸르게 물드는 눈》은 풋풋한 두 사람이 찬찬히 맺고 풀고 엉키고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서로서로 어떤 하루 지을 때에 아름다운가를 보여줍니다.


  봄에는 봄빛이듯, 봄에는 봄사랑입니다. 여름에는 여름빛이듯, 여름에는 여름사랑이에요. 풋사랑이 꽃사랑으로 피어납니다. 꽃사랑은 씨앗사랑으로 거듭납니다. 씨앗사랑은 다시금 찾아오는 봄볕처럼 따사로운 봄사랑 되지요.


  서로를 하늘과 같이 섬기며 하늘사랑 되어요. 서로를 바다와 같이 얼싸안으며 바다사랑 되지요. 서로를 봄비처럼 여기거나 겨울눈처럼 마주하면서 봄비사랑이나 겨울눈사랑 됩니다.


- ‘내일은 슈퍼마켓에서 맛있는 걸 잔뜩 사다가, 유키코에게 사과의 의미로 요리를 만들어 줘야겠다.’ (30쪽)
- “언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지금.” “어?” “아, 미안. 좀 이상하게 들렸으려나. 세이는,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니.” (179쪽)

 


  밥 한 그릇 알뜰살뜰 차려서 함께 맛나게 먹는 삶도 사랑입니다. 살결을 살살 쓰다듬을 때에만 사랑이 되지 않아요. 맛나게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는 저녁도 사랑입니다. 입을 맞추거나 손을 꼬옥 잡을 때에만 사랑이 되지 않아요.


  푸르게 물드는 사랑입니다. 푸르게 물드는 꿈입니다. 푸르게 물드는 이야기입니다. 푸르게 물드는 꽃입니다. 푸르게 물드는 하루입니다. 푸르게 물드는 삶입니다.


  오늘도 따사롭게 해가 뜨고, 햇볕은 온누리를 골고루 비칩니다. 온누리는 햇볕을 먹으며 포근한 기운 나누어 주고, 우리들은 서로를 따순 눈길로 마주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짓습니다. 4346.4.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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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15. 흰종이 댄 책시렁 - 헌책방 대륙서점 2013.4.24.

 


  대구에는 대구를 밝히는 예쁜 책터 있습니다. 부산에는 부산대로, 광주에는 광주대로, 인천에는 인천대로, 저마다 고을빛 밝히는 책쉼터 있습니다. 고을빛 밝히는 몫은 정치꾼이 하지 않습니다. 고을빛 북돋우는 구실은 경제꾼이 하지 않습니다. 고을빛은 고을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 스스로 밝힙니다. 곧, 여느 사람들이 아기자기하며 예쁘게 삶 일구면 고을빛 아기자기하며 예쁩니다. 여느 사람들이 거칠거나 메마른 나날 허덕이면 고을빛 거칠거나 메마릅니다. 흙과 동무하는 여느 사람들로 이루어진 고을이라면, 고을빛은 흙빛과 흙내음이지요. 자가용과 아파트로 둘러싼 여느 사람들 보금자리라 한다면, 고을빛은 자가용 배기가스와 시멘트덩이가 됩니다.


  대구 중구 동인동1가에 헌책방 한 곳 있습니다. 예순 해 넘게 책사랑 펼치면서 책빛을 일구는 책쉼터입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쉬고, 책을 살피며 몸을 쉽니다. 책을 만나며 마음을 돌보고, 책을 장만하며 몸을 보살핍니다.


  보약을 먹어야 몸을 살찌우지 않아요. 마음을 끌어올리거나 가꾸는 책 하나 읽으며 몸 또한 살찌웁니다. 밥을 먹을 때에만 기운을 얻지 않아요. 마음을 다독이거나 어루만지는 책 하나 헤아리며 몸 또한 사랑하지요.


  헌책방 〈대륙서점〉 책시렁 가만히 바라봅니다. 책 아래쪽에 하얀빛 납니다. 뭔가 하다가 이내 알아차립니다. 어쩜, 책시렁 바닥에 흰종이를 댔구나. 책을 알뜰히 보듬으려고 흰종이를 책시렁 바닥에 댔구나.


  나는 내 서재 책시렁 바닥에 신문종이를 댑니다. 신문종이를 대면 먼지를 덜 먹고 좀이 슬지 않습니다. 열 해 스무 해 지나고 보면, 책시렁 바닥에 댄 신문종이가 새삼스러운 재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신문종이를 즐겨 대곤 합니다. 그런데, 흰종이를 책시렁 바닥에 대니, 헌책방 책시렁 한결 밝고 환하게 빛나는구나 싶어요. 정갈한 종이 하나 마련하고, 책시렁에 책 꽂는 틈 더 쪼개어, 이렇게 책터 일굴 수 있다고 깨닫습니다.


  손길 하나로 돌보는 책이니까요. 손길 하나 따사롭게 보듬는 책터이니까요. 손길 하나에 사랑을 실어 사람들 가슴마다 고운 책넋 스미기를 바라는 헌책방지기 마음이요 꿈이니까요. 4346.4.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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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4-27 13:30   좋아요 0 | URL
대구의 대륙서점이 오래전에 간 기억이 나네요.요즘 헌책방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데 아직도 있다나 무척 다행스럽네요^^

파란놀 2013-04-28 08:50   좋아요 0 | URL
이곳 사장님이 씩씩하고 아름다우셔서, 오래오래 잘 돌보시리라 믿어요
 

흙하고

 


구름이 멧봉우리
포근히 감싸고
멧봉우리가 구름
살며시 안아
실비 뿌립니다.

 

논에서 김 오릅니다.
밭에서 풀 돋습니다.
나무에 싹 나옵니다.

 

바다빛이 하늘빛과 만나고
흙빛이 손빛과 만나며
햇빛이 눈빛과 만납니다.

 

흙을 만지고
흙과 놀아
흙하고 살아요.

 


4346.2.27.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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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초등학교 어른과 어린이
― 고흥 녹동초 선생님들한테 들려줄 ‘한국말 강좌’ 인사말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어른을 가리켜 ‘교사’라 하고, 아이들은 이 어른을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교사 자리에 선 어른들은 아이들을 ‘학생’이라 부릅니다. 서로 이름표로는 ‘교사·선생님’과 ‘학생’입니다만, 학교 울타리 바깥에 서면 모두 ‘어른·어버이’요 ‘어린이’입니다. 학교 울타리 안쪽에서도 서로 어른이자 어린이일 테고, 어버이요 아이일 테지요.


  오직 ‘교사’라고만 여긴다면, 학교에서 학생한테 교과서에 담긴 지식과 정보만 잘 알려주고 시험성적 잘 나오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나, 교사이기에 앞서 ‘어른’이고, 교사이면서 ‘어버이’ 삶을 짓는 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학교에서 마주하는 어린이, 아이 앞에서 어떤 말과 마음과 사랑 될 때에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누구나 스스로 깨우치리라 느낍니다.


  고흥은 시골입니다. 고흥에서 도양읍은 시골마을입니다. 시골인 고흥에서도 공무원으로 일한다거나 가게를 꾸리는 분 있어, 도시하고 똑같은 일자리를 붙잡아 도시하고 똑같은 달삯 받는 분 있을 테지만, 시골인 고흥이기에, 흙과 물을 만지면서 삶을 짓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곧, 고흥에서 교사 자리에 서는 어른은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하고 마주하는 어른입니다. 고흥에서 나고 자라 교사가 되었건, 전라남도에서 나고 자라 교사가 되었건, 또는 다른 도시에서 나고 자라 교사 되어 고흥으로 왔건, 모두 ‘시골마을 시골아이’ 마주하는 삶입니다. 그러면, 고흥 도양읍 녹동초등학교 어른이자 어버이요 교사인 분들은 이곳에서 누리는 삶을 어떻게 짓고 아이들 앞에서 어떤 ‘어른 삶’과 ‘어버이 삶’을 교실 안팎에서 보여줄 때에 아름다울까요.


  도시로 떠나는 아이들이 아주 많은 고흥인 만큼, 고흥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도시에서 앞으로 지낼 나날을 살피는 지식과 정보를 배워야 할 수 있습니다. 도시로 떠나 살아갈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고향마을 고흥 넋과 숨결 곱다시 품에 안으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북돋울 이야기 배워야 할 수 있습니다. 둘 모두 나란히 배워야 할 수 있겠지요.


  포두면에서 택시를 모는 어느 어르신은 당신 어릴 적에, 포두국민학교에서 금탑사까지 걸어서 오가는 봄나들이 늘 했다고 해요. 국민학생들이 하루 네 시간 걸어서 금탑사까지 오갔다고 합니다. 예순 넘고 일흔 가까이 되는데, 국민학교에서 배우고 들은 다른 어느 것보다 이 얘기를 오래도록 떠올리고 들려줍니다. 녹동초등학교 아이들은 오늘 이곳에서 어떤 삶을 배우고 보고 듣고 겪고 마주하면서 자랄까요. 이곳을 다닌 아이들은 앞으로 스무 해나 마흔 해쯤 지나고 예순 해쯤 더 보낸 앞날에 어떤 이야기 되새기면서 삶을 지을까요.


  삶을 돌아볼 때에 말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어느 곳에 선 사람인가를 되새길 때에 내가 쓰는 말글이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르거나 곱거나 참다운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우리 말글 바로쓰기’ 책을 읽는대서 우리 말글을 바르게 쓰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글쓰기 길잡이’ 책을 읽었기에 글쓰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먼저, 스스로 삶을 즐겁게 바로세울 때에 말과 글을 슬기롭게 다스립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누리는 길 씩씩하게 걸어갈 때에 글쓰기이든 사진찍기이든 그림그리기이든 노래하기이든 춤추기이든 신나고 해맑게 빛냅니다. 녹동초등학교 교사 자리라 하는, 참 아름답고 멋스러운 일을 하면서, 시골아이 마주하는 분들 모두 어여쁜 꿈과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6.4.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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