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꽃 책읽기

 


  배꽃은 하얀데 배알은 왜 누르스름할까 하고 생각하다가는, 누르스름한 배알 덥석 베어물면, 속살 하얗게 빛나며 달달하다. 그래, 껍데기 아닌 속알맹이 이토록 하얗게 빛나기에 배꽃이 하얗게 빛나는구나. 배꽃이란 얼마나 맑은 하양인가. 배꽃은 얼마나 그윽한 내음 퍼뜨리는 고운 하양인가. 배꽃을 본 사람은 흰빛을 배꽃빛이라 말할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대학교 이름이 ‘배꽃대학교’ 되고, 마을 이름이 ‘배꽃마을’ 되며, 회사나 기관이나 출판사 같은 데에서 ‘배꽃’을 이녁 이름으로 삼으면, 이 나라 마음결과 생각밭 환하게 거듭나리라 느낀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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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한 줄에 온넋을 싣는다. 밥을 짓는 사람은 밥 한 그릇에 온넋을 담는다. 밭을 일구는 사람은 호미질 한 차례에 온넋을 들인다.


  책 한 권 엮는 사람들 넋을 책 한 권 장만해서 읽는 사람들은 얼마나 헤아릴까. 한 줄 두 줄 온넋 실은 글꾸러미 모여 책 한 권 이루어지고, 이 책 한 권 알뜰히 엮어 책방이나 도서관에 놓는다.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아이들과 뛰논다. 그러고는 다시 새힘 얻어 온넋을 새롭게 글에 담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한 땀 두 땀 싣는다. 글을 읽는 사람은 홀가분하게 이웃들 사랑 어린 꿈을 냠냠짭짭 받아먹듯이 읽는다. 4346.4.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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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5] 한솥지기

 


  어릴 적에 어른들은 ‘식구(食口)’라는 한자말을 써야 옳고, ‘가족(家族)’이라는 한자말 쓰면 옳지 않다 이야기했습니다. ‘식구’는 한겨레가 예뿌터 쓰던 낱말이요, ‘가족’은 일제강점기에 함부로 들어온 얄궂은 낱말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적잖은 학자들도 이 같은 대목을 밝힙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학자나 전문가나 작가를 비롯해 참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대목을 살피지 않습니다. 상업광고 물결이 크기도 했겠지만, 오늘날 사람들 입과 손과 눈에 익은 ‘가족’이라는 낱말을 ‘식구’로 바로잡기는 힘드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참말 한겨레는 먼먼 옛날부터 ‘식구’라는 한자말로 우리 살붙이를 가리켰을까 궁금해요. 한자가 없던 옛날에도 한겨레 스스로 ‘식구’ 같은 낱말을 썼을까 아리송해요. 시골 할매는 곧잘 “우리 사람”이라고 말씀하곤 합니다. “우리 집”이라는 말마디는 으레 내 살붙이를 가리킵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나오는 “한지붕”이라는 낱말은, “한 지붕” 아닌 “한지붕”이라 느낄 만큼 “한식구”를 일컫는 자리에 씁니다. 옆지기랑 아이들하고 밥을 나란히 먹다가 어느 날 ‘한솥밥’이라는 낱말 생각합니다. 시인 백석 님이 쓴 글 〈개구리네 한솥밥〉을 떠올립니다. 한솥으로 지어서 먹는 밥이니 한솥밥이요, “한지붕 사람들”이 먹는 밥이며, “우리 집 사람들”이 먹는 밥입니다. 한솥밥 사람이란 ‘한솥지기’입니다. 허물없는 이웃이라면 ‘한솥벗’이나 ‘한솥동무’ 됩니다. ‘한솥사랑’ 나누는 사이는 서로 즐겁고, ‘한솥꿈’ 꾸는 사이는 함께 아름답습니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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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4] 잣방울

 


  소나무에는 솔방울 열립니다. 소나무 방울이라 솔방울입니다. 잣나무에는 잣방울 맺힙니다. 잣나무 방울이기에 잣방울입니다. 오리나무에는 오리방울 자랍니다. 오리나무 방울이니 오리방울이에요. 소나무에는 솔꽃 핍니다. 소나무 꽃이라 솔꽃입니다. 잣나무에는 어떤 꽃이 필까요. 잣나무 꽃은 잣꽃일까요. 오리나무에는 어떤 꽃이 필까요. 오리나무인 만큼 오리꽃일까요. 국어사전을 살피면 ‘솔방울’ 하나 나옵니다. 국어사전에는 ‘송화(松花)’라는 한자말만 싣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잣방울’이나 ‘잣꽃’을 다루지 않습니다. 우리 국어사전은 ‘오리방울’이나 ‘오리꽃’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남녘 국어사전은 소나무 꽃을 ‘솔꽃’이라 밝히지 못합니다. 그러나, 숲마다 잣방울과 오리방울 맺습니다. 숲으로 들어가면 잣꽃과 오리꽃 흐드러집니다. 국어학자한테는 솔꽃 잣꽃 오리꽃 안 보이기에 이러한 꽃 가리키는 이름 국어사전에 못 실을까요. 국어학자는 솔방울 하나만 알아보니 솔방울만 국어사전에 싣고, 잣방울과 오리방울은 국어사전에 안 실을까요. 솔꽃이 퍼뜨리는 가루는 솔꽃가루입니다. 송화가루가 아닙니다. 국어학자들이 풀학자와 나무학자 손을 잡고, 아니, 국어학자들이 시골 할매와 시골 어린이 손을 잡고 숲마실 다니며 숲말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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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아버지는 쟁기 끌고
어머니는 호미 들며
돌멩이
하나둘
골라
울타리 쌓으니
어느새
가을

 

우리 집 보금자리에
갈바람 휑 달라붙어도
포근히
쉴 수 있어요.

 


4346.3.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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