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지점과 동네책방과 헌책방

 


  전남 순천에서 가장 오랜 역사 자랑하던 새책방 〈일광서점〉이 문을 닫는다. 그러면, 순천사람은 어디에서 새책을 장만할까. 아직 모든 새책방이 문을 닫지는 않았으니, 다른 책방으로 나들이 가면 될 테지만, 순천에서 〈일광서점〉이라는 데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는, 그만큼 사람들 발걸음이 책방하고 멀다는 뜻이다.


  책장사 하는 이들이 제대로 ‘책방에 투자를 안 해’서 책방이 문을 닫을까. 책장사 하는 이들은 책방에 어떤 투자를 해야 하고, 책방에 투자를 한다면 이 돈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지역에서 오래도록 사람들한테 책숨 불어넣던 책방들이 수없이 문을 닫았다. 이런 자리마다 교보문고 지점이나 영풍문고 지점이 들어서곤 했다. 요즈음에는 알라딘 지점이 곳곳에 생긴다. 참 빠르게 곳곳에 퍼진다. 큰도시인 부산 대구 울산 광주 같은 데뿐 아니라, 작은도시인 부천 전주 같은 데까지 알라딘 지점 여는 모습을 보노라니, 전라남도 순천에까지 알라딘 지점 열 수 있겠다고 느낀다.


  순천에 알라딘 지점이 들어선다면, 순천사람한테 좋거나 반갑거나 즐거운 일 될까? 순천에 교보문고 지점이 들어서면, 이런 지점이 순천사람 책삶 북돋우는 구실을 맡을까?

  순천에는 헌책방이 꼭 한 군데 있다. 〈형설서점〉이다. 시외버스역 가까이에 큰 매장 하나 있고, 순천 기적의도서관 옆에 예쁘장한 매장 하나 더 있다. 순천사람한테 가장 순천스럽게 책내음 나누어 주는 데라면, 5월 10일에 문을 닫는 새책방 〈일광서점〉하고, 씩씩하게 책살림 잇는 헌책방 〈형설서점〉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새책방은 자꾸자꾸 문을 닫는다. 시골사람이건 작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건, 책방마실을 하며 책을 사기보다는 인터넷 켜고 책을 산다. 몸으로 느끼는 책이 아니라, 손에 쥐기만 하는 책이 된다.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기에 알라딘 지점이 자꾸자꾸 전국 곳곳에 문을 열 수 있는가? 사람들이 책을 덜 좋아하기에 전국 곳곳 크고작은 책방들 자꾸자꾸 문을 닫고 마는가? 교보문고 지점은, 알라딘 지점은, 어떤 책을 다루어 어떤 사람들한테 어떤 책을 읽히려 하는가? 4346.5.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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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읽기

 


  아이들 데불고 다니면, 아이들 얼굴 보는 일이 책읽기이지. 읍내에 마실을 가더라도 책 하나 가방에 늘 챙기기는 하지만,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한 쪽이라도 펼칠 수 있는 겨를은 좀처럼 안 난다. 고흥에서 서울까지 네 시간 반 시외버스를 달리는 동안 읽으려고 책 서너 권 챙겼으나, 아이들이 버스에서 한숨조차 안 자면서 이리 구르고 저리 엉기며 노느라 몇 쪽 읽다가 덮는다. 참말, 아이들과 다닐 적에는 아이들 얼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다. 그래, 아이들과 다닐 때에는 아이들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이들 눈빛과 몸짓과 목소리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책을 읽을밖에 없다. 4346.5.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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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아파트

 


  어린이날 맞이해서 고흥에서 일산까지 찾아온다. 내가 혼자 두 아이 데리고 나서는 마실길이다. 옆지기는 해야 할 공부 있어 먼저 일산으로 갔다. 순천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지 않고, 고흥읍에서 시외버스 타고 막바로 서울까지 간다. 먼저 일산으로 간 옆지기 하는 말이, 고흥에서 순천 기차역 가는 동안 길이 너무 구불구불 거칠게 달려서 힘들다 했는데, 그래서 몸이 힘들더라도 읍내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 탄다 했는데, 나도 그 길이 참 내키지 않다. 기차를 탈 때에 버스를 탈 때보다 훨씬 낫지만, 아이들과 시외버스에서 네 시간 반 견디어 보기로 한다.


  네 시간 반 동안 잘 달린 아이들하고 전철을 탄다. 전철에서 용케 자리를 얻는다. 대화역까지 가는 전철 아닌 구파발까지 가는 전철이기 때문일까. 어린이날 맞이해 웬만한 사람들 자가용으로 움직이기 때문인가.


  아이들 몸을 달래 주려고 연신내역에서 내려 한 시간 즈음 쉬고는, 택시를 불러 일산으로 넘어간다. 서울 시내 벗어난 택시가 고양시에 접어들 무렵, 예전에는 논밭 또는 숲이나 멧자락이었을 데를 어마어마하게 파헤치고는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이름 붙는 아파트를 한창 짓는 모습 본다.


  나라에서 짓는 아파트인 ‘보금자리 주택’은 참말 보금자리가 될까. 보금자리라는 이름 붙는 아파트는 앞으로 몇 해쯤 저 자리에 버틸 수 있을까. 쉰 해쯤 안 허물고 버틸 수 있는가.


  온통 아파트 무더기인 일산에 새로운 아파트 무더기 서는구나. 이런 도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 모르겠는데, 아파트를 지어야 해서, 아파트 곁에 새 아파트 자꾸자꾸 세우더라도, 사람들 숨통 트게 숲을 손바닥만큼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 빈다. 크고작은 숲 모두 밀어 없애며 아파트만 지어대면 사람들 어찌 사나. 숲 한 뙈기 없는 마을이 어떤 보금자리 될 수 있나. 4346.5.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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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버스

 


멧등성이 구비진 길목에서
군내버스 기다린다.
봄볕 받으며 풀밭에서 뛰놀다가
버스 앞머리 보일 때
아버지가 동생 안고
손을 흔든다.

 

버스 아저씨가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보고도 그냥 지나가려는지
멈추는 듯 다시 달리려는 듯
오락가락하다가 멈춘다.
아버지가 내 손을 잡는다.
“자, 달리자.”

 

저 앞에 선 버스에서
할머니 두 분 내려
우리한테 마주 달려온다.

 

할머니 한 분 가방 받아 주고
할머니 한 분 내 손 잡아 주며
싸게싸게 버스 타자고 재촉한다.

 

“거그 버스 서는 데 아닌디
  아이들 있어 세워 주오.
  거그 말고 저 밑에 다른 데서 타야지,
  거그는 위험해서 안 서요.”

 

아버지는 버스 아저씨한테
꾸지람 듣고
할머니들은 깔깔 웃는다.
 “오늘은 자전거 안 타고
   버스 타고 다니오.”

 

우리 사는 동백마을 보일 즈음
단추를 삐이 누른다.
할머니들 또 웃는다.
 “어메, 저그 집인 줄 아나 보네.
   근디 너무 빨리 눌렀다.
   좀 더 가서 저그서 눌러야 하는디.”

 


4346.4.1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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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맞이해

일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뵈러 왔다.

아침 여덟 시에 아이들 깨워 집을 나서서

저녁 다섯 시 사십 분에 닿다.

 

아이들아, 애 많이 썼다.

잘 놀고 잘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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