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렁

 


  헌책방 책시렁 한쪽에 꽃병 있고, 꽃병에는 노란 꽃송이 빛난다. 아주 조그마한 틈을 내어 꽃병을 놓으니, 책시렁은 어느새 꽃시렁 된다.


  들풀 한 포기 뿌리를 내려 들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자리는 아주 조그맣다. 한 평이나 반 평이나 0.1평조차 아닌, 손바닥만 한 땅뙈기나 손가락 하나만 한 땅조각마저 아닌,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틈이 있으면 들풀이 자라서 들꽃을 피운다.


  책시렁 한쪽 꽃병 놓으며 노랗게 꽃빛 드리우는 자리는 아주 조그맣다. 아주 조그마한 자리 하나에서 꽃빛이 맑고, 꽃빛이 책마다 스며들어, 헌책방 나들이 누리는 사람들한테 새 빛살 베푼다. 4346.5.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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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08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고, 책시렁에 노란 꽃병이 놓여 있는 헌책방 사진도
참 좋습니다. ^^ 마음에 그득하게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3-05-09 01:31   좋아요 0 | URL
사람들 마음 한켠에 늘 고운 꽃 피어나기를 빕니다
 

[당신은 어른입니까 20] 도서관읽기
― 책은 어떻게 건사하면 아름다울까

 


  도서관은 책을 두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도서관 건물 한 번 지으면, 더는 새 건물 안 늘리기 일쑤예요. 책을 둘 자리 넉넉하게 늘리지 못해요. 도서관은 책을 두는 곳이지만, 책을 버리는 곳이 됩니다. 새로운 책을 꾸준히 사들이자면, 그동안 사들인 책을 꾸준히 버려야 해요.


  도서관은 책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 퍽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 없는 도서관은 없겠지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드문드문 찾는 책이라든지 어쩌다 한 번 찾는 책이 있는 도서관은 퍽 드물어요. 대출실적 적은 책을 꾸준하게 버려야, 사람들이 새로 찾는 책을 장만해서 갖출 수 있거든요.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에서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참 힘듭니다. 아직도 아주 많은 도서관은 책을 읽기보다는 수험공부 하는 데로 여깁니다. 책을 읽기 좋도록 건물을 짓거나 꾸미거나 고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들 스스로 책을 읽으려는 마음이라기보다 수험공부 하려는 데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애써 아름답게 도서관을 지어 책을 읽기 즐거운 터로 꾸몄어도, 사람들 스스로 아름다운 마음 빚지 못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 못합니다.


  도서관은 책을 사랑하는 곳입니다. 그런데요, 이 나라에서는 도서관이 책을 사랑하도록 북돋우는지 이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몸가짐과 책을 다루는 손길을 보여주거나 알려주는 도서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사람들 손길 타는 책’이 튼튼하도록 껍데기를 두껍게 댄다든지 테이프를 바른다든지 해요. 책마다 딱지를 붙이고 번호와 숫자를 매겨요. 책마다 도장을 찍고 ‘훔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붙여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해 보곤 합니다. 책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될까 하고. 책에 이렇게 덕지덕지 지저분한 짓을 해도 될까 하고.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도록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어떻게 만지고 넘기며 책을 어떻게 건사해야 하는가를 차근차근 가르쳐야지 싶습니다. 이런 장치 저런 딱지 붙인대서 책을 안 도둑맞지 않아요. 이렇게 도장을 찍고 저렇게 테이프를 발라야 ‘어느 도서관 책’이라고 널리 보여주지 않아요.


  도서관은 책을 배우는 곳입니다. 그래, 도서관은 책을 배우는 곳이지요. 그래, 도서관은 책이 어떠한 숨결이요 삶이며 마음인가를 배우는 곳이지요. 그러면, 우리 도서관은 사람들한테 책이 무엇인가 하고 가르치나요. 우리 도서관은 사람들한테 책으로 어떤 삶 짓거나 일구거나 가꿀 수 있는지를 어떻게 가르치나요. 우리 도서관은 사람들한테 책 하나에 깃든 꿈과 사랑과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가르치나요.


  작은도서관을 떠올려 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서울 한복판에 커다란 건물로 서는 모습 말고, 국립중앙도서관이 서울 곳곳에 조그마한 ‘책집’으로 깃드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골목도서관을 헤아려 봅니다. 시립도서관이든 군립도서관이든 골목골목 조그마한 살림집에 스며들어 책집이 되면서 잠집(게스트하우스) 구실까지 맡는, 살가운 책터 하나 헤아려 봅니다.


  골목집 한 곳을 정갈하게 꾸며 책 만 권씩 건사한다면, 골목집 백 곳을 마련하면 책 백만 권 너끈히 거느립니다. 골목집 천 곳을 마련하면 책 천만 권 알뜰히 거느리겠지요. 인터넷이 발돋움한 오늘날은 인터넷으로 ‘어느 책이 어느 골목도서관에 있는가’를 쉬 알아볼 수 있으니, 굳이 커다란 건물로 있는 큰 도서관으로만 가지 않아도 됩니다. 책을 알맞게 나누어 백 군데나 천 군데로 나누어 놓으면, 사람들은 즐겁게 골목마실 누리면서 책마실 빛낼 만합니다. 조용하고 사랑스러운 골목도서관에서 느긋하며 한갓지게 책을 누리면서 책삶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골목도서관은 골목도서관 있는 동네에서 지킬 수 있어요. 골목동네 사람들이 골목도서관을 스스로 돌보며 가꿉니다. 꼭 사서자격증 있어야 ‘골목도서관 책지기’를 할 수 있지 않아요. 사서자격증 아닌 ‘골목동네 사랑하는 마음씨’ 있는 슬기롭고 착한 사람을 ‘골목도서관 책지기’로 두면 돼요. 이렇게 하면, 골목도서관 책지기는 일흔 살 할아버지가 맡을 수 있고, 열다섯 살 푸름이가 맡을 수 있습니다. 책을 참답게 아끼고 사랑하는 누구라도 도서관 책지기 될 수 있지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책을 건사하고 돌보고 살피고 헤아리고 나누는 몫을 맡습니다. 십진분류법이라든지 무슨무슨 학문을 갈고닦은 사람이 일할 도서관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돌보는 꿈을 꾸는 사람이 일할 도서관입니다. 이때에 시나브로 책사랑이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이때에 바야흐로 책날개 온누리에 팔랑이면서 ‘책으로 나누는 문화’ 곱게 크리라 생각합니다. 4346.5.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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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 기와장이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3
유다정 지음, 권문희 그림 / 사파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64

 


아름다움을 꿈꾸는 삶
― 동에 번쩍
 권문희 그림,유다정 글
 사파리 펴냄,2007.9.5./9800원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날마다 마음속에 ‘아름다움’이라는 생각 한 줄기 담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적부터 아름다움을 생각합니다. 낮에 일하는 동안 아름다움을 되새깁니다. 저녁에 잠들면서 아름다움을 새삼스레 꿈꿉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아름다움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몸과 마음 모두 아름다움으로 물들어요.


  그런데,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겉모습이나 얼굴이나 몸매를 이쁘장하게 치레하는 일이 아름다움일까요. 돈을 많이 벌 때에 아름다움일까요. 이름값을 높이거나 졸업장·자격증 많이 거머쥘 때에 아름다움일까요. 옷을 잘 차려입거나 까맣고 큰 자가용 몰 때에 아름다움일까요. 어떤 모습이 아름다움일까요.


  눈으로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귀로도 아름다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코로도 아름다움을 맡고, 살갗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푸르게 빛나는 잎사귀를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마주합니다. 사락사락 물결치듯 노래하는 바람과 풀잎을 귓결로 느끼며 아름다움을 떠올립니다. 해맑은 꽃망울 살며시 건드리면서 아름다움을 만납니다.


  잘 차려입은 옷차림이나 잘 가꾼 몸매는 눈을 살짝 감으면 아무것 아닙니다. 크고 까만 자가용이라든지 곁에 딸린 심부름꾼 또한 눈을 가만히 감고 귀를 살며시 닫으면 아무것 아닙니다. 졸업장도 자격증도 이와 같아요. 은행계좌이든 지갑 부피이든 이와 같습니다. 몸이 아파 드러누운 사람한테 돈벌이란 무엇이요, 돈쓰기란 또 무엇이 될까요. 갓난쟁이한테 주식투자란 무엇이며, 연금이나 보험이란 무엇이 되나요.


  삶을 볼 수 있으면 사랑을 볼 수 있고, 사랑을 살그마니 보면서 아름다움 또한 살그마니 봅니다. 삶을 아낄 수 있으면 사랑을 아낄 수 있고, 사랑을 찬찬히 아끼면서 아름다움 또한 살그마니 아낍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아름다움 한껏 누리며 삽니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면서 내 곁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아름답게 어루만지는 하루를 빚습니다. 아름다움을 꿈꾸면서 내가 할 일을 즐겁게 찾습니다. 아름다움을 나누면서 내가 걷는 이 길을 슬기롭게 다스립니다.


.. 동에번쩍은 노인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어. “어?” 오래전 자기를 태어나게 해 준 바로 그 아저씨였던 거야 ..  (6쪽)

 

 

 


  권문희 님 그림과 유다정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동에 번쩍》(사파리,2007)을 아이들과 읽으며 생각합니다. 늙은 기와장이가 한창 젊을 적에 구워서 얹은 기와 한 장하고 얽힌 이야기를 살살 풀어냅니다. 늙어 몸져누운 기와장이는 한창 젊을 적에 기와를 구우면서 즐겁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언제나 웃으면서 일했습니다. 기와로 구울 흙을 찾으면서, 흙을 살피면서, 흙을 만지면서, 기쁘며 밝은 마음 되어 어떤 기와 한 장 빚을는지 꿈꿉니다. 그리고, 이녁이 굽는 기와에 이름을 붙입니다. 이녁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이름 하나 붙입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아름다움을 생각합니다. 기쁘게 노래하면서 사랑을 나눕니다. 이리하여, 도깨비 기와 한 장에서 도깨비 넋 하나 태어나고, 도깨비 넋 하나는 사람들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면서 재미나게 새 삶 빚습니다.


.. “고맙고 고마운 우리 아저씨, 뜨겁게 가마 달구느라 잠 못 자고 고생했으니 열 냥! 가슴에 품어 따뜻한 혼을 불어넣어 주었으니 열 냥!” ..  (17쪽)


  어느 분이 쓴 시나 소설이나 산문이 아니더라도, 이름을 불러 줄 때에 서로서로 한껏 빛납니다. 이름 몇 글자 아무개, 하고 불러도 빛나지요. 그런데, ‘사람’이라 불러도, ‘동무’나 ‘벗’이라 불러도, ‘이웃’이라 불러도, ‘옆지기’라 불러도, ‘일꾼’이나 ‘살림꾼’이라 불러도, ‘아이’라 불러도, ‘어버이’나 ‘아버지’나 ‘어머니’라 불러도, 따사로운 숨결 몽실몽실 자랍니다. 들꽃 이름을 잘 모른다고요? 그러면 ‘들꽃’이라 하거나 ‘꽃’이라 하셔요. 나무 이름을 잘 모른다고요? 그러면 ‘나무’라 하거나 ‘숲나무’라 하거나 ‘마을나무’라 하셔요.


  내 가슴속에서 가장 따사롭고 넉넉하게 피어나는 이름을 떠올리면서 불러요. 내 가슴속에서 가장 즐겁고 환하게 빛나는 이름을 되새기면서 불러요.


  어떤 틀에 맞추어 부르는 이름은 없어요. 어떤 얼거리에 따라 짜야 하는 이름은 없어요. 어버이는 아이한테 이름 하나 지어 베풀지요. 아이는 스스로 자라면서 제 이름을 새롭게 하나 짓지요. 아이를 둘러싼 이웃이나 동무는 아이를 바라보며 재미있고 살가운 이름 하나 새롭게 붙이지요.


.. “동에번쩍아, 너였구나! 고맙다. 맛있게 먹으렴.” 아저씨는 담장 위에 메밀묵 한 그릇을 올려놓았지 ..  (33쪽)

 


  아름다움을 꿈꾸는 삶일 때에 아름답게 주고받을 이름을 얻습니다. 아름다움을 꿈꾸는 삶일 때에 스스로 가장 빛나는 하루를 누립니다.


  대통령이라야 아름다운 하루 아닙니다. 볍씨를 심고 씨감자를 묻을 때에도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마늘쫑을 뽑고 미나리를 뜯을 적에도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밥을 지으면서, 아이들 기저귀를 갈고 몸을 씻기면서, 제비 노랫소리를 듣고 개구리 울음소리 들으면서, 언제나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자가용 하루쯤 내려놓아요. 버스나 전철도 하루쯤 멀리해요. 두 다리로 걸어요. 천천히 걸어요. 내 보금자리부터 내 일터나 배움터로 아침저녁으로 걸어서 다녀요. 내 좋은 벗 만나러 마실을 가는 길에 자가용이든 버스이든 전철이든 타지 말고,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어가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든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 가든, 이 아이들 자가용으로 태우지 말고, 버스나 전철도 타지 말라 해 보아요. 아이 스스로 두 다리 씩씩하게 걸어서 다니라 해 보아요.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아름다움을 봅니다. 보금자리를 사랑하고, 마을을 사랑하며, 지구별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집과 마을과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꿈을 아름답게 일굴 수 있습니다. 4346.5.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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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건널목 달려

 


  많이 어린 산들보라는 도시에서 널따란 건널목을 혼자 건너기 쉽지 않다. 시골에서만 지내느라 건널목 볼 일조차 없기도 하지만, 여섯 살 누나는 건널목쯤이야 척척척 걷거나 달려서 건너는데, 세 살 산들보라는 영차영차 달려야 비로소 다 건넌다. 아버지 손을 잡고 건너면 조금 더 빠를 테지만, 너도 누나처럼 혼잣힘으로 네 두 다리로 건너고 싶지. 4346.5.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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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는 책읽기

 


  골목걷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찻길만 걸어야 한다면 발바닥이 아프고 다리가 결리며 몸이 고단하다. 그러나, 스스로 좋은 마음 불러일으켜 즐겁게 걸을 수 있다. 스스로 좋은 생각 길어올려 곱게 걸을 수 있다.


  지난날 사람들은 짚신을 신거나 나막신을 신었다. 지난날 사람들은 맨발로 스스럼없이 살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찻길을 맨발로 다니기 힘들다. 아니, 도시 한복판에서 맨발로 다녀 보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깔창과 바닥 두껍게 댄 구두나 신을 신을 수밖에 없다. 발바닥이 땅을 느끼지 않고, 발과 손과 몸이 흙을 느끼지 못한다. 길은 걷지만, 발이 숨을 쉬지 못한다. 길을 걷더라도, 몸이 지구별을 널리 품지 못한다.


  높디높은 시멘트 층집이 빽빽이 선 곳은 사람이 걸을 수 없는 데이다. 높디높은 시멘트 층집이 빽빽이 선 곳은 자동차만 싱싱 달리는 곳이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동네는, 도시에서 골목동네뿐이다. 지붕 낮은 집들이 앙증맞게 어깨를 겯는 골목동네에도 자동차 오가거나 자동차 서서 사람들 걷기 힘들도록 가로막기는 하지만, 작은 집들이 서로 보듬으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막고 차가운 바람을 가리며 포근한 햇살을 나눈다.


  도시사람이 골목을 걷자면, 맨 먼저 자동차가 사라져야 한다. 자동차가 사라지는 길은 굳이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안 깔아도 되니, 흙땅이나 풀숲이 살아날 수 있다. 흙땅이나 풀숲이 살아나면, 텃밭을 일굴 만하고 들풀 뜯을 만하다. 이런 곳에는 나무씨앗 한 톨 두 톨 드리우며 들나무 한두 그루 씩씩하게 자랄 테지.


  골목이 차츰 숲이 되고 들이 될 때에, 이러한 골목에서 아이들 뛰놀 만하고, 어른들 도란도란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꽃 피울 수 있다. 아이들이 뛰놀면서 어른들이 까르르 웃고 어울리는 골목일 때에, 비로소 누구나 즐겁게 거닐면서 생각을 빛내는 길이 된다. 4346.5.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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