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쓰기
― 다른 사람 사진을 얻을 때에

 


  사진을 한 장 찍기까지 사진쟁이 한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헤아려 본다. 아마, 사진기가 있어야 사진을 찍는다고 여기겠지. 그런데, 사진기가 있기 앞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있자면, 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곧,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사진기가 있어도 사진을 못 찍는다. 이야기를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오지 못한 사람은, 사진기 있고 ‘무엇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품더라도, 스스로 즐겁고 아름답게 사진을 찍지 못한다.


  곧, 사진길 걷는 사람으로서 맨 먼저 갖출 대목은 삶이다. 스스로 즐기고 사랑하는 삶이 있어야 한다. 이런 다음에, 이녁 삶을 사진으로 나타낼는지 글로 나타낼는지 노래나 춤으로 나타낼는지, 아니면 조용히 살림 꾸리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하루하루에 살며시 나타낼는지 하고 가눌 수 있다. 삶이 있어 이야기 있은 뒤, 생각을 추스르고 나서 사진기를 장만했으면,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려는지 디지털파일로 사진을 찍으려는지 가눈다. 어떻게 남길 사진을 찍으려 하는가를 가누었으면, 사진기 다루는 법을 익힌다. 사진기 다루는 법을 살뜰히 익힌 뒤에는, 바지런히 사진마실을 누린다. 집에서 아이들 찍는 사진일 때에도, 부엌과 방과 마당과 이웃집 바지런히 오가며 사진마실 누린다. 어떤 사진이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마실을 누린다.


  꾸준히 사진마실을 누리면서 사진을 한 장 두 장 찍으면, 어느새 사진이 모인다. 이렇게 모인 사진으로 새삼스레 ‘사진 이야기’ 한 타래 빚는다. 사진 이야기를 한 타래 빚으면, 둘레에서 내 사진을 알아보기도 하고, 둘레에서 내 사진을 알아볼 때가 되면, 나한테서 사진을 얻고 싶다는 사람이 나온다.


  신문이나 잡지나 매체에서 사진을 얻고 싶다면서 나한테 찾아오면, 나는 그동안 찍은 사진 가운데 몇 가지 추려서 보여주겠지. 그러니까, 누군가 사진쟁이 한 사람한테서 사진 한 장 얻는 일이란, 사진쟁이 한 사람이 살아낸 기나긴 나날과 오랜 다리품과 깊은 사랑과 꿈 가운데 한 자락 얻는 셈이다. 사진 한 장 달라고 섣불리 바랄 수 없는 노릇이다. 사진 한 장 얻었으면 마땅한 값을 치를 생각이 있어야 한다. 사진값 치를 생각 품지 않고서 함부로 사진을 보여 달라 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사진 한 장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톡톡히 사진값을 치러야 마땅하다. 사진 한 장 보여주려고 ‘여태껏 찍은 사진 가운데 몇 장 추리기’까지 또 오랜 손품을 들이고 마음을 쓰며 말미를 내야 했으니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 사진을 얻으려는 이들이 ‘사진쟁이 한 사람 삶과 생각과 사진’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듯하다. 사진 한 장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남한테 보여주면서 빌려주거나 팔 만한 사진은 하루아침에 짠 하고 태어나지 않는다. 사진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찬찬히 헤아린 이들은 사진쟁이한테서 사진 한 장 얻을 때에 알맞게 값을 치르려고 애쓴다. 사진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슬기롭게 헤아리지 못한 이들은 사진쟁이한테 우악스레 사진을 달라고 바란다.


  다시금 생각한다. 시인한테 시 한 가락 써 달라고 함부로 바랄 수 있는가. 작곡가한테 노래 하나 써서 달라고 함부로 바랄 수 있는가. 요리사한테, 또 집살림하는 이한테 밥 한 그릇 차려 달라 바라면서 한번 기다려 보자. 밥 한 그릇 차리기까지 얼마나 품을 들여야 하는가. 밥을 할 먹을거리를 미리 저잣거리에 가서 장만해야 하고, 먹을거리를 손질해야 하며, 지지고 볶고 끓이고 데치고 무치고 버무리면서 적잖이 품을 들여야 한다. 밥 한 그릇 얻어먹으며 밥값 안 치러도 즐거운가? 그러니까, 밥 한 그릇 대수롭지 않으니, 사진 한 장 거저로 얻어 써도 대수롭지 않은가? 시인한테서 시 한 가락 거저로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시골 흙일꾼한테서 무 한 뿌리나 배추 한 포기나 쌀 한 줌 거저로 얻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바닷가 고기잡이한테서 물고기 한 마리 거저로 얻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4346.5.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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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강아지 책읽기

 


  빨래터에서 놀던 작은아이가 뽀지직 똥을 눈다. 빨래터 한쪽 귀퉁이를 똥으로 물들인다. 치워야 한대서 큰아이가 집으로 달려와 밀솔을 가져간다. 방에 드러누워 허리를 펴다가 일어난다. 빨래터로 가는 길에 길바닥에서 땅강아지 한 마리 본다. 땅강아지는 사람 발자국 소리 듣더니 얼른 앞발로 땅을 파서 숨으려 하는데, 시골 길바닥도 시멘트로 덮였으니 파일 턱 없다. 가냘프고 딱한 땅강아지는 이리 기어가다가 땅을 후비는 시늉 하고 저리 기어가다가 땅을 파헤치는 손짓을 한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살며시 쥐어 흙바닥으로 된 논둑에 내려놓는다. 땅강아지는 비로소 한숨을 쉬며 제가 깃들 자리를 찾는 듯하다. 얘야, 시골마을이라 해서 네가 숨거나 깃들 흙땅 변변하게 없어. 마을로 내려오지 말고 숲으로 올라가렴. 깊고 깊으며 깊은 숲속에서 깃들어 지내렴. 사람들이 맨발로 다닐 수 없는 마을자락에서는 너, 땅강아지 살 보금자리 없단다. 4346.5.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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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제비꽃 책 하나 느낌글 쓰면서 지성사 네이버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산사의 숲>이라는 책이 열 권으로 마무리되면서 상자에 깃든 책꾸러미 나왔다는 소식을 본다. 곰곰이 들여다본다. 숲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책이 이렇게 열 권이 되도록 꾸준하게 나왔구나. 다른 어느 소설보다도, 시보다도 아름다운 이야기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상자책으로 열 권 묶어 17만 원이라. 글쓴이나 엮은이가 들인 품을 헤아리면 17만 원은 참 값싸다. 즐겁게 꿈꾸면서, 이 상자책 장만할 돈을 찬찬히 모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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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숲 시리즈 세트 - 전10권
김재일 지음 / 지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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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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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유기억 글, 장수길 사진 / 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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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58

 


제비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
―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유기억 글,장수길 사진
 지성사 펴냄,2013.4.1./3만 원

 


  제비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제비꽃을 사랑하고 제비꽃을 아끼며 제비꽃 살아가는 터를 숲내음 물씬 흐르는 고운 보금자리로 일굴 줄 아는 사람이겠지요. 그러면, 퍽 쉽게 헤아릴 만할 텐데, 감자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은, 매화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배추꽃이나 유채꽃이나 붓꽃이나 부추꽃이나 능금꽃이나 등꽃 가장 잘 찍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굳이 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누구라도 스스로 알아차리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덧붙인다면, 아이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 누구일까요? 골목길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 누구일까요? 도시와 아파트와 현대문명 가장 잘 찍는 사람 누구일까요? 달동네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이나 오일장이나 저잣거리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 누구일까요?


  어려운 물음 아닐 테지요. 참 쉬운 물음일 테지요. 아이를 낳고 돌보는 어버이라면, 어버이 아닌 삶이지만 아이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이 사진 참 잘 찍습니다. 첫째이냐 둘째이냐 하고 가를 수 없이 누구나 아이 사진 잘 찍습니다.


  골목동네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골목동네 골목길 예쁘게 잘 찍습니다. 골목동네에서 태어나지도 살지도 않더라도, 골목이웃 사귀면서 골목동무 좋아하는 삶 누리고, 언제나 골목삶 어깨동무하듯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골목 사진 해맑고 어여쁘게 잘 찍어요.


  어떤 사진이든 이와 같아요. 스스로 어떤 삶이요 어떤 마음이며 어떤 사랑인가에 따라 다릅니다. 또한, 사진찍기 아닌 글쓰기에서도 이와 같습니다. 사진과 글을 넘어, 공부와 학문과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노동에서도 이와 같아요. 스스로 어떤 몸가짐인가에 따라 달라져요. 스스로 어떤 넋이 되고 어떤 꿈을 품는가에 따라 하루하루 바뀌지요.


.. 산자락에 도착한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40여 명의 등산객은 거의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 등산복만 제대로 갖춰 입으면 산을 제대로 즐기는 것일까. 산을 오르는 목표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연을 벗 삼아 눈을 즐겁게 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자 멋인 것 같다 … 무작정 정상을 향해 오르지 말고 주변을 살피며 산을 오르다 보면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 필름 한 장이라도 아끼려고 엎드렸다 쪼그려 앉기를 수십 번 반복하며 정성을 다했던 때도 있었는데,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된 지금은 셔터를 수없이 반복해 눌러 찍어 그중 한 장만 건져도 성공이다. 오히려 사진 정리가 더 어렵고 번거로워, 자료를 쌓아 놓지 않으려면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  (24∼25, 129쪽)


  사진을 가장 잘 찍는다는 말은, 스스로 사진을 누릴 줄 안다는 뜻입니다. 내가 남보다 뛰어나서 가장 잘 찍는 사진은 아닙니다. 나는 내 삶을 누리기에 내 삶을 사진으로 ‘가장 잘’ 찍을 사람은 오직 나 하나라는 뜻입니다. 내 삶은 내가 가장 잘 찍지, 내 옆지기도 내 아이들도 가장 잘 찍을 수 없습니다. 곧, 내 옆지기 사진은 내 옆지기 스스로 ‘가장 잘’ 찍을 수 있을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옆지기 삶을 가장 잘 찍어서 보여주지 못해요. 다른 사람이 내 옆지기 사진을 찍는다면, ‘다른 사람인 이녁 넋과 눈길과 삶’에 맞추어 바라본 모습입니다. 옆지기 넋과 눈길과 삶으로 돌아보거나 헤아리는 모습이 아닙니다.


  내가 우리 집 두 아이를 사진으로 담을 때에도 이와 같습니다. 나는 ‘내가 낳아서 돌보는 아이’ 모습을 가장 잘 찍을 뿐입니다. 내가 찍는 우리 아이들 사진이란 ‘아이들이 저마다 일구는 삶’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일구는 삶을 가장 잘 찍을 사진이란, 바로 아이들 스스로 손에 사진기를 쥐어 스스로 찍을 때에 얻습니다. 나는 그저 어버이로서,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벗으로서, 아이들 놀이와 웃음과 꿈을 지켜보는 길동무로서, 이 아이들 모습을 다른 사람보다 오래도록 한결같이 꾸준히 내내 마주하며 사진으로 찍을 뿐입니다.

 


.. 서로 할 말이 없어 방안이나 거실은 겨울철 얼음장 같은 차가움과 정적만이 흐른다. 바보상자로 불리는 텔레비전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다. 빠르고 쉽게 뉴스를 접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인기 있는 드라마 한두 편이면 가족 간의 대화는 뒷전이 된다. 설령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의 옷, 신발, 악세서리 같은 그들의 스타일에 관한 것이 되기 십상이다 … 식물분류학을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시골에서 자란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것저것 알고 있던 것도 많았고, 채집을 가거나 현장조사를 나가서 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상황 이해가 빨라서인지 머릿속에 쉬이 저장되었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식물 이름은 남들보다 빨리 외웠던 것 같다 ..  (41, 137쪽)


  유기억·장수길 두 분이 일군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지성사,2013)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생물학을 배우고 식물분류학을 파고드는 두 분은 학문을 하면서 언제나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제비꽃 한 가지를 깊이 들여다보더라도 제비꽃과 얽힌 글을 써야 하며, 제비꽃을 보여주는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곰곰이 지난날을 헤아려 봅니다. 아직 사진이 널리 퍼지지 않던 지난날 식물학을 하거나 꽃과 풀과 나무를 살피는 학자들은 어떻게 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지난날 식물학자라면 글과 그림을 했겠지요. 이녁이 파헤치는 꽃과 풀과 나무 이야기를 글로 쓰는 한편, 그림으로 찬찬히 밝혀서 보여주는 길을 걸었겠지요.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귀로 소리를 듣고 살갗으로 느끼는 모든 이야기를 손으로 차근차근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겠지요.


  오늘날 식물학자 가운데에도 그림을 꾸준히 그리는 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식물학자라면 누구나 사진을 함께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진기자나 사진작가 못지않게 여러 사진장비 갖추어 사진 숱하게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식물학자 스스로 가장 마음에 찰 때까지 쉬잖고 사진을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표본을 모으려고 여러 장비를 챙겨 잔뜩 무거운 베낭에 세발이와 여러 사진장비까지 아울러 갖춰 높고낮은 멧골을 타고오르는 한편,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풀과 꽃이 말라서 비틀어지기 앞서’ 표본을 갈무리하고, 또 이듬날 새벽에는 새벽에 이슬 맞고 봉오리 벌리기 앞서 어떤 모습인가를 사진으로 담으려고 졸린 눈 비비며 길을 나서리라 생각합니다.


  꽃 좋아하는 분들도 꽃 사진 아리땁고 훌륭하게 찍을 테지만, 꽃을 파헤치는 학자들도 꽃 사진 아리땁고 훌륭하게 찍으리라 느낍니다. 어쩌면, 꽃을 파헤치는 학자들은 ‘아리땁고 훌륭하게 찍는 사진’을 넘어 다른 누리 다른 갈래 다른 숨결 보여주는 사진을 찍는다 할 수도 있으리라 느낍니다.

  숲에서 찍는 사진을 생각해 봅니다. 시골에서 찍는 사진을 생각해 봅니다. 공장에서 찍는 사진을 생각해 봅니다. 집회나 시위를 하는 자리에서 찍는 사진을 생각해 봅니다.


  사람마다 찍는 사진이 다릅니다. 숲을 자주 찾는 사람과 숲을 처음 찾는 사람은 숲에서 찍는 사진이 다릅니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았어도 서로 찍는 모습과 느낌과 빛과 이야기가 다릅니다. 시골에서 흙바닥에 엎디어 일하는 할매 할배 모습 찍는 사진도 그래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이가 사진기 들어 사진 찍을 때랑, 도시에서만 지내던 이가 시골로 처음 와서 사진 찍을 때랑, 시골에서 시골일 하며 살아가는 이가 사진 찍을 때, 세 가지 사진이 같거나 비슷할 수 없습니다. 다 다른 삶 다 다른 생각 다 다른 삶결 묻어나는 사진이 나옵니다.


  공장 일꾼 헤아리는 마음결 따라, 공장 일꾼 찍는 사진이 다릅니다. 공장과 개발과 도시와 문명과 사회를 헤아리는 생각밭 따라, 공장 모습과 공장 둘레 찍는 사진이 다릅니다. 노동권과 노동법과 노동자 삶과 권리와 현실과 현장을 헤아리는 눈썰미에 따라, 집회나 시위를 찍는 사진이 다릅니다.

 

 


..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선제비꽃 자생지 주변의 밭을 일구면서 밭둑이 무너져 그 주변에 있던 개체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 채집한 식물은 상하면 안 되기 때문에 표본이 든 자루는 보물단지 모시듯 해야 한다. 그렇게 중무장을 하고 열 시간 이상 산을 헤매다 숙소로 돌아오면 이미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적어도 두세 시간 이상은 채집해 온 표본을 정리해야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다 ..  (49, 138쪽)


  이렇게 찍은 사진이 옳고, 저렇게 찍은 사진이 그르다 할 수 없습니다. 모두 다른 사진입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이렇게 살아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렇게 찍은 사진은 저렇게 살아온 사람들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나오는 일간신문 ㅈ에 실리는 사진과 ㅎ에 실리는 사진이 달라요. 왜냐하면, 신문 ㅈ과 ㅎ은 같은 사람 같은 일 같은 자리에 서더라도, 서로 생각과 마음과 뜻이 달라요.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과 뜻인 만큼, 대통령 한 사람 바라보며 찍는 사진이더라도 사뭇 다른 느낌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두 사진을 놓고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다 하며 금긋기를 할 수 없습니다.


  운동경기를 사진으로 담을 때조차 크게 달라요. 맞붙은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사람이 담는 사진, 어느 한 사람을 더 좋아하거나 아끼는 사람이 담는 사진은 사뭇 다릅니다. 운동경기 흐름과 규칙과 재미를 아는 사람과 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담는 사진은 참 다릅니다.


  시를 아는 사람이 시인을 만나서 찍는 사진하고, 시를 모르거나 알려 하지 않는 사람이 시인을 만나서 찍는 사진은 같을 수 없어요. 시골 작은학교 배움터를 찬찬히 헤아리는 사람과 하나도 모르거나 조금도 안 헤아리는 사람이 시골 작은학교 찾아가서 찍는 사진은 비슷할 수조차 없어요.


  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빛 조금씩 바뀔 적마다 ‘아!’ 하고 놀라면서 이내 사진기를 쥐겠지요. 구름을 안 좋아하거나 구름 쳐다볼 생각조차 없는 사람은 놀라지 않을 뿐더러, 구름빛을 사진으로 담을 생각이 아예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전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모습 보이면, 곧바로 사진기 들어 한 장 담고 싶은 마음 생깁니다. 책을 썩 좋아하지 않거나 아예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면, 잔디밭에 벌렁 드러누워 책으로 얼굴 가린 채 잠든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못 알아보는 한편, 이런 모습 보더라도 사진으로 담을 생각을 못 품습니다.


.. 제비꽃 종류가 있다는 말에 얼른 달려가 보니 찾고 있던 왜졸방제비꽃이었다. 꽃이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잎사귀 위로 하나씩 올라와 있는 열매가 꽃을 대신해 주었다. 줄기가 J자 모양으로 휘어져 그다지 예쁘지는 않았지만 부분부분의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사진기에 접사렌즈를 붙이고 이리저리 특징을 살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누가 보면 작품 사진이라도 찍는 줄 알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말이다 …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공하는 식물을 만나게 되면 한 번 볼 것을 두 번 보게 되고, 사진도 한 장만 찍어도 되는 것을 몇 장씩 찍게 된다. 조금만 다르게 생겨도 신기해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말 그대로 특별해지는 것이다 ..  (66, 146쪽)

 


  제비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떤 사람이 제비꽃 사진 가장 잘 찍을 수 있을까요? 어떤 마음 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제비꽃 사진 가장 사랑스럽게 찍을 수 있나요? 어떤 생각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제비꽃 사진 가장 곱게 찍을 만한가요?


  느티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니, 느티나무에 느티꽃 피는 줄 생각하면서 느티꽃 피는 봄날 기다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호박꽃뿐 아니라, 오이꽃, 수세미꽃 기다리며 곱다시 사진으로 찍으려 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호박꽃 사진, 오이꽃 사진, 수세미꽃 사진, 여기에 수박꽃 사진이나 박꽃 사진까지 곁들여, 이런저런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떤 삶 되고, 어떤 사랑 되며, 어떤 꿈 될 때에, 이러한 사진을 가장 잘 찍는다고 스스로 느낄 만할까요?


.. (남산제비꽃) 우리 이름은 남산이란 지명에서 유래되었는데 어느 곳에 있는 남산인지, 아니면 남쪽에 있는 어떤 산을 가리키는 것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 그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일부러 제주도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을 것이고, 그나마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 처음 보고된 1918년 이후 약 90여 년이나 흘렀고, 서울은 빠른 도시화로 건물이 늘고 아스팔트로 길이 덮이면서 흙을 밟을 수 없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처음 발견될 무렵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젠 식물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 버려 점점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이 된 것이다. 서울제비꽃의 자생지 분포는 대폭 수정해야 하지만 이름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이는 비단 서울제비꽃만의 일이 아니다 ..  (156, 186, 219쪽)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은 어떤 책이라 할 만할까 헤아려 봅니다. 꽃도감이라 할 만할까요. 생물학 관련 책이라 하면 될까요. 환경책 가운데 하나로 넣으면 좋을까요. 아니면, 사진책 가운데 하나로 삼아 사진비평을 받을 만한 손꼽히는 좋은 책으로 삼아도 될까요.


  사진밭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날이 갈수록 패션사진과 만듦사진 비평이 줄줄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무척 오랜 예전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일구던 ‘식물학 사진’은 거의 어떠한 사진비평도 못 받는구나 싶습니다. ‘식물학 사진’은 가끔 ‘특수 사진’ 갈래로 나누기는 하되, 꽃을 담는 사진이나 풀을 찍는 사진이나 나무를 보여주는 사진은 아예 사진비평으로 다루는 비평가나 평론가나 교수가 없구나 싶어요.


  안드레아스 파이닝거라는 분이 내놓았던 사진책 《TREES》(Rizzoli,1991)가 떠오릅니다. 안드레아스 파이닝거라는 분은 왜 나무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고 글로 여미어 사진책 하나 내놓았을까 가만히 곱씹어 봅니다. 나는 “꽃들”이라는 이름으로 사진과 글을 엮은 사진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진을 밝히는 이론이나 사조나 비평이나 해설 한 마디 없이, 오직 꽃과 얽힌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사진으로 밝히는 사진책 하나 내놓는다면, 이러한 사진책을 사람들은 얼마나 헤아리고 어떻게 마주할까 궁금합니다. “꽃들”을 이야기하는 책 하나에서 사진을 읽거나 느끼거나 만나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 사진을 찍으려고 잘생긴 놈을 골라 사진기 접안 창에 눈을 갖다 댔더니 그 속에는 잔털제비꽃이 한껏 함박웃음을 짓고 서 있었다. 잎사귀에 뽀얗게 나 있는 하얀 털은 덜 가신 추위에 대항이라도 하려는 듯이 여러 개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고 하얀 꽃잎은 눈이 부실 정도로 싱그러웠다. 이 모습을 마음 가는 대로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이고,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없으니 그저 열심히 카메라 셔터만 눌러댔다 ..  (190쪽)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을 내놓은 유기억·장수길 두 분은 이 책에 ‘사진 이야기’를 틈틈이 적습니다. 제비꽃 말하는 책을 내놓으면서 제비꽃 이야기와 나란히 사진 이야기를 적습니다. 제비꽃을 만나는 즐거움과 함께 사진을 찍는 즐거움이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제비꽃과 살아가는 기쁨이 시나브로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는 기쁨하고 하나되었다 할 만합니다. 사진길 걷는 사진작가나 사진기자 아닌 ‘식물학자’요 ‘생명학자’이면서 ‘제비꽃 학자’이지만, 어느새 ‘사진 즐김이’요 ‘사진 전문가’이면서 ‘사진쟁이’도 되었다고 할까요.


  이리하여, 유기억·장수길 두 분은 제비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이 됩니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는지 모르나, 유기억 님은 유기억 님 나름대로, 장수길 님은 장수길 님 나름대로, 이녁이 마주하는 들판 제비꽃 사진으로 담을 때에는 이녁 스스로 제비꽃 가장 잘 찍는 사람이 됩니다. 제비꽃 한살이 사랑스레 알고, 제비꽃 한삶 사랑스레 돌보며, 제비꽃 한목숨 사랑스레 지키고픈 마음이 어우러져서, 제비꽃 사진 가장 잘 찍는 사람으로 나날이 거듭나요.

 


.. 한번은 전라남도 해남 근처로 조사를 갔는데, 마을을 지나 임도를 따라 산 쪽으로 오르다가 튼튼해 보이는 제비꽃 집단을 만났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석양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윤기를 발산하며 제비꽃들이 늘어서 있었다. 임도 주변의 황토색 흙과 인근에 흩어져 자라는 다양한 초본들 사이에 무리지어 자리를 잡은 제비꽃은 바로 자주잎제비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기부터 들이밀었다. 잎에 반사되는 햇빛과 살랑이는 바람에 살짝살짝 드러내는 잎 뒷면의 자색은 마치 한 편의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해가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우리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245쪽)


  사진기를 손에 쥐면, 누구나 이녁 스스로 가장 잘 찍는 이야기 하나 만납니다. 연필을 손에 쥐면, 누구나 이녁 스스로 가장 잘 쓰는 이야기 하나 깨닫습니다. 붓을 손에 쥐면, 누구나 이녁 스스로 가장 잘 그리는 이야기 하나 헤아립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빛을 느낍니다. 바다를 내다보며 바다빛을 느낍니다. 내 짝꿍을 사랑하며 사랑빛을 느낍니다. 밭자락에서 푸성귀 뜯으면서 풀빛을 느낍니다. 냇물 한 모금 마시면서 물빛을 느낍니다.


  빛은 늘 우리 곁에 환하게 있습니다. 빛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도 우리 스스로 못 느끼거나 안 느낄 뿐이거나 우리 스스로 살갑고 따사롭게 느낄 뿐입니다. 우리 스스로 못 느낀대서 잘못이거나 어리석다 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잘 느낀대서 똑똑하거나 올바르다 하지 않습니다. 느끼면 느끼는 대로 느끼는 빛을 즐겁게 껴안아 사진으로든 글로든 그림으로든, 또 노래로든 춤으로든 몸짓으로든 누리면 돼요. 못 느끼거나 안 느끼면 스스럼없이 흐르도록 하면 돼요.


  느낄 때에 담는 빛입니다. 느낄 때에 누리는 빛입니다. 느끼면서 밝히는 빛입니다. 느끼면서 가꾸는 빛입니다.


  가슴속에서 샘솟는 빛줄기를 살펴요.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빛줄기를 스스로 맑고 밝게 보듬어요. 사진빛은 삶빛입니다. 삶빛은 사진빛입니다. 4346.5.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알라딘서재에 글을 띄우면서 '책 선물' 받은 적이 꼭 두 차례라고 느껴요. 제가 떠올리지 못해, 더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첫 번째 선물도 사진책, 두 번째 선물도 사진책입니다. 저한테 책 선물 해 주신 두 분께 고맙다는 인사 새삼스레 적습니다. 제비꽃 사진책 선물해 주신 appletreeje 님한테 한 번 더 고맙다고 인사말 남깁니다. 이 글 쓰려고 한 달 삭히고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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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1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을 자주 찾는 사람과 숲을 처음 찾는 사람은 숲에서 찍는 사진이 다릅니다.-
유기억.장수길 두 분의 빛과 넋이 담긴 제비꽃책,이 또 다시
함께살기님의 빛과 눈과 마음과 넋으로 쓰신 글로
아름다운 제비꽃으로 오늘도 방방곡곡에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군요.
저도 오늘, 제 가슴속에서 샘솟는 빛줄기 살피며 스스로 맑고 밝게 보듬으며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언제나 훌륭하시고 좋은 글 감사드리며
함께살기님! 좋은 날 되세요. *^^*

파란놀 2013-05-17 09:35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저녁까지
좋은 마음 좋은 빛
좋은 사랑 좋은 마음
즐거이 누리시기를 빌어요~
 

배우 김남주, 애 엄마 김남주

 


  배우 김남주라는 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나는 1991년부터 텔레비전을 안 보며 살았고, 1994년부터 텔레비전 없는 집에서 살았다. 얼핏설핏 다른 사람들 수다 사이에 섞인 이름으로 ‘김남주’를 듣기는 했지만, 나한테 익숙한 ‘김남주’란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자라며 시를 깨달아 시골 흙일꾼 마음으로 싯노래 읊은 투박한 아저씨이다.


  배우 김남주라는 분이 어떤 배우하고 만나 혼인을 했는지, 또 아이를 낳았는지, 이런 말 저런 얘기 들은 일이 없고, 내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런데 책방마실을 하다가 아주 뜻밖에 ‘애 엄마’인 김남주 님을 만난다. 배우 김남주 님이 내놓은 책은 《김남주의 집》이지만, 나는 이 책을 책방에서 만나며 ‘어, 육아일기 책이네.’ 하고 느꼈다.


  책을 사 놓고 두 달 남짓 묵힌다. 애써 장만한 책을 두 달씩 묵히고서 읽는 까닭을 ‘애 엄마’인 사람이라면 쉬 알리라 느낀다. 아무리 반갑고 즐겁고 고맙고 신나는 책이라 하더라도 그날 그때 손에 못 쥐기 일쑤이다. 아이들 밥 차려 주고 옷 갈아입히고 몸 씻기고 함께 놀고 글씨쓰기 이끌고 뭣 좀 하다 보면, 어느새 책을 잊거나 잃는다. 사 놓은 책도 어디에 처박혔는지 까마득하다. 누군가 기쁘게 선물한 책조차 어디에 틀어박혔는지 아리송하다. 이러구러 《김남주의 집》을 책방마실을 하며 장만한 지 두 달 지나서야 찾아내어 찬찬히 읽는다. 늦은저녁까지 잠 안 자고 노는 아이들 목소리 뒤로 하고 부엌에 앉아서 2/3쯤 내처 읽는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 사이사이 무슨무슨 살림살이 장만하는 얘기 나오는데, 물건 장만하는 얘기는 설렁설렁 훑고 지나간다. 대문 갈고 샹들리에 체코서 사오고 하는 얘기란 그저 김남주 한 사람 취향인걸. 이녁이 돈이 있어서 대문 갈고 샹들리에 체코서 사온다거나, 또 침대를 프랑스에서 맞춰서 들이고 하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그저 취향일 뿐 아니라, 아무 물건이나 집안에 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느낀다. 갓 배우로 일할 적에 반지하 축축하고 눅눅한 집이 얼마나 안 좋은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잖은가. 그래서 마당 있고 빛 잘 드는 집에서 살아가고픈 꿈을 품으며 푼푼이 돈을 그러모았다잖은가. 쓸 만한 데에 돈을 쓰고, 꾸밀 만한 집을 꾸미는 삶이라고 느낀다.


  책 사이사이 아이들 방 꾸민 모습이 사진 몇 장으로 드러난다. 난 이 사진들 가운데 ‘예쁜 손글씨’로 알록달록 종이에 한글 적어서 한글놀이 함께 하는 모습 살며시 드러나는 사진이 참 좋다. 나도 아이들과 살아가며 느끼는데, 책방에서 한글교본 사서 가르치기보다는, 어버이 스스로 글씨를 정갈하게 써서 한 글자 두 글자 가르칠 적이 훨씬 낫고 즐거우며 재미있다. 어버이부터 글씨를 정갈하게 쓸 때에 아이들도 글씨를 정갈하게 쓴다. 어버이부터 한글을 또박또박 예쁘게 써야 아이들도 한글 처음 익히면서 찬찬히 또박또박 온힘 기울여 쓴다.


  배우 김남주 님 책 《김남주의 집》을 다 읽고 나면 느낌글을 하나 쓸 생각이지만, 배우 김남주 님이 ‘집’을 말하는 책을 내놓은 만큼, 이 다음에는 ‘아이’와 ‘삶’을 말하는 책도 한 권 내놓으면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누리는 이야기를 더 조곤조곤 수다스레 들려준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아이들 옷가지나 배냇저고리 장만하려고 백화점 들렀을 적에 다른 사람 눈길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마음가짐처럼, 아이들 사진이건 이야기이건, 배우 김남주 님 스스로 즐거운 결 살피면 될 노릇이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슬기롭게 살아가리라 믿고 생각하면 된다. 글을 쓰면, 미처 말로는 드러내지 못한 깊은 사랑을 새록새록 적바림할 수 있다. 4346.5.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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