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딸기 어린이

 


  팔뚝에는 토끼풀로 팔찌를 차고, 손에는 들딸기 쥐어 찬찬히 들여다보다가는 앙 하고 냠냠 먹는, 고흥 동백마을 시골 어린이.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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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집 (도서관일기 2013.5.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전남 고흥으로 도서관 옮기면서 종이상자를 무척 많이 마련해서 책을 담아 날랐다. 튼튼한 종이상자 몇 가지를 키 큰 책꽂이 위에다 올려놓곤 했는데, 이 가운데 한 곳에서 ‘새가 살던 집’인 둥지를 본다. 책꽂이 위에 종이상자 올려두면 그닥 보기 좋지 않겠다 싶어 치우다가 둥지를 보았다. 새는 언제 들어와서 이렇게 집을 지었을까. 텅 빈 둥지가 되었으니, 어미새는 새끼새 낳아 돌보다가 모두 나갔구나 싶다. 곰팡이내음 빼려고 창문 열어 두었을 때에 이곳에 들어와서 둥지 틀었을까. 슬그머니 창문 열어 두면, 다른 새들이 이 둥지로 찾아와서 알을 까고 새끼를 돌보려나. 이 둥지에서 태어난 새들은 어미새로 자란 다음 다시 이 둥지를 돌아보러 찾아오려나.


  책꽂이 자리를 얼추 옮겼기에, 이것저것 볼거리 될 만한 전단지와 묵은 신문과 포스터 들을 책꽂이 등판에 붙여 본다. 작은아이가 ‘바퀴 달린 작은 책’을 갖고 놀다가 아무렇게나 두었는데, 아무렇게나 둔 모습이 꽤 예쁘장하다고 느껴, 나도 이대로 두기로 한다. 소식지나 신문 꽂고 쉽게 들출 수 있는 전시대를 하나 얻었다. 종이컵을 책꽂이 벽에 붙여 본다. 볼펜을 슥 얹어 본다. 꽤 재미있네. 방명록 쓸 책상맡에 이렇게 필통 삼아 쓸 만하겠다고 느낀다. 부산 옛 모습 담긴 엽서를 종이컵 필통 위에 붙인다. 이제, 옆지기가 예전에 종이접기로 빚은 사마귀를 잘 보이는 자리에 얹을 수 있다. 종이사마귀 다리 풀리지 말라고 묶은 끈은 빛깔이 안 튀는 다른 끈으로 바꾸어야겠다. 도서관에 걸상 많이 늘어나서 좋다. 걸상 더 많이 들여놓자.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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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컵을 책꽂이 벽에 붙여 연필 하나 꽂아 놓으니 그것도 참 보기 좋고 즐겁네요. ^^
종이컵 필통 위에 붙여 놓은 엽서들도요. ^^
저도 책장이나 책꽂이 옆에 책과 어울리는 예쁜 것들 함께 놓고 보는 것 좋아해요.
뭔가, 사물들이 이야기들을 건네는 그런 풍성함이 좋다고나 할런지요.~^^

파란놀 2013-05-26 11:25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책꽂이에 못 박기 싫었지만,
이제는 못 박아도
잘 꾸미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
그렇더라구요!
즐겨야지요 ~
 


 책을 읽는 맛 (도서관일기 2013.5.1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책꽂이 자리를 조금 바꾼다. 책 가득 꽂힌 책꽂이를 옮기자면 품과 겨를이 많이 들지만, 힘들여 자리를 바꾸니, 빛이 한결 잘 들어온다. 처음에는 책을 바지런히 꽂는 데에만 마음을 썼다면, 이제는 빛을 골고루 받으면서 책꽂이 찬찬히 살피기 좋도록 자리를 바꾸는 데에 마음을 쓴다.


  한창 책꽂이 자리를 바꾸는데, 아이들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논다. 재미있니? 재미있으니 이렇게 놀겠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헤아린다면, 도서관은 퍽 재미난 놀이터로구나 싶다. 어른한테는 그저 책이 꽂힌 데라 하지만, 아이한테는 ‘또 다른 숲’과 같다. 여기에 살짝 몸을 숨기고, 이리저리 골마루 쏘다니면서 ‘숨은 길(미로)’을 즐긴다. 숨바꼭질 하기에 꽤 좋다. 술래잡기 하기에도 퍽 좋다. 공공도서관은 어디에서나 아이들 떠들지 못하도록 하지만, 조용히 책을 즐기는 자리와 함께, 아이들이 좀 개구지게 떠들거나 노래하거나 춤추더라도 괜찮은 책터도 나란히 있으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또는, 도서관 둘레에 너른 숲과 마당과 뜰이 있어, 아이들이 숲과 마당과 뜰에서 땀 옴팡 쏟으며 뛰놀도록 한 다음, 한숨 돌리고 쉬면서 조용히 책을 보도록 하면 좋으리라.


  도서관 둘레에 너른 숲과 마당과 뜰이 있으면,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좋다. 어른들은 푸른 숨결 마시면서 몸을 다스린다. 몸을 차분히 다스리며 맑은 넋 된 다음 책을 손에 쥐면 아주 깊고 넓으며 빠르게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책을 숲속 걸상에 앉아 읽으면 더 좋겠지. 책을 마당이나 뜰 잔디밭에 드러누워 읽으면 더욱 좋겠지.


  꼭 어느 건물 어느 책상맡에서만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다. 숲속에서, 샘가에서, 냇가에서, 나무그늘에서, 잔디밭이나 풀밭에서, 바람과 햇살을 고루 느끼면서 읽어도 아름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책은 이렇게 숲을 느끼고 햇살을 마시는 데에서 읽어야 참다이 헤아리며 받아들일 수 있지 않으랴 싶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서 읽는 책하고 숲에서 읽는 책은 느낌이 다르다. 시끌벅적한 찻길에서 동무 기다리며 읽는 책하고 들새와 멧새 노래하는 숲에서 읽는 책은 맛이 다르다. 자동차 배기가스 맡으며 도시에서 읽는 책하고 개구리와 풀벌레 노래하는 숲에서 숲바람 들이켜며 읽는 책은 멋이 다르다.


  사람들이 책 읽는 맛과 멋과 숨을 새삼스레 느낀다면 좋으리라. 사람들이 책을 읽어 삶을 가꾸는 맛과 멋과 숨을 새롭게 깨닫는다면 좋으리라.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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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들보라의 뽀로로 고무신도, 도서관에 예쁘게 있네요.~
정말 아이들에게 즐거운 도서관이지요~? 장기놀이도 하고.~
어제 돌아오는 빼곡한 지하철 안에서도 짬짬이 카톡을 하는 일행을 보고
참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결국은, 남의 삶만 들여다보는 일에 푹 빠졌구나..하는 아쉬움이.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 보고 살피는 시간을 점점 잃어버리고 사는구나, 싶었어요..
책을 숲속 책상 걸상에 앉아 읽으면 진짜 근사하고 더 신날 것 같아요. *^^*

파란놀 2013-05-26 11:26   좋아요 0 | URL
그런데, 도시에서는 어쩔 수 없는걸요.
지하철에서 무얼 하겠어요.
시끄러운 '쇠바퀴 찢어지는 소리'를 견디며
책을 읽으라 하는 말은...
어쩌면 '고문'일는지 몰라요.

나중에 이런 이야기도 한 번 써 봐야겠네요.
저는 책읽기를 좋아하니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으려 하지만,
여느 사람들은 귀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니,
힘든 머리를 잊으려고 그렇게 스마트폰에 매달리지 않느냐 싶어요...

appletreeje 2013-05-26 11:46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군요..
저는 바쁜 시간대나 주말엔, 지하철을 타는 일이 적어서 그 생각을 못 했어요.
다만 어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그 새를 못 참고 자꾸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 가는 일행의 모습에서
작은 안타까움이 생겼던 듯 합니다. ^^

파란놀 2013-05-26 14:23   좋아요 0 | URL
그런 버릇도 여느 때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살짝살짝 느긋하게 쉬면서
둘레를 바라보는 말미를
거의 잊어버린 모습이라고 느껴요.

전화기 안 터지는 숲속이나 두멧시골로 오면
아예 안 터지니까 잊을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느긋해지기란 참 어렵지 싶어요..
 

[함께 살아가는 말 146] 골안

 


  어느 시골에나 ‘골안마을’ 또는 ‘골안말’이 있습니다. ‘큰골’과 ‘작은골’이 있습니다. 이와 아울러 ‘골밖’이 있어요. 지도에 이러한 이름이 적히기도 하지만, 지도에조차 이름은 안 나오면서, 시골사람 입과 입으로 이야기하고 대물림하는 조그마한 마을 이름 있습니다. 골짜기 안쪽이라 골안이라면, 골짜기 바깥쪽이라 골밖이겠지요. 큰 골짜기라서 큰골일 테고, 작은 골짜기라서 작은골일 테지요. 큰 냇물 흐르는 ‘한내’ 있습니다. 꽃이 많대서 ‘꽃골’ 있습니다. 아마 이 나라 어느 곳에나 ‘꽃골’이라는 이름 붙는 마을 제법 많으리라 느껴요. ‘한티’나 ‘밤티’ 같은 이름 또한 곳곳에 많으리라 느껴요. 이런 마을 이름 듣고, 저런 마을 이름 만나면, 곰곰이 먼먼 옛날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런 마을에 처음 깃든 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떠올리고, 저런 마을에 저 이름 붙인 이들은 어떤 삶이었을까 떠올립니다. 이제 한국은 어느 곳이나 삽차와 밀차 들이닥쳐 개발을 하느라 골안이나 골밖이 거의 사라집니다. 골안마을 사라지면 골안집도 사라집니다. 골안집 사라지면 골안마을에 있던 조그마한 골안가게도 사라집니다. 골안마을 사라지면서 골안사람 사라지고, 골안나무도 골안꽃도 골안숲도 모두 사라집니다. 수수한 이름 사라진 자리에 댐이 생기고 고속도로 생기며 공장 생깁니다. 기찻길 생기고 멧자락에 구멍이 생기며 골프장이나 발전소 생깁니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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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부산 책’을

 


  대구에 갈 일이 있으면 대구에 있는 헌책방을 꼭 찾아간다. 책내음 맡고 싶기도 하지만, 대구에서는 ‘대구 책’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청주에 갈 일이 있으면 청주에 있는 헌책방을 꼭 찾아가고, 대전에 갈 일이 있으면 대전에 있는 헌책방을 꼭 찾아간다.


  새책방이나 도서관을 찾아가도 ‘대구 책’이나 ‘청주 책’이나 ‘대전 책’ 만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새책방에는 그 고장 책이 퍽 드물다. 인천에 있는 새책방이라서 ‘인천 책’ 알뜰히 갖추거나 보여주지 않는다. 제주에 있는 새책방이라서 ‘제주 책’을 살뜰히 건사하거나 알려주지 않는다. 그 고장 헌책방에 찾아가서야 비로소 그 고장 책을 만나고, 헌책방에서는 반갑고 놀라운 책을 알맞게 값을 치르며 ‘내 책’으로 장만할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지난날 전국에 인문사회과학책방 많이 있을 무렵에는, 전국 인문사회과학책방마다 ‘그 고장 책’이 꽤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고장에서 씩씩하게 한길 걷는 사람들 조그마한 이야기꾸러미 조그맣게 내놓아 조그맣게 팔았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인문사회과학책방 거의 모조리 사라지면서, ‘그 고장 책’은 놓일 자리가 없다. 다만,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는 북카페에서 ‘그 고장 책’을 다뤄 줄 수 있다면 좋으리라. 차 한 잔 마시는 자리 곁에 ‘그 고장 책’을 놓는 책시렁 한 칸 마련한다면 좋으리라. 이런 북카페 있다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 북카페를 찾아가서 ‘그 고장 책’을 흠뻑 느끼고 싶다.

 

 춘천에 마실을 갈 적에 춘천 시인과 사진작가와 화가가 내놓은 시집·사진책·그림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순천이나 광주에 갈 적에 순천이나 광주 작가들 자그마한 책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부산에서는 ‘부산 책’ 만나고 싶으며, 인천에서는 ‘인천 책’ 만나고 싶다. 고장에서 책방이나 찻집 꾸리는 분들이 이녁 고장에서 삶빛 길어올리는 몫 어여삐 할 수 있기를 바란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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