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텔레비전 책읽기 2

 


  시외버스를 한 번 타고 나면 여러 날 시달린다. 사람들은 ‘여행 독’이 있다 하는데, 나는 ‘버스 독’에 시달린다. 시외버스 달리는 길은 숲을 짓밟아 닦은 아스팔트덩이요, 시외버스는 석유를 태워서 달리는데다가, 시외버스는 텔레비전으로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우등버스이든 일반버스이든 똑같다. 너덧 시간 달리니 텔레비전 보며 심심해 하지 말라는 뜻 알겠지만, 텔레비전 보려는 사람만큼 텔레비전 안 보려는 사람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텔레비전 볼 사람만 보도록 할 노릇 아닐까. 걸상 뒷자리에 작은 화면을 붙이든지, 자리마다 이어폰을 놓아 이어폰 꽂아 소리 듣고픈 사람만 소리 듣도록 해야 옳다.


  자고 싶은 사람은 자야지.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책을 읽어야지. 울렁이는 속 다스리고 싶은 사람은 조용히 속을 다스려야지. 보채는 아이들 달래려는 사람은 보채는 아이들 달래야지. 모든 사람이 똑같은 화면을 쳐다보도록 하고 똑같은 소리를 듣도록 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문이다.


  생각해 보라. 모든 아이들한테 똑같은 교과서를 읽히고 똑같은 시험문제를 외우도록 해서 똑같은 점수를 받게끔 내모는 학교교육을 교육이라 말할 수 있는가.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노래를 즐기면서 부르고 싶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체육을 누리면서 다 다른 몸을 북돋우고 싶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다 다른 꿈 키울 다 다른 삶 일구고 싶다.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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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6-10 23:10   좋아요 0 | URL
예전에 시외버스 많이 탈때 책을 좀 읽을려고 했는데 시골길을 덜컹덜컹가다보면 아무래도 눈이 어질어질해 지더군요.그래서 전 버스만 타면 바로 자는 습관이 들었습니당^^

파란놀 2013-06-11 00:22   좋아요 0 | URL
코코 자면 좋은데
텔레비전 켜시면
참 괴롭습니다 @.@
 

풀밥잔치

 


  도시에는 흙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없지 않았지만, 도시로 커지고 또 커지면서 흙을 밀어냅니다. 흙 있던 자리에 시멘트를 붓고, 흙 있는 길에 아스팔트를 깝니다. 신이 더러워지고 자동차 다니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흙이 더러울까요. 흙 때문에 자동차 다니기 힘들어서 나쁠까요. 흙이 없으니 신에 흙 묻을 일 없을 테고, 흙이 없기에 자동차 싱싱 달리겠지요. 그런 만큼, 도시사람은 풀하고 멀어집니다. 들풀을 잊고 들꽃을 잃어요. 상추도 배추도 무도 쑥갓도 미나리도 시금치도 모두 풀인 줄 잊고 잃어요. 그림책으로 아이들한테 풀과 텃밭을 가르친다지만, 막상 도시사람 스스로 텃밭을 일굴 자리가 없어요. 자동차를 댈 자리가 있어야 하니까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언제나 자동차가 맨 앞에 서요. 골목길 거닐 적에도 ‘사람이 저 앞’에 있었어도, 어느새 자동차는 빵빵거리며 ‘사람을 비키라 하면서 새치기’를 하지요. 아이들이 골목에서 놀더라도 어른들은 자동차 들이밀며 아이들 놀이를 헤살 놓아요.


  흙 없는 도시인데, 골목사람은 골목집 담벼락에 바싹 붙여 헌 꽃그릇(알고 보면 고무대야) 놓고는 흙을 져 나릅니다. 벽돌 몇 주워서 텃밭을 마련합니다. 여러 날 흙을 어디에선가 퍼 날라서 텃밭과 꽃밭을 보듬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꽃을 봅니다. 풀내음 맡으며 손에 흙을 묻힙니다.


  골목사람은 스스로 풀밥잔치를 벌입니다. 골목이웃은 골목길 거닐다가 텃밭과 꽃밭을 만나면서 새롭게 풀바람 쐬고 풀내음 맡습니다.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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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92) 그녀 42 : 그녀 → 할머니

 

세월의 풍파가 그녀의 이마에 깊은 골이 패인 주름을 가져다주었어도 그녀의 눈에서 총기를 빼앗진 못했다
《조선희-조선희의 힐링 포토》(황금가지,2005) 104쪽

 

  “세월(歲月)의 풍파(風波)가”에서 ‘풍파’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이나 고통”을 뜻해요. ‘세월’은 “지나온 나날”을 뜻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세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곧, 이 글월은 겹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월이”나 “풍파가”라고만 적어야 올바르다 할 테고, “기나긴 세월이”나 “거친 풍파가”처럼 적을 수 있으며, “기나긴 삶이”나 “거친 삶이”나 “힘든 나날이”로 손볼 수 있어요.


 ‘총기(聰氣)’는 “총명(聰明)한 기운”을 뜻한다 합니다. ‘총명’은 “(1) 보거나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는 힘이 있음 (2) 썩 영리하고 재주가 있음”을 뜻한다 해요. ‘영리(怜悧)’는 “눈치가 빠르고 똑똑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똑똑함’이나 ‘해맑음’이나 ‘맑은 빛’으로 손질해 줍니다.

 

 그녀의 이마에
→ 할머니 이마에
 그녀의 눈에서
→ 할머니 눈에서

 

  할머니는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를 ‘할머니’ 아닌 ‘그녀’로 적는다면 글멋이나 글맛이 달라진달 수 있을 테지만, 할머니는 언제나 할머니입니다. 보기글에서는 할머니를 이야기하는데, 글쓴이는 자꾸 할머니를 가리켜 ‘그녀’라고 말합니다.


  서양사람이라면 할머니이든 언니이든 누이이든 ‘she’로 적을 테지만, 한국사람이라면 할머니한테는 ‘할머니’라 하고 언니한테는 ‘언니’라 하며 누이한테는 ‘누이’라 해요. 살갑게 부르든 그냥 그렇게 부르든, 서로를 꾸밈없이 바라보며 마주하는 이름이 있어요. 4346.6.10.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힘든 나날이 할머니 이마에 깊은 골이 패인 주름을 가져다주었어도 할머니 눈에서 맑은 빛을 빼앗진 못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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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돋을 자리

 


  면소재지나 읍내 버스역에서도 ‘풀 돋을 자리’는 없다. 고흥을 벗어나 순천으로 가면, 또 광주로 가면, 큰도시 버스역에는 아주 ‘풀 돋을 자리’ 없다. 부산이나 서울 같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도시 버스역을 보면 빈틈 하나 없이 ‘풀 돋을 자리’ 없다.


  인천이나 수원 같은 곳에서 전철을 타면 곧잘 풀을 본다. 뜨겁고 시끄러우며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전철 틈바구니에서 푸른 잎사귀 용하게 뻗고, 하얗고 노란 꽃송이 앙증맞게 매단 풀포기를 곧잘 본다. 너무 마땅할는지 모르는데, 서울 지하철에서는 풀포기를 못 본다. 어두컴컴한 깊은 땅속 돌무더기 사이로도 씨앗을 날려 뿌리내리거나 자랄 풀포기 있을까. 앞으로 지하철이 더는 다니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에는 지하철역 곳곳에 풀포기 돋을 수 있을까. 햇볕 한 줌 들지 못하는 깊은 땅속 시멘트덩어리 사이에 풀씨 드리울 수 있을까.


  시청이나 국회의사당이나 병원이나 아파트에도 ‘풀 돋을 자리’란 없다. 고속도로나 공항에도 ‘풀 돋을 자리’는 없다. 이제 초등학교나 중학교나 고등학교 운동장마저 흙을 갈아엎거나 내다버리면서 아스콘이나 인조잔디를 까는 만큼, 학교 운동장에서까지 ‘풀 돋을 자리’는 없다. 예전에는 대학교에도 흙운동장 있었지만, 이제 대학교 흙운동장 하나둘 사라지고 시멘트 건물이나 아스팔트 주차장으로 바뀌니, 대학교에서도 ‘풀 돋을 자리’란 없다.


  풀은 어디에서 돋아야 할까. 풀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풀을 밀어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숨을 마실까. 풀을 싹 짓밟고 깔아뭉개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얼마나 아끼거나 보살피거나 사랑할 수 있을까. 풀바람 마시지 않고 풀밥 먹지 않으며 풀숨 쉬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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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시인의 흔들리는 청춘들을 위한 힐링 응원 에세이
신현림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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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38

 


스물, 서른, 마흔, 쉰
― 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신현림 글
 예담 펴냄,2013.1.3./13000원

 


  스무 살에는 스무 살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서른 살에는 서른 살이기에 어여쁩니다. 마흔 살에는 마흔 살이기에 아리땁고, 쉰 살에는 쉰 살이기에 예쁩니다. 어버이한테서 숨결 받아 태어나 살아가며 하루하루 새롭게 빛납니다. 날마다 새로운 삶을 누리고, 언제나 새삼스러운 사랑을 키웁니다.


  한 사람 삶에서 아름다움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면, 풀 한 포기 바라보아요. 아주 작은 풀씨 하나 흙에 깃들어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워요. 앙증맞은 풀싹과 풀뿌리는 몹시 귀엽습니다. 이 풀싹은 곧 풀줄기 됩니다. 풀줄기에서 풀잎이 돋고 풀꽃이 핍니다. 풀꽃은 따사로운 볕을 부르고, 따사로운 볕은 풀꽃을 살찌웁니다. 이제 꽃이 지면서 씨방이 굵어지고, 이듬해에 새로 돋을 풀포기를 꿈꾸며 꽃대만 덩그러니 남으며 시들거나, 푸른 잎사귀만 짙게 둔 채 겨울까지 맞이합니다. 겨울에는 모든 풀이 시들어 누렇게 바래지요. 새로 찾아온 봄에는 누렇게 말라죽은 어미 풀포기 곁에서 새끼 풀싹이 돋습니다. 한동안 누런 풀포기랑 푸른 풀싹이 어우러지지만, 머잖아 누런 풀포기는 흙땅으로 스며들어 사라집니다. 새로운 흙이 되지요.


.. 시를 쓰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와 예술이 없는 세상에 나는 존재할 수 없다. 그것 없이 어찌 답답하고 지루한 시간의 냄새를 잊을 것인가 … 사랑하는 영혼은 언제나 젊으며 영혼에 눈떠 자기 탐구에 끝없이 열정적인 사람은 늙어도 늙지 않으리라 … 시를 쓰기 시작한 건 내가 착해진다는 기분 때문이었다 ..  (15∼16, 71, 239쪽)


  아이들은 모두 어른입니다. 어른들은 모두 아이입니다. 서로 똑같은 목숨입니다. 어른이 낳은 아이는 씩씩하게 자라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된 아이는 새롭게 아이를 낳습니다. 모습도 얼굴도 목소리도 다르고, 생각과 마음도 다르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는 한 목숨입니다. 어미 풀과 새끼 풀이 똑같은 풀이든, 어른인 사람과 아이인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요 목숨이자 숨결입니다.


  그러니까, 열 살은 열 살대로 아름답고, 예순 살은 예순 살대로 아름답습니다. 한 살은 한 살대로 사랑스러우며, 일흔 살은 일흔 살대로 사랑스러워요. 나이가 다르고 살결이 다르지만, 넋이 같아요. 모습이 다르고 키와 몸무게가 다르지만, 얼이 같아요. 마음속에 드리우는 빛줄기가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람값을 못 누립니다.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어린이와 푸름이는 ‘대학바라기’에 들볶입니다. 대학바라기에서 벗어난다 싶으면 ‘돈바라기’에 시달립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대학졸업장이란 은행계좌 두 가지 굴레를 뒤집어써야 해요. 아름다운 숨결을 누리지 못해요. 빛나는 열 살과 푸르디푸른 스무 살을 누리지 못해요. 이런 흐름이기에, 서른이 되어도 서른답게 빛나지 못하고, 마흔을 맞이해도 마흔답게 해맑지 못하지요. 빛나는 열 살과 푸르디푸른 스무 살 누리지 못한 채 서른과 마흔 지나 쉰이나 예순 되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까요. 곱거나 아름답거나 어여쁜 삶 일구지 못한 채 일흔이나 여든이나 아흔까지 살아야 한다면, 두 손으로 무엇을 붙잡을까요.


  한손에는 사랑, 다른 한손에는 꿈을 붙잡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한손에는 대학졸업장, 다른 한손에는 은행계좌, 이런 것들만 꽉 움켜쥔 채 여든 아흔 나이를 보내야 한다면, 삶이 얼마나 즐겁거나 기쁠까요. 무덤으로 가지고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죽은 뒤 어느 누구도 ‘이녁이 어느 대학교 나왔고 돈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헤아리지도 않을 텐데, 살아가는 동안 두 손에 무엇을 잡으려 하는가요.


.. 나도 그렇게 내 중년과 노후를 보낼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만나겠지. 죽는다고 생각하면 죽고, 어떻게든 산다고 생각하면 살게 되듯이 … 결혼이란 늘 함께하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끼고 성장해 가는 일이다 … 여자든 남자든 슬픔을 제대로 풀어내면 세상이 좀더 부드럽게 돌아갈 것이다. 여성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단단해서 모든 폭력적인 기운들을 녹여낸다. 슬픔도 여성적 에너지로서 눈물이 되어 흘러나올 때 보다 안정된 평화를 찾는다 ..  (41, 95, 106쪽)


  누려야 할 삶은 오직 하나, 사랑입니다. 헤아려야 할 일은 오로지 하나, 꿈입니다. 왼손에는 사랑, 오른손에는 꿈입니다. 또는, 왼손에는 꿈, 오른손에는 사랑입니다. 아니면, 한손에 사랑꿈을 쥐든지, 다른 한손으로 꿈사랑을 쥐면 됩니다.


  푸르게 빛나는 풀과 나무는 언제나 푸른 내음과 바람 나누어 줍니다. 따사롭게 빛나는 해는 언제나 맑은 빛살과 밝은 볕살 드리웁니다. 개구리가 노래하고, 꾀꼬리가 노래합니다. 매미가 노래하고, 풀벌레가 노래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며 노래합니다. 어른들도 즐거이 들일 밭일 집일 함께하면서 노래합니다. 신나게 놀지 않는 아이들은 노래하지 않습니다. 즐거이 일하지 않는 어른들은 노래하지 않습니다. 신나게 놀기에 모든 놀이는 춤이 됩니다. 즐거이 일하니 모든 일은 춤이 되어요.


.. 나는 딸과의 정을 먹고 산다. 그렇게 어미는 자식으로 인해 다시 태어난다. 엄마가 됨으로써 어머니의 소중함을 느낀 만큼 내 딸에 대한 애정은 날로 커 간다. 가끔 묻는다. 내 딸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아이의 그 맑은 눈동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아이가 주는 경이로움이 이토록 큰 줄 몰랐다 … 내 사는 집이 주로 흙과 나무로 이루어진 것이 흐뭇하다. 처마 밑에는 제비가 손수 만든 제비집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 … 지금이 아니면 언제 딸의 여섯 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매일 정성을 담아 가꾸는 화초, 참새와 까치, 하늘대며 내 가슴을 얇게 띄워 주는 흰나비, 보라색 나비. 이 모두가 내게 사랑을 전해 주고 있다. 빨아 널은 옷에서 나는 태양 냄새, 바람 소리, 빗소리 ..  (139, 208쪽)


  시를 쓰는 신현림 님이 《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예담,2013)라는 이름 붙인 산문책 내놓습니다. 서른 나이에 이르러 고단한 삶 짊어진 이 나라 젊은 넋한테 예쁜 선물 나누어 주고 싶어 책 하나 내놓습니다.


  그런데, 왜 서른 살한테 선물을 주어야 할까요. 서른 살에 앞서 스무 살한테 먼저 주어야 할 선물 아닐까요. 스무 살에 앞서 열 살한테 일찍 주어야 할 선물 아닌가요. 열 살에 앞서 한 살과 ‘뱃속 아기’한테 일찌감치 챙겨서 건넬 선물 아닐는지요.


  더 살피면, 누구나 받아야 할 선물입니다. 마흔도 쉰도 받아야 할 선물입니다. 그리고, 열 살이 마흔 살한테 줄 만한 선물이요, 서른 살이 예순 살한테 줄 만한 선물입니다.


  아흔 살 할머니가 아홉 살 아이한테 선물을 주고, 아홉 살 아이가 아흔 살 할머니한테 선물을 줍니다. 둘은 사랑으로 만나고 꿈으로 빛납니다. 선물이란, 돈이나 이름값이나 힘이 아닙니다. 선물이란, 그예 사랑이요 꿈입니다.


.. 사는 데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자연은 그냥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벽에 걸린 그림과 같은 것이리라. 아무 데서나 요란스럽게 울리는 차소리, 고함 소리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갯벌의 가치를 생각해 볼 여유도 없으리라. 가슴속에서 울려 나오는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 딸이 돌 지난 지 한두 달 되었을 때다. 그날도 자전거에 애를 태우고 달렸다. 생긴 지 백년 정도 된 내 고향 저수지로 ..  (106, 212, 223쪽)


  신현림 님은 이녁 스스로 착하게 살아가려고 쓴 시를 믿고 사랑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신현림 님은 이녁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고 생각하는 하루를 돌아보면서 아이와 춤추고 노래합니다.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달리지요. 아이랑 나들이를 누리지요. 스무 살에는 스물을 누렸고, 서른 살에는 서른을 누렸으며, 마흔 살에는 마흔을 누려요.


  이제 풀포기 곁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를 바라봅니다. 나무야, 나무야, 너한테 나이는 어떤 뜻이 되니. 나무 네가 백 살을 살거나 오백 살을 산다 할 때 나이는 어떤 뜻이 되니. 나무 네가 천 살을 살거나 이천 살을 산다 할 때 나이는 어떤 뜻이 되니.


  언제나 오늘 하루가 값지며 즐거운 날입니다. 어제도 모레도, 바로 오늘이 되기에 값지며 즐겁습니다. 해는 따스하게 떠오르고, 풀과 나무는 시원하게 춤추며, 시냇물과 바닷물은 싱그럽게 흐릅니다. 사람은 숲에 깃들어 풀바람과 물노래와 햇살사랑 맞아들이면서 활짝 웃습니다.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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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0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현림님의 새 책이 나왔군요. ^^
또 감사히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3-06-11 00:23   좋아요 0 | URL
나온 지 어느덧.. 반해쯤 되었군요!
음... @.@

네이버 인터뷰를 찾아서 읽으니,
내년에는 여행기도 내신다 하고,
올해 하반기에도 두 가지 책
준비하시는 듯해요.

곧 새 시집도 내시는가 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