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글읽기

 


  동시쓰기를 다룬 책 하나 읽으며 깨닫는다. 동시를 쓰거나 어른시를 쓰거나 산문을 쓰거나 소설을 쓰거나 편지를 쓰거나, 아무튼 글을 쓸 때에는 ‘쓸거리’가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글을 쓸 때에는 글로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쓴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 도란도란 입으로 ‘이야기’를 나누듯이, 글이란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뜻에서 쓴다.


  이야기 있는 사람이 말을 하고 글을 쓴다.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 말을 듣고 글을 읽는다. 이야기 들려주고 싶으니 말을 하며 글을 쓴다.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이 강의를 찾아서 듣고 책을 찾아서 읽는다.


  ‘쓸거리’를 억지로 쥐어짜면 글 또한 억지스럽기 마련이다. ‘말할거리’를 억지로 쥐어짜면 말 또한 억지스러울밖에 없다. 이야기가 샘솟지 않는다면 말을 말아야 하고 글을 안 써야 옳다. 이야기가 샘솟을 때에 즐겁게 말을 하고 글을 써야 아름답다.


  교수나 교사라 해서 늘 말을 술술 풀어내야 하지 않다. 작가나 기자라 해서 늘 글을 꾸준하게 써내야 하지 않다. 할 이야기가 있을 때에 말을 하고 글을 써야 옳다. 4346.6.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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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 2013.6.13.

 


  큰아이가 마룻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다. 여름이니 마룻바닥이 가장 시원하다. 마당에서 놀면 햇볕이 뜨겁다. 방은 살짝 어둡다. 마루라는 데는 드러누워 쉬기에도 좋고, 책을 펼쳐 읽기에도 좋다. 큰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마룻바닥에 붙은 스티커들 깨닫는다. 큰아이가 ‘예쁘라’고 붙였기에 그대로 두는 스티커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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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8. 2013.2.19.

 


  긴 겨울 마치고 고흥 시골마을에 봄기운 물들던 날, 꽃밭에서 막 돋은 돗나물 뜯어서 달걀말이를 한다. 아이들은 달걀 가운데에는 삶은달걀 가장 좋아하고, 다음으로는 달걀말이. 삶은달걀은 달걀만 먹지만, 달걀말이에는 풀을 송송 썰어서 섞는다. 싱그러운 봄맛이 살며시 스민다. 봄에는 모든 밥이 풀밥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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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5 12:30   좋아요 0 | URL
앗, 계란말이!
오 돗나물 넣어서도 계란말이를 하시는군요.
저도 오늘 저녁에 한 번 돗나물 계란말이, 해봐야 겠어요.~
차리신 밥상이 참 맛나보여요. 갑자기 급 허기가 져서 점심 먹어야겠네요. ^^;;;

파란놀 2013-06-15 14:32   좋아요 0 | URL
그런데, 아무 풀이나 다 넣는답니다. 부추도 넣고 민들레도 넣고 모시풀도 넣고~ 그냥 가까이 있는 풀은 다 넣어요. 때로는 쑥도 뜯어서 넣고요~
 

꽃밥 먹자 7. 2013.6.13.

 


  달걀을 삶는다. 우리 아이들은 달걀부침을 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삶은달걀만 달걀로 알고, 달걀부침은 달걀로 알지 않는다. 게다가 볶음밥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 볶음밥을 하며 달걀을 풀면 ‘달걀을 쓴 줄’ 하나도 모른다. 아무튼 달걀을 삶으면 큰아이는 저 스스로 까고 싶다 말한다. 뜨거운데 괜찮겠니? 기다려. 식혀서 줄 테니. 두 살이었나 세 살 적부터 달걀까기를 한 큰아이는 찬찬히 깐다. 얼른 먹고 싶은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붙어 앉아서 덥석덥석 벗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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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6-15 05:55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삶은 달걀만 달걀 원래의 모양을 하고 있군요. 달걀부침이나 볶음밥 속에 들어간 달걀은 이미 그 모양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아이들의 눈이란 참 정직하고 순수해요.

파란놀 2013-06-15 07:16   좋아요 0 | URL
다 녹아들었다 말해도... '달걀이 아니라'고 하니...
그 말이 맞기도 하지요 ^^;;;;;
 

사진놀이 4

 


  큰아이가 인형을 몽땅 끄집어 낸다. 큰아이 발치와 무릎 언저리에 인형을 잔뜩 쌓는다. 이윽고 작은 사진기 꺼내어 “자, 너희들 예쁘게 찍어 줄게.”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엥? 인형한테 사진 찍어 주려고 이렇게 널브러뜨렸니? 인형들 좀 예쁘게 세워서 찍어야 하지 않겠니? 아, 자연스럽게 찍는 사진이니? 4346.6.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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