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요정 톰텐 비룡소의 그림동화 74
하랄드 비베리 그림, 빅토르 뤼드베리 지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각색,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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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3

 


이야기밥 물려줄 할머니
― 밤의 요정 톰텐
 빅토르 뤼드베리 글,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고침,하랄드 비베리 그림,이상희 옮김
 비룡소 펴냄,2002.2.4.7500원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인천입니다. 호적등본을 떼어 내가 갓난쟁이 적부터 살던 골목동네를 서른세 살 무렵에 찾아간 적 있습니다. 번지수가 낱낱이 나오지 않은 호적등본이라 어느 집이었을는지 찾아내지 못했지만, 인천에서 수봉산 밑자락 가파른 골목동네에서 어린 나날 보냈구나 하고 떠올려 보았습니다. 공장이 많아도 너무 끔찍하달 만큼 많은 인천이라 언제나 매캐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뿌얳지만, 조그마한 멧자락에 깃든 골목동네는 조용하고 포근하며 맑았습니다. 도시에서 짝을 지어 아이를 낳는다고 하면, 참말 이렇게 조용하고 포근하며 맑은 동네에 보금자리를 얻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습니다.


  오늘 나는 아이들과 전남 고흥 시골마을에서 살아갑니다. 이곳이 고향이 아니고, 이곳에 아는 사람도 없지만, 우리 식구 스스로 즐겁게 뿌리내리며 지내면 시나브로 새롭게 고향이 될 테고, 삶자리 되면서, 사랑과 꿈 피어나는 보금자리 되리라 생각합니다. ‘태어난 데’보다 ‘살아가는 데’를 고향이라고 일컬어야 알맞겠다고도 느낍니다. 테어난 데는 말 그대로 ‘태어난 데(출생지)’일 뿐이요, 저마다 이녁 삶에 가장 알맞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울 터를 찾아서 ‘삶터(고향)’를 일구어야 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 한밤중입니다. 오래된 농장은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농장 사람들도 모두 잠들었지요. 농장은 깊은 숲속 한가운데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누군가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땅을 일구었지요 ..  (2쪽)

 

 


  어제와 오늘 볕이 좋습니다. 볕은 아주 반갑고 참으로 뜨겁습니다. 이불 널기에 좋으며 나무도마이며 아이들 폭신걸상이며 여러 가지 잔뜩 마당에 내놓고 말립니다. 볕을 쬐는 이불에는 볕기운 스밉니다. 볕을 보는 살림살이에는 따스함 감돕니다. 낮 동안 볕바라기 시킨 이불을 저녁에 덮고 자면 밤새 햇볕을 떠올리면서 고운 꿈을 꿉니다. 이듬날 또 좋은 볕 드리우면 다시 이불을 널고 다른 살림살이 하나둘 꺼내어 온 집안에 볕살 드리우도록 합니다.


  여름이란 모든 숨결에 따사로운 넋 불어넣는 철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봄이란 모든 숨결이 살아나도록 이끄는 철이요, 가을이란 모든 숨결에 아름다운 빛 가득하도록 돕는 철이며, 겨울이란 모든 숨결 새근새근 잠들며 새롭게 거듭나도록 돌보는 철이지 싶어요.


  철마다 달마다 날마다 즐겁게 빛살 드리웁니다. 구름이 낀 하늘에는 구름빛이 드리웁니다. 빗방울 듣는 때에는 비빛이 드리웁니다. 눈송이 내려올 적에는 눈빛이 드리웁니다. 날이 갈수록 도시가 커지고 사람들은 도시로 몰리면서 자가용 모질게 늘어나, 예전처럼 소나기도 무지개도 좀처럼 찾아들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만화영화나 만화책 아니고서는 무지개빛 만나기 어려워요. 게다가 도시사람은 안개빛이나 이슬빛이나 노을빛을 바라보거나 생각하지 않아요.


  숲은 언제나 노래를 부르지만, 숲노래 깃들일 풀섶 하나 넉넉히 두지 않는 도시입니다. 숲이 언제나 부르는 노래가 퍼지지 못하도록 시골마다 고속도로 놓고 기찻길 만들며 관광지 짓습니다.


  숲이 없으면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숲이 없는 데에서 어떤 밥을 얻고 어떤 집을 지으며 어떤 옷을 기울 수 있을까요. 이 나라에서 숲을 몰아내니, 이웃나라 숲을 파헤치면서 밥·옷·집 가로채는 얼거리를 이루지 않나요.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유럽 여러 문명이 ‘숲을 파헤치고 망가뜨리며 도시를 크게 세우’면서 스스로 무너지거나 사라졌다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이런 지식을 가르치면서 이 나라에서는 도시를 더 크게 키울 뿐입니다. 사람들은 자꾸 도시로 몰립니다. 도시에 들어간 사람은 두 번 다시 도시 바깥으로 나올 생각을 않습니다.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자면 나무를 심고 풀밭을 늘리며 숲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담벼락에 그림 몇 점 그린대서 도시가 아름답게 달라지지 않아요. 예술가와 미술가와 사진가와 조각가 들이 이런 작품 저런 예술품 곳곳에 세운대서 도시에 환한 빛 드리우지 않아요.


  나무 한 그루 있어 마을이 살아납니다. 나무그늘 한 뼘 있어 사람들이 쉽니다. 풀 한 포기 돋아 아이들이 웃습니다. 풀밭 빈터 있기에 여름바람에 풀내음 녹아듭니다.


.. 기나긴 겨울은 어둡고 춥습니다. 톰텐은 가끔 여름을 꿈꾸지요.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고,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네. 이제 곧 제비들이 돌아올 거야.” ..  (24쪽)

 

 


  빅토르 뤼드베리 님이 쓴 글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손질하고는 하랄드 비베리 님이 그림을 넣은 《밤의 요정 톰텐》(비룡소,2002)을 읽습니다. 스웨덴에서 먼먼 옛날부터 내려오는 요정 ‘톰텐’ 이야기를 읽습니다.


  우리 겨레한테도 먼먼 옛날부터 내려오는 도깨비 이야기 있을 테지요. 시골마을 사람들 삶을 보살피고, 시골마을 사람들 사랑을 북돋우며, 시골마을 사람을 꿈을 밝히는 어여쁜 도깨비 이야기 있으리라 생각해요.


  참말 먼먼 옛날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아이들한테 도깨비 이야기를 조곤조곤 물려주었어요. 착한 도깨비는 왜 착하고 나쁜 도깨비는 왜 나쁜 짓을 하는지 도란도란 이야기밥으로 물려주었어요. 이러다가 이 이야기밥이 어느 때부터인가 똑 끊어집니다. 이제 이 나라 할머니와 할아버지 들은 아이들한테 이야기밥 물려주지 않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들조차 아이들한테 텔레비전 켜 주어 만화영화 보여줄 뿐입니다. 만화영화 캐릭터 깃든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옷을 사 줄 뿐입니다. 삶을 밝히는 이야기밥을 맑은 목소리로 즐겁게 물려주는 어른이 죄 사라졌습니다.


  이 땅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때에 기쁘게 웃을까 궁금합니다. 이 땅 아이들은 어버이와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서 어떤 이야기밥을 받아먹을 적에 환하게 노래할까 궁금합니다.


  삶은 어디에 있나요. 삶을 어디에서 일구나요. 사랑은 무엇인가요. 사랑을 어떻게 나누나요. 꿈은 언제 이루나요. 꿈을 누구하고 이루려 하나요. 스웨덴에는 오늘날에도 밤 요정 톰텐이 시골마을 찬찬히 돌면서 따사로운 봄노래 부르겠지요.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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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6 18:45   좋아요 0 | URL
이 책도,즐거울 것 같아요. ^^
나중에 읽어봐야 겠어요.

파란놀 2013-06-16 22:55   좋아요 0 | URL
즐겁기는 한데 번역이 좀 많이 서툴어요.

스웨덴말로는 아름다운 문학이었을 텐데,
어린이책 한국말로 옮기는 분들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아름다운 한국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대목이 참 아쉬워요...
 

달리고 달리는 어린이

 


  사름벼리는 달린다. 여섯 살 사름벼리는 달린다. 처음 두 다리로 선 날부터 달리듯이 아장걸음이었고, 넘어지지 않고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때부터 콩콩콩 총총총 땅을 박차며 달린다. 이제까지 다부지게 달렸고, 앞으로 힘차게 달려야지. 할머니 좋아하는 노란 꽃송이 펼친 붓꽃 곁으로 여섯 살 사름벼리는 달리고 달린다.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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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6] 눈이 밝을 때에

 


  눈이 밝을 때에 마음을 밝혀
  삶을 밝히는 이야기로
  사람들 사이에 솟아날 사랑을 밝히는 길.

 


  어떤 사람이 시인이라 할 만한지 생각합니다. 문학상을 받거나 시집을 낸대서 시인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사진기 장만하고 사진책 냈대서 사진작가라고 느끼지 않아요. 사진학과 교수로 일하니까 사진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진을 사랑하면서 사진과 함께 살아가는 맑은 넋이라면 누구나 사진작가라고 생각해요. 시인이라는 이름을 누리자면, 시만 써서는 시인이 되지 못해요. 맑고 밝은 눈길로 맑고 밝은 이웃을 헤아리면서 맑고 밝은 삶 일굴 때에 시나브로 시인이 되리라 생각해요.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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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5] 땅에서 숨을 쉰다
― 두 다리로 밟고 만지는 흙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일하다가 도시에서 죽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앞으로는 오직 도시살이만 알고 시골살이는 하나도 모를 아이들과 젊은이들 무척 많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흐름이 되리라 느낍니다.


  시골살이가 아름답고 도시살이는 바보스럽다고 말할 마음 없습니다. 어디에서든 스스로 가장 즐거운 마음 되어 아름답게 살아가면 될 뿐입니다. 다만, 도시는 어떤 삶터이고 시골은 또 어떤 삶자락인 줄 제대로 알아야지 싶어요.


  여름날 도시는 몹시 덥습니다. 겨울날 도시는 매우 춥습니다. 도시는 햇볕을 받아들일 흙도 풀도 나무도 없습니다. 도시는 햇볕을 튕기되 도시 안에서 맴돌게 하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흙땅이 뒤덮인데다가 높직한 시멘트 건물 수두룩하게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차가 끝없이 달립니다. 수많은 기계가 움직이면서 새롭게 후끈거립니다. 도시는 온통 불덩어리라 할 만합니다. 하루 내내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하다 느끼기 어렵고, 에어컨 튼 방에서 벗어나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마는 감옥이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참말, 여름날 도시는 에어컨 있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지요. 그런데 겨울날에는 난방기 있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요. 여름이나 겨울이나, 또 봄이나 가을이나, 도시사람은 건물 안쪽에 옹크린 채 지냅니다. 하늘을 못 보고 땅을 못 보며 바람과 냇물과 빗물과 눈송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땅이 숨을 쉽니다. 땅이 숨을 쉬기에 풀과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며 자랍니다. 땅이 숨을 쉬기에 땅속에는 수많은 목숨이 얼크러져 땅이 기름지도록 북돋웁니다.


  사람은 하늘숨과 함께 땅숨을 쉽니다. 하늘숨이란 바람 숨결입니다. 땅숨이란, 풀과 나무가 자라도록 밑바탕이 되는 숨결입니다. 땅숨은 풀과 나무를 살찌워 푸른 숨결 일굽니다. 곧, 사람은 하늘숨·땅숨·풀숨, 이렇게 세 가지 숨을 마십니다. 그리고, 빗방울과 눈송이를 먹거나 시냇물이나 도랑물이나 샘물이나 우물물을 먹어, ‘물숨’ 하나를 더 마시지요.


  시골에서 살든 도시에서 살든, 두 다리로 흙을 밟고 두 손으로 흙을 만질 수 있어야, 더위를 타지 않습니다. 아니, 다리와 손으로 흙을 보듬어야 여름을 한껏 누립니다. 온몸으로 흙을 부대끼며 흙내음 맡을 적에 날씨를 깨닫고 제철을 실컷 즐깁니다. 네 식구 시골에서 살며 가장 즐거운 하나 꼽으라면, 바로 하늘숨·땅숨·풀숨·물숨 싱그러이 누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풀과 흙이랑 놀 수 있어 더없이 좋습니다.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살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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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지도놀이

 


  시골마을 버스터에 으레 길그림 붙는다. 이른바 관광안내지도라 할 텐데, 큰아이는 이 길그림 보면 “우리 어디 있어?” 하고 묻는다. 그러면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콕 짚어 가르쳐 주는데, “여기야? 여기가 고흥이야?” 하고 되물으면 “이 길그림이 다 고흥이야. 이 가운데 우리 집은 동백, 동백마을이야.” 하고 얘기한다. 이제 이렇게 큰아이하고 말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작은아이가 누나 옆에 착 달라붙으며 누나가 손가락으로 길그림 척척 짚는 놀이를 흉내낸다. 저도 지도놀이 하고 싶단다.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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