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단추 1
우사미 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44

 


하나씩 알며 좋아하는 마음
― 마음단추 1
 우사미 마키 글·그림,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2011.5.15./4500원

 


  엊그제까지 전남 고흥 군내버스에 에어컨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오늘 읍내에 마실을 다녀오는데, 군내버스에 에어컨 펑펑 돌아갑니다. 그나마 요즈음 시골버스도 자리마다 에어컨 구멍 닫을 수 있어, 우리 아이들은 에어컨 바람을 안 쐬어도 됩니다. 그래도, 시골버스인데, 여름날에는 창문 열고 시원한 들바람 쐬면 훨씬 시원할 텐데 싶어 아쉽습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에어컨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이십 분이나 사십 분이나 한 시간쯤 있다가 내리면, 바깥 더위에 몸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 버스를 타고 움직이다가 내리면, 바깥 더위가 훅훅 몰려들어도 이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구름이 베푸는 그늘이나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에서 쉽니다. 들일을 할 적에는 선풍기조차 없고, 부채조차 부치지 않습니다. 오직 바람을 바라고, 구름과 나무에 기댑니다. 들일이란 풀과 흙을 만지는 일입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일할 적에도 쉴 적에도 늘 ‘자연’을 숨쉽니다.


- ‘나를 기다려 줬구나. 계속 꿈꿔 왔다. 이렇게 둘이서 나란히 걷는 것을.’ (26∼27쪽)
- ‘나보다 체온이 낮다. 울퉁불퉁하고, 손가락도 길고 크고. 앞으로도 이렇게 코가(남자친구)에 대해 하나씩 알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물어 보고, 체온을 나누면서.’ (140∼141쪽)

 


  시골집에는 에어컨이 없습니다. 우리 시골집에는 선풍기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웃 할매 할배 살아가는 시골집에 나들이를 가 보니, 이웃집에는 에어컨이 있더군요. 모르는 노릇이지만, 도시로 떠난 딸아들이 ‘시골에 남은 이녁 어버이 시골집’에 에어컨을 들여놓아 주었나 봐요.


  그러면, ‘도시로 떠난 딸아들’은 전기세도 내줄까요. 아니, 시골집에서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요. 어느 시골집이든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여름을 시원하게 납니다. 왜냐하면, 지붕이 흙이고, 벽과 바닥도 흙이기 때문입니다. 마당도 흙이요, 집을 둘러싼 텃밭 모두 흙이기에, 뜨거운 기운을 흙이 빨아들여 식힙니다. 흙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도 더운 기운을 모두 빨아먹어 시원하게 바꾸어 주어요.


  다만, 한여름 시골집 온도는 낮지 않아요. 한여름 되면 시골집 온도도 퍽 높이 올라가는데, 도시처럼 후덥지근하지 않아요. 풀바람이 불고, 흙바람이 불거든요. 나뭇잎 스치는 바람이 흐르고, 구름내음 감도는 바람이 지나가거든요.


  흙도 없고, 풀과 나무가 홀가분하게 뿌리내릴 수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덥습니다. 흙이든 풀이든 나무이든 모두 몰아내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세우는 도시이기 때문에 후덥지근합니다. 에어컨 없이는 도시에서 더위를 못 견뎌요. 풀도 흙도 나무도 없는걸요. 풀과 흙과 나무가 있으면 에어컨 없어도 되지만,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높다랗게 건물 세워 돈을 더 많이 벌고 쓰는 얼거리로 짠 도시인 터라, 에어컨 아니라면 여름을 나지 못해요. 그리고 겨울에는 다시금 전기와 석유를 엄청나게 써서 온 건물을 따스히 덥혀야겠지요.


-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었어.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날 좋아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46쪽)
- ‘인기 있는 사람은 힘들겠구나. 누군가 한 사람을 선택하는 걸, 주위에서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88쪽)

 

 


  하나씩 제대로 알 때에 좋아하는 마음 생깁니다. 하나도 둘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좋아하는 마음 생기지 않습니다. 해와 달과 별과 비와 눈과 구름과 하늘과 들과 풀과 나무와 물과 흙과 벌레와 새와 바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시골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 정치를 알고 경제를 알며 문화나 교육이나 스포츠나 학문을 안다면, 도시를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호미와 낫과 쟁기를 모르고서 시골을 좋아할 수 없어요. 들꽃과 들풀과 냇물과 샘물을 모른다면 시골을 좋아하기 힘들어요. 이런 얼거리 모르면 시골이 얼마나 왜 좋은지를 깨닫지 못해요.


  대학교가 좋고, 대기업이 좋으면 도시에서 살아야지요. 공원과 놀이기구와 쇼핑센터와 백화점과 할인마트와 체육관이 좋으면 도시에서 지내야지요. 대중교통과 자가용이 좋으면 도시에서 살밖에 없습니다. 이와 달리, 멧새와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를 좋아하면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구름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해와 달이 갈마드는 빛깔을 누리며, 풀내음 좋아한다면 시골에서 살아갈 만해요.


- “그 애와 나와 너희가 뭐가 다른데? 그 애와 내가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90∼91쪽)

 


  우사미 마키 님 만화책 《마음단추》(대원씨아이,2011) 1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풋풋한 두 아이가 싱그럽게 사랑을 싹틔우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두 아이는 서로서로 아직 잘 모릅니다. 어쩌면 하나도 모른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끌리고, 서로 끌리는 마음을 착하게 보듬고 싶어 합니다. 아직 하나도 모른다 할 서로를 조금씩, 하나씩 알거나 깨달으면서 차츰차츰 ‘좋아하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풋풋한 두 아이는 서로서로 무엇을 알면서 좋아할 수 있을까요. 풋풋한 두 아이는 서로서로 무엇을 바라거나 그리거나 기댈 만할까요. 아이들이 서로를 좋아할 때에는 어떤 마음일까요. 돈이 있기에 서로를 좋아할까요. 얼굴이 잘생겼거나 이쁘장하니까 좋아할 만할까요.


  어른들도 아이들하고 같아요. 어른들이 사랑을 나눈다 할 때에 서로 ‘돈·이름·힘’이라는 허울을 보면서 사랑을 나눌까요. 껍데기나 겉치레 아닌 속마음과 속내와 속빛을 헤아리면서 사랑을 나눌까요.


  맑은 바람을 바라기에 맑은 바람 쐽니다. 따순 햇살 꿈꾸기에 따순 햇살 쬡니다. 한여름 햇볕은 뜨겁지만 이불과 빨래를 잘 말려 줍니다. 한여름 따가운 햇살을 식혀 주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나무그늘은 짙푸릅니다. 아름다운 유월이 흐릅니다.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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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놀이 1

 


  여느 때에 한복을 입고 노는 한겨레 아이들을 볼 수 없다. 어버이들이 아이들한테 한복이라고 하는 ‘옷’을 안 입히기도 하지만, 곱고 어여쁜 옷을 입히며 즐기는 삶을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섯 살 사름벼리는 처음 한복을 입던 날, 잠자리에서조차 한복을 벗지 않았다. 땀과 때에 절고 나서야 비로소 한복을 벗어 주었다. 덜 마른 옷을 자꾸 만지작거렸다. 해마다 몸이 자라 예전 한복은 작아서 못 입으니, 새 한복을 꾸준히 마련한다. 어린이 한복 한 벌 값은 여느 어린이 치마나 옷 값하고 견주면 아주 싸다. 이번에는 여섯 살 사름벼리가 일곱 살 즈음 될 때에 입을 수 있는 조금 큰 한복을 미리 장만한다. 여섯 살 사름벼리는 ‘안 끌리는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먼저 알아채고는 자꾸 상자를 뜯자 말한다. 상자를 뜯어 보여주니, 자꾸 꺼내자 말한다. 꺼내어 보여주니 자꾸 입겠다 한다. 얘야, 이 옷은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안 입거든? 찬바람 살랑 부는 철에 입어야 맞거든?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옷을 입어야 하지 않겠니? 아무래도 여름에 입는 어린이 한복 있는지 알아보아야겠다.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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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헌책방

 


  도서관에 ‘있는 책’이 있고, 도서관에 ‘없는 책’이 있습니다. 새책방에 ‘있는 책’이 있고, 새책방에 ‘없는 책’이 있습니다. ‘있는 책’은 빌릴 수 있고 살 수 있어요. ‘없는 책’은 구경할 수 없고 찾을 수 없어요.


  헌책방에 ‘모든 책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내놓은 책이나 도서관에서 건사하지 않은 책이 헌책방으로 들어옵니다. 새책방에서 사랑받지 못한 책이나 새책방으로 들어가지 못한 책이 헌책방으로 들어옵니다.


  인터넷이 없던 지난날, 헌책방은 너른 이야기바다였고 정보누리였으며 지식곳간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있는 오늘날, 다리품 팔아 마실을 다니지 않더라도 헌책방에서 책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큰 책방에서도 헌책을 다루고, 아름다운가게에서도 헌책을 다루며, 인터넷책방인 알라딘에서는 아예 헌책매장을 엽니다. 지난날하고 견줄 수 없이 ‘헌책 장터’가 커졌다고 해야 할는지, ‘헌책 팔아 돈이 된다’고 여겨야 할는지 살짝 아리송합니다. 다만, 인터넷으로 헌책을 사고팔 수 있거나, 큰 책방 여러 곳과 인터넷책방 알라딘 ‘중고샵’이 생겼다 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다루지 못하거나 다루지 않는 책이 아주 많습니다.


  인터넷책방은 인터넷에 목록으로 올린 책만 다룹니다. 인터넷에서는 누군가 목록으로 띄운 책만 알 수 있습니다. 매장으로 있는 헌책방에서 목록으로 밝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런 책이 있는’ 줄조차 모르기 일쑤입니다.


  100만 권 팔려도 책이요, 100권만 찍어도 책입니다. 이름난 작가와 출판사 이름이 붙어도 책이며, 혼자서 조용히 10권쯤 찍어도 책입니다. 책이란 이야기밭입니다. 책방이란 ‘이야기밭 일구고픈 사람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는 이야기마당입니다. 헌책방은 새롭고 새삼스러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은 사람들이 다리품을 팔면서 빙그레 웃고 어깨동무하는 꿈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인터넷이 널리 퍼져도 인터넷에 목록 안 올리는 헌책방 많습니다. 인터넷책방으로 꾸려도 모든 책을 목록으로 띄우지 않는 헌책방입니다. 책손 스스로 나들이를 할 때에 눈을 번쩍 뜨이도록 이끄는 책이 새롭게 나타납니다. 책손 스스로 마실을 다닐 적에 마음이 환하게 깨이도록 돕는 책이 새삼스레 드러납니다.


  디지털파일로도 책을 읽는다 하지만, 디지털파일로조차 담기지 못한 책이 많습니다. 전기가 없고 전파를 잡을 수 없는 곳에서는 오직 종이책으로만 이야기를 만납니다. 생각해 보면, 전기도 전파도 닿지 않는 데라면, 굳이 종이책 아닌 나무책 읽고 숲책 읽으면 될 테지요. 숲속에서까지 굳이 종이책 안 읽어도 좋아요. 멧골에서까지 애써 종이책 안 읽어도 좋아요. 책을 쓰는 사람들은 꽃내음 함께 맡고 싶은 마음이에요. 책을 엮는 사람들은 풀빛 서로 즐기고 싶은 뜻이에요. 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나무숨결 다 같이 마시고 싶은 넋이에요.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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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바람

 


별도 풀도
나무도 사람도
벌레도 멧새도
나란히 마시는 바람
훅 끼치며
머리카락 날린다.

 

느티잎 쏴락쏴락 물결치고
감잎 새로 돋고
후박잎 사이사이 봉오리 터지고

 

햇살 머금은 바람
한 줄기
고을마다 고운 손길로 쓰다듬는다.

 


4346.5.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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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과 빨래

 


  손으로 비비거나 기계로 비빈다고 해서 빨래를 마무리하지 못한다. 언제나 햇볕이 빨래를 보송보송 말려 주면서, 모든 빨래를 마무리한다. 곧, 빨래를 하자면, 물과 비누와 튼튼하고 씩씩한 손발에다가, 싱그러운 바람이랑 따사로운 햇볕이 나란히 있어야 한다. 빨래를 널어서 볕바라기 시키는 둘레에 풀밭이 있거나 숲이 있거나 나무가 있으면 훨씬 좋겠지. 이때에는 풀내음 숲내음 나무내음 옷가지마다 살포시 깃들 테니까.


  다 말린 옷가지라 하더라도 장마가 지나거나 비 여러 날 뿌린 뒤에는 시나브로 눅눅해진다. 이런 옷가지는 다시 빨더라도 눅눅함이 가시지 않는다. 눅눅함을 빼려면 바로 햇볕이 있어야 한다. 햇볕 쨍쨍 내리쬐는 마당에 착착 널면 어느덧 눅눅함 사라지면서 포근한 햇살내음 옷가지 깊숙하게 밴다.


  아이들은 햇살내음 밴 옷을 입는다. 나도 옆지기도 햇살내음 듬뿍 깃든 옷을 입는다. 밥을 먹는다고 할 적에도, 햇볕이 키운 밥을 먹는다. 집을 지어 살아간다고 할 적에도, 햇볕이 키운 나무를 베어서 지은 집에서 살아간다. 햇살이 어떻게 드리우는가를 살펴 집자리를 살피고, 살림살이를 건사한다. 햇살내음 묻는 바람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돌아보며 보금자리를 헤아리고, 아이들을 보살핀다.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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