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책 노는 어린이

 


  스티커책 가운데 ‘벌레(곤충)’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 있어 한번 장만한다. 어떨까. 재미있을까. 비닐로 싼 스티커그림책 뜯으니 예쁘장한 그림들 튀어나온다. 그림 좋구나. 그런데 빈자리가 그닥 넉넉하지 않다. 스티커를 붙인 나머지 자리는 조금 넉넉하게 두어 아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도록 해 주면 한결 좋을 텐데. 아무튼, 스티커를 떼어서 붙이니 큰아이는 좋아한다. “어떻게 붙여야 해?” “응, 스스로 생각해 봐. 그림을 잘 맞춰 봐.” 아무래도 난 그닥 안 상냥한 아버지인가? “이건 못 하겠어.” 하는 스티커와 그림을 보니, 스티커 판을 옆으로 살짝 돌리면 알아볼 만한데 그렇게 못 한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더 생각해 봐. 이 그림에 어떤 스티커 맞을는지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 봐.” 하고 말한다. 20초쯤 망설이던 아이는 “아, 이거로구나.” 하고 알아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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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논으로 오세요
여정은 지음, 김명길 그림 / 길벗어린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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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7

 


개구리와 함께 살아가기
― 개구리논으로 오세요
 여정은 글,김명길 그림
 천둥거인 펴냄,2004.5.1./11000원

 


  개구리는 개구리집이 저희 집입니다. 개구리집은 숲이기도 하고 풀섶이기도 하며, 풀밭이나 꽃밭이기도 합니다. 논도 개구리집이 되고, 밭도 개구리집이 됩니다. 멧골이나 시냇가도 개구리집이 되어요.


  사람은 사람집이 우리 집이 되겠지요. 사람은 도시에서도 살고 시골에서도 살아요. 사람은 한갓진 골목동네에서 살거나 복닥거리는 시내 한복판에서도 살지요. 두멧시골에서 살거나 숲속에 조용히 깃들어 살아가기도 해요.


  개구리는 딱히 사람 곁에서 살아가지 않습니다. 사람도 굳이 개구리 곁에서 살아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개구리 살아가는 곳에서 지내는 사람은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과 따순 햇살을 먹습니다. 이와 달리,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개구리는 자동차에 치여 죽거나 농약을 마시다가 죽거나 경운기나 트랙터에 깔려 죽곤 합니다.


.. “아이, 귀여워. 집에 가져가서 키우고 싶어.” “올챙이한테는 여기가 집이야. 다른 데서는 잘 자라지 못해.” 코딱지 선생님이 타이릅니다 ..  (6쪽)

 

 


  소쩍새는 어디에서 살까요. 꾀꼬리는 어디에서 사나요. 제비는 어디를 보금자리로 삼을까요. 까치와 까마귀는 이녁 둥지를 어디에 마련할까요. 사람들은 ‘우리 집’을 마련하면서 사람 곁에 다른 목숨들 고이 지낼 만한 삶터를 알맞게 남기는가요. 사람들은 ‘우리 집’만 생각하느라 다른 목숨들 모두 내쫓거나 죽이거나 몰아내지는 않나요. 아니, 사람들은 ‘우리 집’만 생각하기에 바빠, 막상 ‘사람 이웃’들 보금자리조차 넉넉히 나누는 일을 안 하지 않나요.


.. “올챙이한테 사람 손은 너무 뜨거워서 함부로 만지면 죽어. 그냥 물에 손을 넣고 가만있어 봐. 그러면 올챙이들이 뽀뽀를 해 준다.” 물속에 손을 넣으니 조금 있다 올챙이들이 다가와 달라붙습니다. 손이 간질간질합니다 ..  (8쪽)


  개구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개구리 노래잔치를 누립니다. 꾀꼬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늘 꾀꼬리 노래잔치를 즐깁니다. 귀뚜라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노상 귀뚜라미 노래잔치를 마주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잔치를 맞이하나요. 오늘날 사람들은 어느 곳을 우리 보금자리로 삼아 우리 꿈과 사랑을 펼치는 너른마당으로 삼는가요.


  여정은 님 글과 김명길 님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림책 《개구리논으로 오세요》(천둥거인,2004)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니 도시사람은 이제 따로 개구리논으로 찾아가야 개구리를 만납니다. ‘여느 논’으로 찾아가서는 개구리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여느 논’에 잘못 손을 담갔다가는 농약 밴 논물에 손이 다칠는지 모릅니다.


  개구리 살아가는 논에는 거미도 살고 게아재비도 삽니다. 미꾸라지와 다슬기가 살는지도 몰라요. 물방개와 소금쟁이도 살아갈 수 있는지 몰라요. 그러면, 잠자리도 알을 낳을 수 있고, 도룡뇽이나 뱀도 함께 어우러질는지 모르지요.


  개구리 살아갈 수 없는 논에서 거둔 벼는 누가 먹을 만할까 궁금합니다. 농약을 친 벼는 한결 값싸게 도시 노동자한테 내다 팔아서 도시 노동자가 먹을 만할까 궁금합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농약에 찌든 쌀을 사다가 먹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온누리 누구나, 이 나라 어떤 사람들이나, 개구리 함께 오순도순 노래하는 논에서 거둔 싱그러운 벼를 빻은 쌀을 먹으면서 즐겁게 어깨동무할 때에 아름답지 않나 궁금합니다.

 

 

 


.. 오늘 아기 산개구리를 보았다. 아주아주 작았다. 개구리가 그렇게 작다니, 상상도 못 했다. 코딱지가 그러는데, 개구리는 5년에서 7년쯤 산다고 한다 ..  (19쪽)


  도룡뇽 한 마리를 지키고자 고속철도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개구리 한 마리를 지키려고 공항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맹꽁이 한 마리를 지킬 뜻으로 관광단지나 발전소 모두 막을 수 있습니다. 도마뱀 한 마리를 지킬 생각으로 아파트도 쇼핑센터도 극장도 체육관도 축구장도 모두 막을 수 있어요.


  우리 이웃은 도룡뇽이고 개구리이며 맹꽁이입니다. 우리 동무는 도마뱀이요 제비이며 멧토끼입니다. 우리 곁에서 아름다운 숨결이 푸르게 노래할 때에 즐겁습니다. 우리 둘레에서 싱그러운 빛이 곱게 넘실거릴 때에 웃음꽃 피어납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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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6-18 13:37   좋아요 0 | URL
이 글을 보니 개구리의 합창을 듣고 싶네요.
농약 없는 논에서,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부르는 노래잔치를요... ^^

파란놀 2013-06-18 14:05   좋아요 0 | URL
도시 한복판 아파트와 건물과 백화점 없애고
논을 만들어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
도시사람도
무언가 큰 깨달음 얻지 않을까 싶곤 해요...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82) -의 : 새의 음

 

고슈는 처음에는 짜증스러웠지만, 한참 켜다 보니 어쩐지 새의 음이 진짜 도레미파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햇살과나무꾼 옮김-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논장,2000) 140쪽

 

  ‘음(音)’은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소리’입니다. 한국말 ‘소리’를 한자로 옮겨적을 때에 ‘音’이 됩니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로는 ‘소리’라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고음-저음’ 아닌 ‘높은소리-낮은소리’라 말해야 올바릅니다. ‘소음’ 아닌 ‘시끄러운 소리’라 하거나 ‘시끌소리’처럼 새말 빚어야 올발라요.

 

 새의 음이
→ 새소리가
→ 새가 내는 소리가
→ 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 새가 들려주는 소리가
 …

 

  새는 ‘음’을 내지 않습니다. 사람도 ‘음’을 내지 않아요. 새도 사람도 ‘소리’를 냅니다.


  아마 “새의 음”이라 적으면 길이가 훨씬 짧다고 말할 사람 있을는지 모르는데, 길이는 짧다지만 말이 안 됩니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이 글월에 아무런 이야기가 깃들지 못해요. 짧게 말하고 싶다면 “새의 음” 아닌 “새소리”라 말해야 알맞습니다. 말뜻을 제대로 살리자면 “새가 내는 소리”라 하든 “새가 노래하는 소리”라 하든 “새가 들려주는 소리”라 해야 알맞아요. 맑은 소리 하나가 우리 넋을 일깨웁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고슈는 처음에는 짜증스러웠지만, 한참 켜다 보니 어쩐지 새소리가 참말 도레미파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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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기다리는 자동차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걷는 사람을 못 기다린다. 나는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자동차가 앞에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사람)가 먼저 자동차(기계)보다 앞에서 가야겠다’고 몸짓으로 말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힘드니까, 아이들을 자동차물결 멈출 때까지 세워 둘 수 없고, 아이들이 자동차한테 치여 시달리게 할 수 없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쪽을 아예 안 쳐다본다. 너희(자동차,기계)가 내(사람,아이들) 앞에서 멈추지 않으면 어쩌겠느냐고 생각한다. 사람이 먼저이지, 기계가 먼저 아니라고 몸짓으로 외친다.


  문득 내 어릴 적에 숱하게 본 온갖 모습이 떠오른다. 내 어머니도, 이웃 아주머니도, 아이들 이끌고 다닐 때에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걸어다니’셨다. 아이 손을 잡고 씩씩하게. 다들 혼잣말처럼 읊으셨다. “사람이 지나가는데 차가 뭐야. 아이들보고 비키라는 거야. 넓은 데로 다녀야지, 왜 사람들 다니는 좁은 길로 들어와서 저래.” 하면서 가야 할 길을 다 가도록 여느 걸음걸이 그대로 지키곤 했다. 또, 어떤 아주머니들은 한손에 아이 하나씩 단단히 붙잡으면서 건널목을 야무지게 건너곤 했다. 이 아주머니들 볼 적마다 ‘그래, 그렇지. 아이들이 건너야지. 자동차가 기다려야지.’ 하고 느꼈다.


  두 아이와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지난날 일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간다. 자동차들이 사람을 못 기다리겠다고? 그러면 사람을 치고 지나가겠다고? 못 기다리겠으면 자동차에서 내리셔요. 자동차에서 내려 두 다리로 걸으셔요. 걸어갈 때가 가장 빠르답니다. 사람더러 비키라고 빵빵거리지 말아요. 사람더러 비키라고 빵빵거리는 자동차는 벼락을 맞기 마련이랍니다. 4346.6.18.불.ㅎㄳㄱ

 

(최종규 . 2013 - 책 헌책방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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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들

 


  작은 책들을 눈여겨봅니다. 책시렁에 번듯하게 꽂히더라도 커다란 책들 틈바구니에서 책등조차 거의 드러나지 못하는 작은 책들을 눈여겨봅니다.


  작은 책들을 살펴봅니다. 큰 책들 꽂히고 나서야 큰 책들 위쪽에 덩그러니 놓이기 마련인 작은 책들을 살펴봅니다.


  이 작은 책들은 어떤 사랑을 받아 태어났을까요. 이 작은 책들은 왜 다른 커다란 책들처럼 커다란 판으로 태어나지 못했을까요.


  작은 책은 값이 쌉니다. 큰 책하고 똑같은 줄거리 담았어도, 종이를 적게 쓰고 잉크를 적게 먹어 값이 쌉니다. 작은 책은 값이 싸니까, 작은 책을 만들어 파는 책마을 일꾼은 돈을 적게 법니다. 사람들이 어차피 사서 읽는 책이 똑같다면, 큰 판짜임으로 엮어 내놓으면 돈을 제법 벌 만하겠지요. 그렇지만, 어느 책마을 일꾼은 굳이 작은 책으로 엮어서 내놓습니다.


  파묻히기 쉽고 사라지기 쉽다 할 작은 책들인데, 외려 이 작은 책들이 더 크게 보이곤 합니다. 큰 책들 사이에 낑기거나 찡기거나 눌리기 쉽다 할 만큼 작은 책들이지만, 되레 이 작은 책은 한 번 더 쓰다듬거나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작기에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합니다. 작으니 잠자리에서도 버스에서도 길에서도 자전거에서도 손쉽게 들고 다닐 만합니다. 작은 마음으로 작은 사랑 담아 작은 이야기 꾸리는 작은 책을 작은 사람이 작은 손으로 만지작거립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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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6-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일본 책 보면 다 하나같이 귀엽고 자그마하잖아요,
우리나라에는 문고본들이 워낙 음, 시리즈물이 대부분이고 문고본이라 치기엔 너무 삐까번쩍해서;;;; 부담스러운데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중고딩 시절) 삼중당 문고본 맨날 읽었는데- 축약본이어서 좀 그렇긴 했지만 (당시에는 축약본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읽었고)

자그마한 책들이 한국에도 좀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파란놀 2013-06-18 14:04   좋아요 0 | URL
돈만 있대서는 자그마한 책을 못 만들고,
아름다운 뜻과
그야말로 책읽기 좋아하는 사장과 편집자 있어야
비로소 손바닥책 예쁘게 태어나리라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