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1] 풀내음과 꽃가루

 


  풀내음 맡으며 머리가 트이고
  꽃가루 마시며 가슴이 열려
  나뭇잎 쓰다듬으며 곱게 웃어요.

 


  교과서에는 ‘옛날사람은 수렵·채집을 했다’고 나옵니다만, 참말 옛날사람이 ‘수렵·채집’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뿐더러, 어떻게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먹었는지 제대로 아는 학자는 없어요. 사람이 언제부터 사냥을 했는지 밝힐 수 있는 학자란 없고, 사냥을 하지 않던 때에 밥이 될 먹을거리를 어느 만큼 마련해서 겨울나기를 하고 봄과 여름과 가을을 누렸는지 헤아리는 지식인도 없어요. 눈을 살그마니 감고 생각합니다. 모든 밥을 스스로 건사하던 지난날에 이 땅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얻어 삶을 지었을까요. 오늘날 시골처럼 풀베기를 그토록 힘겹게 했을까요. 오늘날 시골과 달리 풀포기 하나 알뜰히 아끼면서 살았을까요. 어떤 나무는 빗물 마시고 햇볕과 바람 쏘이기만 하더라도 퍽 굵직하며 달콤한 열매를 맺어요. 어떤 풀은 빗물이랑 햇볕과 바람만으로도 아주 고우며 환한 무지개빛 꽃송이 틔워요. 풀과 꽃과 나무에 어떤 빛이 서렸을까요. 사람들은 먼먼 옛날부터 풀과 꽃과 나무를 어떤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살았을까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푸른 숨결을 어떻게 받아먹었을까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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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 자전거로 다닌다
― 가장 시골스러운 나들이

 


  시골에서 살며 자전거를 즐겨타는 이웃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처음부터 자전거를 좋아하면서 즐겨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전거를 타지 않으니까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든,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왔든, 어린 나날부터 자전거와 가까이 지낸 사람일 때에만 자전거를 타요.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오는 이들은 으레 자가용이 꼭 있어야 한다고 여겨요. 시골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며 두 다리로 걷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땅을 제법 넉넉히 장만해서 흙을 좀 일구려는 이들은 짐차를 따로 장만해서 이것저것 실어 나를 때에 쓰겠다고 생각해요. 손수레를 쓰거나 지게를 짊어지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아무리 좋은 뜻과 마음으로 시골에 와서 살겠다 하면서, 기름 먹는 자동차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살피지 못하기 일쑤예요.


  자동차를 아예 안 탈 수 있으면 가장 좋아요. 자동차를 타야 할 때에는 타면 되어요. 그러나 자동차를 늘 타 버릇하는 일은 반갑지 않아요. 왜냐하면, 시골이거든요. 자동차에서는 시골바람도 시골내음도 시골빛도 시골소리도 누리지 못해요. 오직 자동차 시끄러운 소리에 귀가 멍멍하면서 사람도 풀도 나무도 벌레도 개구리도 숲도 휙휙 지나치기만 해요.


  새와 이웃하려고 시골에서 삽니다. 개구리와 어깨동무하려고 시골에서 삽니다. 풀을 쓰다듬고 나무를 어루만지려고 시골에서 삽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뛰놀려고 시골에서 살아요. 시골스러운 삶 생각하며 저마다 예쁘게 자전거 장만해서 천천히 몰면 좋겠어요. 자전거 발판 천천히 구르며 확 끼치는 산뜻한 바람 맞고, 자전거 위로 노니는 제비와 멧새 바라보면서 구름빛 함께 누려요. 호젓한 들길과 숲길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기지개를 크게 켜요. 우리 함께 가장 시골스럽게 시골에서 살아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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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어린이

 


  읍내마실 가려고 마을 어귀로 나오면, 아이들은 으레 버스터 뒤쪽 꽃밭으로 가서 꽃내음 맡고 꽃을 꺾는다. 아이들이 꽃밭에 있을 때에 저 앞에서 군내버스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얘들아, 버스 온다. 자, 타자.” 하고 부르면 “네, 가자, 가자, 보라야 얼른 가자.” 하면서 달려온다. 버스에서 노란꽃 만지작만지작하다가 꽃잎 두 장 톡 떨어진다. 떨어진 꽃잎 한참 만지면서 논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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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스스로 달걀 까고파

 


  달걀을 삶고는 한참 기다렸다가 건넨다. 밥을 어느 만큼 먹고 나서야 슬쩍 건넨다. 아이들더러 스스로 까도록 작은 통에 담아 건넨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달걀까기에 바쁘다. 큰아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예쁘게 잘 까지만, 작은아이는 서툰 손놀림으로 엉성하게 깐다. 그래도 작은아이 몫이지. 엉성하더라도 스스로 까 버릇하며 차츰 손맛을 익힐 테지. 누나가 바닥에 엎드려서 까니, 산들보라도 누나 따라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서 깐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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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 2013.6.18.

 


  아직 아이들은 스스로 풀을 집어먹기 어려울까. 그래도 큰아이는 “풀도 같이 먹어야지.” 하는 말을 두 차례 하면 집어서 먹는다. 아버지가 집어서 먹으며 아이한테 내밀면 그때그때 받아서 먹는다. 작은아이도 이제는 풀을 날름날름 잘 받아서 먹는다. 얘들아, 너희 아버지는 우리 집에서 나는 풀이 가장 맛있더라. 우리 집 풀을 뜯어서 먹으면 몸이 가장 좋아하더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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