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아이들 작은책마을 1
리혜선 지음, 이영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책 읽는 삶 33

 


사랑이라는 씨앗 심는 어린이
― 사과배 아이들
 리혜선 글,이영경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2006.9.15./7500원

 


  아이들이 뛰놉니다. 거리끼지 않고 뛰놉니다. 뛰노는 아이들은 이것저것 재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함께 뒹굴고 같이 얼크러집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러 1등을 맞은 아이도, 시험점수 꼴등이 나온 아이도, 다 함께 하나가 되어 어우러집니다.


  아이들 놀이에는 등수가 없습니다.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에 등수란 없습니다. 고무질이나 공기놀이에 등수란 없어요. 그러나, 어른들 교육에는 온통 등수입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내내 아이들한테 점수를 닦달하고 등수를 매기는 어른들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빌미를 내세우지만, 막상 어른들 하는 짓은 가르침 아닌 점수다툼과 시험지옥입니다.


  아이들은 깍두기를 마련합니다. 느리거나 굼뜬 아이라 하더라도 어느 쪽에나 끼면서 함께 놀 수 있습니다. 어른들 누리에는 깍두기가 없습니다. 느리거나 굼뜬 아이는 바보 대접을 받습니다. 점수가 떨어지거나 시험을 못 보는 아이들은 따돌림을 받으며 고달픕니다.


.. 상에는 사과 외에도 산열매들과 나뭇잎, 돌멩이, 풀씨들이 울긋불긋 가득 올랐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운이에게서 이런 것들이 죄다 멋진 이름을 가지는 것이다. “이건 사과요, 이건 국수와 쌀, 송편, 경단, 무지개떡이니라.” ..  (14쪽)


  놀이가 사라진 학교는 배움터라 할 수 없습니다. 놀이를 억누르는 학교는 배움터와 동떨어집니다. 놀이하고 금을 그은 채 오직 시험공부만 시키는 학교는 배움터라는 이름이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어른들 스스로 놀 줄 모르기에 아이들을 놀게 하지 않아요. 어른들 스스로 아름답게 놀지 않는 터라,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헤아리지 못해요. 어른들 스스로 놀이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나머지, 아이들이 개구지게 뛰놀면서 얼마나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는가를 알아채지 못해요.


  삶이란 놀이입니다. 일이란 놀이와 같습니다. 즐겁게 꾸리는 삶이지, 억척스레 쌓아올려 이름이나 돈이나 힘을 거머쥐려는 삶이 아닙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려는 일이지, 나 혼자 이름과 돈과 힘을 차지하면서 우쭐거리려고 하는 일이 아니에요.


  두레는 즐겁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두레를 합니다. 품앗이는 사랑스럽습니다. 밥잔치를 베풀고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면서 아이 어른 모두 기쁘게 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하기에 품앗이를 합니다.


.. 범두가 꽥 소리를 질렀다. “왜 혼자 먹어? 이 먹보야.” “생일이니까 혼자 먹어두 돼.” 영호가 창선이의 편을 들며 범두를 쏘아 주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 혼자 먹으면 욕심이 불어난다고…….” “생일이니까…….”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창선이의 입 안에서 가득 부서져 내리는 사과 소리를 듣자 아이들은 일제히 새콤한 침을 꿀꺽 넘겼다 ..  (16∼17쪽)


  시험점수를 쌓는 학교에서는 참삶을 가르치지 못합니다. 어른과 아이가 허물없이 놀고 어울리면서, 저마다 살아가는 뜻과 보람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으려 할 때에 비로소 참가르침과 참배움이 샘솟습니다.


  호미질 한 번이 즐거워야지요. 낫질 한 번이 기뻐야지요. 바느질 한 땀으로 노래가 나오고, 빨래 비빔질 한 차례로 춤사위 샘솟아야지요.


  이맛살 찡그릴 때에는 일답지 못합니다. 위와 아래로 나누어 누구는 시키기만 하고 누구는 부려먹히기만 한다면 일다울 수 없습니다. 계급이나 신분이 있으면 일이 아니라 굴레입니다. 계급이나 신분은 사람을 사람 아닌 노예로 길들입니다.


  직급도 직위도 없어야 해요. 과장이니 부장이니 차장이니 하는 이름이란 얼마나 덧없을까요. 시인 가운데에는 과장 시인이나 부장 시인이 없어요. 사장 시인이나 회장 시인이란 없지요. 모든 시인은 그저 시인입니다.


  놀이하는 아이들 가운대 대장 아이와 쫄개 아이란 없습니다. 모든 ‘놀이 아이’는 똑같이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 이때 갑자기 창호가 달려들어 범두의 손에 든 것을 빼앗아 갔다. 너무 뜻밖이고 조금 심하기까지 해서 범두는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창호는 손에 쥔 씨를 높이 들고 소리를 질렀다. “얘들아, 사과를 심자!” “와, 신난다!” 아이들은 환성을 질렀다. 창호는 머리를 힘껏 쥐어박았다.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  (32쪽)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는 어린이입니다. 사랑씨앗 아니고는 따로 심지 않는 어린이입니다. 다만, 사랑씨앗 아닌 씨앗도 함께 심지요. 이를테면, 꿈씨앗을 심어요. 믿음씨앗을 심지요. 생각씨앗을 심으며, 웃음씨앗과 이야기씨앗을 심어요.


  아이들은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씨앗을 심습니다. 씨앗을 심는 아이들은 돈이나 이름이나 힘 따위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따위를 생각했다면 씨앗을 심을 마음이 피어나지 않아요. 이런 따위를 생각하면 씨앗도 어깨동무도 꿈도 아닌 어두움만 가득하고 말아요.


  곧, 어른들은 아이들을 낳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낳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낳아 사랑을 새롭게 배웁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고운 숨결 물려받으면서, 이 고운 숨결을 사랑과 꿈과 빛으로 다시 북돋아서 씨앗 한 톨로 곱다시 선물로 내어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은 언제나 아이들한테서 사랑과 꿈과 빛을 받아먹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늘 삶과 살림과 이야기를 나누어 줍니다.


.. 차차 창호의 눈이 이상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저 나무에 백두산 너머 고향의 과일 접지를 접목한다……, 이곳 기후에 맞게 풍토 순화하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새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다……, 사과같이 예쁘고 달고, 배같이 물이 많고 시원하고……, 이 산에도, 저 산에도, 저기 저 산에도 가득 과수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과일이 이름은 사과……배, 아아, 사과배 ..  (62쪽)


  리혜선 님 어린이문학 《사과배 아이들》(웅진주니어,2006)을 읽습니다. 중국땅에서 새 삶터 일구려 한 한겨레가 어떻게 ‘사과배’ 한 알 얻을 수 있었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온통 어둡고 깜깜한 곳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빛을 되찾으며 삶을 밝혔는가 하는 슬기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른들은 그저 ‘새 땅’에 가면 되겠거니 하고 여깁니다. 아이들은 노상 ‘가장 맑은 꿈(사과 한 알)’을 생각합니다. 물 설고 낯 설며 추운 새터에서도 ‘가장 맑은 꿈(사과 한 알)’을 누리고 싶습니다. 이리하여, 이 아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무릅쓰고 ‘사과배’를 생각해 냅니다. 씨앗을 심고 가꿉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고 여러 차례 어긋났지만 씩씩하고 꿋꿋하게 꿈을 키워 바야흐로 사과배 한 그루 얻습니다.


  아마, 감나무도 아이들이 빚은 씨앗 한 톨에서 자랐겠지요. 온누리 모든 열매나무는 아이들이 품은 꿈 한 자락에서 태어났겠지요. 곡식도 푸성귀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해요. 언제나 아이들이 가장 맑고 밝은 꿈을 키우고 생각을 빛내 이루었으리라 느껴요.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험공부에 시달려서는 안 돼요. 이 아이들을 학교에 내몰아 입시지옥에 휘둘리게 해서는 안 돼요. 아이들은 들을 밟고 숲을 누리며 나무와 나란히 서며 놀아야 해요. 아이들은 하늘숨을 마시고, 바람내음 맡으며, 풀빛을 좋아하며 자라야 해요. 그래야 아이들입니다. 4346.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treeje 2013-06-2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저 이 책 꼭 읽을래요. ^^
히히..사과 배 아이들, 다 너무 좋아해요.~

파란놀 2013-06-27 13:24   좋아요 0 | URL
리혜선 님이 쓴 책 가운데
<코리아드림>이 아주 재미있는데...
'남녘 문제'를 너무 날카롭게 건드렸다 해서
여러모로... 안 좋아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요새는 이분 작품이 남녘에 거의 소개가 안 되는 듯해요...

페크pek0501 2013-06-2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중고교의 체육수업을 지금보다 늘리겠다고 하더군요.
체육수업을 늘리면 체력 향상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되고 학습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입시 경쟁으로 인해 체육 수업을 줄였었다는 게 문제지요.
아이들이 뛰어 논다면 몸도 마음도 튼튼해지겠지요.

"아이들은 들을 밟고 숲을 누리며 나무와 나란히 서며 놀아야 해요."
"놀이가 사라진 학교는 배움터라 할 수 없습니다." - 맞습니다. ^^

파란놀 2013-06-27 18:28   좋아요 0 | URL
체육 수업이 늘어나도 '교과서에 나오는 어떤 스포츠를 따라하는' 것에 그친다면, 늘리나 마나가 될 텐데, 어느 특정 과목 수업을 늘리는 것이 아닌, 입시제도가 사라져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겠지요....
 

욱일승천기 책읽기

 


  적잖은 사람들이 ‘욱일승천기’를 보면 ‘욱’ 하고 따지곤 한다. 이런 ‘욱’이 잘못되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1960년대 멧골자락 아이들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낸 어느 미대 교수도 햇살 퍼지는 모습을 ‘욱일승천기’하고 똑같이 담은 적 있어 놀란 적 있는데, 욱 하는 사람도 많으나 욱 하기는커녕 아무것도 못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나마 욱 하는 사람이라도 있기에 이럭저럭 바로잡으려고 힘쓰는 기운이 돌기도 한다.


  그런데, 욱일승천기 한 가지에 욱 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욱일승천기를 놓고 왜 욱 하고 따지려 들까. 겉으로 버젓이 드러나는 모습으로 욱일승천기는 여러모로 눈에 잘 뜨이리라. 그러면, 한국사람들 삶과 말과 넋으로 스며든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찌꺼기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국사람 스스로 조금도 바로잡거나 고치거나 다스리려고 하지 못하는 ‘일본 말투’와 ‘일본 한자말’과 ‘일본 번역투’ 같은 바보스러운 말매무새는 어찌하면 좋지? 이런 바보스러운 말매무새를 따지거나 꼬집거나 알려줄 때에 고맙게 여기며 바로잡거나 고치거나 다스리는 작가나 지식인은 몇이나 될까.


  텔레비전 방송이나 이런저런 책에서 ‘그녀’와 ‘미소’ 같은 낱말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찌꺼기 가운데 대표라고 숱하게 나오지만, 막상 이 두 낱말을 안 쓰면서 글을 쓰는 작가나 지식인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두가지 낱말만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찌꺼기가 아니다. 한국말 사이사이 스며들거나 파고든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찌꺼기 말글이 매우 많다.


  어린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보는 ‘뽀로로 게임’을 살피면, “준비, 시작!”이라고 하는 말이 자주 나온다. “준비, 시작!”은 “요이, 땅!”을 한자말로 옮긴 일본 말투이다. ‘애국조회’와 ‘훈화’는 일본 천황 말씀을 섬기라는 뜻에서 일제강점기에 황민화교육으로 우리 겨레 억누르면서 억지로 시킨 군국주의 제도권교육 찌꺼기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학교에서는 애국조회를 하고 교장 훈화를 한다. “차려, 경례!” 또한 일본말인데,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서 쓰던 일본말이다. ‘국민의례’라 하는 것도 일본 천황 기리는 의례로 나온 것을 고스란히 따를 뿐이다. ‘국민학교’에서 ‘국민’은 일본 천황을 섬기는 백성이 되라는 뜻으로 일본사람이 지은 한자말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는 데에 무척 오랜 나날이 걸렸다. 그런데, 학교 이름에서는 이런 낱말 덜었으면서 막상 정치꾼들은 언제나 “국민 여러분” 하고 들먹인다. 신문사 이름 가운데에도 ‘국민’을 쓰는 데가 있지 않은가.


  욱일승천기에 욱 하는 일 나쁘지 않다. 욱 하려면 욱 하면 된다. 그리고, 욱 하는 몸짓 하나로 그치지 말고, 우리 둘레에 퍼진 ‘군국주의와 제국주의 찌꺼기’가 무엇인지 하나씩 살필 수 있기를 빈다. 한국 사내들이 군대에 가서 하는 모든 것들이 모조리 일본 제국주의 군대 적부터 이어진 것들인 줄 깨닫기를 빈다. 이러면서 내 말과 넋과 삶에 나도 모르게 파고든 온갖 ‘군국주의와 제국주의 찌꺼기’를 읽어내어 차근차근 털면서 아름다운 말과 넋과 삶이 되도록 다스릴 수 있기를 빈다. 4346.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13-06-27 13:40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단에 특히 공감합니다.

파란놀 2013-06-27 18:28   좋아요 0 | URL
우리 삶에 스며든 군국주의와 제국주의 찌꺼기가 대단히 많은데... 다들 이런 데에는 그저 익숙하니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가기 일쑤예요. 공사판에서 쓰는 말, 출판계에서 쓰는 말, 모두 일본말로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지요...
 

[시로 읽는 책 28] 새롭게 아름다운 빛

 


 스러지는 모든 것
 머잖아
 새롭게 아름다운 빛 되어요.

 


  옆지기와 나는 아이들한테 늘 이야기해요. 어떤 목숨이든지 죽는다고 하면, 다시 이곳에 아름다운 숨결로 찾아온다고요. 자동차에 치여 죽은 들짐승이나 멧새이건, 겨우내 말라죽은 잠자리나 나비이건, 모두 새로운 숨결로 아름답게 태어난다고 이야기해요. 우리 사람들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살려고 하면 살아가는 사람이나, 그만 숨을 거두고 만다면 이 땅에 아름다운 사랑 피어나기를 빌면서 새 숨결 되리라 믿어요. 우리들이 늘 먹는 모든 밥도 이 땅을 푸르게 가꾸던 숨결이에요. 쌀알도, 푸성귀도, 고기 살점도, 모두 목숨입니다. 이 고마운 목숨을 반갑게 맞아들여 내 숨결을 잇고 내 삶을 아낀다고 느끼지요. 4346.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을 함께 그린다

 


  세 살 산들보라가 크레파스로 죽죽 금긋기를 하다가 내팽개친 종이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종이는 이대로 두면 틀림없이 쓰레기처럼 버려지리라. 그렇다고 여섯 살 사름벼리가 이 종이에 그림을 그릴 듯하지는 않다. 깨끗한 종이에 그림을 그리려 할 테지.


  큰아이가 그림 그리는 곁에 ‘작은아이가 죽죽 금을 그은 종이’를 펼치고는 우리 집 후박나무를 그려 본다. 잎사귀를 어떻게 그릴까 생각하다가, 모두 동글동글 하나씩 그려 넣는다. 생각보다 느낌이 좋다 싶어 바지런히 동글동글 잎사귀 넣는다.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여기는 왜 다 안 그려?” 음, 그게 다 그린 그림인데?


  후박나무 위쪽을 그린 다음 하늘빛을 입히는데, 노랑나비 네 마리 그리고, 고추잠자리 세 마리 그린다. 노랗게 맑은 해님을 그린다. 작은아이가 크레파스를 쥐더니 해님 둘레를 죽죽 긋는다. 작은아이 딴에는 그림을 함께 그리겠다는 뜻이다. 좋아. 네 마음대로 죽죽 그어 주렴.


  이윽고 후박나무 아래쪽 그릴 때. 무얼 그릴까 하고 1초쯤 생각하다가 나무뿌리를 그리기로 한다. 나무뿌리를 죽죽 잇다가는, 몇 가지 글씨를 넣는다. 맨 먼저 나무. 작은아이가 곁에서 자꾸 ‘나무’라고 말하기에 나무를 적는다. 그러고서 뿌리를 쓴다. 그러고서 잎을 쓰고 꽃을 쓰고 열매를 쓴다. 마지막으로 씨앗을 쓴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무는 뿌리와 잎과 꽃과 열매에 씨앗, 이렇게 다섯 가지로 이루어진다고 할 만하네.


  아래쪽 빛깔을 입힌다. 이야, 여러 날 걸려 그림 한 장 다 그렸네. 큰아이도 제 그림을 다 그리고는 아버지 그림을 바라본다. 아까와는 달리 “어, 아버지 그림 잘 그리네.” 하고 말한다. 그래? 그러면 아버지가 그림을 왜 잘 그린다고 생각하니? 알겠니? 아버지는 아버지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니까 잘 그려. 아버지가 언제나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에 담으니까 잘 그린단다. 사름벼리 너도 말이야, 네가 좋아하는 마음속 이야기를 늘 그리니까, 너도 그림을 잘 그리지. 그래서 네 그림을 온 집안에 잘 보이도록 붙인단다. 4346.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6-27 08:42   좋아요 0 | URL
그림이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습니다.
나무 나비 잠자리 해님 뿌리
땅 위의 푸르름과 땅 아래의 따뜻한 흙 색감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하는군요..
이 그림 한 장 벽에 붙여 놓으면 매일 우주와 함께 있는 느낌일 것 같아요. ^^
그림이 무척 탐이 납니다. ㅎㅎ

파란놀 2013-06-27 08:58   좋아요 0 | URL
이번 그림은 나뭇잎 동글동글 하느라 좀 오래 걸렸는데,
아이들과 또 다른 그림을 하나 그리면
선물할게요.

어떤 그림 그리면 좋을는지
3초 생각하니 떠올랐습니다 ^^;;;
 

꽃밥 먹자 11. 2013.6.23.

 


  아침에 밥을 먹자 부르니 인형을 한아름 가져와서 늘어놓는다. 저녁에 밥을 먹자 부르고 보니 밥상에 연필통이 있다. 너희들 밥 먹자는 뜻이니, 그냥 놀겠다는 뜻이니. 밥상을 다 차려서 불렀으면 즐겁게 밥을 먹자. 그러고 나서 마음껏 놀면 되잖니. 인형놀이는 밥 먹은 뒤 하고, 밥상을 책상 삼아 그림놀이 했으면 연필통은 치워 주셔요.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