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 하늘타리잎 큰멋쟁이나비 2013.6.28.

 


  나비가 살아가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까. 나비가 자라려면 어떤 터전이어야 할까. 나비가 알을 낳고, 이 알이 깨어나려면, 또 깨어난 알에서 자랄 애벌레가 씩씩하게 크려면, 어떤 보금자리가 이루어져야 할까. 나비가 알을 낳고 깨어나는 데와 나비가 알을 못 낳고 깨어날 수도 없는 데는 서로 어떻게 다를까. 한여름으로 접어들며 온갖 나비를 두루 만나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사람들만 왁자지껄 부산스레 모여서 살아가는 데에서는 나비를 만나기 몹시 어렵다. 그래도 나비는 도시 한복판 어디엔가 있는 풀섶에 깃들어 알을 낳고는 목숨을 잇는다. 느긋이 앉아서 먹을 꽃가루 하나 찾기 어려운 도시에서조차 나비는 사람들한테 말을 건다. 비록 도시사람 누구나 제 갈 길과 제 할 일에 바빠 나비춤을 쳐다보지 않지만, 게다가 나비는 가녀린 팔랑날갯짓으로 낮게 날다가 자동차에 치이고 버스에 치이며 사람들 발에 밟히지만, 그래도 사람들한테 말을 걸려고 도시 한복판에서조차 드문드문 알을 낳으며 살아간다. 우리 집 나비들은 어떠할까. 우리 집 나비들은 살 만할까. 우리 집 나비들은 내려앉을 꽃송이 넉넉히 누리면서 즐겁게 짝짓기를 할 만할까. 하늘타리 잎사귀 뻗는 돌울타리 한쪽에 앉아서 쉬는 큰멋쟁이나비 한 마리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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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스위치 1
토리코 치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45

 


누가 나를 찾아 주어야 할까
― 가족 스위치 1
 치야 토리코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2013.1.25./4500원

 


  아침에 멧새 두 마리 우리 집으로 날아듭니다. 늘 있는 일이라 대수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멧새 두 마리는 후박나무에 깃듭니다. 서로 짹 짹 뺏 뺏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 이리저리 오가며 놉니다. 아직 후박열매 없는데 무엇을 찾으러 왔을까 싶지만, 열매는 없어도 나무에서 살아가는 벌레들이 있을 테지요. 나무에는 수많은 목숨이 저마다 보금자리를 틀어서 살아가거든요. 딱정벌레가 있을 테고, 매미가 있을 테지요.


  새들이 이 나무 저 나무 옮겨다니며 노는 모습, 또는 먹이 찾는 모습, 또는 짝짓기 하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시골마을 다른 집은 몰라도 우리 집에는 새와 나비가 스스럼없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마을에서 우리 집만 농약을 안 뿌리고, 파리약이나 모기약을 안 뿌립니다. 마을에서 우리 집만 비닐쓰레기를 안 태웁니다. 마을에서 우리 집만 풀숲을 이룹니다.


  나무가 나무답게 살 수 있기를 바라고, 풀이 풀대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이곳에서 여러 목숨이 얼크러지기를 바라며, 사람도 사람답게 푸른 바람 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다 보니, 아무래도 우리 집 언저리에서 다리를 쉬고 날개를 쉬는 작은 목숨이 차츰 늘어나지 싶어요.


- “그냥 ‘타∼보’가 집안일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니까!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13쪽)
- “멋대로 구는 건 너잖아. 우리가 너한테 집안일 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냥 네가 너 좋아서 하는 거잖아. 괜히 혼자 짜증내고 소지한테 화풀이하지 마.” (39쪽)


  어제 낮,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다녀옵니다. 대문을 활짝 열고 자전거를 들여놓을 무렵, 큰멋쟁이나비 한 마리 우리 대문 둘레에서 서성입니다. 우리 집 파란대문에 찰싹 붙듯 내려앉기도 하고, 대문 앞 풀섶에 앉기도 합니다.


  우리 집 대문 앞은 풀밭이었지만 이웃 할배가 싹 베었습니다. 굳이 기계를 써서 베지 않아도 풀은 저희 스스로 스러지고 새로 돋습니다. 이른봄 맨 먼저 피어나던 들풀은 스스로 져서 스스로 흙으로 돌아갔고, 민들레도 씨를 모두 날린 뒤에 잎사귀 자국도 거의 안 남긴 채 스스로 사라졌어요. 유채와 갓도 한창 키 높이 자라다가는 씨를 맺고는 차츰 시들며 키가 줄고 힘을 잃더니 스스로 쓰러집니다.


  이 큰멋쟁이나비는 우리 집 대문 앞에 이루어졌던 풀숲에서 알을 깨고 자랐을는지 몰라요. 스무 가지쯤 되는 온갖 풀이 얼크러졌던 자리이니 어느 풀잎에 알을 낳아서 깨어났을 수 있어요.


  마을 할매와 할배는 나비를 썩 안 좋아할 수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예쁘다 여길 테지만, 나비로 거듭나기 앞서 애벌레일 적에 풀잎을 갉아먹어요. 배추잎도 상추잎도 무잎도 고추잎도 감자잎도 뽕잎도 모두모두 갉아먹어요. 흙일을 망가뜨린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나비로서는 여느 풀잎을 몽땅 베거나 농약 쳐서 죽여 버리니, 배추잎이나 콩잎이나 시금치잎이나 모두 갉아먹을밖에 없습니다. 나비도 먹고살아야지요. 그리고, 나비로 거듭나야 나비가 이 꽃 저 꽃 옮겨다니며 꽃가루받이 해 주어요. 논둑이나 밭둑 풀 함부로 베어내서는 안 되고, 나뭇가지 솎아내기도 섣불리 해서는 안 되어요. ‘사람 눈에 보기 좋다’고 하는 싹 밀어낸 모습은 사람한테 외려 나쁜 모습입니다.


- ‘그 집에 있으면 왠지 평범의 기준이 헷갈린다. 내가 틀린 것도 아닌데, 내가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17쪽)
- ‘엄마가 돌아가신 후 류지 형도 뭔가 변화를 겪은 건지 몰라.’ (27쪽)
- ‘울 필요가 없으니까. 엄마를 잊은 건 아니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안 했거든. 그런 생각할 틈이 없을 만큼 매일 정신 없어서.’ (45쪽)


  논에 밭에 농약 잔뜩 뿌리면서 ‘개구리 노랫소리 듣기 좋다’고 말한다면 거짓입니다. 개구리 몽땅 죽이는 짓을 하면서 개구리 노랫소리 듣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논에서 개구리가 살기에, 개구리가 메뚜기를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논과 밭에서 메뚜기가 뛰놀기에 제비가 날아다니며 메뚜기를 잡아채어 새끼를 먹여살릴 수 있습니다. 개구리가 살아가기에 왜가리나 해오라기가 개구리 잡으러 논마다 하얗게 내려앉습니다.


  우리는 모두모두 한식구입니다. 사람과 사람도 이웃이요 한식구일 뿐 아니라, 사람과 개구리도 이웃이면서 한식구입니다. 사람과 메뚜기도, 사람과 제비도, 사람과 해오라기도 한식구예요. 개구리와 메뚜기와 제비와 해오라기도 서로 한식구이지요. 나비와 사람도 한식구요, 뱀과 도룡뇽 또한 사람하고 한식구를 이룹니다.


- “참 귀엽구나, 너. 왜 짖지 않는 거지? 따뜻하다.” (123쪽)
-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테루 누나는 우리 집에 녹아들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158쪽)


  치야 토리코 님 만화책 《가족 스위치》(학산문화사,2013) 첫째 권을 읽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타∼보’라 하는 아이가 집일을 도맡습니다. 식구 가운데 아무도 ‘타∼보’라 하는 아이더러 집일을 하라 맡기지 않았다지만, 다른 식구는 처음부터 집일 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아버지도 똑같습니다. 어머니 혼자 집일 건사하며 식구를 돌본 삶이었습니다.


  누가 누구한테 굳이 고맙다고 말해야 하지 않습니다. 누가 누구한테 애써 몸바친다고 여길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삶을 이루는 흐름은 읽어야 합니다. 삶을 빛내는 사랑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 깨달아야 합니다. 이런 ‘타∼보’네 집에 곁식구이자 한식구로 찾아온 ‘테루 누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불어넣습니다. ‘한식구’라는 생각을 거의 안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식구’로 지내는 삶을 새삼스레 돌아보도록 이끈다고 하겠지요.


- ‘누가 날 좀 찾아 줘. 누가. 날 좀.’ (169쪽)


  어머니를 일찍 잃은 아이들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어머니를 그리고 싶은 아이들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흐를까요.


  어머니가 있기에 안 외로울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없기에 늘 외롭다 여겨야 할까요. 어머니는 집안에서 어떤 몫 맡는 사람일까요. 어머니 있는 집과 어머니 없는 집은 어떻게 다를까요. 아버지는 집안에서 어떤 구실을 하고, 아버지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이들은 사랑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아이들은 어떤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자랄까요. 아이들을 낳은 어버이는 스스로 어떤 사랑을 빛내는 하루를 아이들 앞에서 보여줄까요. 아이들은 차츰차츰 스스로 내 삶을 나 스스로 찾는 길을 걸어갈 테지만, 아이들이 씩씩하게 홀로서는 날까지 아이들 곁에 있을 어버이는 어떤 모습과 마음일 때에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4346.6.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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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 노트 5 : 정원의 곤충들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 노트 5
올리비아 쿠스노 지음, 이세진 옮김 / 달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1

 


벌레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
―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노트 5 정원의 곤충들
 올리비아 쿠스노 글·그림,이세진 옮김
 달리 펴냄,2012.8.13./7800원

 


  올리비아 쿠스노 님이 빚은 그림책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노트 5 정원의 곤충들》(달리,2012)은 스티커책입니다. 우리 곁에서 쉬 만날 만한 벌레 아홉 가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빈 그림에 스티커를 붙여서 짝맞추기를 하도록 이끕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거의 모두 도시에서 지냅니다. 시골 읍내나 면소재지도 도시하고 같은 터전입니다. 숲이나 멧자락이나 바다나 들 곁에서 지내지 않으면 모두 도시사람입니다. 두멧시골 읍내에는 제비집이 아직 있습니다만, 제비집보다 자동차가 훨씬 많고, 사마귀나 쇠똥구리가 깃들 보금자리가 마땅히 없어요.


  지난날 ‘돈벌레’라고도 했다는 바퀴벌레는 으레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나는 시골에서 지내며 바퀴벌레를 본 적 없습니다. 시골이라서 바퀴벌레가 없을 까닭은 없을 텐데, 바퀴벌레로서는 시골집에 굳이 기어들지 않으리라 싶기도 해요. 풀밭과 수풀에서 먹이와 보금자리 넉넉히 얻을 테니까요.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은 벌레나 새나 작은 짐승들을 늘 보고 부대끼니,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노트》에 나오는 벌레들이 익숙합니다. 어렵지 않게 짝맞추기를 합니다. 귀엽게 그린 벌레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빈자리에 그림도 그려 넣습니다. 그런데, 스티커를 붙이고 빈자리에 그림을 그리고 나면, 그닥 할 것이 없어요. 그림은 예쁘고, 스티고 떼어서 붙이기는 재미있지만, 예쁜 그림과 붙이기 놀이에 이어지는 이야기까지 이 그림책에 담지는 못합니다.


  따로 이야기가 없으면, 어버이가 곁에서 그림마다 새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줄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남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새겨도 즐거울 테지만, 우리가 누릴 이야기를 우리가 스스로 지어서 새겨도 즐거워요. 그리고,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서 새길 만하다면, 책을 덮고 들이나 숲이나 바다로 가서 뛰놀면 됩니다. 들판에서 신나게 달리고, 나무그늘에서 느긋하며 쉬며, 바닷가에서 개구지게 뒹굽니다. 우리를 둘러싼 작은 숨결이 어떻게 지내는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살갗으로 느낍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숨결이 어떤 빛이요 넋인가를 가만히 지켜보며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마당이 있고 집안에 나무 한 그루 있으며 풀섶 이루어졌으면, 이곳에서 나비가 알을 낳아 새 어린나비 깨어날 수 있습니다. 집안 마당에서 나비 한 마리 깨어날 수 있으면, 어른도 아이도 늘 나비춤 만나요.


  집에 나무 한 그루 우람하게 자라면, 이 나무에 멧새가 찾아와서 깃들어요. 나무 한 그루 있기에 새소리를 듣고, 싱그러이 아침을 맞이합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나뭇잎 건드리는 소리를 들어요. 바람 따라 나무가 살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를 들어요. 흐뭇하게 마음을 열고,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도 하루를 쉬며 느긋하게 삶을 돌아볼 만한 나무그늘 있으면 좋겠어요. 나무그늘에서 하늘빛 느끼고, 저녁노을 바라보며, 벌레들 볼볼 기는 모습 지켜본다면 좋겠어요. 너무 바쁘지 않기를 빌고, 사람 곁에 수많은 목숨들 있어 사람들 삶터가 아름다울 수 있는 줄 깨닫기를 빌어요. 4346.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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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11] 늘 듣는 소리
― 맑은 노래를 누리는 삶

 


  인천에서 살며 옆지기를 만나 짝을 짓고 아이를 낳아서 돌보던 어느 날, 옆지기가 ‘전철 복복선 지나가는 소리’ 때문에 도무지 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한참 망설이다가 민원을 넣었습니다. 민원을 넣은 지 한 달쯤 지났을까, 눈이 펑펑 쏟아진 날 ‘소음공해 측정’을 한다면서 공무원 두 사람이 왔어요. 어쩜, 다른 날도 아닌 눈이 펑펑 쏟아져서 전철이 가장 느릿느릿 지나가는 날 왔을까요. 그런데, 눈이 펑펑 쏟아져서 전철이 느릿느릿 지나가는 데에도 데시벨 측정으로 110이라는 숫자가 나왔지요. 이때 공무원들은 120인가 130을 넘어야 민원으로 받아들여 피해보상을 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참 어이가 없었어요. 당신들 스스로 느끼지 않느냐고, 이렇게 눈 때문에 천천히 달리고, 눈에 소리가 묻히는 날 아닌, 여느 때에 소음측정 다시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어요.


  여느 때라면 얼마나 높은 숫자가 나왔을까요. 전철 복복선이니까, 두 대가 마주 지나갔을 적에, 또 빠른전철이 나란히 지나갔을 적에는 얼마나 높은 숫자가 나왔을까요.


  우리 식구는 인천을 떠났고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식구가 인천을 떠났어도 기차길 옆 골목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 식구가 나온 그 옥탑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더군요.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며 날마다 참으로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풀내음을 맡으면서도 즐겁고, 바람과 햇살로도 즐거운데, 다른 무엇보다, 귀를 시끄럽게 찢는 소리 아닌,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와 나뭇잎과 풀잎과 잠자리와 나비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하루 내내 들으면서 지내니 즐거워요.


  이런 소리를 돈을 주고 살 수 있을까요. 주파수를 똑같이 맞춘 소리를 노래로 만들어 들려준다 하더라도 이런 즐거움 누릴 수 있을까요. 마을 할매 할배 들은 손전화 아무 때나 터뜨리지 않으니, 손전화 기계로 시끄럽게 할 사람 없습니다. 장사하는 짐차 지나갈 적에 몇 분쯤 시끄럽지만 이내 사그라듭니다. 우리 마을 어귀로 지나가는 자동차는 몹시 적어요. 군내버스는 마을 어귀로 하루에 여덟 대만 지나갑니다.


  맑은 물과 싱그러운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과 짙푸른 푸나무를 누릴 수 있는 데가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데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여기에 고운 소리 흐른다면 참으로 좋겠지요. 아니, 다른 것 모두 좋은데 시끄러운 소리로 귀를 찢는다면, 물이 맑고 바람이 싱그러우며 햇살이 따사롭더라도 살기 힘들리라 느껴요. 곰곰이 생각하면, 물이나 바람이나 햇살이나 푸나무 어느 한 가지가 없거나 모자라다 하더라도, 소리가 귀를 찢으면 사람들이 살아가기 너무 힘겹거나 고단하지 싶어요.


  소리를 들으며 삶을 생각합니다. 노래를 헤아리며 삶을 살찌웁니다. 이야기를 읽으며 하루를 빛냅니다.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어떤 말마디를 들려주는가 돌아봅니다. 아이들은 어떤 말마디로 하루를 새로 짓는가 곱씹습니다. 며칠 앞서부터 저녁이면 마당에서 몹시 큰 개구리 울음소리 들려서, 설마 황소개구리인가 했는데, 저녁나절 보니, 그냥 참개구리였어요. 참개구리 한 마리 우리 마당과 텃밭 사이를 오가며 지냈더군요. 좋은 하루가 저물며 맑은 노래가 흐르고, 아이들은 새근새근 잘 잡니다. 4346.6.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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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좋아

 


  바다가 좋아.
  바다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
  바다는 가만히 노래를 해.
  바다는 그러면서도 춤을 추지.
  바다에는 하얀 새들 내려앉아.
  바다에는 고깃배도 출렁이고,
  바다에는 내 발도 담그지.


  바다가 좋아.
  바다는 내 노래를 잘 들어 줘.
  바다는 내 얘기를 조용히 들어.
  바다는 그러면서도 빙긋 웃지.
  바다에는 하얀빛 눈부시고,
  바다에는 파란빛 부서지고,
  바다에는 풀빛도 환하네.


  바다가 좋아.
  바다는 예뻐.
  바다는 착해.
  바다는 그러면서도 가끔 골을 부려.
  바다에는 조개가 살고,
  바다에는 게가 살고,
  바다에는 하늘이 함께 살아.

 


  4346.6.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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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9 10:04   좋아요 0 | URL
벼리와 보라가 서 있는 모래밭과, 푸르고 너른 바다 사진 보며
바다노래 들으니...오늘의 이 찌는 더위가 싹 다 날아가네요.~^^

파란놀 2013-06-29 10:15   좋아요 0 | URL
더운 여름 모두들
시원하고 파랗게 빛나는 바다를
떠올리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