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5. 2013.6.28.

 


  꽃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꽃을 한아름 안고 즐겁게 노래한다. 꽃과 함께 살아가며 꽃마음이 되고, 꽃을 동무로 삼아 꽃내음 마신다. 개망초꽃 흐드러져서 풀을 베며 꽃다발 하나 마련해 큰아이한테 안긴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언제나 꽃밭에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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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다이스케 님 작품 《해수의 아이》 다섯째 권이 일본에서는 지난 2012년 7월 30일에 나왔다고 하는데, 한 해가 되도록 왜 한국말로 안 나올까. 번역할 다른 만화책이 밀려, 이 책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할까. 2010년에 넷째 권 나온 뒤 여태 소식이 없는데, 일본에서 원작으로 뒤엣권 나왔다 하면 너무 늦지 않게 한국말로 옮겨 주기를 바란다. 번역을 이렇게 질질 끌면, 이야기 읽는 흐름이 아주 끊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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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獸の子供 5 (IKKI COMIX) (コミック)
이가라시 다이스케 / 小學館 / 2012년 7월
9,920원 → 9,220원(7%할인) / 마일리지 28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7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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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흐르는 물

 


  나는 글을 아무 때나 쓰지 못한다. 나는 글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글이 나오려고 하면 멈추지 않는다. 옆지기와 아이들한테 미안한 줄 알면서, 마음속에서 글이 솟구칠 때에는 아무 소리도 아무 말도 아무 모습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아 옮겨적는 데에 모든 것을 바친다.


  돌이켜보면, 나는 눈에서 물이 흐를 적에 글을 쓰는구나 싶다. 나는 눈에서 어떤 빛이 환하게 밝을 적에 글을 쓰는구나 싶다. 물이 흐르거나 빛이 나지 않는다면 애써 글을 쓰지 않는다. 아니, 글을 쓸 수 없다. 물과 빛이 아니고서는 어떠한 글도 샘솟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앞에서도 “너무 마땅하지만”이라는 말을 읊는다. 너무 마땅한데, 사람들이 모르니까, 으레 이런 말을 톡 내뱉는다. 이를테면, 이렇다. 사람들한테 널리 알려지기 앞서, 강원도 동강은 아주 맑은 냇물이었다. 이 아주 맑은 냇물이란 누구나 손을 내밀어 떠서 마실 만한 물이었다는 소리이다. 그러나, 오늘날 강원도 동강 냇물이 누구나 손을 내밀어 떠서 마실 만할까?


  나는 묻고 싶다. 오늘날 한국에서 손을 내밀어 떠서 마실 만한 물이 흐르는 곳이 얼마나 있느냐고. 그리고, 한국에서 사람들은 어떤 밥과 국과 반찬을 먹느냐고. 손을 내밀어 떠서 마실 수 있는 냇물이 아닌, 손을 내밀지도 않고 떠서 마시지도 않는 수도물로 만든 먹을거리를 그냥 배고프니까 먹지 않느냐고.


  아무 책이나 읽는다고 다 책이 아니다. 그저 책을 백 권 천 권 만 권 읽었대서 훌륭하지 않다. 우리 옆지기는 일찍부터 알았을 텐데, 내가 책을 많이 읽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책 많이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나 스스로 다섯손가락으로 꼽는 몇 사람 빼고는 나보다 책 많이 읽은 사람을 못 보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나는 이른바 완독이나 정독이나 숙독을 한 책이 마흔을 한 해 앞둔 오늘에 돌아보아도 십오만 권은 훨씬 넘는다. 아마 이십만 권이 넘을 수 있다. 그냥 읽은 책은 백만 권이 훨씬 넘겠지. 그런데 이런 숫자는 아무것 아니다. 무엇이 대수롭느냐 하면, 책을 읽거나 말거나, 스스로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가다듬으면서 일구느냐 하는 한 가지이다.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은 책을 안 읽어도 된다. 사랑을 꽃피우는 사람은 책이 없어도 된다. 아름다운 꿈을 빚는 사람은 도서관조차 안 가도 좋다.


  왜냐하면, ‘책’이란 바로 ‘나무’요 ‘사람’이고 ‘꽃’이자 ‘풀’이다. 종이에 글자를 박은 것을 주워섬긴다고 해서 대단한 것 하나 없다. 시골 할배가 하늘 쳐다보며 날씨를 읽는데, 굳이 텔레비전 켜서 날씨 방송 보아야 하나? 나는 어제 면소재지 하늘에서 ‘올해에 갓 깨어나 처음 날갯짓 익히고 비로소 하늘 나는 기쁨 익히’는 어린 제비무리를 보았는데, 이런 제비를 그림책이나 사진책으로 보아야 ‘제비를 안다’고 하겠는가.


  논을 마련해서 벼를 심어 키우는 사람은 “벼 도감”이나 “벼 그림책” 따위를 몰라도 삶을 아름답게 일군다. 곧, 사랑이니 사회이니 사람이니 정치이니 문화이니 예술이니 따위를 읊는 책이 천만 권 억만 권 있건 말건, 스스로 삶을 아름답고 착하고 참다우며 슬기롭게 일구는 사람은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한 줄조차 안 읽어도 훌륭하게 삶을 짓는다. 너무 마땅하게도, 책이란, 바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은 그저 아름답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나는 눈에서 물이 흐르거나 얼굴에서 웃음으로 꽃이 필 적에 글을 쓴다. 다른 때에는 글이 안 나온다. 오늘도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눈물샘 촉촉히 젖으면서 글을 쓴다. 아이들아, 고맙구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아, 너희는 네 아버지가 고맙지? 4346.7.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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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쓴 지렁이 - 2017년 초등 교과서 수록도서 현암아동문고 51
오은영 지음 / 현암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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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18

 


이야기꽃은 늘 마음속에
― 우산 쓴 지렁이
 오은영 글·그림
 현암사 펴냄,2001.20.5./8500원

 


  이야기꽃은 늘 마음속에 있습니다. 스스로 곱게 길어올리면 어떤 이야기꽃이든 활짝 피어납니다. 스스로 즐겁게 길어올리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꽃이라 하더라도 태어나지 못합니다.


  이야기꽃은 늘 스스로 피웁니다. 남이 피워 주지 못합니다. 이웃도 동무도 살붙이도 내 이야기꽃을 피우지 못해요. 오직 스스로 마음속에서 이야기꽃을 간질여 깨울 수 있습니다.


  이야기꽃은 스스로 이야기꽃입니다. 즐거운 일 겪으며 웃고, 슬픈 일 치르며 우는 마음은 스스로 샘솟습니다. 남들이 웃으니 웃지 않아요. 남들이 우니까 울지 않아요. 마음속에서 웃음과 눈물이 샘솟을 때에 비로소 웃거나 울어요.


  이야기꽃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저 먼 나라에 있는 이야기꽃이 아니에요. 저 다리 건너, 저 냇물 너머, 저 멧자락 지나야 나타나는 이야기꽃이 아닙니다. 우리 집 꽃밭에서 이야기꽃이 핍니다. 우리 집 밥상에서 이야기꽃이 흐드러집니다.


.. 별들의 마을에서는 / 도시 학교 아이들이 줄고 있대요. / 새까맣고 매운 연기에 / 눈이 아파 / 더 있다가는 모든 아이가 / 안경 써야 될 것 같다며 / 시골로 시골로 이사해 / 할머니 별들만 남아 있대요 ..  (아이들이 줄어드는 이유)


  중국을 여행하거나 유럽을 여행하거나 남미를 여행하거나 아프리카를 여행해야 시를 쓸 수 있지 않습니다. 전문 작가이든 대학 교수이든 똑같습니다. 여행을 하기에 시를 쓰지 않아요. 시를 쓰려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를 깨달아야 합니다.


  방바닥에 차분히 앉아서 눈을 지긋이 감아요. 마음속으로 어떤 이야기 떠오르는지 가만히 헤아려요. 시를 쓰는 사람은 작은 집 작은 방에 있을 때부터 시를 씁니다. 아니, 시를 쓰는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 무럭무럭 크는 동안 시를 써요. 시를 쓰는 사람은 이 땅에 태어나는 날부터 시를 써요. 시를 쓰는 사람은, 밥 먹고 노래를 부르고 빨래를 하고 풀잎 어루만지면서 시를 써요.


  시는 바로 우리 곁에서 빛나요. 시가 되는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속삭여요.

  밥상맡에서 젓가락을 들며 시를 씁니다. 밥알을 하나 집는구나, 콩알을 하나 집네, 무채 하나 집었네, 하면서 시를 씁니다. 들길을 걸어가며 시를 씁니다. 하늘이 어떻게 파란가 살피며, 구름이 어디로 흐르나 헤아리며, 멧봉우리에 걸리는 구름이 얼마나 오래 하얗게 빛나는가 돌아보면서 시를 씁니다. 잠자리에 들며 시를 씁니다. 모기 앵앵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지붕을 때리고 텃밭 흙땅을 때리는 빗소리 들으며 시를 씁니다.


.. 이게 뭐지? // 지난 봄 / 앞동산에 뿌려 놓았던 / 민들레, 꽃다지, 쑥부쟁이 씨앗 / 다 어디 가고 / 아파트 씨앗이 움텄지 ..  (봄바람이 놀란 일)


  아이들한테 읽힐 동시를 쓴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은 그냥 놉니다. 아이들은 맨땅에서도 그냥 놀고, 아이들은 이부자리에서도 그냥 놀며, 아이들은 밥을 먹다가도, 글놀이나 그림놀이를 하다가도, 또 길을 걷다가도 마냥 놀아요.


  곧, 동시는 그냥 씁니다. 놀잇감이 없어도 즐겁게 노는 아이들처럼, 동시를 쓰는 어른은 글재주나 글솜씨 없다 하더라도 즐겁게 동시를 씁니다. 동시는 마냥 씁니다. 빈터에서 저마다 새로운 놀이를 떠올려 여러 시간 땀흘리며 개구지게 노는 아이들마냥, 동시를 쓰는 어른들은 신나게 붓을 놀리고 연필을 놀리며 자판을 놀리면서 동시를 써요.


  그저 달리기만 해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입니다.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살포시 담으면 동시가 되는 우리 어른들입니다. 섬돌에서 폴짝 뛰지요. 마당을 가로지르며 달리지요.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서로 엇갈려 달리지요. 달리다가 서로 부딪히면 더 크게 웃지요. 아, 힘들어, 하면서 평상에 털썩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스스럼없이 노는 아이들처럼, 우리 어른들도 동시를 쓸 적에는 스스럼없이 쓰면 됩니다. 문장 작법이라든지 문장 표현법이라든지 따지지 말아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생각하지 말아요.


  생각해 보셔요.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노랫말 띄어쓰기’를 누가 생각하나요. 먼먼 옛날, 고을마다 풀이름 짓고 나무이름 지을 적에 어느 누가 표준말이나 맞춤법이니 생각했나요.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가장 사랑스러운 이름 하나를 엮어 풀과 꽃과 나무한테 다가가 따사롭고 밝은 목소리로 읊을 뿐이었어요.


  봉숭아꽃 이름 지은 옛사람 마음이 되어요. 복숭아나무 이름 지은 옛사람 마음이 되어요. 진달래꽃 이름 지은 옛사람 마음이 되어요. 잣나무 이름 지은 옛사람 마음이 되어요. 아이들은 놀면서 사랑을 키우고, 어른들은 동시를 쓰면서 사랑을 키웁니다.


.. 집채만큼 큰 고래도 / 엄마 젖 빠는 귀여운 새끼고래였대요. / 다람쥐처럼 ..  (작은 시작)


  오은영 님 동시집 《우산 쓴 지렁이》(현암사,2001)를 읽습니다. 수수한 이야기를 수수하게 잘 풀어낸다고 느낍니다. 동시로 쓸 글감을 하늘에서 따거나 멀디먼 나라에서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집’에서 이야기를 찾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한테서 이야기를 느낍니다.


  그렇지요. ‘우리 집’이란 내가 살아가는 집이면서 내 이웃한테는 ‘내 이웃이 사는 집’입니다. 또, 다 다른 아이들이 저마다 살아가는 ‘우리 집’이에요. ‘우리 아이’ 또한 나한테는 내 아이라 할 테지만, 내 이웃들로서는 저마다 이녁이 아끼고 사랑하는 ‘내 아이’가 됩니다.


.. 너, 가 봤니? / 강아지풀 / 토끼풀 / 도깨비풀 / 사이 좋게 어울리는 곳 / 고추랑 토란대가 나란히 있고 / 호박덩굴도 울타리랑 손 잡고 있는 곳 ..  (시골 마당)


  대단한 작품이 되어야 할 동시가 아닙니다.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어야 하는 동시가 아닙니다. 사랑을 담으면서 쓰면 되는 동시입니다. 꿈을 빛내면서 나누면 되는 동시입니다.


  오랜 옛날 두고두고 이어온 옛이야기를 헤아려 보셔요. 먼먼 옛날부터 옛이야기 한 자락 들려준 어버이는 ‘대단한 이야기’를 아이한테 들려주려 하지 않았어요. 그예 이녁 살아온 결대로 이야기를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꾸미거나 감추거나 덧바르지 않아요. 수수한 삶결을 사랑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미질을 하는데 재주 부릴 까닭이 있겠습니까. 쟁기질을 하면서 솜씨 뽐낼 까닭이 있겠습니까. 집을 지을 나무를 베면서, 기둥으로 세울 나무를 깎으면서, 벽과 지붕에 흙을 바르고 수수깡을 놓으면서, 어느 누구도 재주나 솜씨를 부리지 않아요. 오직 사랑 한 가지로 집을 짓습니다.


  밥을 짓는 어버이 또한 사랑을 담아 밥을 짓습니다. 옷을 짓는 어버이 또한 사랑을 실어 옷을 짓습니다. 모든 삶은 사랑입니다. 모든 삶은 사랑이면서 꿈입니다. 사랑과 꿈이 얼크러져 이야기 한 자락 되고, 오늘날에는 어른들이 아이한테 건네는 예쁜 선물인 동시가 됩니다.


.. 아가 입 속에 / 싹이 나요. // 반짝반짝 / 하얀 싹 ..  (아가 이)


  동시집 《우산 쓴 지렁이》를 읽다 보면, 오은영 님도 이런저런 글솜씨나 글재주 부리려고 한 대목 곳곳에 드러납니다. 그러나, 좀 예쁘장하게 보이고 싶어 예쁘장하게 꾸민대서 글이 예쁘장한 모습 되지 않습니다. 이런 솜씨를 부려서 글멋을 내려 한대서 참말 글멋이 나지 않아요.


  조미료를 치면 칠수록 밥과 국에는 조미료 냄새만 더 날 뿐입니다. 조미료를 조금 치면 조미료 맛이 조금 나고, 조미료를 많이 치면 조미료 맛이 많이 나요. 알 만한가요? 사랑을 조금 실으면 사랑을 조금 느낄 만하고, 사랑을 듬뿍 담으면 사랑을 듬뿍 느낄 만해요.


  동시를 쓰면서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하는가 저마다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어떤 동시를 써서 어떤 아이와 함께 어떤 이야기꽃 피우고 어떤 웃음과 눈물 나누고 싶은가를 먼저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조미료를 치기에 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미료 치고 싶으면 칠 뿐입니다. 다만, 생각해야 할 대목은, 조미료를 치면 조미료맛이 난다뿐이에요. 조미료를 안 치면 조미료맛이 안 나겠지요.


  물고기를 생각해요. 깨끗한 바다에서 낚은 물고기는 깨끗한 맛입니다. 발전소와 공장과 갖가지 쓰레기 때문에 더러워진 바다에서 낚은 물고기는 ‘사람들이 더럽힌 찌꺼기와 때’가 스며든 맛입니다.


  중금속은 천천히 쌓여요. 사라지지 않아요. 동시 한 자락에 친 조미료는 중금속처럼 사라지지 않아요. 사랑도 차츰차츰 쌓여요. 없어지지 않아요. 동시 한 자락에 담은 사랑은 없어지지 않아요. 언제나 새롭게 빛나지요. 사랑은 언제나 새삼스럽게 환하지요.


  문학을 하지 말고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려는 생각 되기를 빌어요. 작품을 쓰지 말고 이야기를 아이들과 즐기려는 마음 되기를 빌어요. 예술도, 어린이문학도 아니에요. 언제나 이야기예요. 언제나 즐겁게 살아가는 넋이고, 언제나 아름답게 노래하는 빛입니다. 동시 쓰는 어른들 스스로 이녁 어린 날에 얼마나 즐겁게 땀흘리며 뛰놀았는지 돌이켜보기를 빕니다. 4346.7.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동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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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03 09:52   좋아요 0 | URL
호미질을 하는데 재주 부릴 까닭이 있겠습니까. 쟁기질을 하면서 솜씨 뽑낼 까닭이
있겠습니까.-
이야기꽃은 늘 마음 속에,
그렇겠지요..^^

파란놀 2013-07-03 13:38   좋아요 0 | URL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줄 적에
요리사 아버지나 어머니라고 하더라도
솜씨를 뽐내지 않고
사랑으로 짓듯...

알고 보면,
동시도
모든 문학도
다 사랑으로 쓰는데
사람들이 너무 이 대목을 모르는 듯해요......
 

뜻이 있는 책

 


  재미있는 책도 읽고 재미없는 책도 읽는다. 아름답구나 싶은 책도 읽고 안 아름답네 싶은 책도 읽는다. 즐거운 책도 읽고 안 즐거운 책도 읽는다. 사랑스러운 책도 읽고 사랑스러움이란 터럭만큼조차 안 보이는 책도 읽는다.


  어느 책이든 읽는다. 어느 책이든 나한테 스며들면서 이야기 한 자락 건넨다. 재미있는 책이라서 더 뜻이 있지 않고, 안 아름답네 싶은 책이라서 뜻이 덜하지 않다. 어느 책이든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목소리로 차분히 들려준다.


  다만, 이 책은 이러한 삶을 이렇게 보여주되, 나더러 이러한 길이 어떠한 빛이나 그림자가 되는가를 천천히 일깨운다. 저 책은 저러한 삶을 저렇게 보여주되, 나한테 저러한 길이 어떠한 몸짓이나 눈빛이 되는가를 가만히 속삭인다.


  착하면서 곱게 살아갈 길을 비추는 책이 있다. 착하지도 않고 곱지도 않은 모습에 휘둘리는 이야기를 자꾸 들려주는 책이 있다. 참다우면서 애틋한 꿈을 밝히는 책이 있다. 참답지 않은데다가 애틋함마저 없이 겉치레와 겉핥기로 가득한 수렁에서 허덕이는 책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책도 저런 책도 굳이 가리지 않는다. 내 앞에 있으면 모두 ‘책’이라고 여겨 한 차례 들춘다.


  아름다운 책이라면 내 손길이 오래도록 멎겠지. 사랑스러운 책이라면 내 손길이 두고두고 흐르겠지. 착한 책이라면 내 손길이 자꾸자꾸 닿겠지. 아름답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으며 착하지 않은 책이라면, 내 손길은 처음 한 차례로 끝날 테지.


  모든 책도, 모든 삶도, 모든 사람도, 모든 사랑도, 참으로 더할 나위 없이 마땅하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사랑스러움을 나누며, 착한 사람은 착함을 빛낸다.


  꾸밈없이 생각하면서 스스럼없이 읽으면 된다. 거리낌없이 마주하면서 티없이 읽으면 된다. 내 삶을 밝히는 빛은 어디에서 환한가를 헤아리면서 읽으면 된다. 내 삶을 스스로 씩씩하게 밝히자고 다짐하면서 읽으면 된다. 모든 책은 뜻이 있어 도서관 책꽂이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는다. 모든 사람은 뜻이 있어 지구별 곳곳에 다 다른 모습으로 살림을 꾸린다. 4346.7.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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