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밤기저귀 떼기

 


  사내는 가시내보다 똥가리기와 오줌가리기에다가 말하기 모두 늦다고 한다. 사내와 가시내를 나란히 키우고 보니 이러한 얘기를 잘 알 만하다. 큰아이(가시내)는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온 집안 살림살이 들쑤시더니, 돌쟁이 즈음에는 혼자 단추를 꿸 줄 알았고, 옷도 스스로 입을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세 살이지만 아직 단추를 못 꿸 뿐더러, 말도 제대로 못하고, 똥오줌도 잘 안 가린다. 스스로 오줌을 누거나 스스로 똥걸상에 앉아 누지 않는다. 작은아이는 옷을 혼자서 챙겨 입지 않는다.


  그래도 세 살 작은아이(사내)는 요즈음 밤오줌을 누지 않는다. 밤에 바지나 이불이나 기저귀에 쉬를 거의 안 눈다. 어느 날은 밤부터 아침까지 오줌을 안 누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한꺼번에 누기도 한다. 밤에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구르면서 자는데, 낑낑거리면 쉬가 마렵다는 뜻이요 안 낑낑거리면 쉬 안 누고 아침까지 내처 잘 만하다는 뜻이다. 밤에 자장노래 한참 부르며 재웠는데 작은아이가 안 자고 자꾸 깨면 쉬를 한 번 더 누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럴 때 작은아이가 말문을 트고 “쉬 마려.” 하고 말하면 한결 수월할 텐데, 작은아이는 말문을 참 늦게 트려고 하는 듯하다. 그래도 곁에서 누나가 언제나 수다쟁이 되어 조잘조잘 말을 거니까 이 말 저 말 누나한테서 많이 배운다.


  곰곰이 생각한다. 큰아이 밤기저귀를 뗀 때가 언제였던가. 작은아이가 태어나기 두 달 앞서 비로소 큰아이는 밤기저귀를 오롯이 떼었다. 그러니까, 큰아이 나이 세 살(꽉 찬 세 살은 아니고)에 밤기저귀를 떼었고, 이제 작은아이도 얼추 비슷한 나이가 되니, 밤기저귀를 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밤부터 작은아이 바지에 기저귀를 안 대 볼까 싶다고 생각하며 아침을 여는데, 작은아이가 마루에서 아버지를 부른다. “똥 다 누었어요.” 누나가 똥걸상에 앉아 아버지를 부를 적에 “똥 다 누었어요.” 하고 말하는데, 이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며 아버지를 부른다. “응? 그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려는데 똥내가 난다. 아, 참말 똥을 누었나 보네. 그런데 왜 똥걸상에서 안 누고 마룻바닥에다가 누니. 똥 다 누었으니 치워 달라 하려면, 이제부터는 똥걸상에 앉아서 시원하게 눈 다음 아버지를 불러 주렴. 4346.7.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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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 매화나무 노란 열매 2013.7.2.

 


  사람들이 매실효소 담근다면서 따는 매화나무 열매를 보면 알이 아주 작다. 저렇게 작은 알일 적에 따는 열매가 사람 몸에 얼마나 좋을는지 아리송한데, 매실효소를 담으려는 이들은 열매가 하나도 안 익었을 뿐 아니라, 아직 굵지 않았을 적에 모조리 딴다. 소담스레 익는 열매가 한 알조차 없는 매화나무는 잎사귀만 짙푸른데, 어딘가 애처롭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집 매화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웃들은 이리저리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늘 높이 키가 자라지 않도록 가지를 꾸준하게 쳐서, 사다리 없이도 열매를 딸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써 가지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한쪽에 너무 배게 가지가 나거나 끄트머리에 벌레가 좀 많이 먹는구나 싶은 데는 잘랐지만, 다른 가지는 모두 그대로 둔다. 우리 식구 깃들기 앞서 으레 가지를 잘리며 지냈을 이 매화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뻗고 줄기를 올리며 잎사귀와 꽃과 열매를 북돋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요즈음은 노란 빛과 붉은 빛이 감도는 매화 열매가 익는 모습을 아이들과 바라본다. 알이 참 통통하고 단단하다. 노랗고 붉은 빛이 감돌 때에는 ‘노붉다’고 해야 할까? 매실빛이라 한다면 바로 이 같은 노랗고 붉은 빛을 가리켜야 하지 않을까? 한자말로 ‘황매실’이라 하는 사람이 있지만, ‘黃’이라는 한자로는 노랗고 붉은 빛을 담아내지 못한다. 지난날에도 오늘날처럼 매화나무 열매를 안 익었을 적에 땄을까 궁금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매실빛도 매화나무 모습도 제대로 모르는 채 살아가지 않나 싶다. 우리 집 매화나무가 짙푸른 그늘 넓게 드리울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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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05 10:04   좋아요 0 | URL
탐스럽게 잘 영근 노랗고 붉은 매실이 보기가 좋습니다.
향기가 아주 좋치요~^^
정말 매실,하면 새파란 열매만 떠올릴 듯 해요..
잠깐 지나가는 매실을 파는 시장이나 마트에는 온통 초록색 매실만 나오니까요..
지난번 매화나무 열매 담으신 사진도 참 좋았어요~.

파란놀 2013-07-05 11:03   좋아요 0 | URL
가게나 시장에 나오는 매실은...
따지고 보면 '매실'이라 할 수도 없는
'안 영근 풋열매'인데다가
'자라지도 않은' 열매라 해야 옳지 싶어요.

오늘은 아침 먹기 앞서,
며칠 앞서 딴 노붉은 매실을 작게 썰어
아이들과 먹었습니다 ^^
 

감꽃

 


빗방울 하나에 톡
바람 한 점에 톡
햇살 한 조각에 톡

 

개미 건드려 톡
박새가 쪼아서 톡
개구리 노랫소리에 톡

 

해말갛게 노란 빛
작은 꽃차례 푸른 빛하고
풀밭에 내려앉는다.

 

유월을 부르는
감꽃
풀밭을 물들인다.

 


4346.5.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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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6.30. 큰아이―수첩에 식구들

 


  지난 섣달에 조그마한 수첩을 퍽 여럿 얻었기에 모두 큰아이한테 그림공책 삼으라고 주었으나 조금 쓰다가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큰아이가 호연 님 만화수첩에 ‘우리 식구’ 모습이라면서 사름벼리 저, 아버지, 어머니, 산들보라, 이렇게 차례대로 그림을 하나씩 그린다. 하나씩 그리면서 “사름벼리예요.” 하더니 조금 뒤 “아버지예요.” 하고 “어머니예요.” 한 뒤 “보라예요.” 하고 말한다. 그래, 어떻게 그렸느냐 살피니, 네 사람 모두 치마차림에 긴머리 풀풀 날린다. 네가 치마를 좋아하니 식구들한테 모조리 치마를 입히는구나. 그런데 네 어머니도 아직 긴머리 아니고, 네 동생은 머리카락이 몹시 짧은걸. 벼리 너하고 아버지만 머리카락이 길어. 그림을 더 살피니 사름벼리를 가장 예쁘장하게 꼼꼼히 그리고 동생은 가장 투박하게 그린다. 음. 무슨 뜻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동생은 작은 사람이니까 그냥 작게 그렸겠거니 하고 생각하기로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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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농사짓는 마을에 가 볼래요? 철수와영희 어린이 인문생태그림책 2
노정임 지음, 안경자 그림, 이정모 감수, 바람하늘지기 / 철수와영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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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4

 


저마다 맛있게 먹는 밥
― 콩 농사짓는 마을에 가 볼래요?
 안경자 그림,노정임 글,바람하늘지기 기획
 철수와영희 펴냄,2013.7.12./13000원

 


  아이들은 콩밥을 좋아할까요, 안 좋아할까요. 어른들은 콩밥을 즐겨먹는가요, 안 즐겨먹는가요.
  아이들은 콩밥을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즐겁게 밥을 먹는 자리라면, 콩밥이건 쌀밥이건 팥밭이건 녹두밥이건 옥수수밥이건 감자밥이건 모두 맛있게 먹어요. 아이들은 아이들한테만 주고 어른들은 안 먹는 밥일 때에는, 저희도 맛나게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아무 밥이나 먹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매운것 좋아한다면서 아이들한테 섣불리 매운것 먹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어른들이 이것저것 다 먹는다 해서 어금니 아직 안 난 아이들한테 씹기 힘든 것 내미는 사람이 있어요. 아이들한테 무턱대고 고기를 먹여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어요.


  가만히 보면, 아이들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아무것이나 먹이려는 어른들은 어른들 사이에서도 똑같아요. 어른이라 하더라도 매운것 신것 짠것 단것 못 먹거나 안 먹는 사람들 있어요. 어른이라 하지만 모든 먹을거리를 다 똑같이 먹지는 않아요. 어떤 사람은 달걀이나 닭을 못 먹고, 어떤 사람은 밀가루를 못 먹어요. 사람마다 몸이 달라 아무 밥이나 함부로 먹지 않아요. 이런 삶자락을 찬찬히 살피지 못하는 어른들은 아이들 삶자락 또한 꾸밈없이 마주하면서 따사로이 보듬으려고 하지 못합니다.


.. 우리는 대부분 콩으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을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콩을 날마다 먹고 있는 거예요. 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콩을 많이 먹을까요? 우리 나라는 언제부터 콩을 먹은 걸까요? 콩은 어디서 어떻게 기를까요 ..  (6쪽)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리면서 언제나 마당 한쪽 꽃밭에서 풀을 뜯습니다. 시골에서 살아가기에 마루문 열고 마당으로 내려서기만 하면 가장 싱그러운 풀을 뜯을 수 있습니다. 냉장고가 따로 없어도 돼요. 흙땅에서 자라는 풀은 그때그때 먹을 만큼 뜯으면 됩니다. 아침에는 아침풀 뜯고 저녁에는 저녁풀 뜯어요. 먹고 싶은 풀을 골라서 뜯어요. 풀은 뜯긴 대로 다시 잎사귀를 내고, 다시 잎사귀를 내면 새롭게 뜯어서 또 먹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흙땅은 가장 맑은 풀밥을 우리한테 내어줍니다.


  아이들은 어머니 아버지와 풀밥을 먹습니다. 날풀을 냠냠 잘 씹어서 먹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집 둘레 풀을 즐겁게 뜯어서 먹으니,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풀먹기가 익숙합니다. 아직 어금니 없던 때에는 옆지기와 내가 잘근잘근 씹어서 풀물 흐르는 밥을 먹였어요. 퍽 오랫동안 풀을 갈아서 풀물을 마시도록 하기도 했어요. 때때로 고기를 장만해서 먹기는 하지만, 여느 때에는 따로 고기를 밥상에 올리지 않아요. 꼭 고기가 있어야 아이들이 잘 큰다고 느끼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버이가 사랑을 담아 지은 밥을 맛있게 먹을 때에 무럭무럭 크면서 사랑을 물려받는다고 느껴요.


  그러고 보면, 밥뿐 아니라 책도 그렇고, 학교교육도 그렇습니다. 더 많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오래 보내면 더 잘 배우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꿈을 배울 수 있을 때에 기뻐요.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울 적에 즐겁습니다.


  꿈이 없이는 하루하루가 재미있지 않습니다. 삶이 없는 놀이란 손재주가 될 뿐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지 못해요.


  밥도 교육도 사랑으로 가꿉니다. 마을도 집도 꿈으로 일굽니다. 학교도 이야기도 삶으로 지을 수 있어요.


.. 같은 밭에 같은 작물을 계속 심지 않고 번갈아 심는 것을 ‘돌려짓기’라고 해요. 왜 돌려짓기를 할까요? 여러 해 동안 같은 작물을 심으면 땅의 영양분이 고갈되고 병충해가 축적되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  (27쪽)

 

 


  밥상에 김치 한 점 있어도 됩니다. 밥상에 된장국 한 그릇 있어도 됩니다. 밥상에 간장 한 종지 있어도 돼요. 반찬 가짓수는 대수롭지 않아요. 안경자 님 그림과 노정임 님 글로 이루어진 그림책 《콩 농사짓는 마을에 가 볼래요?》(철수와영희,2013)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기자기한 콩 이야기 그득 펼치는 그림책을 가만히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예쁜 그림책을 이 나라 아이들만 읽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이 고운 그림책을 아이들한테만 읽히려는지, 아니면, 이 나라 어른들 스스로 콩이 무엇이고 콩이 어떤 먹을거리인지를 헤아려 보려고 이 책을 함께 읽을는지요.


  예부터 한겨레가 콩을 즐겁게 먹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콩이 몸에 좋다고 여겼기 때문일까요. 콩 아니고는 딱히 먹을거리 없었기 때문일까요. 콩이 씨앗 뿌려 거두기 수월하기 때문일까요.


  아마 이런 까닭 저런 까닭 있었을 텐데, 옛사람은 콩을 즐겨먹더라도 콩만 먹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콩과 함께 쌀을 먹고, 쌀과 함께 보리를 먹으며, 보리와 함께 수수와 서숙을 먹어요. 수수와 서숙이랑 나란히 율무를 먹고, 율무와 나란히 깨를 먹었겠지요.


  단군 이야기에 나오듯이 마늘과 쑥을 참 오랫동안 먹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마늘과 쑥만 먹었겠습니까. 미나리도 먹고 부추도 먹으며 갓도 먹었겠지요. 돗나물도 먹고 비름나물도 먹으며 환삼덩굴도 먹었겠지요. 갈퀴덩굴도 먹고 칡잎도 먹으며 머루잎도 먹었겠지요. 씀바귀도 고들빼기도 모시잎도 모두 즐겁게 먹었으리라 생각해요. 들에서 나는 모든 풀을 골고루 먹었으리라 생각해요.


  가리는 풀이 없이 모두 밥이 돼요. 따지거나 꺼리는 풀이 없이 모두 싱그러운 밥이 됩니다. 하얀 찔레꽃잎뿐 아니라 푸른 찔레잎도 먹어요. 풀잎과 풀줄기와 풀뿌리는 저마다 다르게 우리 몸으로 스며들어요. 꼭 쌀밥에 고깃국을 먹어야 배부르지 않아요.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에 흙과 나무로 지은 조그마한 집에서 태어나 살아온 옛날 옛적 시골사람은 조금 먹고 조금 쓰며 조금 누리는 가장 수수하면서 가난한 삶, 이러면서 가장 즐겁고 빛나는 사랑을 물려주고 물려받았으리라 생각해요. 콩 한 알이란, 바로 이 즐겁고 빛나는 삶을 곱게 밝히던 곡식 가운데 하나였겠지요.


.. 오늘은 두부를 만드는 날이에요. 콩 마을에서는 가을걷이를 다 끝내고 나면, 두부를 만들어 나누어 먹어요. 쌀쌀한 날씨에 햇콩으로 만든 따끈한 두부를 먹으면 참 맛있답니다 ..  (32쪽)

 

 


  밭에서 풀을 뽑는다고 하지만, 곰곰이 따지면 따로 풀뽑기를 하지 않습니다. 어느 풀이든 밥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시풀로는 옷을 짜는 천을 엮는 실을 얻어요. 모시풀이 쑥쑥 자란다고 함부로 베지 않아요. 다른 풀로도 바구니를 짜고 둥구리를 엮어요. 대잎으로도 바구니를 엮어요. 버리는 풀이나 쓸모없는 풀이란 있을 수 없던 지난날 시골살이입니다. 그러니, 먼 옛날 시골마을에서는 따로 ‘돌려짓기’ 같은 흙일은 없었으리라 느껴요. 돌려짓기를 해야 했다면, 땅임자인 임금님이나 사대부나 양반 같은 권력자들 등쌀 때문이었겠지요. 나라에서 바치라 하는 세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려짓기를 하기도 했을 텐데, 시골사람 스스로 먹는 풀과 곡식은 구태여 돌려짓기를 안 해도 돼요.


  생각해 봐요. 요즘 사람들이 일컫는 ‘잡초’는 어느 땅에서건 해마다 무럭무럭 잘 자라요. 잡초는 스스로 ‘돌려나기’를 하지 않아요.


  왜 그러할까요? 왜 잡초는 ‘돌려나기’를 안 하고 한 해에도 두어 차례 씨앗을 새로 내어 다시 돋기도 할까요?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여느 풀은 혼자 자라지 않아요. 여느 풀은 수많은 다른 풀하고 얼크러져서 자라요. 이 풀 저 풀이 함께 자라지요. 그러니, 여느 풀은 ‘돌려나기’를 하지 않아도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씩씩하게 돋습니다. 우리 집 꽃밭에서 스스로 돋는 ‘나물이 되는 풀’도 우리는 그저 뜯어서 먹기만 할 뿐이지만, 해마다 싱그럽고 씩씩하게 아주 잘 돋아요.


.. 풀과 나무들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사람과 같은 동물은 그 풀과 나무에서 나오는 먹을거리를 먹으며 살아요. 흙이 있어서 식물과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작물을 땅에 심어 직접 기르는 농부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흙의 생태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농약은 덜 쓰고, 썩지 않는 쓰레기는 버리지 않으며, 흙을 건강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게 되지요 ..  (40쪽)

 


  저마다 맛있게 먹을 밥입니다. 시골서 살든 도시서 살든 누구나 맛있게 먹을 밥입니다. 쌀밥도 콩밥도 맛있게 먹을 노릇입니다. 된장도 청국장도 고추장도 맛나게 누릴 노릇입니다. 단단한 두부가 되든 말랑한 두부가 되든, 서로서로 웃으면서 먹을 노릇이에요.


  어느 씨앗재벌이 함부로 유전자 건드리면서 망가뜨려도 되는 콩이나 곡식이 아니에요. 밥을 먹는 사람들 누구나 텃밭을 마련하거나 꽃그릇에 콩씨를 심으면서 한 끼니 밥이라도 스스로 콩알을 거둘 노릇이에요. 아이들도 ‘콩 관찰일기’를 쓰고, 어른들도 ‘콩 텃밭일기’를 쓸 노릇입니다.


  즐겁게 태어나 살아가는 이 땅에서 즐겁게 누릴 밥 한 그릇을 생각할 노릇입니다. 서로서로 사랑으로 어깨동무할 때에 아름다운 이 지구별에서, 참말 아름답게 함께 나누는 밥 한 그릇을 어떻게 지어서 나눌 때에 활짝 웃을 만한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시골사람도 흙땅에 섣불리 농약이나 비료나 항생제 따위를 뿌려서는 안 됩니다. 도시사람도 고속도로 달리며 쓰레기 아무 데나 버려서는 안 됩니다. 시골사람도 이제는 비닐농사나 비닐집농사에서 벗어날 만큼 슬기를 빛내야 합니다. 도시사람도 소비만능 물질문명에서 차츰 벗어날 만큼 생각을 밝혀야 합니다. 돈이 되는 농사 아닌 삶을 빛내는 흙일로 거듭나야 아름답습니다. 돈만 버는 회사일이나 공장일이 아니라 삶을 가꾸는 착한 일거리를 찾아야 아리따워요.


  좋은 밥 함께 나눌 때에 평화라 하면, 좋은 콩 함께 심으며 거둘 때에 시나브로 평화가 찾아와요. 좋은 밥 서로 나눌 적에 민주요 평등이라 하면, 예쁜 콩 같이 돌보며 흙을 만지면서 천천히 민주와 평등이 뿌리내려요.


  도시에서도 길가에 애먼 서양꽃 심느라 돈 퍼붓지 않기를 빌어요. 도시 길가에도 콩알 심어 콩꽃을 보며 콩꼬투리 맺히면 누구나 조금씩 콩알 나누어 가져서 콩밥 맛나게 지어 먹을 수 있기를 빌어요. 초·중·고등학교 울타리 둘레에도 콩알 심으면 예뻐요. 학교나 관청에 주차장 늘리지 말고 텃밭을 마련해서 콩도 심고 무도 심으며 배추도 심으면 좋아요. 자동차로만 달리는 이 땅이 아니라,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거닐면서 두 손으로 흙을 아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신나는 두레가 이루어집니다. 4346.7.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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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7-04 21:31   좋아요 0 | URL
이 책 담아두어야겠어요.^^
고흥은 날씨가 어떤가요?
늘 건강조심하세요.^^

파란놀 2013-07-04 23:11   좋아요 0 | URL
시골은 날씨가 좋답니다.
음... 좋다고 하면 좀 뭐랄까...
비올 때에는 시원하게 오고,
비 그치면 개구리 노랫소리 시원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무더위도 없고,
흙과 풀과 나무가 있으니
여름이 한결 좋구나 싶어요~

후애 님도 늘 몸과 마음 모두 잘 돌보시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