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5] 외로움

 


  따순 볕 먹은 나무는 달콤한 열매를,
  맑은 숨 마신 풀꽃은 짙푸른 바람을,
  고운 삶 누린 어른은 넉넉한 사랑을.

 


  아이들이 외롭다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외롭게 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활짝 웃는다면, 아이들 마음속에 사랑이 자라도록 어른들도 사랑스레 살아가기 때문이로구나 싶습니다. 따순 햇볕 먹고 씩씩하게 자란 나무는 달콤한 열매를 나누어 줍니다. 맑은 숨을 마신 풀과 꽃은 구름빛과 무지개빛 어우러진 짙푸른 바람을 베풀어 줍니다. 고운 삶 누리며 하루하루 기쁘게 일군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더할 나위 없이 넉넉한 사랑을 물려줍니다.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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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먼나라 《침묵의 봄》

 


  1962년 미국에서 처음 나온 《침묵의 봄》은 1974년에 한국말로 처음 나왔고, 1976년에 다시 한 번 나온 뒤, 1991년과 2002년에 새롭게 나옵니다. 화학공장에서 만든 살충제가 벌레만 죽이지 않고 모든 목숨을 끝내 죽이고 말아, 겨울 지나 새로 찾아오는 봄에 ‘죽음과 같은 고요함’만 있다는 이야기를 알리는 책입니다.


  살충제뿐 아니라 자동차와 공장이 가득한 곳에서도 봄은 조용합니다. 쥐 죽은 듯이, 아니 쥐도 죽고 벌레도 죽으며 새도 죽어서 조용합니다. 숲소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데에는 자동차와 공장과 기계와 손전화 소리가 가득 퍼집니다. 싱그러운 소리란 없고 죽음을 부르는 소리만 있습니다. 목숨을 살리는 소리는 사라지고, 목숨을 짓밟는 소리만 넘칩니다.


  며칠째 시골마을 하늘을 짓찢는 항공방제 헬리콥터가 날아다닙니다. 창문조차 열 수 없도록 떠도는 헬리콥터입니다. 마을 할배들 봄 여름 가을 가리지 않고 논밭에 농약 뿌려댈 적에도 숨이 막혀 창문도 못 열며 갑갑합니다.


  고속도로 곁에서 창문 활짝 열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항 곁에서 창문 시원스레 열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장과 발전소 곁에서, 또 골프장 곁에서 창문 마음껏 열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창문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널지 못하며, 아이들이 뛰놀지 못하는 데는, 어떠한 사람도 착하거나 참답거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없는 죽음터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스스로 죽음터에서 죽음으로 치달으면서 아이들까지 죽음수렁으로 내몹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입시지옥까지 곁달리니, 이 나라 아이들은 그예 죽은 듯이 사는, 아니 산 듯이 죽은 숨결이 되겠지요.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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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여름 어린이

 


  뙤약볕을 받는 볏포기가 무럭무럭 자란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어떠한 풀이든 짙푸른 빛깔 뽐내며 잘 자란다. 무논 곁을 여섯 살 어린이 사름벼리가 달린다. 햇살을 받고 바람을 마시며 꽃을 바라본다. 짙푸른 풀포기 사이사이 알록달록 꽃송이 고개를 내민다. 이 여름에 환하게 벌어지는 꽃이 있고, 이 여름에 시원하게 달리는 아이가 있다.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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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 4
라이쿠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46

 


모두 같은 목숨
― 동물의 왕국 4
 라이쿠 마코토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2012.1.25./4500원

 


  개미가 볼볼 기어다닙니다. 개미는 먹이를 찾아 한꺼번에 몰려듭니다. 밥을 먹던 아이들이 뭐 하나 밥상 밑으로 흘리면 얼마 안 지나 개미 한두 마리 달라붙고, 이윽고 잔뜩 달라붙습니다. 밥알 하나만 하더라도 수많은 개미들 먹여살릴 좋은 밥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파리 주검도 모리 주검도 개미한테는 반가운 먹이가 됩니다.


  마루와 섬돌 언저리에서 떠도는 파리를 잡아 마당에 파리 주검을 내려놓으면 이때에도 꽃밭과 풀밭에 있던 개미들 이내 달라붙어 날개며 다리며 몸통이며 머리이며 하나하나 뜯어서 바지런히 물어 나릅니다. 아이들은 개미들 줄지어 걷는 모습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지켜본다는데, 어른도 아이와 같아요. 어른도 개미들 파리 주검 뜯어서 나르는 모습 하염없이 지켜봅니다.


  달팽이 주검도, 지렁이 주검도, 귀뚜라미 주검도, 개구리 주검도, 모두 개미가 달라붙어 남김없이 뜯어서 저희 집으로 나릅니다. 지렁이는 흙속에서 흙을 정갈하게 삭히는 구실을 한다는데, 이 지렁이가 죽으면 개미가 지렁이를 낱낱이 뜯어서 흙으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개미가 죽을 때에는? 개미가 죽을 때에는 다른 개미가 물어 갈까요? 개미가 죽으면 조용히 흙하고 하나가 될까요?


- “카프리는 잡아먹히는 동물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다간 살 수가 없다고! 잡아먹히는 쪽이, 약한 쪽이 나쁜 거야!” “우왓! 나랑 똑같은 동물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너야말로 사자 가족으로 받아주겠다는데, 약한 동물 편만 들다니 바보 아니야?” (13쪽)
- “같은 사자끼리 무슨 짓이야? 이 생명을 똑바로 보라고! 같잖은 이유로 생명을 빼앗으려 하지 마아아아!” (80∼82쪽)

 

 

 


  나뭇잎이 툭 떨어집니다. 여느 사람들은 가을에나 가랑잎이 흐드러진다고 여기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봄과 여름에도 가랑잎 듣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동백나무는 봄에 헌 잎 잔뜩 떨굽니다. 후박나무는 여름에 헌 잎 그득 떨구어요.


  가을날 오동나무가 커다란 잎사귀 떨굴 적에는 길을 가다가도 깜짝 놀랍니다. 오동잎 지는 소리는 무척 크게 들려요. 그런데, 시골에서 후박잎 지는 소리를 들어도 깜짝 놀라요. 툭 하는 소리는 마당에서 집안까지 스며듭니다. 뭔가 하고 마당을 내다보면 누렇게 물든 헌 후박잎이 마당에서 데구르르 바람 따라 굴러요.


  이 가랑잎은 비와 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차츰 바스라집니다. 아주 천천히 바스라져서 흙하고 한몸이 됩니다. 흙하고 한몸이 된 가랑잎은 이내 나무를 살찌우는 새 거름이 됩니다. 그리고, 나무 둘레에서 돋는 풀한테도 고마운 거름이 되어요.


  해마다 겨울 찾아들어 들풀 모두 말라죽으면 누렇게 되지요. 누렇게 된 풀은 이듬해 봄에도 누런빛 그대로 있습니다. 따로 뽑거나 베지 않으면 온통 누런 풀밭입니다. 그런데, 이 누런 ‘죽은 풀’을 뽑지도 베지도 않고 가만히 지켜보셔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누렇게 말라죽은 풀은 첫봄 지나 한봄 거치고 늦봄 될 무렵 거의 사라집니다. 첫여름 접어들면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한봄쯤이면 온통 푸른 물결입니다. 따로 사람들이 뽑거나 베지 않아도, ‘죽은 풀’은 아주 조용히, 또 천천히 흙 품에 안겨 ‘올해에 새로 돋는 풀이 씩씩하게 자라도’록 밑거름 구실을 합니다.


- “하지만 지진 않는다! 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야!” ‘뭐? 끝장? 상대는 겨우 3마리잖아?’ “알겠지, 새끼들아. 모두 단단히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19쪽)
- “그만둬, 타로우자! 사자의 영역 다툼에 끼어들다니, 그건 바보나 할 짓이야! 이번엔 진짜 죽을 거야!” “알아! 난 언제나 바보야! 하지만 카프리는 살려 달라고 했어! 소리 내서 말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살려 달라고 했어! 너희는 따라오지 마! 따라오면 죽으니까. 오지 마!” (44∼45쪽)
- ‘아니야, 이렇게 강한 건 훌륭한 게 아니야! 이런 힘은 갖고 싶지 않아! 강하지 않아도 좋으니, 살려 줘, 이 아이들을 살려 줘!’ (59∼60쪽)

 

 

 

 


  예부터 사람은 죽으면 흙으로 간다 했습니다. 몸은 흙으로 가고, 마음은 하늘로 간다 했어요.


  오늘날 도시문명을 헤아려 봅니다. 도시문명에서 사람은 죽어 어디로 갈까요. 죽은 사람 몸뚱이가 곱게 묻혀 돌아갈 흙은 어디에 있을까요. 죽은 사람 넋이 올라갈 하늘은 어디에 있을까요. 죽은 사람 몸뚱이는 고운 흙과 하나되어 풀과 꽃과 나무가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북돋우는 거름이 될 수 있는 오늘날인가요? 죽은 사람 넋은 너른 하늘과 하나되어 온누리 따사롭게 보듬는 사랑스러운 빛이 될 수 있는 오늘날인가요?


  흙땅은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꽁꽁 덮입니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맨흙으로 된 땅을 밟기 아주 어렵습니다. 나무숲이라 하는 수목원조차 흙길은 너무 많은 사람이 지나다며 딱딱합니다. 보송보송 포근포근 보드라운 흙길을 어디에서 거닐 만할까요. 먼먼 옛날부터 얼마 앞서까지 어느 누구도 ‘무덤’이나 ‘주검’을 놓고 골머리를 썩지 않았어요. 오늘날에는 ‘무덤’이 너무 늘어 걱정을 하고, ‘주검’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놓고 근심을 합니다.


  새도 짐승도 벌레도 꽃도 풀도 나무도, 살아서 숨쉴 적에는 푸른 빛을 내뿜다가, 죽어서 스러질 때에는 곱게 흙하고 하나가 되는데, 오직 사람이라는 목숨붙이만, 몸이며 마음이 갈 데가 없어요.


- “어째서, 우리는 같은 사자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걸까? 강한 수컷의 새끼를 남기는 게, 이 가혹한 자연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믿었지만, 자연은 아직 우릴 죽이지 않고 있어. 우릴 죽인 건, 같은 사자.” (102쪽)
- “죽이고 서로 잡아먹음으로써 이 세계는 성립되는 거야.” “그래! 하지만 잡아먹히는 쪽은, 그저 잡아먹히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강한 동물도 막상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이면, 먹고 먹히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원할 거야!” (167쪽)

 

 

 


  라이쿠 마코토 님 만화책 《동물의 왕국》(학산문화사,2012) 넷째 권을 읽습니다. 《동물의 왕국》 넷째 권에서는 ‘사물에 이름을 처음으로 붙이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사물뿐 아니라 삶에도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요. 이를테면, 잔치라든지 두레라든지 놀이라든지 춤이라든지 노래라든지 하면서, 새롭게 누리는 모든 삶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요.


- “저기, 이 계획에 뭔가 이름을 붙이는 건 어떨까?” “응, 그렇다면, 이걸 ‘축제’라 부르자.” (116쪽)
- “이런 걸 누가 생각한 거야? 이렇게 행복한 순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새끼 사자까지 있어. 한순간일지 모르지만. 이 세계에서, 우리는 이런 일을 해낸 거야.” (136쪽)


  ‘즐겁다’라는 낱말도 옛사람이 지었습니다. 임금님이나 칼잡이나 지식인이 지은 낱말이 아니에요. 흙을 만지며 풀을 먹고 바람을 마시던 여느 시골사람이 ‘즐겁다’라는 낱말을 지었어요.


  ‘웃다’라는 낱말도, ‘(사랑을) 나누다’라는 낱말도, 모두 여느 시골사람이 즐겁게 지었어요. ‘아이’라는 낱말과 ‘어른’이라는 낱말도, 고스란히 여느 시골사람이 활짝 웃으며 기쁘게 지었습니다. 곧, 아이는 아이다울 때에 아이요, 어른은 어른다울 때에 어른입니다. 사람은 사람다울 적에 사람이며, 꿈은 꿈다울 때에 꿈이 될 테지요.


  생각을 기울여 한결 빛나는 생각을 얻어요. 마음을 쏟아 한껏 눈부신 마음을 밝힙니다. 즐겁게 일하고 신나게 놉니다. 아름답게 두레와 품앗이를 하며, 사랑스럽게 꿈을 빚습니다.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어우러질 때에 비로소 ‘삶’입니다.


- “우린 이런 어마어마한 걸 만들 수 있다. 어때, 굉장하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180쪽)


  옛날 시골사람이 빚은 어여쁜 낱말 ‘앞’을 떠올립니다. 옛날 시골사람들이 앞을 바라보며 지은 ‘꿈’이라는 낱말을 곱씹습니다. 풀을 먹고 바람을 마시며 햇살을 쬐면서 지은 수많은 ‘사랑’ 어린 낱말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누구와 어깨동무를 할 때에 사람다운 사람이 될까요. 우리는 어떤 꿈과 사랑을 빛내면서 활짝 웃어야 아름다운 어른으로 우뚝 서면서 해맑은 눈빛 반짝이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까요.


  모두 같은 목숨입니다. 풀과 사람은 같은 목숨입니다. 새와 사람은 같은 목숨입니다. 벌레와 사람은 같은 목숨입니다. 풀을 아끼는 사람이 사람을 아낍니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합니다. 벌레를 알뜰히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따사롭게 보듬을 줄 압니다.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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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1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동화를 읽고 있는데 다음에 책 구입할 때 만화책도 구입할 예정입니다.
좋은 정보를 얻어 갑니다. ^^
다른 글들도 참고하겠습니다.

파란놀 2013-07-14 07:17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만화책 많이 있답니다.
사람들이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서
만화는 거의 소개되지도 알려지지도 못하지요......
 

항공방제 농약 책읽기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사흘째 ‘항공방제’를 한다. 마을방송과 면내방송에서는 수요일 새벽 다섯 시부터 아침 아홉 시까지만 한다고 알리더니, 수요일 낮에도 하고, 목요일 아침과 낮에도, 또 금요일 새벽과 아침에도 해댄다.


  목요일 한낮에 갑작스레 ‘무인 헬리콥터’가 바로 우리 집 대문 앞까지 떠올라 농약을 뿌려댄다. 한창 이불과 옷가지를 말리다가 깜짝 놀란다. 농약냄새가 훅 끼친다. 아이들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가라 말하고 이불과 옷가지 걷고 치운다.


  서둘러 이불과 옷가지를 치우고 밖으로 나간다. 헬리콥터 농약 뿌리는 ‘항공방제’ 하는 이들한테 왜 방송 하나 없이 한낮에 농약을 뿌리느냐고 따진다. 그러니, 이 사람 하는 말 ‘농약’이 아니란다. 농약이 아니면 논에 왜 뿌릴까? 게다가, 마을방송과 면내방송에서는 항공방제를 할 적에 창문 모조리 닫으라 했고, 벌이 다 죽으니 벌집 잘 건사하라고까지 알렸다. 그런데, 아이들 마당에서 노는 한낮에 함부로 농약을 하늘에서 뿌려서 온 마을 지붕과 마당에까지 농약냄새 번져도 된단 말인가.


  일본에서는 항공방제 때문에 아침에 학교에 가거나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던 아이들이 얼굴에 농약을 뒤집어써서 눈을 잃은 사고가 잇달아, 항공방제를 함부로 안 한 지 스무 해가 넘는다. 한국에는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어린이가 거의 다 사라졌으니, 시골 할매 할배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마구 항공방제를 해대도 되는가.


  벌이 몽땅 죽는다는 항공방제 농약이라면, 나비도 죽고 풀벌레도 죽으며, 작은 새들과 개구리도 모두 죽이는 농약이라는 뜻이다. 이런 농약을 헬리콥터를 띄워 들과 숲이 샅샅이 뿌리면 어떻게 될까. 해오라기도 죽고 제비도 죽고 멧비둘기도 죽고 까마귀도 죽겠지. 멧비둘기와 까마귀와 까치가 죽으면 시골사람은 콩알 캐먹는 새들 사라진다고 좋아할까. 새들이 농약 때문에 죽으면 이제 벌레 잡아먹을 새들이 사라지는 꼴이라, 한 해 내내 농약만 끝없이 뿌려야 하는 삶이 될 텐데, 농약 잔뜩 머금은 쌀과 푸성귀와 열매를 누구한테 먹일 수 있는가. 농약 머금은 매실로 효소를 담근들 누구 몸에 좋을까. 농약 머금은 감을 도시로 떠난 딸아들 먹으라고 줄 수 있을까.


  그래, 도시에서는 파리와 모기와 바퀴벌레를 죽인다며 살충제를 헬리콥터 띄워 하늘에서 마구 뿌리나. 도시에서 파리와 모기와 바퀴벌레 죽이려고 항공방제를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벼멸구 잡겠다며 항공방제를 한다고 마을방송에서 다 말했는데, 벼멸구 잡겠다고 하는 농약을 시골마을 지붕과 마당과 장독까지 뿌리면서 지나가면, 논뿐 아니라 숲에까지 바람에 실려 농약이 퍼지게 하면,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바보짓 하는 고흥군 행정기관에서 항공방제를 그치지 않는다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한테 ‘고흥쌀’은 ‘거짓 친환경’으로 키운 쌀입니다, 고흥쌀도 고흥마늘도, 모두 농약덩어리입니다, 이것 먹으면 벌과 나비와 제비와 개구리와 해오라기가 모두 죽습니다, 죽고 싶으면 고흥쌀과 고흥마늘과 고흥유자 먹으셔요, 하고 외쳐야 할 판이다.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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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12 09:32   좋아요 0 | URL
에구, 무인헬리콥터가 거대한 철제 곤충처럼 보여
조금 겁이 나네요..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고흥유자차 온식구 즐겨 마시는데요..ㅜ.ㅠ

파란놀 2013-07-12 09:40   좋아요 0 | URL
저도 고흥사람이긴 합니다만...

고흥유자는 '아는 사람' 유자나무밭에서 일손 거들러 가서
함께 따서 얻은 것 아니고는
안 먹어요.

농약을 얼마나 많이 뿌리는가를
늘 지켜보니까요...

저 무인헬리콥터는
농약 싣고 날아다니는 '죽음 기계'랍니다...

그런데, 고흥뿐 아니라 이 나라 시골마다
저런 농약 헬리콥터가 하늘을 누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