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그림 선물 (2013.7.15.)

 


  그림을 그린다. 선물할 생각으로 그린다. 입으로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으로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선물받을 사람한테 예쁜 이야기 흐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림을 그린다. 우리 집 벽에 붙이려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이웃한테 선물을 하려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구나 싶다. 우리 식구들 날마다 들여다볼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내 반가운 이웃들 언제나 돌아보면서 고운 빛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7-18 09:21   좋아요 0 | URL
우와~!!!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이 마구마구 즐겁고 기쁘네요!^^
어쩜 이리 맑고 아름답고 즐거운 삶 이야기..모두 어울려 빛나고 예쁜 노래를 부를까요~?^^

파란놀 2013-07-18 10:28   좋아요 0 | URL
예쁜 책 만드는 출판사에
좋은 돈 많이 들어와
앞으로도 즐겁게 책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렸어요..
 

새롭게 만난 미꾸라지

 


  마을 빨래터를 한창 청소하는데 나무토막이나 물풀 아닌 뭔가 슥 지나가는 그림자를 본다. 무얼까. 설마 물고기? 빨래터에? 빨래터 바닥에 낀 물이끼를 걷어내고 밀어내며 물을 퍼서 바깥으로 버린다. 이제 아까 새까맣고 길쭉한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하, 미꾸라지네. 그런데, 미꾸라지가 논 아닌 빨래터에 왜?


  나는 어릴 적에 미꾸라지를 많이 보았고 많이 잡았다. 우리 아이들은 미꾸라지를 오늘 처음 본다. 얘들아, 미꾸라지 한 번 만져 보렴. 미꾸라지는 살짝 만져도 죽지 않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미꾸라지를 만지려 하지 않는다. 그저 쳐다보기만 한다. 빨래터 물놀이는 저리 가고 미꾸라지 들여다보는 재미에 폭 빠진다. “벼리야, 미꾸라지 집으로 가져가서 키울까?” “아니.” “그러면, 미꾸라지 여기에 놓아 줄까?” “응. 놓아 줘.”


  빨래터 청소를 마치고 빨래터에 다시 놓아 준다. 빨래터에는 물이끼 많이 끼니까 미꾸라지 먹이는 모자라지 않으리라. 그나저나, 다른 미꾸라지도 빨래터로 스며들 수 있을까. 논에는 온통 농약을 뿌리지만 빨래터에는 농약 뿌릴 일 없으니 미꾸라지 너로서는 이곳이 살 만한 곳 될 테지. 그런데 너 혼자서는 무척 심심할 듯하구나. 4346.7.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7-18 09:26   좋아요 0 | URL
"응. 놓아 줘." 벼리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정말 미꾸라지가 또 한 마리 와, 두 마리 함께 정답게 살면 참 좋겠네요~.

파란놀 2013-07-18 10:28   좋아요 0 | URL
다음에 빨래터에 갈 때에 한 마리 더 찾아올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문기자 서평 글쓰기

 


  내가 즐겁게 읽은 책 하나를 다른 사람은 얼마나 즐겁게 읽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살펴본다. 아직 다른 사람 느낌글이 없을 때가 있지만, 곧잘 신문기자 서평이 올라오기도 한다. 신문기자가 신문글로 적은 서평을 읽어 본다. 보도자료에 나온 줄거리를 더 간추려서 적었구나 싶은 서평이 있고, 그나마 보도자료조차 제대로 옮겨적지 못한 서평이 있다. 때로는 보도자료에 기대지 않고 씩씩하게 서평을 써서 신문에 싣는구나 싶기도 한데, 책을 제대로 안 읽고 쓴 티를 물씬 풍기는 글이 꽤 많다. 신문기자이건 아니건 책 한 권 알뜰살뜰 읽은 뒤 즐겁게 삭혀서 아름답게 생각을 꽃피울 때에는 참 멋스러운 느낌글이로구나 하고 생각한다.


  한 주에 몇 권씩 책을 읽어내어 서평을 쓰자니 신문기자로서는 벅찬 노릇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신문기자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 신문기자는 아무나 되어도 되는가?


  아주 똑똑하거나 책을 잘 읽는 사람만 신문기자가 되란 법 없다. 어느 누구라도 신문기자가 못 되란 법이 없다. 그러나, 신문기자가 되어 주마다 몇 권씩 서평을 써야 하는 일을 맡는다면, 이러한 일을 즐겁고 씩씩하며 아름답게 건사할 일이라고 느낀다. 즐겁게 읽고 기쁘게 쓰지 못한다면, 신문기자이든 비평가이든 학자이든 교수이든 모두 부질없는 이름표를 머리에 얹고 살아가는 셈이다.


  운동선수를 생각해 보라. 운동선수가 이녁 운동을 게을리 할까. 농사꾼을 생각해 보라. 농사꾼이 이녁 농사를 게을리 할까.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해 보라.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이를 함부로 다루거나 아무렇게나 내팽개칠까. 서평을 써야 하는 신문기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 읽기 싫고, 글 쓰기 싫으며, 책을 제대로 삭히지 못하겠다는 신문기자는 부디 다른 일자리 찾아볼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4346.7.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쑥 책읽기

 


  오천 해를 자랑한다는 한겨레 옛이야기를 살피면, 범과 곰이 마늘이랑 쑥을 먹고 사람이 되려 하는 대목이 있다. 그래, 범과 곰은 마늘이랑 쑥 두 가지를 먹고 숲속에서 빗물과 햇살과 풀밭에서 지내면 ‘사람이 되는’구나. 그러면, 우리들 사람도 마늘과 쑥을 꾸준히 먹을 때에 사람다운 빛을 보여준다고 할 만할까? 마늘과 쑥을 늘 먹지 못한다면 사람다운 빛, 곧 사람빛을 잃는다고 할 만할까?


  그런데, 곰곰이 헤아려 보면, 마늘과 쑥은 ‘사람이 먹는 풀’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보여주는구나 싶다. 먼저, 마늘은 ‘사람이 키운 풀’이다. 쑥은 ‘숲에서 스스로 돋는 풀’이다. 곧, 마늘을 들며 ‘사람이 손수 사랑을 담아 돌보며 얻는 고마운 풀’이 있다고 밝히는구나 싶다. 쑥을 들면서 ‘사람 둘레에서 사랑스레 스스로 돋는 고마운 풀’이 함께 있다고 보여주는구나 싶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은 스스로 씨앗을 심어서 돌보는 풀 한 가지하고, 숲에서 스스로 씨앗을 맺고 흙으로 드리우면서 씩씩하게 돋는 풀 두 가지, 이렇게 나란히 섞어서 먹을 때에 아름다운 빛이 된다는 이야기라고 느낀다.


  이를테면, 마늘과 벼와 보리와 수수와 서숙과 무와 오이 같은 여러 가지는 사람이 사랑을 들여 심어서 거두는 고마운 먹을거리이다. 쑥과 냉이와 질경이와 민들레와 고들빼기와 미나리와 부추와 도라지 같은 여러 가지는 사람이 씨앗을 안 심어도 스스로 씩씩하게 돋아서 얻는 고마운 먹을거리이다.


  하나는 스스로 일구고, 다른 하나는 숲에서 얻으라는 사람살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뿌리거나 나누는 사랑이 하나 있고, 다 함께 어우러지는 지구별에서 샘솟는 사랑이 둘 있구나 싶다. 4346.7.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교통방송 책읽기

 


  고흥읍에서 순천역으로 시외버스를 달리는 길에, 시외버스 일꾼이 교통방송 라디오를 듣는다. 저 라디오 좀 끄면 안 될까. 저 라디오 듣고 싶으면 혼자 귀에 소리통 꽂고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귀로는 소리에 마음을 쓰고, 눈과 몸과 손으로는 버스 운전대에 마음을 쓸 수 있는가. 자동차를 몰 적에 텔레비전 보지 말라 하고 손전화 켜지 말라 한다면, 자동차를 몰며 라디오도 들어서는 안 될 노릇 아닌가.


  아이들한테 밥을 먹이고 이래저래 놀리다가 문득문득 교통방송 소리를 듣는다. 곰곰이 생각한다. 교통방송에서 나오는 이야기란 거의 모두 ‘길 막힌다’는 소리라고 느낀다. 이리 돌아가든 저리 거쳐 가든 언제나 ‘길 막힌다’는 소리로구나 싶다. 이 얘기 아니라면 ‘길 안 막힌다’는 소리일 테지. 그러니까, 길이 막히면 막힌다 하고, 안 막히면 안 막힌다는 소리이다. 그러니까, 자동차를 모는 사람으로서는 이리로 가든 저리로 가든 교통방송은 하나도 대수롭지 않다. 막힐 길을 가야 하는 시외버스로서는 뚫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고흥과 순천 사이에 교통사고가 났다면 어쩌겠는가. 교통사고 때문에 흩어진 조각 치울 때까지 길에서 멀뚱멀뚱 서야지, 돌아갈 길이 없다.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면 사고 현장 둘레에서 마련한다. 길이 안 막힌다 할 때에도 교통방송을 들을 일이 없다. 안 막히니까 시원스레 잘 달린다.


  굳이 라디오를 들어야 한다면, 버스 일꾼한테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 싶다. 이를테면, 봄에는 봄꽃과 봄바람과 봄내음 이야기를 들려주고, 여름에는 여름꽃과 여름바람과 여름내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 싶다. 가을에는 가을빛을 들려주고 겨울에는 겨울빛을 알려주어야지 싶다.


  아름다운 이야기 담은 책을 읽어 준다든지,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들을 만한 아름다운 시를 읽어 준다든지,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누릴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준다든지 할 라디오라고 느낀다.


  숲에서 나무가 얼마나 자랐고, 나무마다 나뭇잎빛 얼마나 다르며 싱그러운가를 이야기한다면 즐거우리라. 꽃망울 터지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비가 날갯짓하며, 어느 시골 하늘에 구름빛 환하다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밝히면 더없이 즐거우리라. 4346.7.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