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세상을 바꾸는 날
세반 스즈키 지음 / 아이터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환경책 읽기 46

 


어른들 거짓말이 지구를 망가뜨려
― 당신이 세상을 바꾸는 날
 세반 스즈키 글,이혜원 옮김
 아이터 펴냄,2003.11.26./7500원

 


  마당에 놓은 평상으로 크레파스와 종이를 갖고 나갑니다. 아이들은 집안에서 베개놀이 이불놀이를 합니다. 무더운 한여름에 웬 베개놀이 이불놀이인가 싶지만, 놀고 싶으니 놀아야겠지요. 얼추 열흘만인가, 작은아이가 밤에 오줌을 두 차례 누었습니다. 지난 열흘 동안 밤에 쉬 마려우면 낑낑대는 소리를 냈기에 잘 알아채고 작은아이 안아서 오줌그릇에 쉬를 받았는데, 지난밤에는 두 차례나 그냥 바지에 싸서 방바닥을 흠뻑 적셨습니다.


  아침이 되어 두 아이 모두 일어난 뒤, 나무깔개를 걷어 마당에 내놓아 볕바라기 시킵니다. 큰 이불과 큰 베개도 볕바라기 시킵니다. 작은 이불과 작은 베개는 방에 그대로 두는데, 두 아이는 인형을 재우느니 서로 눕느니 하면서 베개와 이불로 놉니다.


  아이들한테는 무엇이든 놀이가 될 테지요. 아이들로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온갖 놀이 실컷 누리며 살아가야 무럭무럭 자라겠지요.


  까르르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혼자 조용히 나무그늘 평상에 앉아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면 되고, 나는 나대로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한창 그림을 그리려니, 작은아이가 먼저 알아채고 이내 큰아이가 알아챕니다. 둘 모두 뽀르르 마당으로 내려와서 아버지 둘레에 앉습니다. 종이를 한 장씩 내줍니다. 둘은 저마다 그림 그리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아이는 조금 슥슥 그리다가 딴짓을 하고, 큰아이는 예쁜 그림 그리겠다며 그림에 빠져듭니다.


.. 오늘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떤 다른 의미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제가 환경운동을 하는 것은 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은 선거에서 지거나 주식에서 손해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글에서 뛰노는 야생 동물과 열대우림 속을 날아다니는 새들과 춤추는 나비를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그것들이 우리 아이들이 볼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아 있을지 의문입니다 여러분은 저와 같은 나이에 이런 걱정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런 일들이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들은 아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  (4, 9쪽)

 


  나무그늘 평상이 시원합니다. 한여름에 마당에서 풀바람 쐬면서 나무그늘에서 쉴 수 있으니 더없이 즐겁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을이나 이웃 다른 마을을 살피면, 집안 마당에 나무그늘 드리우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마당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나무를 베거나 가지를 쳐요. 집 뒤에만 나무가 자라도록 하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마당에서 곡식을 말린다든지 고추를 말린다든지 마늘을 말린다든지 하니, 마당에 그늘이 지면 안 좋아할 만하구나 싶습니다. 그늘에서 쉬자면 집에서 쉬면 되지, 굳이 마당에 나와서 쉴 까닭 없다고 여길는지 모릅니다.


  우리 마을이나 이웃 다른 마을 시골집을 더 살피면, 집안과 집밖이 또렷하게 나뉩니다. 오늘날 어느 시골집이건 구멍을 꽁꽁 막습니다. 바람 들 틈을 두지 않아요. 개구리와 풀벌레와 멧새 노랫소리 스며들 틈바구니가 거의 없기 일쑤입니다.


  먼먼 옛날 시골집을 떠올립니다. 유리창조차 없던 지난날 시골집은 종이 한 장으로 문을 대고는 겨울을 났어요. 대청마루나 툇마루에 샤시문이란 없었어요. 집안이더라도 웃목에서는 물이 얼었겠지요. 그래도 이런 시골집에서 모두 겨울나기를 했고, 씩씩하고 튼튼하게 살았어요.


  먼먼 옛날 시골집은 바깥바람과 바깥내음과 바깥소리가 고스란히 집안으로 스며듭니다. 동이 트는 기운을 느껴요. 새들 노랫소리를 들어요. 햇살 기운을 받아요. 바람소리를 한껏 듣지요.


  곰곰이 헤아리자면, 먼먼 옛날 시골사람은 모두 흙사람입니다. 바람사람이고 햇살사람이며 노래사람이에요. 빗물사람이자 나무사람이고 풀사람입니다. 이와 달리 오늘날 시골사람은 농약사람입니다. 비닐사람입니다. 경운기사람이거나 텔레비전사람이에요. 예나 이제나 흙을 만지기는 똑같지만, 농약을 어마어마하게 뿌려요. 예나 이제나 흙에 씨앗을 심지만 비닐을 엄청나게 씌워요. 경운기나 기계 없으면 흙일을 못할 듯이 여깁니다. 텔레비전 아니면 쉬거나 놀지 못할 듯이 여깁니다.


.. 제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낭비가 심합니다. 사고는 버리고, 버리고는 다시 삽니다. 하지만 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나라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 전쟁에 쓰이는 돈을 전부 빈곤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한다면 이 지구는 정말 멋진 곳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  (18, 23쪽)

 


  논이나 밭에 농약을 치면 무엇을 죽일까요? 잘 길러서 내다 팔아야 할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뺀 다른 풀을 몽땅 죽일까요? 그러면, ‘나물’이 될 풀도 다 죽이겠지요. 나물이 될 풀이 죽으면서, 풀밭에 알을 깔 나비와 벌과 온갖 벌레 모두 죽이겠지요. 개미도 죽이고, 벌레를 먹고 살아가는 작은 새도 죽일 테며, 개구리도 나란히 죽일 테지요. 요즈음 웬만한 시골에 제비가 찾아들지 못하는 까닭은, 애써 제비가 찾아들어도 농약 먹고 해롱거리다가 죽는 벌레나 지렁이를 제비가 물어서 먹고는 모두 함께 죽기 때문입니다. 수천 킬로미터 바닷길을 날아서 한국땅 밟은 제비가 농약 때문에 꼴까닥 하고 죽어요.


  시골사람은 나쁜 벌레와 잡풀을 죽이겠다며 농약을 칩니다만, 농약을 치기에 개구리와 제비도 죽고 나비와 벌도 죽습니다. 시골에 시골다운 소리가 흐르지 않고, 시골에 시골맛 고소한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시골사람은 이토록 농약을 자꾸 칠까요. 왜 시골사람은 농약과 비닐 안 쓰는 오래된 흙일을 내팽개칠까요.


  도시에서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 사다 먹는 사람들이 돈으로만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사다 먹으니, 시골에서는 농약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사람 스스로 흙을 일구지 않을 뿐 아니라,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가 어느 때에 맛있고 몸에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니, 시골사람은 농약에 찌들 수밖에 없습니다.


  시골사람만 삶과 숲과 흙을 슬기롭게 깨닫는대서 달라지지 않아요. 도시사람이 앞장서서 삶과 숲과 흙을 슬기롭게 바라보고자 힘쓴대서 달라지지 않아요. 도시사람 스스로 도시에서도 텃밭을 일구려고 마음을 기울이면서 몸을 움직일 때에 천천히 달라져요. 도시사람 스스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갈 꿈을 품고 뜻을 이루려 할 때에 시나브로 달라져요.


  밥을 먹어야 목숨을 잇는 사람이면서, 막상 밥을 어떻게 얻는지 살피지 않으면, 도시에서건 시골에서건 어떻게 살겠습니까. 바람을 마시고 물(빗물과 냇물)을 들이켜야 목숨을 건사하는 사람이면서, 정작 바람과 물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돌아보지 않으면,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어떤 사람이 되겠습니까.


.. 어른들은 말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싸우면 안 된다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고. 자기가 어지럽힌 것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고. 다른 생물에게 상처를 입히면 안 된다고. 그리고 욕심 부리지 말고 서로 나눠 가져야 한다고. 그런데 어째서 어른들은 우리에게 하지 말라고 한 일들을 하고 있는 건가요 ..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  (25, 27쪽)

 


  열두 살 어린이 세반 스즈키 님이 1992년에 브라질에서 외친 말마디를 갈무리한 다음, 이 어린이가 대학생이 된 뒤에도 숲과 지구별 사랑하는 넋 잇는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이야기책 《당신이 세상을 바꾸는 날》(아이터,2003)을 읽습니다. 지구별을 지키자는 세계모임에서 막상 ‘어린이 대표’는 하나도 없이 ‘어른 대표’만 모여서는 슬기롭거나 올바르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리라 생각한 어린이 세반 스즈키 님과 동무들은 스스로 여러 일을 하면서 경비를 모았다고 해요. 딱 6분 자리를 얻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데, 이 6분 동안 어른들한테 들려줄 말을 알뜰살뜰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 자연이야말로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인 것입니다. 생태계를 이루는 어떤 한 부분을 조사해 보아도, 모든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조화롭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은 꽉 짜여진 구조 속에서 모든 요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밀접하게 작용하여 전체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밖으로 나가서 자연을 느껴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자연 환경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깨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 중에서 생물이 아닌 것이 있을까요? 우리는 호흡하지 않고 몇 분이나 견딜 수 있을까요? 또 우리가 마시는 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46∼47쪽)


  내 손은 지구를 살리는 손길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품고 아름답게 살아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내 손은 언제나 지구를 살리는 손길입니다.


  내 손으로 지구를 죽이는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잊고 아름다움하고 동떨어진 채 쳇바퀴 걸음을 걷는다면, 내 손은 늘 지구를 죽이는 손길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북돋우기에 내 손이 지구를 살리는 손길 되지 않습니다. 내 마음에 따라 내가 스스로 내미는 손길입니다. 다른 사람이 등떠밀기에 내 발걸음이 지구를 죽이는 길을 걷지 않습니다. 늘 나 스스로 걷는 길입니다.


  어른들은 으레 다른 사람 탓을 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하면 될 일을 으레 다른 사람 핑계를 댑니다. 다른 사람이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른 스스로 옳고 바르며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면 돼요. 전쟁을 일으킬 까닭도 전쟁무기를 만들 까닭도 없어요. 이웃나라에서 전쟁무기를 저렇게 잔뜩 만드는데 어떡하느냐 하고 둘러대면서 전쟁무기 똑같이 잔뜩 만들 까닭 없어요. 참말 평화를 생각하면서 바란다면, 우리부터 스스로 평화로운 길 걸어가면서, 평화로운 길 걸어갈 때에 이렇게 아름답고 환하게 빛나면서 즐거운 줄 느끼도록 하면 돼요. 전쟁무기로는 아무것도 못 얻고, 전쟁무기 따위로는 오직 죽음만 있는 줄 깨닫도록 하면 돼요.


  아이들한테 자연그림책이나 자연다큐영화 보여주는 일은 그만두기를 바라요. 그림책이나 다큐영화 아닌 우리 삶에서 자연을 느끼고 어깨동무하는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도서관에 아름다운 생태그림책 많이 갖춘대서 도시에서 생태와 환경과 자연을 지키지 못해요. 숲이 있어야 숲을 지키고, 나무를 돌봐야 나무를 지키며, 풀밭을 가꾸며 꽃송이 하나 아낄 때에 자연을 지킬 수 있어요. 아프리카 사자나 코끼리를 보여준들 달라질 일 없어요. 우리 곁 조그마한 짐승과 벌레와 새를 아끼며 사랑하는 길을 걸어가야지요. 쇠우리에 가둔 동물원 아닌, 넓은 숲과 시원한 들과 깨끗한 멧골이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요.


  고속도로를 하나라도 더 내려고 애쓰지 말아요. 숲을 한 곳이라도 더 지키도록 애써야지요. 공항 한 곳 더 지으려고 하지 말아요. 정갈한 시골숲 조용히 돌봐요. 관광단지 한 군데 더 늘리려고 하지 말아요. 아름다운 시골마을 고즈넉히 가꾸어요.


  거짓길 아닌 참길 걸어가기를 바라요. 거짓말 아닌 참말을 나누고, 거짓삶 아닌 참삶을 다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숲과 들과 멧골과 냇물이 망가지면 누구한테 나쁠까요? 바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한테 나빠요. 경제성장율 100%가 된다 한들 맑은 물과 바람과 흙과 숲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죽은 목숨입니다. 4346.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환경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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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19 16:08   좋아요 0 | URL
"고속도로를 하나라도 더 내려고 애쓰지 말아요. 숲을 한 곳이라도 더 지키도록 애써야지요."

공감합니다.

파란놀 2013-07-20 00:02   좋아요 0 | URL
언제쯤 이런 일
한국에서도 이루어지려나요..
 

책아이 31. 2013.7.17. ㄱ

 


  마을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며 젖은 옷은 빨래줄에 널어 말린다. 후박나무 그늘에 앉아 수박을 한손에 쥐면서, 다른 한손에는 만화책을 붙잡는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하다. 여름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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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17] 개구리와 모기
― 친환경농약이란

 


  농약을 치느라 논에서 개구리 사라지면, 시골집 텃밭과 꽃밭과 마당에서도 개구리가 살지 못합니다. 그러면, 집안 풀밭에서 산다는 모기들 잡아먹을 개구리가 없는 셈이니, 개구리 없어지면, 사람들은 모기약에 파리약에 온통 약범벅이 됩니다.


  논에서 개구리가 없어지면, 개구리만 없어지지 않습니다. 잠자리도 나란히 없어집니다. 잠자리도 모기와 파리를 즐겨 잡아먹는데, 잠자리가 나란히 없어지면 그야말로 모기약에 파리약으로 온 집안을 채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비도 깃들지 못해요. 제비가 깃들지 못하는 시골에서는 온갖 벌레가 날뛸 테지요. 온갖 벌레 잡아먹는 제비가 없으니, 사람들은 다시금 모기약이며 파리약이며 벌레약이며 뿌려대고 맙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에 여러 날 항공방제 이루어졌습니다. 항공방제를 했다는 고흥군 농협에서는 친환경농약을 뿌렸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친환경농약 때문에 개구리가 대단히 많이 죽었어요. 나비와 잠자리도 참으로 많이 죽었어요. 사람한테는 나쁘지 않다는 친환경농약이라고 밝히지만,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가 죽는다면, 이러한 농약은 사람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가 죽고 말아, 제비와 해오라기가 찾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골은 사람이 얼마나 살 만한 터가 될까요.


  개구리가 없으면 뱀이 먹이 찾기 어렵습니다. 뱀이 살기 어려우면, 뱀을 잡아먹을 소쩍새도 살기 어렵습니다. 벼멸구 잡겠다며 농약을 치면, 개구리뿐 아니라 수많은 목숨이 함께 죽습니다. 잠자리와 나비도 죽고, 미꾸라지가 죽습니다. 다슬기와 개똥벌레가 죽습니다. 게아재비와 물방개도 나란히 죽습니다. 아주 스스로 죽음을 부르는 셈입니다. 살자고 치는 농약이 아니라, 죽자고 치는 농약이에요.


  농약은 땅속으로 스밉니다. 농약 머금은 흙은 시름시름 앓습니다. 농약은 흙을 아프게 하면서 땅밑으로 흐르는 물로도 스밉니다. 사람들은 농약 기운 머금은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먹고 맙니다. 사람들은 농약 기운 스민 물을 마십니다. 여기에다가, 농약내음 물씬 나는 바람을 마셔야지요.


  ‘친환경’ 이름만 붙이면 될까요. 벼만 살리고 다른 목숨은 모조리 죽이는데 ‘친환경’이란 무엇일까요. 4346.7.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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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1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땅속으로 스미는 농약, 끔찍합니다.

파란놀 2013-07-20 00:01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시골에서는 농약,
바로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을 옥죄는 참 크나큰 수렁입니다..
 

[시로 읽는 책 38] 한여름 꽃

 


  한여름 나무꽃은
  하야말그스름, 푸르스름, 노르스름,
  곱더라고요.

 


  모든 나무는 꽃을 피웁니다. 모든 풀은 꽃봉오리 터뜨립니다. 알록달록 빛깔이어야만 꽃이 아닙니다. 새하얗거나 새빨간 빛깔이어야 꽃이 아닙니다. 하야스름하거나 푸르스름할 적에도 꽃입니다. 아기 손톱보다 작은 꽃망울이어도 꽃입니다. 깨알만큼 조그마한 꽃송이일 적에도 꽃입니다. 저마다 환하게 빛나는 꽃입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꽃입니다. 풀꽃이요 나무꽃입니다. 풀꽃을 마주하면서 풀꽃내음 맡고, 나무꽃 바라보면서 나무꽃빛 받아들입니다. 4346.7.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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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쓰기
― 아름답게 아름답게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을 얻고 싶다면, 마음 깊이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아름답게 일구면 됩니다. 황금분할이나 구도를 맞춘다고 해서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을 얻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이란 구도나 틀이 아닌 마음이요 빛입니다.


  손꼽히는 사진작가 몇 사람 작품을 흉내내거나 따른다고 해서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을 얻지 못합니다. 나는 내 마음을 담아낼 때에 즐겁게 바라볼 사진을 얻습니다. 나 스스로 즐겁게 바라볼 사진이 될 때에 비로소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이 됩니다. 그럴듯하거나 멋들어지다는 모습은 오래도록 바라보기 어려워요. 겉멋이나 겉치레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담아서 찍은 사진 한 장은 썩 그럴듯하지 못하거나 그리 멋들어지지 못하다 하더라도, ‘마음이 담겼’기에 두고두고 바라볼 만합니다. 살짝 흔들리거나 빛이 덜 맞더라도 ‘마음을 담은’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립니다.


  서로를 아끼는 사랑이나 꿈이란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얼굴이 잘생겼기에 서로를 아끼는 사랑이나 꿈이 되지 않아요. 돈이 많기에 서로를 보살피는 사랑이나 꿈이 되지 않아요. 이름값이 높기에 서로를 어루만지는 사랑이나 꿈이 되지 않아요. 마음으로 우러나올 때에 사랑과 꿈이 되고, 마음으로 샘솟을 때에 사랑과 꿈으로 자라며, 마음으로 빛날 때에 사랑과 꿈을 이루어요.


  사랑을 떠올리면서 ‘사랑스럽게 살자’ 하고 생각해요. 그러면 시나브로 사랑스러운 빛 사진에 담기 마련이고, 사랑스러운 빛을 하나둘 사진으로 담다 보면, 저절로 아름다운 빛깔로 거듭나요. 내 삶을 아끼면서 마음속에 고운 꿈을 심자고 생각해요. 그러면 어느덧 고운 꿈이 아름다운 빛살로 태어나요. 사랑을 생각하기에 사랑이 되고, 꿈을 생각하기에 꿈이 되며, 아름다움을 생각하기에 아름다움이 됩니다.


  이제껏 아름답다 싶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면, 나 스스로 아름다움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지 못했으면, 아름답게 살아갈 마음이 되지 못하고, 온누리를 아름다운 눈길로 바라보지 못해요.


  여느 때에 마음을 아름답게 써요. 이웃을 바라볼 적에 아름다운 눈길로 바라봐요. 동무를 사귈 적에 아름다운 손길을 내밀어요. 풀과 꽃과 나무를 마주하며 아름다운 마음길이 되어요. 아름답게 걸어가는 삶길이 되면, 아름답게 일구는 사진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어요.


  나는 우리 아이들과 마을빨래터를 청소하고 함께 물놀이를 하면서 파랗게 눈부신 하늘에 구름 하얗게 흐르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여겨, 사진 한 장을 얻습니다. 아름답게 바라볼 사진은 누구나 언제라도 즐겁게 얻습니다. 4346.7.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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