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동생과 달라

 


  작은아이에 이어 큰아이도 하루 앓는다. 작은아이는 왜 앓았을까?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앓았을까? 큰아이는 오늘 마을빨래터를 청소하면서 물놀이를 할 적에, 너무 일찍 옷을 다 벗고 놀다가 춥다고 느껴 앓는구나 싶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바다에서나 빨래터에서나 물놀이 할 적에는 옷을 벗기지 않는다. 옷을 다 입고 놀도록 한다. 바다나 빨래터나 모두 되게 찬물이기에, 한여름에 더운 날씨라 하더라도 곧 몸이 차가워지니 옷을 벗지 않도록 하는데, 오늘 큰아이는 덥다며 일찍 알몸이 되어 빨래터에서 놀았다.


  큰아이는 자꾸 춥다 말한다. 그러다가 또 덥다고 말한다. 몸이 아프니 추울 테고,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니 덥겠지. 물도 아무것도 못 먹겠다 하고 그저 드러눕겠다고 한다. 어제 앓느라 아무것 못한 작은아이는 오늘 아주 말짱하게 뛰논다. 누나가 앓건 말건 누나더러 왜 안 놀고 드러눕느냐고 자꾸 붙잡는다.


  잘 자자. 잘 자고 일어나자. 한숨 폭 자고 일어나면 너희 모두 씩씩하게 클 테지. 키도 크고 몸도 크면서 마음도 크는 어린이가 될 테지. 아픔 훌훌 털어내고 새 하루 맞이할 수 있기를 빈다. 농약이 퍼부어도 살아남아 밤노래 들려주는 개구리들과 함께 너희 모두 즐겁게 이 시골에서 맑게 웃을 수 있기를 빈다. 4346.7.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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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손님 (도서관일기 2013.7.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해남에서 손님이 찾아온다. 고흥은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광주에서도 멀고, 해남에서도 멀다. 춘천이나 음성이나 인천이나 대전에서도 멀다. 이렇게 어디에서나 먼 데에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으니 책손을 받겠다는 뜻인지 안 받겠다는 뜻인지 아리송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고흥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해남도 멀고 서울도 부산도 광주도 멀다. 춘천이나 음성이나 인천이나 대전도 다 멀다.


  서울이나 부산이나 수도권에는 이것저것 참 많다. 우리 도서관도 맨 처음에는 인천에 있었다. 한국에서 사람이 많이 살기로 서울이 가장 많고 경기도와 인천을 헤아리면 한국땅에서 반 남짓 이 언저리에서 살아간다 할 만하다. 그러니, 인천이라든지 서울에 ‘사진책 도서관’이 있을 때에 책손과 사진손을 맞아들이기에 훨씬 낫다고 여길 사람이 있으리라 본다.


  도시에서 처음 도서관을 열다가 시골로 깃들며 지내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도시라 해서 나쁠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러면, 시골은 어떨까? 시골에 도서관이 있는 일이란, 시골에 전문 도서관이 있는 일이란 어떨까?


  우리 도서관 둘레는 온통 논이고 밭이며 멧자락이다. 우리 도서관 있는 마을 언저리로 드나드는 자동차는 매우 적다. 어쩌다 군내버스나 짐차가 지나간다 하더라도 참으로 조용하다. 책을 읽는 사람한테 거리낄 소리가 없다. 풀벌레와 멧새가 노래한다. 풀바람이 스미고 나무바람이 흐른다. 다른 도시에서 고흥군으로 접어들어 우리 도서관 깃든 동백마을까지 달리는 동안 나무와 풀과 하늘과 숲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이 나라에서 전문 도서관이 하나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면 어떠할까 하고 꿈을 꾼다. 고흥에 ‘사진책 도서관’이 있듯이, 장흥이나 보성이나 강진이나 해남이나 영암이나 함평에도 조그맣게 전문 도서관이 문을 열어, 사람들이 애써 먼길을 시골로 찾아가도록 하면 어떠할까 하고 꿈을 꾼다.


  책을 찾아 전문 도서관으로 마실을 하는 분들은 자가용보다는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고 오면 더 낫겠지. 도서관이나 마을회관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느긋하게 책을 즐길 수 있으면 더욱 기쁘겠지.


  요즈음은 도시에서도 도서관 둘레에는 으레 나무를 심거나 조그맣게나마 숲을 이루곤 한다. 도서관 둘레에 자동차 소리 깃들지 않게 애쓴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책을 빚은 나무’가 책꽂이 아닌 흙땅에 뿌리를 내려 푸른 숨결 내뿜을 때에 새삼스레 맑은 이야기 들려주는구나 하고 조금씩 깨닫는구나 싶다.


  시골에 도서관이 늘고 미술관이 늘며 사진관이 늘기를 바란다. 시골에 책방이 새로 열고 젊은이들 다시 찾아와 오순도순 아이 낳고 조촐히 살림 꾸리며 숲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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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전문도서관이 하나 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고 또 사람들이
그 전문도서관을 찾아 간다면 참 아름다울 것 같아요. 그때야 비로소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요?
시골에 미술관과 사진관이 늘고 젊은이들이 시골로 찾아와 오손도손 아이를 낳고 조촐히 살림을 꾸리며 숲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이 밤, 꿈꾸어 봅니다~~*^^*

파란놀 2013-07-21 22:36   좋아요 0 | URL
시골이 아름답게 되면
도시도 아름답게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에고///
 

꽃밥 먹자 17. 2013.7.20.

 


  옆지기가 미국에서 소포를 하나 부쳤다. 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 밥판을 샀는가 보다. 이것들을 한참 들고 움직이다가 뒤늦게 부쳤구나 싶다. 스탠 밥판이니 처음에 남달리 잘 씻고 헹구어야 한다. 그런 뒤 햇볕에 말려야 한다. 이렇게 하고 나서 두 아이한테 한번 밥을 차려 주어 본다. 두 아이 모두 처음에는 예쁘다며 좋아라 하지만, 막상 밥을 제대로 먹지는 않는다. 얘들아, 밥판에 새긴 그림이 무슨무슨 캐릭터 만화라서 좋아라 할 뿐이니? 날이 더워 밥이 잘 안 넘어가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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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1 22:11   좋아요 0 | URL
엄마 마음은 다 같은 것 같아요.^^
아무리 먼 길 떠나도 예쁘고 좋은 것 보면..아이들 생각을 하며 마련하는 일.
참 튼튼하고 예쁘게 보입니다~

파란놀 2013-07-21 22:52   좋아요 0 | URL
음... 그런데 저는... 밥판을 아주 안 좋아해서요...
저 밥판에 숟가락 긁는 소리란......

무엇보다...
사육하는 것도 아닌데
밥판에 밥을 주는 것은 참... 거시기하다고 느껴요...

에구...
그래도...
며칠 쓰기는 쓸 텐데......
 

고흥집 6. 나무그늘 놀이터 2013.7.19.

 


  마당에 제법 큰 나무 한 그루 있어, 아침과 낮에 그늘을 한껏 누리면서 놀 수 있다. 마당 다른 한쪽에 나무 한 그루 씩씩하게 커서 줄기와 가지를 높이높이 뻗으면, 해가 차츰 기우는 흐름에 따라 평상을 그리로 옮겨 하루 내내 그늘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는, 평상을 아예 하나 더 마련할 수 있겠지. 나무그늘이 푸르니 한여름 한낮에도 마당에서 논다. 나무그늘이 시원하니 한여름 한낮에도 마당에서 일할 만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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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큰나무와 함께 (2013.7.19.)

 


  나무그늘 평상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생각한다. 우리 시골집은 어떻게 즐거운 보금자리가 되는가. 음, 아무래도 이렇게 고운 그늘 드리우는 후박나무 있고, 온갖 풀이 돋으며, 나비와 벌이 찾아들고, 모기떼도 한쪽에 있고, 이럭저럭 함께 어우러져서 즐겁겠지. 별과 꽃이 쏟아지는 하늘을 먼저 그린다. 그런 다음 후박나무 줄기와 가지를 그린다. 차근차근 잎사귀를 넣는다. 사랑열매가 빗물처럼 떨어지는 줄기를 따라 무지개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며 바탕빛을 넣고, 아래쪽에 글씨를 넣는다. 그림을 마무리지으며 가만히 돌아보니, 그림에 넣는 글씨는 바로 아이들 한글 가르치는 글이 되겠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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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21 09:20   좋아요 0 | URL
그림을 올리고 보니, 날짜를 잘못 적었다.
7월 19일에 그린 그림인데, 종이에 7월 18일이라 적었네... @.@

appletreeje 2013-07-21 10:23   좋아요 0 | URL
그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하나 하나 따라가며 보니까 더욱 즐겁습니다.^^
세번 째 그림에서 아~참 예쁘다! (별무리와 나무에 입히기 시작한 초록 나뭇잎들
노란 꽃들, 그리고 나비들의 예쁜 색깔에 감탄을.. )하다가
무지개 하늘에 달과 해, 무성한 나뭇잎들, 따스하고 폭신한 땅이 모두 하나가 된,
'나무가 서 있는 아름다운 보금자리' 그림에 절로 마음이 환해지네요~
좋은 그림 보면서, 참 행복한 아침입니다~.

파란놀 2013-07-21 18:59   좋아요 0 | URL
누구나 즐겁게 그림을 그리면서 놀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무슨 파니 무슨 기법이니 따질 까닭 없잖아요.
화가 되느니 만화가 되느니 예술가 되느니 하는 그림 아닌
우리 스스로 삶 즐기는 그림
다 함께 신나게 그리며
서로서로 선물하면 얼마아 예쁠까 싶어요~

Nussbaum 2013-07-21 15:04   좋아요 0 | URL
첫번째 그림에 빛이 들어오니 더 싱그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림 옆에 적어둔 ㅎㄲㅅㄱ 요건 "함께살기" 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ㅎ

보고 있으니 밝고 명랑한 느낌이 듭니다.
잘 보고 갑니다. ^^

파란놀 2013-07-21 18:59   좋아요 0 | URL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는데
후박나무 그늘에서 그리다 보니
나뭇잎 사이사이
예쁜 빛이 잘 들어오더라구요.

아주 고맙게
'사진'도 잘 찍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