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책읽기

 


  작은아이가 자다가 똥을 듬뿍 누었다. 작은아이 밑을 씻기고 똥바지와 똥기저귀를 헹군다. 이 모든 몫은 물이 해 준다. 물줄기가 작은아이 사타구니와 다리에 묻은 똥을 말끔히 벗긴다. 내 허벅지에도 묻은 똥을 물줄기가 깨끗이 벗긴다. 물줄기는 아이 바지와 기저귀에 묻은 똥을 낱낱이 떨군다.


  물을 마시면서 속을 다스린다. 물로 낯을 씻으며 시원하다고 느낀다. 물로 밥을 짓는다. 벼는 논에서 물을 마시면서 자란다. 따로 물잔에 담아 마시지 않더라도 늘 물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바람을 먹고 물을 마신다. 어떤 사람한테도 바람과 물이 가장 대단한 빛이다. 대통령한테도 군인한테도 재벌 우두머리한테도 노동자한테도, 바람과 물이 없으면 어떠한 권력이나 이름이나 돈도 거머쥘 수 없는 노릇이다.


  바람이 싱그럽고 물이 맑아야 삶을 삶답게 누린다. 사람도 짐승도 풀도 나무도 모두 똑같다. 고속도로나 자가용 아닌 바람과 물을 살펴야 할 행정이며 정책이어야 한다. 관광이나 예술 아닌 바람과 물을 돌보아야 할 정치이며 교육이어야 한다.


  밤바람에 실리는 밤노래를 고즈넉하게 듣는다. 시골마을 저 깊은 밑바닥을 흐르는 물줄기를 뽑아올려 물 한 그릇 마신다. 내 몸은 내가 살아가는 곳을 감싸는 바람과 물로 이루어진다. 내 마음은 내 몸을 지키거나 돌보거나 살찌우는 결에 따라 날마다 새롭게 거듭난다.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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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야

 


  내 오른쪽에 누워서 자는 작은아이가 한밤에 끙끙댄다. 쉬가 마렵다는 뜻인가, 하고 잠결에 오른손을 뻗어 작은아이 샅자리를 만진다. 촉촉하다. 벌써 누었구나. 그러면 갈아입혀야지. 부시시 일어나 작은아이 바지와 기저귀를 벗긴다. 쉬를 얼마나 누었기에 이렇게 무겁지, 하고 생각하며 마루로 휙 던진다. 그러고서 새 천기저귀를 꺼내 아이 샅을 닦아 주는데 어쩐지 잘 안 닦인다. 물컹한 무언가 잡힌다. 벌떡 일어나서 옆방 불을 켠다. 아하, 작은아이가 자면서 똥을 누었구나.

 

  속이 더부룩했지만 어제는 몸이 힘들어서 똥을 못 누고 잠든 나머지, 이렇게 한밤에 자다가 바지에 잔뜩 응가를 누는구나. 그래, 너는 아직 아기라는 뜻을 몸으로 보여주는구나. 네 누나는 아기를 벗어나 어린이가 되었기에 너처럼 자면서 똥을 누는 일 없다. 네 누나는 이제 어린이라서 자다가 쉬 마려우면 스스로 일어나서 오줌그릇에 예쁘게 누고는 다시 잠자리에 눕는다. ‘나는 아기인 만큼 아기답게 놀도록 하라’는 네 말 잘 들었다.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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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치의 비밀
윤현수 지음 / 눈빛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찾아 읽는 사진책 145

 


사진에 붙이고 싶은 이름
― 사진 가치의 비밀
 윤현수 글
 눈빛 펴냄,2010.10.8./7000원

 


  윤현수 님은 스스로 느끼거나 깨달은 사진 이야기를 《사진의 비밀》(2010.4.)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뒤, 《사진 가치의 비밀》(2010.10.)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이고 나서, 《아우라의 비밀》(2011.3.)이라는 이름으로 거듭 선보입니다. ‘사진’과 ‘사진 가치’와 ‘아우라’, 이렇게 세 가지 이름을 보여주는데, 어느 이름으로 사진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비밀’을 건드리려 합니다.


  그러면, 사진에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대목이 있을까요. 사진은 어떻게 비밀스러운 대목을 품는가요. 사진에는 참말 비밀스럽다 할 대목이 드러나는가요.


  사진에서 비밀을 찾는다면, 글과 그림과 춤과 노래에서도 비밀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흙일과 바닷일과 공장일에서도 비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집안일을 할 적에도 비밀을 찾을 수 있어요.


  누군가는 사진에서 사랑을 찾습니다. 누군가는 사진에서 꿈을 찾습니다. 누군가는 사진에서 삶을 찾습니다. 누군가는 사진에서 이야기를 찾습니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삶이 다르며, 누리는 사랑이 다르고, 품는 꿈이 달라요. 그래서, 사진 하나를 놓고 살핀다 할 적에는 사람마다 다 다른 빛으로 다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다 다른 사람이 꼭 같은 대목이 있어요. 바람을 마시고 밥을 먹으며 잠을 잡니다. 목숨을 건사하고, 손에는 사진기를 쥐면서, 마음밭에 담고픈 모습을 찰칵 하고 찍어요. 바람을 마시는 길은 사람마다 다르고, 밥을 먹는 매무새도 사람마다 달라요. 그러나 누구라도 바람을 안 마실 수 없고, 밥을 안 먹을 수 없어요. 목숨을 건사하는 길과 손에 쥔 사진기계는 사람마다 달라요. 그러나 누구라도 목숨을 건사하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사진기 하나 손에 쥘 때에 사진을 빚어요.


  “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뀐다. 시대의 별을 좇는 사람들은 별이 되고, 공기가 된다. 피사체의 인물이 내가 된다. 나는 우리가 되고, 우리는 그들이 된다(22쪽).”는 말처럼, 바람이 불고 철이 바뀌면서 사람들 스스로 다 다른 별이 됩니다. 내가 사진으로 담는 사람은 바로 내 모습입니다. 다른 사람 모습에 내 삶을 비추어 이야기 한 자락 드러냅니다. 내가 바라보는 사람과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서로 다르지 않아요. 서로 이웃이면서 한 목숨입니다. 지구별에서 다 함께 어깨동무하는 삶지기입니다.


  그러면, “사진은 사람과 기업 중, 과연 누구의 아들인가(41쪽)?”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사진 값어치’에 어떤 비밀이 있기에 “사진은 누구 아들인가?” 하는 실마리를 찾아야 하나요.


  곰곰이 생각합니다. 사진은 누구 아들이 되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진은 누구 딸이 되지도 않습니다. 사진은 그저 사진입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이고, 기업도 그저 기업이에요.


  좋고 나쁘고란 없어요. 낫고 모자라고란 없어요. 사진은 사진을 낳고, 사람은 사람을 낳으며, 기업은 기업을 낳아요. 사진을 사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사진을 말하지 못해요. 사진을 사진으로 바라볼 때에만 사진을 말할 수 있어요. 사진을 사진 아닌 ‘돈’으로 셈하기에 기업이 끼어들고, 사진을 사진으로서가 아니라 ‘경매’로 따지니, 사진 아닌 다른 이야기가 끼어듭니다.


  윤현수 님은 “직업 사진가가 일상의 양식을 위해 매매하는 사진 가격은 대개 그의 노동가치에 기준하여 산정되므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으나, 전문 수집가나 갤러리가 개입하게 되면 그때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66쪽).” 하고 말합니다. 사진 이야기 아닌 ‘노동가치’와 ‘부가가치’를 말합니다. 사진 한 장 찍어서 이루는 값어치는 누가 어떻게 따져야 옳을까요. 사진 한 장 찍어서 나누는 빛에는 얼마쯤 되는 값어치를 붙여야 마땅할까요.


  나는 내 사진 한 장을 아주 쉽게 거저로 선물로 주곤 합니다. 나는 내 사진 한 장에 이백만 원쯤 값을 붙이기도 합니다. 나한테서 거저로 사진을 선물받고 싶은 사람이 있고, 나한테서 이백만 원쯤 값을 치러 사진 한 장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똑같은 사진 한 장이지만, ‘값어치’가 달라지는 셈일까요? 다 다른 사람들 삶이기에, 사진 하나를 다 다르게 바라보는 모습일까요?


  그러나, 나는 이도 저도 아니라고 느껴요. 사진을 거저로 선물받는 사람은 나한테 ‘돈’을 주지 않을 뿐, 그윽한 사랑과 꿈과 이야기를 마음으로 담아서 건넵니다. 사진 한 장에 어떤 ‘돈값’을 붙여 선물받는 사람은 이녁대로 ‘돈’만 건네지 않아요. 100원이든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돈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이 아니라, 돈크기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삶을 노래하는 마음’을 함께 건네요.


  윤현수 님은 책 끝자락 즈음에 “사진은 우리들 마음의 표상이다. 그러므로 사진 가치는 기본적으로 마음의 가치이다(77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요. 사진은 마음을 드러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부터 마음을 찍기에 사진이 되고, 사진을 읽는 사람도 사진 한 장에서 마음을 읽기에 사진을 누려요. 마음으로 누리면서 주머니에서 100원을 꺼내어 건넬 수 있고, 10만 원이나 100만 원도 스스럼없이 꺼내어 내밀 수 있어요. 그예 마음이에요.


  다시 말하자면, ‘사진은 마음이다’ 하고 말할 만합니다. ‘사진 가치의 비밀’이란 다른 데에 없어요. 아니, 비밀이라든지 가치라고 금을 긋지 않아도 돼요. 사진을 읽는 마음, 사진을 나누는 마음, 사진을 찍는 마음, 사진을 즐기는 마음,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 사진으로 나아가는 마음, 사진길 걷는 마음, 이런 마음 저런 마음을 나눌 때에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비밀 아닌 비밀’을 사르르 풀 수 있어요.


  우리들은 ‘삶이란 무엇인가’ 하고 느끼거나 생각하기에 사진을 찍어요. 내 삶을 찾고 내 이웃 삶을 살피며 우리 모두 살아가는 지구별 이야기를 헤아리면서 사진을 찍어요.


  우리 집 아이들을 사진으로 찍든, 가난한 이웃을 사진으로 찍든, 정치꾼이나 운동선수 꽁무니를 좇으며 사진을 찍든, 정물을 찍든 풍경을 찍든, 어느 모습을 사진으로 찍더라도 모두 ‘삶’을 찍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 다 다른 삶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사진 가치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윤현수 님은 ‘사진을 돈으로 재거나 따지는 흐름’을 퍽 길게 따집니다. 그림 한 장과 사진 한 장을 경매하는 흐름을 요모조모 짚기도 합니다. 그런데, ‘돈값’이나 ‘경매’는 사진이 아니에요. 돈값은 돈값일 뿐이고, 경매는 경매일 뿐이에요. 경매에는 책도 나오고 연필도 나와요. 경매에는 자전거도 나오고 자동차도 나와요. 경매에는 집도 땅도 나오지요.


  경매를 할 사람은 경매를 할 뿐입니다. 돈값을 따지며 살아갈 사람은 돈값을 따지며 살아갈 뿐입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은 사진을 해요.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요. 삶을 누리는 사람은 삶을 누려요.

  사진책 《사진 가치의 비밀》은 “사진은 살아 있는 우리들 삶의 이야기이다. 사랑하고 슬퍼하고, 아파하며 죽어 가는, 안타까운 생명의 흔적이요, 마음의 무늬이다(88쪽).”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마무리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란 사진을 말하는 처음과 끝입니다. 살아가는 이야기이기에 사진입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찍으니 사진입니다. 더도 덜도 아닙니다.


  사진을 말하려 하든 ‘사진 가치’를 말하려 하든,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가 무엇이요 어떤 빛이며 어디로 나아가는가를 밝힐 수 있으면 됩니다.


  사진에 붙이고 싶은 이름을 생각해 보셔요. 사진에 붙이고 싶은 이름이란 바로 ‘사진을 찍는 내’가 살아가고 싶은 길입니다. 더 돋보이는 길이 없고 덜 떨어지는 길이 없습니다. 훌륭한 길이 없고 바보스러운 길이 없습니다. 모두 똑같은 길입니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이루는 길이요, 스스로 뜻하는 대로 닦는 길입니다. 윤현수 님으로서는 ‘사진’을 이야기하려면 ‘비밀’을 건드려야 실마리가 풀린다고 느낀다면 이 길대로 가야지 싶어요. 그런데, ‘비밀’ 또한 삶을 바탕으로 태어나요. 삶이 없으면 비밀이 없어요. 삶을 밝히면 비밀은 눈녹듯이 풀려요. 삶을 노래하면 비밀은 시나브로 자취를 감추어요. ‘비밀스레 숨은 사진’이 아니라 ‘싱그러이 노래하는 사진’입니다. 4346.7.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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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신문 한 부 사기

 


  도시에서 지낼 적에는 신문을 사기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종이신문이 나날이 자취를 감추며, 도시에서도 종이신문 살 데는 마땅하지 않았지만,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들이면 신문 한 부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시골로 삶터를 옮기고부터는 도무지 종이신문 구경할 길이 없다. 오늘치 ㅎ신문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를 퍽 크게 다루는 기사가 났기에, 종이신문으로 한 부 장만해서 건사하려 했는데, 막상 읍내에 군내버스 타고 찾아갔어도 신문이 없다. 신문 한 부를 사러 순천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가?


  생각해 보니, 서울에 본사를 둔 ㅎ신문뿐 아니라 ㅈ신문이나 ㄷ신문이나 ㄱ신문 모두 서울 언저리나 가끔 부산이나 대구쯤 가서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지, 전라남도 고흥 같은 데까지 찾아와서 취재를 하는 일이 없다. 전라남도 보성이나 장흥이나 강진 같은 데에 취재하러 가는 ‘서울 기자’는 몇이나 될까.


  시골에 ‘중앙일간지’가 없는 까닭을 알 만하다. 중앙일간지치고 ‘시골 이야기’ 다루는 신문이 없으니, 시골사람 가운데 ‘중앙일간지’를 장만해서 ‘이 나라 돌아가는 흐름이나 발자국’을 살필 까닭이 없다. 서울에서 나오는 ‘서울 신문’은 ‘서울 이야기’만 다루면서 ‘서울 사람들’ 읽을 글과 그림과 사진만 싣겠지. 4346.7.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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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31 15:27   좋아요 0 | URL
29일 늦은 밤에 이 글을 보고 다음날 신문가판대를 가니, 이미 재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서 오늘, 보수동 헌책방골목 기사 나온 ㅎ신문 구했는데
아직 필요하시면 보내드릴까요~? ^^

파란놀 2013-07-31 16:36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고흥에서는 종이신문을 얻으려면
참말 도시에 있는 분한테 얻거나
도시로 나들이를 가야겠구나 싶어요.

일반보통우편으로 부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책아이 34. 2013.7.23.

 


  방에서 볼 때와 부엌에서 볼 때와 마루에서 볼 때와 마당으로 내려와 평상에서 볼 때에, 책맛이 다 다르다.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로 가서 볼 때와 골짜기 시냇물 둘레로 찾아가서 볼 때와 숲속에 깃들어 볼 때에, 책맛이 모두 다르다. 책은 다 같은 책인데, 책을 손에 쥔 나한테 감겨드는 바람과 햇살과 냄새와 빛깔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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