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0. 저기 잠자리 있어요 (2013.8.1.)

 


  두 아이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다가 들 한복판에서 살짝 멈춘다. 너른 들 논도랑이 거의 모두 시멘트도랑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흙도랑인 곳이 드문드문 있어, 큰아이더러 “자 봐 봐. 여기는 참말 도랑이야.” 하고 말하며 가리키는데, 조금 뒤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저기 잠자리 있어요. 조용히 해요.” 하고 말한다. 어디 있나 기웃거리니, 자전거 옆 땅바닥에 밀잠자리가 앉았다. 넌 이 잠자리를 알아보았구나. “움직이지 마요. 그러면 잠자리 날아가요.” 그래, 안 움직일게. 그런데 우리는 땡볕에 이곳에서 얼마나 꼼짝 않고 있어야 할까? 한참 잠자리를 바라보며 모두 땀을 뻘뻘 흘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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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8-09 12:34   좋아요 0 | URL
이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ㅎㅎ

파란놀 2013-08-09 13:00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살아가며
날마다 재미난 일
숱하게 겪으며 즐겁습니다~
 

산들보라 머리띠 쓰고 잡기놀이

 


  누나가 머리띠를 쓰면 산들보라도 머리띠 쓰고 싶어. 누나가 달리면 산들보라도 달리고 싶어. 둘이는 저절로 잡기놀이, 서로서로 시나브로 웃음놀이.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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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09 09:03   좋아요 0 | URL
ㅎㅎ 산들보라는 누나 따라쟁이~!
새벽에 비가 후두둑, 한줌 내렸지만 여전히 무더울 하루의 시작을
벼리와 보라의 활짝~웃음꽃 핀 예쁜 얼굴로 좋은 하루 시작합니다~

파란놀 2013-08-09 12:59   좋아요 0 | URL
서울에는 비 내렸군요.
고흥에는 참말 비가 안 온답니다 ^^;;;;;

그래서... 올해에는 아주 징허게
모두들 농약에 기대어
고흥 안에서는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기도 해요....
 

마당을 달리는 가방 어린이

 


  가방을 질끈 들쳐메고 마당을 달린다. 한손에는 대나무 작대기를 쥐고는 휘휘 흔들면서 마당을 달린다. 햇살이 좋고 바람이 싱그럽다. 먼먼 옛날부터 이렇게 아이들 신나게 뛰노는 모습 지켜보면서 어른들은 하루하루 즐겁게 맞이했겠구나 싶다.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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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앉은 빨랫줄

 


  빨랫줄을 워낙 즐기다 보니, 살림집 새로 옮길 적에는 언제나 빨랫줄 드리울 자리부터 알아보고 맨 먼저 빨랫줄부터 엮곤 했다. 빨랫줄을 쓰지 못하면 여러모로 갑갑하거나 답답하다고 느꼈다. 옷가지뿐 아니라 이불을 널 만한 빨랫줄 바라면서 살았고, 빨랫줄에 잠자리나 멧새 내려앉는 모습 지켜보며 혼자서 흐뭇해 하곤 했다.


  마을 이웃들은 우리 집 마당 초피나무를 볼 때마다 ‘왜 초피 열매 안 훑고 그대로 두느냐’고 말한다. 곧장 비닐봉지에 담아 훑어 가려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초피 열매는 멧새가 겨우내 맛나게 먹는 나무열매가 되곤 한다. 겨우내 봄내 배고픈 멧새에다가 참새까지, 우리 집 마당가 초피나무 열매를 먹는다. 동백꽃 봉오리를 쪼아서 먹기도 하고, 후박나무에서 벌레를 찾는다든지 남은 열매 있나 살피곤 한다. 이러면서 가끔 빨랫줄에 앉아 우리 집 부엌에 대고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작은 새들 아끼며 따로 쌀알 내어주기도 하는데, 이 작은 새들이 밭이나 논에서 알곡과 씨앗 조금 쪼아먹는다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빈다. 얼마나 작은 새인가. 우리들은 이 지구별에서 얼마나 작은 목숨인가. 온 우주를 통틀면 우리 지구별은 또 얼마나 작으며, 서로서로 아끼며 감쌀 사랑스러운 숨결인가.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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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09 09:08   좋아요 0 | URL
빨랫줄에 앉아 있는 참새가 무척 귀엽습니다.^^
함께살기님 덕분에 이렇게 귀여운 참새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하고 기분 좋습니다~

파란놀 2013-08-09 11:59   좋아요 0 | URL
참새는 사람들 발자국이나 낌새를 곧 알아채기에
사진으로 가까이에서 담기 어려워요.

부엌에서
모기그물 안쪽에서 살며시 찍었으니
이나마 찍을 수 있었습니다~ ^^
 

[시골살이 일기 21] 멸구만 잡는 친환경농약
― 사라지는 제비·개구리·매미·잠자리

 


  다음주에 또 항공방제를 한답니다. 올 2013년 들어 벌써 세 차례입니다. 다음주에 항공방제를 하면, 그무렵에 맞추어 고흥 시골집을 비울 생각입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온 마을에 농약내음 그득 퍼지는 꼴 보기 싫을 뿐 아니라, 냄새가 고약해서 창문을 못 여니, 이 무더운 한여름에 푹푹 찌면서 애먹을 테니, 차라리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여러 날 보내야겠다 싶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전남 고흥 시골에서만 항공방제를 하지 않고, 모든 시골에서 골고루 항공방제를 하고 농약을 뿌려대니, 여름 햇볕 내리쬐는 이 아름다운 날에 정작 시골에서 느긋하게 지내지 못합니다.


  농협 관계자와 면사무소에서는 ‘멸구와 나방을 잡는 친환경농약 살포 항공방제’를 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이 친환경농약 항공방제가 지나간 논에서 개구리 몽땅 죽었고, 개구리 죽으면서 잠자리와 나비도 나란히 죽었으며, 곁들여 매미와 사마귀와 메뚜기와 방아깨비와 귀뚜라미까지 잇달아 죽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해오라기와 멧새 날갯짓 사라질 뿐 아니라, 시골집 처마마다 한둘씩 있는 제비집에 제비들이 깃들지 않아요.


  멸구만 잡는 친환경농약이 있을까요. 나방만 잡는 친환경농약은 사람 몸에 어떻게 스며들까요. 개구리와 나비도 죽는데, 잠자리와 제비도 죽는데, 이런 친환경농약이 사람 몸에는 나쁘지 않다는 말을 어떤 학자와 전문가와 교수와 농협 조합장이나 관계자가 밝힐 수 있을까요.


  올여름에 마을에 제비가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는데, 다음해 봄에 우리 마을에 제비가 돌아올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제비를 볼 수 없는 곳을 시골이라 해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비와 노래할 줄 모르고, 제비와 춤출 줄 모르는 사람이 시골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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