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달리는 가방 어린이

 


  가방을 질끈 들쳐메고 마당을 달린다. 한손에는 대나무 작대기를 쥐고는 휘휘 흔들면서 마당을 달린다. 햇살이 좋고 바람이 싱그럽다. 먼먼 옛날부터 이렇게 아이들 신나게 뛰노는 모습 지켜보면서 어른들은 하루하루 즐겁게 맞이했겠구나 싶다.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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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앉은 빨랫줄

 


  빨랫줄을 워낙 즐기다 보니, 살림집 새로 옮길 적에는 언제나 빨랫줄 드리울 자리부터 알아보고 맨 먼저 빨랫줄부터 엮곤 했다. 빨랫줄을 쓰지 못하면 여러모로 갑갑하거나 답답하다고 느꼈다. 옷가지뿐 아니라 이불을 널 만한 빨랫줄 바라면서 살았고, 빨랫줄에 잠자리나 멧새 내려앉는 모습 지켜보며 혼자서 흐뭇해 하곤 했다.


  마을 이웃들은 우리 집 마당 초피나무를 볼 때마다 ‘왜 초피 열매 안 훑고 그대로 두느냐’고 말한다. 곧장 비닐봉지에 담아 훑어 가려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초피 열매는 멧새가 겨우내 맛나게 먹는 나무열매가 되곤 한다. 겨우내 봄내 배고픈 멧새에다가 참새까지, 우리 집 마당가 초피나무 열매를 먹는다. 동백꽃 봉오리를 쪼아서 먹기도 하고, 후박나무에서 벌레를 찾는다든지 남은 열매 있나 살피곤 한다. 이러면서 가끔 빨랫줄에 앉아 우리 집 부엌에 대고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작은 새들 아끼며 따로 쌀알 내어주기도 하는데, 이 작은 새들이 밭이나 논에서 알곡과 씨앗 조금 쪼아먹는다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빈다. 얼마나 작은 새인가. 우리들은 이 지구별에서 얼마나 작은 목숨인가. 온 우주를 통틀면 우리 지구별은 또 얼마나 작으며, 서로서로 아끼며 감쌀 사랑스러운 숨결인가.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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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09 09:08   좋아요 0 | URL
빨랫줄에 앉아 있는 참새가 무척 귀엽습니다.^^
함께살기님 덕분에 이렇게 귀여운 참새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하고 기분 좋습니다~

파란놀 2013-08-09 11:59   좋아요 0 | URL
참새는 사람들 발자국이나 낌새를 곧 알아채기에
사진으로 가까이에서 담기 어려워요.

부엌에서
모기그물 안쪽에서 살며시 찍었으니
이나마 찍을 수 있었습니다~ ^^
 

[시골살이 일기 21] 멸구만 잡는 친환경농약
― 사라지는 제비·개구리·매미·잠자리

 


  다음주에 또 항공방제를 한답니다. 올 2013년 들어 벌써 세 차례입니다. 다음주에 항공방제를 하면, 그무렵에 맞추어 고흥 시골집을 비울 생각입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온 마을에 농약내음 그득 퍼지는 꼴 보기 싫을 뿐 아니라, 냄새가 고약해서 창문을 못 여니, 이 무더운 한여름에 푹푹 찌면서 애먹을 테니, 차라리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여러 날 보내야겠다 싶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전남 고흥 시골에서만 항공방제를 하지 않고, 모든 시골에서 골고루 항공방제를 하고 농약을 뿌려대니, 여름 햇볕 내리쬐는 이 아름다운 날에 정작 시골에서 느긋하게 지내지 못합니다.


  농협 관계자와 면사무소에서는 ‘멸구와 나방을 잡는 친환경농약 살포 항공방제’를 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이 친환경농약 항공방제가 지나간 논에서 개구리 몽땅 죽었고, 개구리 죽으면서 잠자리와 나비도 나란히 죽었으며, 곁들여 매미와 사마귀와 메뚜기와 방아깨비와 귀뚜라미까지 잇달아 죽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해오라기와 멧새 날갯짓 사라질 뿐 아니라, 시골집 처마마다 한둘씩 있는 제비집에 제비들이 깃들지 않아요.


  멸구만 잡는 친환경농약이 있을까요. 나방만 잡는 친환경농약은 사람 몸에 어떻게 스며들까요. 개구리와 나비도 죽는데, 잠자리와 제비도 죽는데, 이런 친환경농약이 사람 몸에는 나쁘지 않다는 말을 어떤 학자와 전문가와 교수와 농협 조합장이나 관계자가 밝힐 수 있을까요.


  올여름에 마을에 제비가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는데, 다음해 봄에 우리 마을에 제비가 돌아올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제비를 볼 수 없는 곳을 시골이라 해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비와 노래할 줄 모르고, 제비와 춤출 줄 모르는 사람이 시골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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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만지는 손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날마다 아이들 똥을 만진다. 큰아이가 태어난 2008년 8월 16일부터 아이들 똥과 오줌을 날마다 수없이 만지고 또 만지면서 살아온다. 어느덧 큰아이 새로운 생일을 코앞에 두면서, 오늘도 아침부터 작은아이 똥을 만지고 똥바지를 빨래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 똥과 오줌을 만지면서, 아이들이 먹은 밥이 아이들 몸에서 어떻게 삭혀진 뒤 나오는지를 알아본다. 아이들 똥내음 맡으면서 아이들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헤아린다. 아이들 오줌내음을 맡으며 아이들이 물을 잘 마시면서 놀았는가 곱씹는다.


  아이들 똥은 냄새가 고약한가? 어른들 똥은 냄새가 구린가? 아이들을 낳아 돌보기 앞서도 똥내음이 나쁘다고 느낀 적이 없다. 흙에서 난 먹을거리를 몸에서 받아들이고 나서 흙을 다시 살리는 똥이 나오니, 이 똥이 구리거나 고약할 까닭이 없다고 느꼈다.


  그나저나, 작은아이야, 너는 네 살이 될 때까지 똥누기는 안 가릴 셈이니? 아버지는 너희 똥을 만지며 사는 사람이기는 하다만, 너도 똥은 이제 가려야지.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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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까마중을 먹다

 


  옆밭 풀을 벤다. 어린 살구나무를 둘러싼 풀을 몽땅 벤다. 어린 살구나무가 한동안 풀에 둘러싸이도록 그대로 두어 보았다. 이렇게 풀이 우거질 때에도 씩씩하게 살기를 바랐으니, 다른 풀을 다 베어 또 햇볕 잘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기를 빌어 본다.


  어린 살구나무 뒤쪽 풀을 베다가 까만 알갱이무리 툭툭 떨어진다. 뭔가 하고 문득 들여다보니 까마중 열매이다. 까맣게 여문 알갱이가 있고, 아직 푸른 알갱이가 있으며, 꽃송이 조그맣게 맺히기도 한다. 조그마한 까마중풀 한 포기에 꽃이랑 푸른 알갱이랑 까만 알갱이가 나란히 있다. 두고두고 즐기라는 뜻이 될 테지. 오래오래 까마중풀 지켜보면서 아껴 달라는 뜻이겠지.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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