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놀이 1

 


  까마중 열매를 밥상에 차리니 신나게 먹던 사름벼리가 어느새 콧구멍에 하나씩 넣으면서 논다. 그러고는 “아버지는 콧구멍이 커서 나처럼 못하지?” 하면서 입에 넣고 냠냠 먹는다. 더 맛있겠구나.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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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8-21 22:31   좋아요 0 | URL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ㅎㅎ

파란놀 2013-08-22 07:54   좋아요 0 | URL
재미난 아이입니다 ^^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 - 아이와 함께 근교에서 즐기는 도시락 나들이
박혜찬 글 사진 / 나무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찾아 읽는 사진책 146

 


숲에서는 누구나 숲사람
―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
 박혜찬 사진·글
 나무수 펴냄
 2010.10.12. 13800원

 


  박혜찬 님이 이녁 아이와 서울 둘레에서 즐겁게 놀러다니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그러모은 책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나무수,2010)를 읽습니다. 아이가 박혜찬 님한테 찾아들었기에 이렇게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 하고 아이한테 물으면서 아이와 함께 신나게 뛰놀면서 사진으로도 함께 놀 만한 자리를 찾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니더라도 이 책에 깃든 ‘놀이터 또는 나들이터’는 즐겁거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가 있기에 한결 재미나고,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새롭게 바라보거나 느끼는 이야기가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박혜찬 님도 “결혼과 함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쁜 딸 윤정이가 나에게 왔고, 아기가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내 눈을 바라보며 처음 옹알이하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언제부터인가 내 카메라에는 늘 딸이 함께 있었다(8쪽).” 하고 말합니다.


  윤정이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방긋 웃을 적에는 어머니 박혜찬 님도 윤정이를 바라보며 방긋 웃기 마련입니다. 윤정이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까르르 웃음꽃 터뜨리면 어머니 박혜찬 님도 윤정이를 마주 바라보면서 까르르 웃음꽃 터뜨리기 마련이에요. 힘들거나 서운하거나 고단한 일이 있어도 아이와 함께 웃습니다. 아이를 생각하며 웃고, 아이가 하루를 한껏 누릴 만한 데를 찾으면서 다시금 웃습니다.


  윤정이가 태어나기 앞서, 박혜찬 님은 이녁 짝꿍하고 가을마실 다니고 봄나들이 다녔겠지요. 그때에도 “울긋불긋, 나뭇잎의 색이 정말 곱고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18쪽).” 하고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박혜찬 님과 짝꿍(아이 아버지)에다가 아이가 있습니다. 그동안 두 사람 또는 한 사람이 누리거나 느낀 고운 빛을 새롭게 한 사람이 더 누립니다.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또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고운 빛을 처음으로 마주합니다. 가을빛을 나뭇잎에서 찾고, 가을내음을 나무한테서 맡으며, 가을놀이를 어머니 곁에서 즐깁니다.


  길을 걷다가 고운 가을빛을 볼 적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아이를 부릅니다. 얘야 저기 좀 보렴, 저기 저 아름다운 가을빛을 바라보렴, 하고 말합니다. 시골에서 파랗게 눈부신 하늘 곳곳을 흰구름이 몽실몽실 채우면, 이 구름춤을 올려다보면서, 얘야 저기 좀 봐라, 저기 저 고운 구름빛을 바라보렴, 하고 말해요.


  “이곳은 사방이 파스텔 색상이라 아이가 정말 흥미로워한다(30쪽).”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새롭게 바라보고 새삼스레 만지면서 삶을 배웁니다. 아이한테는 놀이가 가르침이요 삶입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고, 아이들은 노는 동안 사랑과 꿈이 큽니다. 그래서,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에 나오듯이 어버이가 되고 나면 누구나 집 둘레에서 신나게 찾아가서 즐겁게 뛰놀 만한 데를 알아봅니다. 그리고, 집 둘레 먼 곳으로 마실을 다니기도 하면서, 집에서 누릴 수 있는 놀이를 생각하지요.

 

 

 


  마루에서도 생각을 펼쳐 나들이를 다닙니다. 마당에서도 꿈을 이어 마실을 다닙니다. 꼭 수목원이나 깊은 시골이 아니더라도, 도심과 떨어진 조그마한 풀숲에서도 숲바람을 실컷 들이켤 수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정말 천진난만한 움직임과 모습, 표정을 보여준다(40쪽).”는 말처럼, 아이들은 숲에서 숲아이 되어 숲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바다아이 되어 바다노래를 불러요. 아이들은 들에서 들아이 되어 들노래 부릅니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은 아파트아이가 됩니다. 학원에 가는 아이들은 학원아이가 됩니다. 학교에 다니며 숙제를 짐처럼 받으면 숙제아이가 돼요. 작은 일 하나로도 꾸지람을 들으면 꾸지람아이 되고, 늘 웃음 어린 이야기를 어버이한테서 들으면 웃음아이 됩니다.


  삶은 저 먼 나라 아닌 바로 이곳에 있어요. 삶처럼 사진 또한 저 먼 곳에서 나들이를 해야만 찍지 않고, 바로 이곳에서 늘 찍어요.


  아이들 웃음꽃은 언제 어디에서나 찍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어버이가 서로서로 믿고 기대고 돌보고 아끼고 사랑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찍습니다. 날마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사진을 얻고, 날마다 잠이 드는 자리에서 사진을 얻습니다. 날마다 노래하고 노는 어느 자리에서나 사진을 얻어요.


  방바닥에 엎드려 곯아떨어진 아이를 사진으로 담아요. 여름에는 곁에서 부채질을 하고, 겨울에는 곁에서 이불 한 장 더 덮어 주면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사진책 《윤정아, 우리 어디 갈까?》 끝자락을 보면, ‘도시락 싸기’를 덤으로 보여줍니다. 어머니(또는 아버지)가 집에서 예쁘장하게 꾸릴 만한 도시락을 잘 보여줍니다. 나는 늘 도시락을 투박하게 싸기만 했는데, 이렇게 도시락을 예쁘장하게 꾸리면 나들이를 하면서 한결 맛나게 먹을 만하겠다고 느낍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붙인다면, 아이와 함께 멀리 나들이를 다니지 못하고 집 언저리에서 아이와 어울려야 할 때에, 어떠한 놀이를 누리고 어떠한 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몇 쪽으로나마 담으면 더 알찰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가까운 놀이터 알아보기, 조그마한 공원 살피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아이와 쉬면서 놀 만한 데 찾기, 이런 이야기 저런 생각을 그러모으면, 윤정이네 식구를 비롯해 이 땅 모든 식구들 보금자리에 웃음꽃과 웃음이야기 감도는 웃음사진 태어나리라 생각해요.


  “푸른 잔디밭에서 아이와 엄마의 발을 함께 찍어 두는 것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느낌의 사진이다(72쪽).”와 같은 말처럼, 사진은 멋들어진 어떤 틀에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사진은 삶에 맞추어 찍습니다. 사진은 이야기에 맞추어 얻습니다. 사진은 생각에 맞추어 빚습니다. 사진은 사랑에 맞추어 나눕니다.


  숲에서 찍으면서 숲을 노래하는 사진이 태어납니다. 숲이 아닌 아파트에서 찍더라도 마음속에 숲을 담으며 꿈꾸기에 숲을 이야기하는 사진이 태어납니다. 사랑스레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고, 사랑스레 바라보기에 책 하나 사진 한 장 살가이 읽습니다. 마음으로 바라보며 무엇을 찍을 때에 즐거울까를 느낍니다. 마음으로 마주하며 어디에서 찍을 적에 아름다울까를 깨닫습니다. 마음으로 어깨동무하며 이 땅에서 언제나 누리는 맑은 웃음과 노래를 살찌웁니다.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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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9. 2013.8.20.

 


  아침에 마당에서 풀을 뜯다가 까마중 잘 익은 까만 알을 본다. 까마중알 밑으로 부추꽃 하얗게 터지려 하는 모습을 본다. 며칠 뒤면 부추꽃 하얗게 늦여름을 밝히겠구나 싶다. 부추꽃이랑 까마중알이 어우러지는 사진을 찍고 싶다 생각하다가, 아직 푸른 알은 곧 익을 테니까, 잘 익은 알을 따서 아이들 아침으로 함께 올리자고 생각한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까마중알 맛나게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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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1 11:41   좋아요 0 | URL
아침 꽃밥이 싱그럽고 예쁘고 참 맛있어 보입니다~!!
참, 까마중 열매맛이 달콤하다 그러셨지요~? (아닌가? ^^;;)

파란놀 2013-08-21 15:16   좋아요 0 | URL
네, 톡 쏘면서 달콤하답니다.
톡 쏘는 느낌이란
알을 입에 넣을 때에
톡 하고 터진다는 말이에요~
 

읽고 싶은 책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옷에 몸을 맞추어 입지 않는다. 입고 싶은 옷을 찾아 내 몸에 맞춘다. 즐겁게 살아가며 신나게 뛰놀기에 알맞춤한 옷을 찾아 내 몸에 맞춘다. 예쁘장한 옷이 있다 하더라도 옷에 몸을 맞출 수는 없다.


  그런데, 어느 때에는 옷 한 벌을 두고 몸을 맞추기도 한다. 내 몸에 맞는 옷이 없기에 몸을 다스린다. 그렇다고 작은 몸뚱이를 크게 할 수는 없으나, 커다란 몸뚱이를 여러 날에 걸쳐 어느 만큼 줄여서 옷을 입는 때가 있다. 옷이 입고 싶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책에 마음을 맞추어 읽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내 마음에 맞춘다. 즐겁게 살아가며 아름답게 생각하기에 알맞춤한 책을 찾아 내 마음에 맞춘다. 훌륭하거나 대단하다는 책이 있다 하더라도 책에 마음을 맞출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때에는 책 한 권을 두고 마음을 맞추기도 한다. 내 마음에 맞는 책이 없기에 마음을 다스린다. 그렇다고 마음에 덜 차는 책을 읽기란 수월하지 않다. 내 마음이 아직 덜 되었으면 제대로 못 삭힐 수 있다.


  마음에 덜 차는 책이라면 생각을 추스른다. 어느 책을 읽어도 스스로 아름다운 열매를 얻을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마주한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책을 찾을 때에 가장 아름다울 텐데, 내 마음에 안 맞는 책이라 하더라도 삶을 밝히고 길을 트며 사랑을 속삭이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으면 언제나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내 마음이 아직 덜 되어 제대로 못 삭힐 만한 책이라면, 날마다 차근차근 마음을 갈고닦는다. 책에 맞추는 마음이라기보다, 한결 아름다이 거듭나면서 한결 씩씩하게 살아갈 슬기를 얻고자, 책 한 권 앞에 두고서 기쁘게 땀을 흘린다. 마음을 북돋우며 책을 만난다. 마음을 살찌우며 책을 마주한다. 책에 깃든 알맹이를 알알이 누리고 싶어 마음을 한껏 가다듬는다.


  읽고 싶은 책이란 마음에 웃음이 자라도록 이끄는 책이다. 읽고 싶은 책은 늘 내 둘레에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손에 쥐어 날마다 새 마음이 되고 새 생각 솟도록 꾀한다.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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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1 10:50   좋아요 0 | URL
옷도 책도 다, 제 몸에 편안하게 맞아 즐겁고
제 마음이 스며들어 저절로 기쁜 빛 피어나는
그런 즐거운 책읽기,가 좋습니다~

파란놀 2013-08-21 15:16   좋아요 0 | URL
늘 즐겁게 삶 누리면서
아름답게 책 만나시리라 믿어요
 
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시를 노래하는 시 54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 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3.3.29. 1만 원

 


  아이들이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납니다. 어쩜 이리 일찍 일어나는가 하고 생각하지만, 어제 여덟 시가 안 되어 잠들었으니 이때에 일어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저녁 열 시에 잠들었으면 아침 일곱 시 즈음 일어났을는지 몰라요. 그나저나 아이들이 참 잠이 적습니다. 느긋하게 자고 실컷 자며 오래오래 자면서 튼튼하게 클 수 있을 텐데, 동이 트면 아이들도 해와 함께 기지개를 켜고 싶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이들 아버지도 새벽 일찍 일어납니다. 아이들 아버지 또한 늦게 잠들어도 일찍 일어납니다. 아버지인 나부터 일찍 일어나는 만큼 아이들한테 무어라 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인 나부터 늦잠을 잔다면 아이들이 다른 모습 보여주는구나 하고 놀랄 만하지만, 아버지 삶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모습이니 물끄러미 지켜볼 뿐입니다.


.. 5천만의 국민을 감히 사랑한다고 / 떠드는 자들. // 사랑을 말하며 / 너는 숨도 쉬지 않니 ..  (정치인)


  자는 아이들 곁에 앉거나 서거나 누워 쉬잖고 부채질을 합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위가 길고 짙습니다. 비가 뿌리는 곳은 모질게 퍼붓고, 비가 안 오는 곳은 목이 타도록 안 옵니다.


  지난날에도 이런 날씨가 있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지난날에는 이 나라에 비가 오면 남이고 북이고 비가 왔을 테고, 비가 안 오면 남이고 북이고 비가 안 왔을 테지요. 모두 같은 날씨였어요. 그런데 나날이 날씨가 뒤틀려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날씨가 뒤범벅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막개발이 이루어지는 만큼 날씨가 뒤틀립니다. 삽질을 함부로 하고, 시멘트를 아무렇게나 퍼부으면서 날씨가 뒤범벅입니다. 물이 마른다 하면서도 골프장 짓기는 멈추지 않아요. 물이 마르더라도 땅밑에서 물을 엄청나게 뽑아올려요. 도시에는 댐이 없고, 도시에는 냇물도 없으며, 도시에는 논밭 또한 없는데, 도시사람은 물을 엄청나게 씁니다. 장마이건 가뭄이건 도시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물을 씁니다. 논이 타고 들이 말라도 도시사람은 이녁 더위를 식히려고 물을 펑펑 써요.


  올여름은 이럭저럭 지나간다 하더라도 이듬해에는, 다음 새해에는, 또 찾아올 다다음 새해에는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끔찍하거나 모진 여름을 맞이하면서 물벼락을 맞거나 가뭄에 시달리는 일을 되풀이해야 할까요. 여름만 지나면 모든 일은 아무렇지 않나요.


.. 대학은 그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 기업은 그들에게 후원금을 내고 / 교회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 병원은 그들에게 입원실을 제공하고 / 비서들이 약속을 잡아주고 / 운전수가 문을 열어주고 / 보좌관들이 연설문을 써주고 / 말하기 곤란하면 대변인이 대신 말해주고 / 미용사가 머리를 만져주고 / 집 안 청소나 설거지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 (도대체 이 인간들은 혼자 하는 일이 뭐지?) ..  (한국의 정치인)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따사롭다 싶은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걱정스럽다 싶은 눈길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대학입시를 생각하는 눈썰미로 바라보기도 할 테고, 학교에서 어떤 시험성적을 거두느냐 하는 대목을 바라보기도 할 테지요.


  어른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 어린 나날을 누립니다. 어린이와 푸름이를 거치고 젊은이 되어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른이 될 때에 짝을 사랑스레 맺어 아이를 곱게 낳습니다. 곧, 아기와 어린이와 푸름이로 지낼 적에 맑은 사랑 듬뿍 먹으며 자라야 튼튼하며 야무진 어른이 됩니다. 아기와 어린이와 푸름이로 지내면서 입시교육에만 길들거나 물들면 튼튼하지도 못하고 야무지지도 못한 ‘나이만 꽉 찬’ 어른이 됩니다.


  아름다운 마을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답게 살림을 꾸릴 적에 태어납니다. 사람들 스스로 아름답지 못하다면 마을이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사람들 스스로 살림을 아름답게 꾸리지 않으면 마을살이가 아름답지 못해요.


  아름다움은 먼 데에 없어요. 아름다움은 늘 내 마음속에 있어요. 누군가는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언제나 꺼내어 환하게 나누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채지 않으며 살아가요. 그러니까, 어른이라 한다면,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그야말로 아름답게 보듬거나 돌보거나 살찌우는 사람일 때에 어른입니다.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서 아름답게 사랑을 속삭이도록 이끄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 내 욕망이 절반은 / 백화점이 해결해준다 ..  (백화점 가는 길)


  시골집에서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구름을 바라봅니다. 자전거를 세웁니다. 한여름 구름이 아주 아름답기에 아이들을 불러 구름을 보라고 얘기합니다. 함께 자전거를 달리는 아이들은 구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익는 나락을 바라봅니다.


  시골 들길을 달리며 들내음을 맡습니다. 봄에는 봄들에서 피어나는 내음을 맡고, 여름에는 여름들에서 피어나는 내음을 맡습니다. 가을에는 가을들에서 피어나는 내음을 맡지요. 겨울에는 나락을 베어내어 조용한 겨울들 내음을 맡아요.


  여름볕이 후끈후끈하지만 들바람이 불어 제법 시원합니다. 큰아이를 자전거에서 내리라 하고는 이삭이 패려는 벼를 가까이에서 보도록 부릅니다. 벼마다 꽃대가 올라 아주 조그마한 벼꽃이 핍니다. 이 꽃대에서 벼꽃이 피고 나서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테고, 열매가 굵고 단단하게 자라겠지요.

  벼꽃내음이 풍기는 들길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가을이 찾아오는 소리와 냄새를 맞아들입니다. 아직 더위가 폭폭 찌니까 한여름이라 할 텐데, 온몸을 포근하며 고소하게 감도는 여름들 맑은 냄새를 맡으면서 즐겁게 웃습니다.


.. 화려한 꽃다발은 저리 치우고 // 섞이지 않는 / 하나의 향기로 너는 다가와라 ..  (꽃집에서)


  오늘날 한국에서 시골사람 숫자는 1퍼센트가 채 안 된다 할 만합니다. 99퍼센트 남짓 도시사람이라 할 만합니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어린이와 젊은이는 거의 모두 도시로 갑니다. 앞으로 도시사람은 더 늘어나고 시골사람은 훨씬 줄어들리라 느낍니다.


  아마 오늘날 도시 어린이나 시골 어린이 모두 들내음 거의 못 맡으며 살아가리라 봅니다. 시골에 남아서 시골사람 되려는 시골 어린이라면 들내음 실컷 맡으면서 들일을 거들 테지만, 도시로 가려는 시골 어린이라면 들내음이 풍기건 말건 마음을 안 기울이리라 느껴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도시 어린이라면 들내음을 맡을 길이 없어요.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아도,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들내음을 안 맡거나 몰라요. 아예 생각조차 안 할는지 몰라요. 여름에는 덥다고 말하고, 겨울에는 춥다고 말하기만 할 뿐, 날씨란 무엇인지를 조금도 생각조차 안 할는지 몰라요.


  곁에 없으니 느낄 수 없고, 느낄 수 없으니 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으니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니 어깨동무할 수 없어요. 책을 읽으면 조금이나마 느낄까요? 항공방제를 비롯한 농약 때문에 시골이 얼마나 아픈지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이나마 느낄까요? 도시를 가득 채우는 아파트와 자가용이 도시를 얼마나 망가뜨리는가를 조금이나마 느낄까요? 누군가 통계와 자료를 대면 이런 대목을 조금이라도 느낄까요?


.. 죽여라! / 죽여! / 우… 아… 아… 어서 쏴! // 총알받이 소대장이었던 아버지는 / 한국전쟁이 끝나고 50년이 지났건만, / 밤이 되면 총을 들고 기억과 사투를 벌였다 // “아버지, 간밤에 몇 명이나 죽였어요?” / 싱글거리며 묻는 딸에게 /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잠꼬대)


  최영미 님 시집 《이미 뜨거운 것들》(실천문학사,2013)을 읽습니다. 여름은 진작부터 덥습니다. 도시문명은 진작부터 도시만 헤아리지만, 도시조차도 제대로 헤아리지 않습니다. 곧, 도시문명은 사람이 아닌 기계만 헤아립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늘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늘 어리석게 살아갑니다. 바쁜 쳇바퀴에 얽매이는 사람은 늘 바쁜 쳇바퀴에 얽매입니다. 푸른 숨결 마시는 사람은 늘 푸른 숨결을 마십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삶을 맞아들여 하루하루 일굽니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삶을 밝히며 하루하루 보냅니다. 그렇지만, 막상 생각부터 알뜰살뜰 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도, 어떤 돈을 벌려 하는가를 따지는 사람이 적어요. 어떤 돈을 얼마나 벌고 어느 자리에 쓰면서 이녁 삶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일구는 밑거름으로 삼을 때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훨씬 적어요.


  군인은 사람을 죽일 때에 즐거울까요? 군인이 하는 ‘나라 지키기’란 무엇일까요? 군인이 바라보는 ‘적군’이란 누구일까요?


  교사는 아이를 가르칠 때에 즐거울까요? 교사가 하는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교사는 어떤 교과서를 손에 쥐어 어떤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들려주나요? 삶을 밝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사인가요, 대학입시 잘 해서 더 큰 도시에서 더 많은 돈 벌어들일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라고 채찍질하는 교사인가요?


.. 상도터널 입구에 / 노란 개나리 // 시멘트 벽을 빠져나오니 또 개나리 / 캄캄한 동굴을 지나, 처음, 보는 // 처음 보이는 꽃.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  (상도터널)


  꽃은 늘 핍니다.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아 꽃이 피거나 지는 모습을 하나도 안 알아챌 뿐입니다. 구름은 늘 흐릅니다. 사람들이 살펴보지 않아 구름이 끼거나 걷힌 모습을 하나도 안 느낄 뿐입니다.


  바람이 불고 해가 뜹니다. 바람이 가라앉고 해가 집니다. 새가 노래하고 벌레가 납니다. 지렁이가 숨쉬고 나비가 번데기에서 깨어납니다.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다가 봄에 깨어나고, 제비는 가을이 찾아오면 태평양 너른 바다를 가로질로 따뜻한 나라로 날아갑니다.


  느끼려는 사람은 바람도 해도 새도 벌레도 느낍니다. 생각하려는 사람은 지렁이도 나비도 개구리도 제비도 생각합니다. 느끼려는 사람은 이웃을 느끼고 동무를 느낍니다. 생각하려는 사람은 두레와 어깨동무를 생각합니다. 느끼려는 사람은 사회와 문화와 교육을 느낍니다. 생각하려는 사람은 날씨와 숲과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 서울에는 사람들이 우글거리지만 /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고 ..  (동서울종합터미널 1)


  가슴속에서 사랑이 피어납니다. 어느 먼 나라에서 찾아오는 사랑이 아닙니다. 가슴속에서 꿈이 자라납니다. 대통령이 선물하거나 국회의원이 베푸는 꿈이 아닙니다. 꽃송이마다 사랑이 감돌고, 풀잎마다 꿈이 어립니다. 아침마다 새 하루가 밝으면서 새 이야기가 솟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을 열어 소리를 듣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은 가슴을 열어 냄새를 맡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생각을 열어 이야기를 듣습니다. 시를 읽는 사람은 사랑을 열어 꿈을 펼칩니다.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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