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기차에서 (2013.8.17.)

 


  기차에서 그림놀이를 한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오는 네 시간 남짓 한 기찻길에서 아이들이 따분해 하지 않도록 종이 한 장을 주고 크레파스를 꺼낸다. 큰아이는 조금 그리다가 그치고, 작은아이도 조금 끄적거리다가 만다. 작은아이가 끄적거리다가 만 종이를 내가 받아서 이모저모 덧바르면서 새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가 끄적인 자리는 추임새라 여기면서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깃들 고운 ‘결’을 하나씩 헤아린다. 물결, 바람결, 숨결, 꿈결, 이렇게 네 가지를 바라면서 해와 달과 제비와 사마귀를 차근차근 그려 넣어 마무리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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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까마중 맛있어

 


  밥상에 함께 올린 까마중을 한 알씩 들고 맛있다며 저 하나 먹고 아버지 하나 주는 산들보라. “까마주” 하고 따라하면서 먹는다. 4346.8.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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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한 마리

 


  아이들이 자다가도 모기 소리를 깨닫고는 잠에서 벌떡 깨어 아버지를 찾곤 한다. 동생이 모기 소리를 듣는 일은 드물고, 언제나 누나가 모기 소리를 듣고는 아버지를 부른다. 나는 아이들더러 “괜찮아. 들어가서 누워. 아버지가 모기 잡을 테니까.” 하고 말한다. 아이들이 다시 잠자리에 누우면, 나는 마루 쪽 불을 켜고는 가만히 서며 귀를 기울인다. 이놈 모기 어디에서 나타나 우리 아이들 잠을 못 자게 하느냐. 몇 분쯤 꼼짝 않고 서서 기다리면 모기는 다시 잉 소리 가늘게 내면서 찾아든다. 이즈음 두 팔을 살며시 뻗는다. 내 팔에 모기가 앉도록 하려는 생각이다. 그러면 참말 모기는 내 팔 가운데 하나를 골라 내려앉고, 나는 몇 초를 더 기다린 뒤 철썩 소리가 나도록 때려잡는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내는 철썩 소리를 듣고는 느긋하게 잠이 든다. 때로는 모기가 큰아이나 작은아이 몸에 내려앉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가볍게 찰싹 때려서 잡는다. 모기를 잡고 나서는 “자, 모기 잡았어. 이제 마음 더 쓰지 말고 잘 자렴.” 하고 말한다. 아이들은 홀가분한 얼굴이 되어 색색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든다.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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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7] 이쪽과 저쪽

 


  이쪽에서 바라보는 저쪽
  저쪽에서 바라보는 이쪽
  모두 같은 넋과 숨결.

 


  스스로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때에, 나 스스로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면서, 온누리를 두 갈래로 바라보는구나 싶어요. 내가 이쪽에 서면 저쪽은 저곳에 있을 테지만, 내가 저쪽에 서면 이쪽은 또 저곳에 있겠지요. 이쪽과 저쪽은 서로 다르지 않아요. 이쪽도 저쪽도 모두 같아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함께 사랑할 사람들이에요. 서로 아낄 이웃들이고, 서로 보살필 동무들이에요.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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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소나무 가지 좍좍 베어
민둥나무 만들어 놓고
그림같다며 웃는
당신은
누구인가.

 


4346.7.3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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