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상자놀이 1

 


  소리상자 돌리는 재미를 알아챈 큰아이가 동생한테 소리상자 하나를 건넨다. 둘이 함께 소리상자를 돌리면서 논다. 조용하면서 차분하게, 맑으면서 밝게, 착하면서 참답게 나눌 소리를 담는 소리상자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곧, 너희 둘이 스스로 소리상자요 노래상자이며 놀이상자이지. 4346.8.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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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5 12:53   좋아요 0 | URL
저 소리상자 어떻게 하는거예요~?
오르골 같이 예쁘고 신기해요~^^

파란놀 2013-08-26 05:30   좋아요 0 | URL
아, '오르골'이지요~
'오르골'이라는 낱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소리상자'라고 했습니다~
 

카카오톡

 


  아이들과 시골살이 바쁘면서도 한갓지게 누리던 아침나절, 손전화 기계가 부릉부릉 울린다. 한창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하면서 눈알이 빙글빙글 돌아가던 때인데, 쪽글이라도 왔다는 알림인가 하고 손전화 기계를 켜니, 낯선 글물결 좌르륵 흐른다. 이게 뭔가 하고 한참 들여다본다. 장만한 지 석 달쯤 된 전화기가 망가졌는가 하고 깜짝 놀란다. 집일을 살짝 잊고 멍하니 쳐다본다. 뭔데 이렇게 갑자기 떠서 줄줄줄 엄청나게 많은 쪽글이 흐르는가. 마음을 추스르고 가만히 들여다본다. 낯익은 이름들이 쪽글을 주고받는 모습이 ‘현장중계’ 된다. 벌써 스무 해째 술동무로 지내는 고향사람들 이름이다.


  대여섯인지 예닐곱인지 저마다 한 줄이나 두 줄짜리로 쪽글을 날리며 서로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가 보다. 손전화 기계에 뭔가 벌레가 기어들었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건 아니고 ‘카카오톡 채팅방’이라는 잔글씨 하나 보인다. 그나저나 이런 게 갑자기 왜 뜨지? 손전화 기계 바꾼 뒤 고향 술동무 전화번호를 아직 하나도 못 옮겼는데, 어떻게 이 아이들 이름이 주르르 뜨면서 보일 수 있지?


  그야말로 초 단위로 쪽글이 뜨면서 이야기꽃이 물결을 친다. 오랜 술동무들이 서로서로 주고받은 ‘카카오톡 채팅방’은 이 술동무 가운데 한 아이가 나를 ‘초대’했기 때문에 떴다고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나는 어떻게 쪽글 보내는 줄도 모르니 멀거니 구경만 하다가, 이 이야기꽃은 바로 오늘 8월 24일 낮에 서울 코엑스 언저리 어느 예식장에서 후배가 혼인잔치를 하니까 올 사람은 오라는 줄거리이고, 8월 20일부터 이 이야기꽃이 이루어졌다.


  그나저나 8월 20일부터 이루어진 ‘카카오톡 채팅방’은 왜 오늘 아침에서야 내 손전화 기계에 뜰까. 어제나 그제에도 떴지만 내가 못 알아챘을 뿐일까. 누구 혼인잔치인지 알아보려고 한참 이야기꽃 줄거리를 살핀 끝에 ㅎ인 줄 알고는, ㅎ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쪽글을 보낸다. 오늘 장가 가는 줄 오늘에서야 알았기에 이제 고흥에서 시외버스 잡아타고 서울로 가도 아무 얼굴도 못 보고 식은 다 끝날 테니 못 간다고, 선물로 책 몇 권 부치겠다고 남긴다.


  돌이켜보면, 스무 해 알고 지낸 술동무들 가운데 내가 맨 마지막으로 삐삐를 장만했다. 난 퍽 오랫동안 집전화만 썼다. 손전화 기계도 내가 맨 마지막으로 장만했다. 내 손전화 기계는 내 어머니가 내 소식을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내 아버지가 쓰던 기계를 나한테 주면서 비로소 생겼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계도 이와 같으리라. 다들 그동안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주고받은 듯하다. 그러니 나는 오랜 술동무들이 어찌 지내는가를 여태 하나도 몰랐고, 언제 어디에서 만나는지, 서로서로 어떤 일이 있는지 도무지 모른 채 지냈구나 싶다. 그러면, 나는 이제부터 ‘카카오톡 채팅방’에 함께 끼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글쎄, 가끔 들여다보며 소식 구경은 할는지 모르나, 시골에서 아이들과 복닥거리면서 손전화 기계 만지작거릴 틈이 있으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4346.8.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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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되기

 


  더운 여름날 마실을 다닐 적에 나는 아이들한테 그늘을 내주는 나무가 된다. 아이들과 함께 걸을 적에는 그늘을 내주는 구름이 되고, 아이들이 서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물을 마실 적에는 햇볕을 가려 땀을 식히도록 돕는 나무처럼 선다. 작은 아이들이라 내 몸뚱이 하나로 두 아이한테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아이들은 알맞게 깜순이와 깜돌이 되고, 나는 아이들보다 조금 더 까맣게 타는 깜버지 된다. 4346.8.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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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읽기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읽는 책인 ‘어린이책’인데,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한테 동화책이나 동시책 읽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아이도 어른도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책’이건만, 여행길이나 휴가철에 아름다운 어린이책 읽으며 아름다운 빛 누리도록 북돋우는 사람 또한 몹시 드물다.


  생각해 보면,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한테 숙제나 독후감쓰기 때문에 어린이책 읽히려는 어른은 있지만, 방학이건 여느 때이건 아이들 스스로 아이 삶을 빛내고 꿈을 밝히는 길을 여는 어린이책을 어른부터 즐겁게 읽고서 선물하는 일부터 참으로 드물다. 어버이나 교사 스스로 어린이책을 신나게 즐기지는 못하는구나 싶다. 아이들이 자라면 어버이도 어린이책에서 멀어지는 흐름 아닌가. 교사로 일하지 않고서야 어린이책 들여다보는 어른도 드물고, 교사로 일하더라도 어린이책 알뜰히 살피는 어른이란 참 드물다.


  교훈이나 감동을 주는 어린이책이 아니다. 사랑과 꿈으로 이루어지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들려주는 어린이책이다. 눈빛을 밝혀 아름다운 어린이책을 살필 어른들이다. 눈길을 뻗어 사랑스러운 어린이책을 고를 어른들이다. 마음을 빛내 즐거운 어린이책을 기쁘게 쓸 어른들이다. 4346.8.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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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ter’란 무엇일까. 일본사람은 영어 쓰기를 좋아해서 이렇게 책이름에도 영어를 잘 붙이는데, 한국말로 옮길 적에는 한국말로 옮겨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crater’가 무언지 모르는 채 《The crater》를 읽는다. 《칠색 잉꼬》부터 마지막 권까지 읽은 뒤 읽으려 했으나, 《칠색 잉꼬》 끝권을 남기고 《The crater》 1권을 읽는다. 용암이 솟는 구멍인지, 폭탄이 떨어져 생긴 구멍인지, ‘구멍’이란, 곰곰이 살피면 “드나드는 길”이다. 구멍이 있기에 바람이나 물이 드나들고, 햇볕이 스며든다. 사람 몸뚱이는 ‘구멍이나 빈 자리 없이 이어진’ 듯 여길는지 모르나, 아주 작게 파고들어 살갗과 뼈와 살점을 살피면 ‘이어진 흐름’이 아니라 ‘점과 점이 모인 흐름’인 줄 알 수 있다. 풀잎도 소시지도 똑같다. 깊고 깊게 파고들면 모두 ‘점과 점이 모인 흐름’으로 이루어진 숨결이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만화책 《The crater》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 이 만화책 읽는 사람들은 우리 삶이란 어떤 점과 점으로 이루어졌는가를 돌아볼 만할까. 이 만화책 읽으며 점과 점 사이에 있는 빈 자리는 무엇인가를 얼마나 헤아릴 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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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레이터 The Crater 1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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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8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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