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깃든 밥상 3 : 한그릇 요리편 - 나를 위해 차리는 92가지 ‘자기 사랑 푸드’, 2010년 제 50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최종후보작 평화가 깃든 밥상 3
문성희 지음 / 샨티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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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 읽기 47

 


손수 짓는 밥 한 그릇
― 평화가 깃든 밥상 3
 문성희 글
 김승범 사진
 샨티 펴냄, 2013.8.27. 15000원

 


  미역국 끓이려고 마른미역을 불리고 보니 너무 많이 불렸습니다. 이를 어쩌나, 조금 덜어 놓고 나중에 끓여야 하나, 아니면 큰 냄비에 잔뜩 끓여야 하나 생각하다가, 모처럼 미역밥을 할까 생각합니다. 옆지기가 물미역 잘 먹으니, 몇 차례 더 헹구어 반찬으로 물미역 내놓아도 되겠다고 느낍니다.

 

  미역밥을 하는 김에 무를 채썰기 해서 함께 넣습니다. 밥이 익고 국이 끓을 무렵, 밥불은 끄고 국불은 아주 작게 줄입니다. 마당으로 내려가서 식구들 먹을 풀을 뜯습니다. 풀을 뜯는 김에 까마중 까만 열매를 함께 땁니다. 까맣게 잘 익은 열매가 있고, 푸르게 맺힌 열매가 있습니다. 같은 까마중 줄기에서 돋는 꽃과 열매이지만, 맺고 피는 때가 다릅니다. 아마 까마중은 먼먼 나날 살아오면서 천천히 열매를 맺어야 더 오래 더 널리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줄 깨달았지 싶어요. 까마중 열매 한 번 맺으면 한 달 즈음 조금씩 열매맛을 볼 수 있어요.


  하얗게 꽃이 피는 부추풀 바라보면서 잎을 톡톡 끊습니다. 고들빼기도 몇 포기 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꽃이 피려고 애쓰는 키 큰 고들빼기 새잎을 날마다 고맙게 얻습니다. 돌나물은 가끔 물을 주면서 살을 오동통하게 키웁니다. 오늘은 이쪽에서 뜯으면, 다음에는 저쪽에서 뜯습니다. 뜯는 자리를 날마다 바꿉니다.


..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이 없이는 어떤 생명도 존재할 수 없는데 햇빛은 빨강, 노랑, 초록(파랑), 하양, 검정색의 집합체예요 ..  (14쪽)


  아이들 먹도록 차리는 밥은 어른들 함께 먹는 밥입니다. 아이들한테 아침저녁으로 맛나며 즐거운 밥 차리고 싶은 마음이란, 어른인 나 또한 언제나 맛나며 즐거운 밥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지 않습니다. 밥때를 즐기며 살아갑니다. 아침과 저녁이면 어떤 밥 차릴까 가만히 생각하며 보내는데, 날마다 같은 밥을 차리면서도 날마다 다른 밥상 되도록 마음을 기울입니다. 밥상 모습을 일부러 사진으로 찍으면서 ‘눈으로 보기에도 고운 빛’이 나도록 마음을 씁니다.

 

  밥은 입과 코와 손과 눈과 귀를 비롯해 온몸과 온마음으로 먹는다고 느껴요. 밥이 되는 먹을거리는 햇볕이요 바람이며 물이자 흙이라고 느껴요. 쌀과 보리에 깃든 햇볕을 먹습니다. 미역과 돌나물에 담긴 빗물을 먹습니다. 들풀에 서린 흙과 바람을 먹습니다.


  밥을 먹는 일이란 내 몸을 해와 별과 바람과 흙과 물하고 하나가 되도록 가다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처럼 따사롭고 별처럼 빛나며 바람처럼 싱그럽고 흙처럼 구수하며 물처럼 맑은 몸과 마음이 되도록 밥을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차려서 내놓는 밥상에 앉아, 아이들도 나도 ‘고맙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밥을 맛나게 먹어 주니 고맙고, 내가 나를 헤아려 차린 밥이 고맙습니다. 나는 나한테 고맙다 인사하고, 아이들한테 예쁘게 크렴 하고 바라며 인사합니다.


.. 산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는 이불, 방석, 커튼, 옷은 바느질해서 직접 만들고 있어요. 내 손으로 지은 옷만큼 편안한 옷이 세상에 없더군요 ..  (58쪽)


  사람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요. 일터하고 가까운 데에서 살아야겠지요. 어떤 일터를 드나들면서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어야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울까요. 즐거운 일을 하고 아름다운 일을 하며 사랑스러운 일을 하면 되겠지요.


  즐겁게 일해야 도시 한복판에서 살더라도 물 한 모금 싱그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일해야 공장 그득한 데에서 지내더라도 바람 한 숨 맑게 들이켤 수 있습니다. 사랑스럽게 일해야 아이들과 하루 내내 떨어져 일하더라도 밥 한 그릇 고맙게 먹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밥과 바람과 물을 받아들여야 목숨을 잇는데, 삶은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이루어진 밥과 바람과 물을 받아들여야지 싶어요. 영양소나 맞춤식단 아닌 즐거움을 먹고 아름다움을 마시며 사랑스러움을 누려야지 싶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게 밥을 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 집밥은 사랑과 정성의 에너지가 가득해서 더 맛있는 게 사실이에요.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만 취하는 게 아니에요. ‘좋은 기운과 사랑이 담긴 맛’을 함께 취해야 진짜 살과 피가 됩니다 ..  (182쪽)


  문성희 님이 차리는 밥상 이야기 담은 《평화가 깃든 밥상》(샨티,2013) 셋째 권을 읽습니다. 문성희 님은 ‘사단법인 평화가 깃든 밥상’ 모임을 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밥상 하나에 평화가 깃들 때에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줄 몸소 느끼며 일하다 보니, 시나브로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임까지 생기는구나 싶습니다. 스스로 바라고 꿈꾼 대로 하나씩 이루어지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즐겁게 차려서 즐겁게 나누고 싶은 밥상이 이루어집니다. 아름답게 빚어서 아름답게 먹고 싶은 밥상이 이루어집니다. 사랑스럽게 내놓아 사랑스럽게 즐기고 싶은 밥상이 이루어집니다.


.. 굳이 손님상 차림이 아니라 혼자 먹는 밥상을 차릴 때도 그릇 밑에 하얀 모시 수건을 깔아 주면 내 자신이 좀더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  (243쪽)


  먹는 대로 몸이 됩니다. 술을 마시면 술이 내가 됩니다. 정수기 물을 마시면 정수기 물이 내가 됩니다. 단팥빵을 먹으면 단팥빵이 내가 됩니다. 산삼을 먹으면 산삼이 내가 될 테지요. 미꾸라지를 먹으면 미꾸라지가 내가 돼요.


  그러니까, 밥을 먹을 적에는 ‘내가 되고 싶은 님’을 헤아려야 합니다. 밥을 차릴 적에는 ‘나와 살붙이가 되고 싶은 빛’을 살펴야 합니다. 아무것이나 될 수 없어요. 아무렇게나 될 수 없어요.


  손수 짓는 밥 한 그릇으로 삶을 손수 짓습니다. 손수 지어 나누는 밥 한 그릇으로 사랑을 손수 짓습니다. 손수 짓는 밥 한 그릇에 이야기 한 자락 손수 짓습니다.


  내가 차린 밥을 내가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남이 차린 밥을 얻어서 먹을 때에도 배가 부릅니다. 내가 차린 밥을 내가 사진으로 찍어서 돌아보아도 배가 부르며, 남이 차린 밥을 남이 찍은 사진을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찬찬히 읽어도 배가 부릅니다. 우리 서로서로 즐겁게 밥을 차려요. 우리 다 함께 아름답게 밥을 먹어요. 우리 어깨동무하며 사랑으로 삶을 지어요.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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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05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역밥도 있군요~
채썰기한 무를 넣은 미역밥, 색다른 맛있는 밥일 듯 해요~
저도 물미역 좋아하는데, 오늘은 미역국과 물미역으로 즐거운 밥상을
차려야겠습니다. ^^

파란놀 2013-09-05 06:27   좋아요 0 | URL
미역을 너무 많이 불렸으면, 다음에는 나물이나 다른 것하고 함께 볶아 보기도 할까 생각해 보았어요~
 

[시골살이 일기 23] 놀이터와 일터
― 시골에서 농약 쓰는 까닭

 


  아이들이 흙땅에서 실컷 뛰고 구르면서 놉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땀 송송 흘리면서 흙땅을 박차고 놉니다. 아이들은 흙땅에서 뒹굴기도 하고, 흙땅을 손으로 만지기도 하며, 넘어지기도 합니다. 손이며 발이며 얼굴이며 온통 흙투성이 되어 개구지게 놉니다.


  아이들은 고샅에서든 밭고랑에서든 들에서든 숲에서든 뛰어놀고 싶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들은 온몸을 거침없이 움직이면서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 뛰어놀 흙땅에 농약을 뿌렸다면? 아이들을 놀리지 못합니다. 농약을 뿌린 흙땅 자리에는 어른도 쪼그려앉아서 쉬지 못합니다. 농약냄새 코를 찌르면서 어지러울 뿐 아니라, 농약 기운이 몸에 스며들 수 있으니, 아이들이 이런 데에서 놀지 못하는데다가, 어른들도 이런 곳에서 쉬지 못해요.


  오늘날 시골에서는 젊은 일손 모자라서 농약을 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젊은 일손 모자라는 탓만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지 않으니 농약에 손을 뻗고, 논밭에서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일하거나 놀지 않으니 자꾸자꾸 농약에 기댑니다.

  시골에 집이 있어도 아이들이 흙땅에서 안 놀아요. 어린이집에 가거나 학교에 갑니다. 아이들은 면내나 읍내에서 놀려 하지, 마을이나 들판이나 바다나 숲에서 놀려 하지 않아요. 오늘날 아이들은 시골내기라 하더라도 시골하고 엇갈리거나 등집니다. 어른들 일하는 곳 곁에서 놀지 않는 아이들 되다 보니, 어른들은 시나브로 흙땅에 농약을 칩니다. 아이들이 밭둑이나 논둑 풀베기를 거들지 않다 보니, 어른들은 풀베기 할 자리에 농약을 뿌립니다.


  더 생각하면, 오늘날 시골에서 시골 어른들은 시골 아이들을 시골에 남겨 흙을 일구며 살도록 가르칠 뜻이 없습니다. 하루 빨리 시골 벗어나 도시에서 돈 잘 벌고 몸 안 쓰는 일거리 찾기를 바랍니다. 시골 어른들 스스로 아이들한테 시골일 물려주지 않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시골일하고 등지거나 모르쇠로 자라다가 도시로 떠나요. 이러는 동안 시골 어른들은 모든 흙일을 농약과 화학비료에 기대어 합니다.


  시골에 젊은 일손 다시 늘어나도록 하자면, 농약과 화학비료에 기대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껴요. 도시로 떠난 아이들이 자라 어른 되어 이녁 아이를 낳으면, 철 따라 손자 손녀 데리고 올 텐데, 손자 손녀 누구도 농약범벅이 된 흙땅에서 못 놀아요. 농약으로 더러워진 도랑물을 만질 수 없어요.


  아이들이 흙땅에서 놀다가 저희 밭둑이나 논둑에서 오줌을 눌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흙땅에서 놀다가 힘이 들면 밭둑이나 논둑에 드러누워 하늘바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밭 한쪽에 시원스러운 나무그늘 있어야 합니다. 어른들이 일하며 쉬기에 즐거운 들과 숲과 마당이라면, 아이들이 놀며 쉬기에 즐거운 들과 숲과 마당입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 만한 데라면, 바로 어른들이 즐겁게 일할 만한 아름다운 삶자리입니다.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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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1] 주고받기

 


  전쟁과 미움도 주고받지만,
  평화와 사랑도 주고받는다.
  받고 싶은 대로 주어야지.

 


  마음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선물이란 삶을 새삼스럽게 북돋우는 아름다운 빛이 되지 싶어요. 그런데, 아름다운 마음 아닌 미워하는 마음이나 괴롭히려는 마음이 된다면, 슬프거나 어두운 빛이 되겠지요. 내가 보내는 대로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누군가를 해코지하면, 해코지하던 손길이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누군가를 따스히 보살피면, 따스히 보살피던 손길이 고스란히 돌아와요. 권력을 등에 업고 바보짓 하는 누군가 있으면, 이들은 바보짓을 고스란히 돌려받습니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면 됩니다. 미움받고 싶으면 미워하면 됩니다.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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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05 06:16   좋아요 0 | URL
예~저희 어머니도 늘 말씀하셨어요.
다른 이에게 무엇을 주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선물하라구요.
그러면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행복해지는 듯 해요~^^

파란놀 2013-09-05 06:28   좋아요 0 | URL
이 글은... '선물'을 이야기하는 한편,
요즈음 이렁저렁 말 많은 '국가보안법' 논쟁을 놓고도
제 생각을 적어 본 글이랍니다 ^^;;

서로 갉아먹거나 깎아내리려 하면
그 말은 고스란히 이녁한테 돌아가겠지요.

다른 이 넋(사상)을 낡은 법으로 옭아매려 하면
그네들은 틀림없이
스스로 그런 낡은 '올가미'에 사로잡히고 말리라 느껴요.
 

자전거놀이 7

 


  새 치마를 입은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세발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논다. 동생한테는 큰아이가 입던 작은 치마를 입힌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예전에 입던 이제는 작은 치마를 입으며 좋아한다. 치마순이와 치마돌이가 마당을 싱싱 달린다.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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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놀이 6

 


  작은아이도 세발자전거 탈 만하지만, 작은아이는 누나 자전거 짐받이를 붙잡고 밀거나 짐받이에 앉혀서 다니기를 즐긴다. 큰아이는 동생더러 뒤에서 밀지 말라 하다가는 뒤에 앉으라 하지만, 작은아이는 저 하고픈 대로 하고 싶다. 큰아이도 큰아이대로 저 하고픈 대로 하고 싶다. 그래, 너희 둘 어떻게 놀면 한결 사이좋게 웃을 수 있을까. 4346.9.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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