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 지고! : 자연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
박남일 지음, 김우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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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4

 


한국말을 못 배우는 요즘 아이들
― 뜨고 지고,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자연
 박남일 글
 김우선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2008.10.9. 11000원

 


  초·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과목을 가르칩니다. 그렇지만, 교과목인 ‘국어’ 수업 진도를 나갈 뿐, 한국말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국어’라는 낱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 정치권력자가 이웃나라를 억누르면서 쓴 한자말입니다. 그무렵 일본제국주의 정치권력자는 ‘일본말’이 바로 ‘나랏말’이라는 뜻에서 ‘國語’라고 적었어요. 예나 이제나 중국에서는 ‘중국사람이 중국말을 가르칠 적’에 ‘中國語’라 하지 ‘國語’라 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오늘날에도 ‘國語’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한국사람은 지난날 ‘조선어’라 적었고, 이제는 ‘한국어’ 또는 ‘한국말’이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가르칠 과목에서도 ‘국어’ 아닌 ‘한국말’이나 ‘한국어’로 적어야 올발라요.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꾼 까닭을 생각할 노릇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천황폐하 섬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일본사람이 쓴 한자말 ‘國民’을 오늘날까지 이 나라에서 쓸 수 없는 노릇이라고 뜻있는 분들이 힘있게 외쳤어요. 그래서 이제는 ‘초등학교’라는 이름을 써요. 그러니까, ‘국민’을 비롯해 ‘국어·국가(國歌)·국조(國鳥)’ 같은 일제강점기 찌꺼기를 하나하나 털거나 씻을 수 있어야 합니다. 털거나 씻을 말은 털거나 씻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즐겁고 슬기롭게 쓰던 말마디를 살피고, 오늘날 우리들이 예쁘며 사랑스레 살려쓸 말마디를 톺아볼 때에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 해는 또 세상을 따뜻하게 해 줘. 햇빛은 밝고, 햇볕은 따사롭지. 따사한 햇볕에 ‘해바라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 겨울날 드는 햇볕은 따뜻해서 고맙고, 여름날 내리쬐는 햇볕은 뜨거워서 싫어 ..  (10쪽)

 


  ‘한글’은 한국말을 담는 그릇입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으레 아이들한테 한글을 일찍 가르쳐서 깨우치려고 애씁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한테 한글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집에서 어버이들이, 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한국말’을 올바르거나 슬기롭게 가르치지 못해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 여덟 살 무렵에 한글을 처음으로 배워도 됩니다. 한글은 아홉 살이나 열 살에 배워도 됩니다. 그러나, “말을 담는 그릇”에 앞서 “마음을 나타내는 말”을 제대로 배워야 해요. 열 살 어린이도, 여덟 살 어린이도, 다섯 살 어린이도, 두어 살 아기도 한국말을 제대로 배워야 하고, 참답게 배워야 하며, 슬기롭게 배워야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한국말을 제대로 참답게 슬기롭게 가르치도록 먼저 알뜰살뜰 한국말을 익힐 노릇입니다. 어른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못 쓰면, 아이한테 한국말을 제대로 못 가르쳐요. 어른 스스로 한국말을 참답게 안 쓰면, 아이한테 한국말을 참답게 못 보여줘요. 어른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가꾸며 보살필 줄 알아야, 아이가 스스로 한국말을 새롭고 맑게 가꾸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말 지식이 아닌 ‘말’을 사랑스레 가르쳐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른들은 여느 삶자리에서 이녁 마음을 나타낼 말을 사랑스레 써야 합니다. 아이들은 책상맡에서 말을 배우지 않아요. 삶자리 어디에서나 말을 배워요. 어른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스레 생각하고 사랑스레 말하면서 사랑스레 삶을 일구어야 합니다. 말은 삶이고, 삶은 말로 드러납니다.


.. 달도 차면 기울어. 보름달은 점점 기울어 반달이 되고, 반달이 조각달 되고, 조각달은 다시 그믐달이 되지 ..  (17쪽)

 


  한국말로 생각은 ‘생각’을 비롯해서 ‘셈’이 있으며, ‘어림’이 있습니다. ‘꿍꿍이’라든지 ‘속셈’도 있어요. 생각하는 결과 무늬에 따라 ‘살피다·헤아리다·보다·여기다·톺아보다·돌아보다·되새기다·짚다·그리다·곱새기다·떠올리다·돌이키다’ 들이 있어요. 궂은 일을 생각할 적에는 ‘근심·걱정·끌탕’이 있지요. 어렵거나 아픈 일을 생각할 적에는 ‘안타깝다·안쓰럽다·아쉽다’가 있으며, ‘슬프다·구슬프다·애처롭다’로 이어집니다. 힘든 이웃을 바라보면서 ‘불쌍하다·가엾다·딱하다’ 하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기울입니다. 이 나라 여느 어버이들은 이녁 아이들한테 이와 같은 ‘생각 말밭’을 얼마나 알뜰살뜰 들려주거나 알려주는가요. 이 나라 여느 학교 교사들은 아이들한테 이러저러한 ‘생각 말꾸러미’를 얼마나 제대로 이야기하거나 밝히는가요.


  ‘창피하다’와 ‘부끄럽다’가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아이들한테 들려주지 못한다면, ‘두렵다’와 ‘무섭다’를 어떻게 다른 자리에 쓰는가를 아이들한테 보여주지 못한다면, ‘돌보다’와 ‘보살피다’가 사뭇 다른 말느낌을 아이들한테 알려주지 못한다면, 이 나라 어버이와 교사는 어른답게 한국말을 쓴다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살짝·슬쩍·살며시·슬며시·살그머니·살그마니·슬그머니’를 저마다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나 하는 대목을 이 나라 어버이와 교사는 얼마나 찬찬히 밝히거나 보여줄까 궁금합니다.


  곰곰이 살피면, 이 나라 어른들은 ‘한국사람’이지만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모르는 채 아이들을 낳아 ‘한국사람 되는 한국말 쓰기’를 조금도 못 가르친다고 할 만합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제대로 못 쓴다면, 영어를 배우거나 일본말을 배우거나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요.


.. 모낼 무렵에 고맙게도 비가 내렸어. 그럼, 꼭 필요할 때 내렸다고 목비. 가슴과 머리를 잇는 사람 목처럼, 농사철에도 중요한 ‘목’이 있지. 바쁜 봄에 내리는 비는 비를 맞더라도 일하라고 일비. 덜 바쁜 여름철에 내리는 비는 집에서 낮잠이나 자라고 잠비. 추수 끝난 가을에 내리는 비는 떡 해 먹는다고 떡비 ..  (29쪽)

 


  한국말을 못 배우는 요즈음 아이들은 삶을 못 배우는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말이란 삶에서 태어나기에, 삶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니 말을 제대로 못 배우는 셈입니다. ‘풀’이라는 낱말과 ‘하늘’이라는 낱말을 생각해 보셔요. 이 낱말은 누가 어떻게 지었을까요. 풀빛은 무엇이고 하늘빛은 무엇일까요.

  ‘누렇다’는 가을날 들판에 잘 익은 나락 빛깔에서 나왔습니다. ‘푸르다’는 골골샅샅 어디에서나 푸르게 돋는 풀 빛깔에서 나왔습니다. ‘파랗다’는 바다와 하늘이 해맑게 탁 트인 눈부신 빛깔에서 나왔습니다. ‘빨갛다’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붉게 익은 맛난 열매 빛깔에서 나왔어요.


  숲에서 나온 이 낱말들은 바로 삶에서 나온 낱말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모두 숲에서 살았거든요. 옛날 사람들은 모두 숲에서 살림을 꾸리며 집을 짓고 옷을 지으며 밥을 지었어요. 집을 이루는 나무와 흙과 풀과 돌은 모두 숲에서 나와요. 옷을 짓는 실은 흙에서 자라는 풀포기에서 얻어요. 밥 또한 숲과 들에서 자라는 풀포기와 나무에서 얻은 열매입니다.


  이제 이 나라는 도시 물질문명 사회라 할 테니, 옛날처럼 ‘숲 = 삶’이자 ‘삶 = 숲’이던 누리하고는 달라, 한국말을 찬찬히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여길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참말, 요즘 널리 쓰이는 말치고 살갑거나 아름다운 한국말은 없어요. 새 손전화 기계, 새 공산품, 새로 짓는 아파트와 고속도로와 공장과 발전소는 모두 영어나 일본 한자말로 이름을 붙입니다. 우리 겨레가 이 땅에서 오래도록 숲에서 삶을 지으며 누린 빛을 담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하늘에서 내려온 물방울이 모여 졸졸졸 길 옆 도랑으로 흐르고, 도랑물 모여 골짜기 개울로 흐르고, 개울물 모여 들판의 내로 흐르고. 내는 모여 가람, 강이 되고 가람은 굽이굽이 바다에 이르지 ..  (47쪽)

 


  박남일 님이 쓰고 김우선 님이 그린 《뜨고 지고,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자연》(길벗어린이,2008)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쁘며 알찬 이야기그림책이 있군요. 우리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읽으며 한국말을 한결 고우며 슬기롭게 익히며 살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책으로뿐 아니라 교과서에서도 이렇게 한국말을 알맞게 견주고 모아서 살피면, 어린이도 어른도 한국말을 알뜰히 사랑하면서 살뜰히 살려쓰도록 맑은 빛이 되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펀펀하고 넓게 트인 들은 곡식과 들꽃이 자라는 기름지고 푸른 땅. 농부는 하루 종일 들에 나가 일을 하지. 넓고 펀펀한 벌은 풀도 나무도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40쪽).” 같은 이야기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들·벌’을 이렇게 이야기해도 될까 아리송합니다.


  ‘들’은 “푸른 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벌’을 꼭 “거친 벌”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비사벌’이나 ‘서라벌’이나 ‘달구벌’이나 ‘황산벌’ 같은 땅이름을 생각해 보셔요. 이런 이름을 붙인 고을은 “거친 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고을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들’은 시골을 이루면서 곡식과 푸성귀를 일구는 땅입니다. 들에 집을 짓고 마을이 되면 ‘시골’이에요. ‘벌’에도 집을 짓고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갈 수 있어요. 이렇게 벌에 집을 짓고 고을을 이루면 ‘서라벌’이나 ‘비사벌’처럼 새 이름이 붙어요. 요즈음으로 치면 ‘도시’를 가리키는 자리에 ‘-벌’을 붙여서 썼습니다. 도시는 시골과 달리 흙을 일구지 않고 풀과 나무를 돌보지는 않으니까, 언뜻 보기에는 “거친 땅”이라 여길 수 있지만, “풀과 나무를 심어서 돌보지 않을 뿐인 탁 트이며 너른 땅”이라고 해야 올바르다고 느껴요.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야기책이지만, ‘점점’이나 ‘것’이나 ‘-지다’나 ‘필요’나 ‘-의’ 같은 말투가 곳곳에 나타납니다. 이런 낱말과 말투를 굳이 이 이야기책에 써야 했나 싶어요.
  ‘부르다’는 “동무를 부르다”라든지 “별명을 부르다”처럼 쓰는 낱말입니다. “자연을 부르는 우리말”처럼 쓰지 않습니다. ‘가리키다’나 ‘일컫다’ 같은 낱말을 넣어야 올발라요.


  ‘신기(神奇)한’ 같은 한자말은 한자말이라 여기지 않아도 될 만하지만, 이런 낱말을 자꾸 쓰니까 ‘놀라운’이나 ‘남다른’이나 ‘새삼스러운’ 같은 한국말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모두 갯벌에 속(屬)하지” 같은 말투를 어른들이 퍽 자주 쓰는데, 어른들은 이런 말투를 쓰더라도 아이들한테 이런 말투를 들려주어야 하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모두 갯벌이지”나 “모두 갯벌이라 하지”처럼 써야 알맞습니다.


 바람이 점점 더 세게 불어 → 바람이 자꾸 더 세게 불어
 잎이 나는 걸 시샘해 부는 잎샘바람 → 잎이 날 적에 시샘해 부는 잎샘바람
 다디달게 느껴져서 단비 → 다디달게 느껴서 단비
 꼭 필요할 때 내렸다고 목비 → 꼭 바랄 때 내렸다고 목비
 는개보다 더 가는 건 안개 → 는개보다 더 가늘면 안개
 간밤에 도대체 어떤 비가 내린 걸까 → 간밤에 참말 어떤 비가 내렸을까
 우리가 사는 땅별의 핏줄기 → 우리가 사는 땅별을 살리는 핏줄기
 모두 갯벌에 속하지 → 모두 갯벌이지
 물때는 신기한 바다 시계지 → 물때는 놀라운 바다 시계지
 아름다운 자연을 부르는 어여쁜 우리말의 재미에
 → 아름다운 자연을 가리키는 어여쁜 우리말 재미에


  아이도 어른도 사랑스럽게 주고받을 말을 익히고 가꿀 수 있기를 빕니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서로 따사롭게 마주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아름다운 꿈으로 나아가는 말을 살찌울 수 있기를 빌어요. 박남일 님이 빚은 《뜨고 지고,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자연》은 사랑스러운 말길과 아름다운 글길을 빛낼 살가운 길동무 구실을 톡톡히 하리라 생각합니다. 고운 말이 흘러 고운 삶이 환하고, 맑은 말이 감돌며 맑은 넋이 눈부십니다. 4346.9.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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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91) -의 : 땅별의 핏줄기

 

도랑물 모여 골짜기 개울로 흐르고, 개울물 모여 들판의 내로 흐르고 … 산과 들을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는 우리가 사는 지구, 땅별의 핏줄기
《박남일-뜨고 지고,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 사전 1·자연》(길벗어린이,2008) 47쪽

 

  보기글 쓴 분은 ‘지구(地球)별’을 ‘땅별’이라 적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적어도 잘 어울리겠구나 싶습니다. 누군가는 이처럼 ‘땅별’이라 일컬을 수 있고, 누군가는 ‘숲별’이라 일컬을 수 있겠지요. ‘푸른별’이라 일컬을 수도 있어요. “들판의 내로 흐르고”는 “들판에서 내로 흐르고”로 손봅니다.

 

 땅별의 핏줄기
→ 땅별 살리는 핏줄기
→ 땅별 이루는 핏줄기
→ 땅별 보듬는 핏줄기
→ 땅별 지키는 핏줄기
 …

 

  땅은 흙으로 이루어집니다. 흙에는 풀이 돋고 나무가 자랍니다. 흙으로 이루어진 땅에서 풀이 돋거나 나무가 자라려면 물이 있어야 합니다. 비가 내려야 하고, 비는 흙을 적시면서 흘러야 해요. 이럴 때에 풀과 나무는 튼튼하고 씩씩하며 푸르게 큽니다. 도랑이든 개울이든 냇물이든 가람이든 물줄기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물줄기는 땅병을 살립니다. 땅별을 살찌웁니다. 땅별을 이루는 핏줄기와 같고, 땅별을 보듬는 핏줄기라 할 만해요. 땅별을 지키는 핏줄기 되고, 땅별을 사랑하는 핏줄기 구실을 하지요. 4346.9.7.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도랑물 모여 골짜기 개울로 흐르고, 개울물 모여 들판에서 내로 흐르고 … 산과 들을 적시며 흐르는 물줄기는 우리가 사는 지구, 땅별 살리는 핏줄기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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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과 거즈 4 - 완결
아이자와 하루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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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65

 


마음 깊이 꿈꾸는 빛깔
― 리넨과 거즈 4
 아이자와 하루카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3.7.25. 4500원

 


  누구나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살아갑니다. 가난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꿈을 품는 사람은 가난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갑니다. 가멸찬 살림살이 바라는 사람은 가멸찬 살림살이 누리며 살아갑니다. 어여쁜 짝꿍 사귀고 싶은 사람은 어여쁜 짝꿍을 사귀며 살아가고, 올바른 빛줄기 가슴에 새기고픈 사람은 올바른 빛줄기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가요. 가시밭길이나 숲길은 모두 스스로 바라면서 이루어지는 길입니다. 노래하는 길이나 춤추는 길 또한 스스로 바라면서 천천히 일구는 길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 하루를 살아 주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내 하루를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이 내 꿈을 이루어 주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내 꿈을 이룹니다. 다른 사람이 내 사랑을 밝혀 주지 않아요. 나 스스로 내 사랑을 밝히지요.


  내 손으로 수저를 들어 밥을 떠먹습니다. 내 손으로 쌀을 씻고 밥을 안칩니다. 내 손으로 나락을 심고 낫으로 벱니다. 내 손으로 절구를 빻으며 키를 까부릅니다.

  아이들을 와락 품는 가슴은 내 가슴입니다. 아이들 자장자장 재우며 부르는 노래는 내 목청입니다. 아이들과 나란히 걸으려고 잡는 손은 내 손입니다.


- “어떻게 생각해? 남자 친구한테서 문자나 전화를 받아 본 적이 없어. 언제나 만나러 가는 것도 나고. 그래도 착해. 고양이 같은 걸 주워 와 키우는 사람이야. 원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함께 알바했던 가게 회식 때 억지로 키스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대시해서 서서히 빼앗아 버렸지. 결국 그 여자, 말없이 알바를 그만뒀어.” (5쪽)
- ‘이런 작은 생채기들이 쌓이고 쌓여,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언제든 쉽게 눈물이 날 만큼. 이런 마음고생을 보상받을 날이 언젠가 오긴 할까?’ (17쪽)


  마음 깊이 어떤 빛깔을 바라는지 가만히 헤아려요. 마음 깊이 어떤 빛깔 드리우기를 꿈꾸는지 곰곰이 돌아봐요. 스스로 밥을 먹듯, 스스로 숨을 쉽니다. 스스로 물을 마시듯, 스스로 그림을 그립니다.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려요. 내가 나아갈 길을 내 마음속에 살포시 그림으로 그려요.


  맑은 하늘 보고 싶나요. 밝은 빗소리 듣고 싶나요. 눈부신 햇살 보고 싶나요. 환한 웃음꽃 피우고 싶나요. 즐겁게 노래하고 싶나요. 씩씩하게 달리고 싶나요. 신나게 뛰놀고 싶나요.


  하고 싶은 일을 조용히 품어요. 살아가고 싶은 보금자리를 찬찬히 생각해요. 사랑하는 님을 곰곰이 떠올려요. 해님이 온누리 골고루 비추면서 따순 볕 베풀듯, 내 마음속에 정갈한 빛을 품으면서 내 넋이 온누리 골고루 보듬도록 힘을 써요.


- “부탁해요. 이건 앞쪽 손님. 이건 안쪽 회색 양복 입은 분.” “네. 같은 추천 메뉴잖아요? 뭐가 다른 거죠?” “응? 일단 그 사람을 위한 커피를 내리려고 신경쓰고 있거든. 가량 대화를 듣고 과음해서 위가 약한 사람에겐 신맛을 강하게 한다거나, 피곤한 사람은 약간 진하게 내린다거나. 사쿠라 군의 경우,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으니 좋은 생각이 떠오르도록 온도는 뜨겁게 양은 넉넉하게, 하는 식으로.” (12∼13쪽)

 


  아이자와 하루카 님이 빚은 만화책 《리넨과 거즈》(학산문화사,2013) 넷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만화책 《리넨과 거즈》는 넷째 권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젊은이들은 서로 갈팡질팡합니다. 무엇인가 가슴속에 꿈을 품은 듯하지만 아직 또렷하지 않습니다. 아니, 가슴속에 품은 것이 꿈인지 아닌지조차 모릅니다. 스스로 꿈을 품을 만큼 넉넉한 가슴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려 합니다.


  망설이고 조바심을 냅니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기운이 사랑인지 시샘인지 생채기인지 무엇인지 제대로 모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인지 뒷걸음질하는 길인지 아리송합니다. 그러나, 저마다 생각합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힘들면 땀을 훔치고 더 기운을 내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떤 그림을 그릴는지 흐릿흐릿하지만, 스스로 가장 정갈하면서 고운 빛깔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뜻을 씩씩하게 붙잡습니다.


- ‘코코미와 함께면 왜 이렇게 열심인 건지. 혼자였다면 난 아마 지금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을 텐데.’ (46∼47쪽)
- “코코미는 파랑이 좋아.” “설득 좀 해 봐.” “괜찮지 않아요? 코코미한테 어울려요, 파랑. 게다가 여자아이니까, 남자아이니까 하는 식으로 색을 정하는 건 난센스예요.” (92∼93쪽)


  시골 흙일꾼은 씨앗을 믿습니다. 흙 품에 곱게 심은 씨앗이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머금으면서 튼튼히 자라나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리라 믿습니다. 씨앗이 흙 품에 안기면 씨앗을 믿고 자리를 뜹니다. 때때로 김을 매거나 거름을 주지만, 씨앗이 제힘으로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물끄러미 지켜보고 가만히 살펴봅니다. 따사로이 지켜보고 즐겁게 살펴봅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젊은이들도, 이 땅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저마다 씨앗 한 톨과 같이 씩씩하겠지요. 또한, 저마다 마음밭에 씨앗 한 톨을 심고는 마음이 살찌고 자라도록 온 사랑을 쏟으며 하루를 맞이하겠지요.

 

 


- “난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어. 그동안 내내 사쿠라 군을 잊으려는 노력만 했어. 오랜 시간이 걸렸고, 힘들었지만 덕분에 나 변한 것 같아. 그래서, 이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사쿠라 군을 좋아했던 나로.” (70∼71쪽)
- “강해진 거라면 다 실연 덕분이야. 그리고 코코미 덕분.” (72쪽)


  씨앗도 사람도 스스로 섭니다. 아기도 어른도 스스로 섭니다. 곁에서 손을 잡아 줄 누군가 있을 수 있으나, 씨앗은 스스로 줄기를 뻗고 잎을 틔웁니다. 모자란 살림돈 보태 주는 이웃이나 동무가 있기도 할 테지만, 사람은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살림을 꾸리며 스스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씨앗이나 사람 모두 스스로 서지만, 혼자 설 수 있지는 않아요. 해와 비와 바람과 흙이 있기에 스스로 서요. 곧,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가 있기에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어른도 씩씩하게 설 수 있습니다. 미처 느끼지 못했다 하더라도 바람과 햇볕 머금으며 나무가 우람하게 서고, 아직 깨닫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가 베푸는 따순 손길을 받아 나 스스로 다부지게 한길을 걷습니다.


  그러니,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내 마음에 담을 가장 맑으면서 밝은 빛깔을 떠올려 그림을 그려요. 내 마음에 피어날 가장 싱그러우면서 고운 빛깔을 되새겨 그림을 그려요. 그림을 그리면 모두 이루어집니다. 4346.9.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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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 똥가리기

 


  작은아이가 똥을 잘 가린다. 아주 고맙다. 옆지기가 미국으로 배움길 떠나던 지난 유월 첫머리부터 똥을 가리다가는, 옆지기가 집에 없는 동안 똥을 다시 안 가리더니, 옆지기가 집으로 돌아온 구월부터 다시 똥을 잘 가린다. 요놈 보아라. 쳇.


  똥오줌을 씩씩하게 가릴 수 있도록 큰 작은아이는 똥을 누든 오줌을 누든 어머니랑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나 응가!” “그래, 잘 눠 봐.” “응가 안 나와.” “그러면 쉬만 했니?” “응, 쉬.” 큰아이는 첫돌 지나고 얼마 안 지나, 아마 열넉 달쯤 될 무렵부터 스스로 쉬를 가렸고, 똥도 비슷한 때에 가렸다. 작은아이는 세 살에 똥오줌을 가리니 퍽 오래 걸렸다 할 만한데, 그동안 누나가 잘 돌봐 주었으니 늦게 가렸구나 싶다.


  그런데, 옆지기는 큰아이가 오줌이나 똥을 눌 적마다 어머니랑 아버지를 부르던 일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작은아이더러 왜 자꾸 어머니랑 아버지를 부르느냐고, 그냥 네가 혼자 누면 된다고 말한다. 여보쇼, 아주머니, 우리 큰아이하고 똑같잖아요. 이렇게 몇 해를 오줌 누느니 똥 누느니 알려주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들이 혼자서 조용히 오줌을 누고 똥을 누지요. 4346.9.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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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쓰는 마음

 


  첫째 아이 태어나고부터 ‘육아일기’를 씁니다. 아이랑 살아가니 마땅히 쓰는 육아일기인데, 육아일기를 쓰는 까닭은 이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아주 즐겁고 새로우며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를 한결 따사롭고 보드랍게 마주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이보다 내가 나를 한결 따사롭고 보드랍게 바라봅니다. 내가 나를 참말 사랑하도록 이끄는 육아일기로구나 하고 느껴요.

 

  첫째 아이와 여섯 해, 둘째 아이와 세 해 살아오면서, 육아일기를 느긋하게 쓸 틈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언제나 졸음과 고단함을 쫓으며 씁니다. 때로는 바쁜 일 넘치지만 뒤로 미루고 씁니다. 왜냐하면, 다른 어느 글보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쓸 적에 나 스스로 빙그레 웃음꽃이 피어나거든요. 이렇게 즐거운 글을 가장 먼저 더 마음을 기울여 쓸 수밖에 없다고 느껴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도 이와 똑같은 마음이에요. 아이들이 참으로 예뻐서 찍는다고만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길이란 바로 나 스스로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되어요. 아이들한테서 예쁜 빛을 느껴 사진을 찍는다면, 바로 나 스스로 나를 예쁜 눈빛으로 어루만진다는 이야기가 돼요.


  살림 도맡는 어머니가 가계부 쓰는 까닭은 살림돈 아끼려는 뜻만이 아닙니다. 살림을 돌아보면서 어머니 스스로 이녁 마음을 보살피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쓰는 까닭은 ‘하루 일 기록’ 하는 뜻이 아니에요. ‘하루 일 기록’도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내 삶을 깊고 넓게 사랑할 수 있기에 일기를 써요.


  내가 육아일기를 쓸 적에 누군가 옆에서 내 얼굴을 바라본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테지요. “이야, 환하게 웃으면서 글을 쓰네?” 하고. 4346.9.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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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07 08:35   좋아요 0 | URL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면서 육아일기를 쓰시니 이렇듯
환하고 착하고 예쁘게, 벼리와 보라가 날마다 즐겁게 무럭무럭 자라겠지요~
이 사진 참으로 예쁘고 정말 좋습니다~*^^*

파란놀 2013-09-07 08:40   좋아요 0 | URL
육아일기 쓸 때뿐 아니라
언제나 웃으려고 합니다 ^^;;;;

일에 치이면 해롱해롱거리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