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깃들어 숲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은 숲을 사랑할 수 있다. 숲에 깃들지 못하지만 숲을 꿈꿀 줄 아는 사람은 숲을 노래할 수 있다. 사람이 먹는 모든 밥은 숲에서 태어난다. 사람이 입는 모든 옷은 숲에서 태어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 또한 숲에서 얻은 나무와 돌과 풀로 짓는다. 숲에서 뿜는 싱그러운 바람이 지구별을 감돌기에 사람들은 숨을 쉴 수 있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 있어, 사람들은 글을 쓰고 책을 엮어 이야기꽃을 피운다. 숲을 말하고 숲을 나누며 숲을 빛내는 길을 걸을 때에, 비로소 ‘작가’ 한 사람 새롭게 거듭나리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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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개정증보판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13년 8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2013년 09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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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밥

 


밭둑에 자라는 풀
숲에 돋은 버섯
들에 난 열매

 

하나씩 톡 따서
살살 혀로 굴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데

 

콕 찌르듯 아리지 않은
쌉쌀한 맛과 내음이면
두고두고
나물 삼는다.

 


4346.8.2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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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하늘고래 (2013.9.8.)

 


  다른 두 식구 잠든 결에 대청마루에 종이 펼치고 크레파스통 연다. 큰아이는 아버지 옆에 엎드려 함께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는 고래를 그리기로 한다. 큰아이는 저랑 어머니 모습을 그린 뒤, 아버지처럼 ‘하늘 나는 고래’를 그린다. 아버지는 촘촘하게 별을 그리고 무지개하늘 바르느라 품이 많이 들고, 큰아이는 어느덧 세 번째 그림까지 그린다. 네 손도 참 빨라졌구나. 아버지 손이 오늘은 너무 더디었나? 하기는. 고래가 바닷물 철썩이면서 첨벙 날아오르기까지 오래 걸리잖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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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꽃비녀

 


  옆지기가 미국 람타학교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네 식구 처음으로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읍내 버스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가방을 내려놓고 쉬는 바로 앞으로 하얀 옷 차려입은 할머니가 힘들게 앉으신다. 하얀 옷 할머니는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져 아주 듬성듬성하다. 그러나, 숯이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을 묶어 비녀를 꽂았다. 비녀에는 꽃무늬 하나 앙증맞게 깃든다.


  어느 시골마을에서나 ‘아줌마 파마’라 하는 ‘보글보글 머리’를 한 할매만 많은데, 꽃무늬 깃든 은비녀 꽂으며 지내는 할매를 아주 오랜만에 만난다. 꽃비녀 할머니, 앞으로도 가끔 읍내마실 누리시면서 아름다운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즐겁게 마주하시기를 빌어요. 4346.9.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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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4. 2013.7.24.

 


  꽃대 껑충 자라 아이들 키뿐 아니라 어른들 키만큼 오르고 나서야 꽃송이 벌리는 꽃이 있다. 꽃대 땅바닥에 붙듯이 살짝 돋고는 나즈막하게 피어나 아이도 어른도 쪼그려앉아 가만히 고개를 숙여야 들여다볼 수 있는 꽃이 있다. 키다리 나리꽃을 만난다. 키다리 나리꽃과 마주하는 아이는 키도 손도 안 닿는다. 꽃송이를 들여다보고 싶으나, 꽃내음을 맡고 싶으나, 도무지 안 된다. “얘야, 꽃대를 살며시 쥐고 가만히 당겨 보렴. 꽃대가 안 부러지게 살살 당기면 돼.” “그래?” 꽃대를 살그마니 붙잡아 저한테 당기는 아이가 꽃송이를 들여다보다가 꽃내음을 맡는다. “알겠니? 싱그러운 여름빛이 바로 이 꽃송이에 깃들었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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