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 - 옥이네 봄 이야기 개똥이네 책방 4
조혜란 글.그림 / 보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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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8

 


시골살이 즐거운 사람들
― 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
 조혜란 글·그림
 보리 펴냄, 2009.3.15. 11000원

 


  한가위를 앞두고 마을마다 새벽에 마을방송 흐릅니다. 모두들 바쁘실 테지만 새벽에 살짝 나와서 회관이나 마을길 청소하자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마을청소는 한가위와 설을 앞두고 으레 하고, 두 명절이 아닌 여느 때에도 가끔 합니다. 우리 식구는 마을청소 이야기가 나오면 청소를 하기 하루나 이틀쯤 앞서 마을 빨래터를 치우려고 아이들과 함께 나옵니다. 마을 빨래터 청소는 으레 할머니 몫인데, 빨래터 바닥에 낀 물이끼를 벗기고 물을 퍼내면서 둘레를 청소하는 일이 여러모로 허리가 쑤십니다.


  지난날에는 모두 마을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고 물을 길었어요. 집집마다 땅밑물을 따로 파서 마시거나 쓰는 요즈음은 집안에 빨래기계까지 두고 따로 빨래를 합니다. 지난날에는 모든 집이 빨래터에 나왔고, 날마다 빨래터가 복닥거리며, 아이들이 이 둘레에서 놀 적에는 빨래터 바닥에 물이끼 낄 일이 없습니다. 따로 누가 청소를 하러 나와야 하지도 않습니다.


  시골마을에 젊은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시골마을에 남은 할매 할배 등이 굽으면서, 시골마을 빨래터는 쓸쓸합니다. 빨래터 찾는 사람 없이 쓸쓸하니, 빨래터는 물이끼를 부릅니다. 빨래터 곁 배롱나무는 볼그스름한 배롱꽃을 자꾸 떨굽니다. 물이끼 둘레에는 다슬기가 살아갑니다. 다만, 요새는 다슬기 잡아먹는 반딧불이를 찾아보지 못해요. 다슬기는 있지만 반딧불이가 없습니다.


.. 옥이는 방바닥을 두드리며 소리 지르다 지쳐 잠이 듭니다. 옥이가 잠든 사이, 할머니는 옥이 옆에 접시를 놓아두고 나갑니다. 맛난 냄새가 솔솔 납니다. 벌떡 일어난 옥이 눈앞에 쑥개떡 두 개가 보입니다. 옥이는 허겁지겁 쑥개떡을 먹어치우고, 빈 접시를 내려다봅니다 ..  (5쪽)

 


  한가위를 맞는 시골에서 마을길 풀을 베지만, 예전에는 어떠했을까 하고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1950년에는, 1900년에는, 1800년에는, 1700년이나 1500년에는, 또 500년이나 300년 옛날 옛적에는, 한가위를 앞두고 마을마다 어떤 일을 하느라 부산했을까 하고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그무렵에는 마을길에 풀을 벤다고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로 떠난 딸아들’이란 오늘날에만 있지, 옛날에는 없어요. 옛날에는 한가위나 설에 ‘시골집으로 돌아올 딸아들’이 따로 없어요. 그러나, 옛날에는 군역이나 부역 때문에 나라에 아들을 보내야 한 집이 있었습니다. 궁궐을 새로 짓거나 서울 둘레에 성벽을 쌓거나 병졸 부역을 해야 하던 시골마을 젊은 사내는 한가위라 해서 시골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옛날에는 이런 살붙이를 기다렸을 테지만, 오늘날처럼 ‘아예 도시에서 집을 장만하고 아이들 낳아 돌보는 딸아들’은 없었습니다.


  마을마다 가을걷이와 가을일 서두르고, 온통 잔치를 맞이하는 노래로 떠들썩했으리라 느껴요. 아이들은 부지깽이와 함께 어버이 일을 힘껏 거들면서도, 틈틈이 고샅을 쏘다니면서 놉니다. 어른들은 쉴새없이 일하면서도 아이들한테 선물할 무엇인가를 조용히 마련합니다.


.. “쑥아, 쑥아, 어디 있냐? 쑥쑥 나오거라.” 옥이는 쑥을 부르고, 할머니는 코를 벌름거립니다. “아이고, 쑥 냄새가 좋구나, 좋아.” 할머니 손이 바빠집니다 ..  (8쪽)

 


  가을날 쑥대에서 쑥꽃이 핍니다. 쑥꽃은 쑥잎처럼 푸른 빛이 감돌면서 천천히 몽우리를 맺습니다. 쑥꽃이 필 무렵 쑥잎은 모양새가 바뀝니다. 고들빼기가 꽃송이 피울 무렵 잎사귀 크기가 줄며 꽃송이한테 모든 기운을 쏟듯, 쑥도 꽃을 피울 적에는 모든 기운을 꽃한테 쏟으며 잎사귀 크기가 줄어요.


  다른 들풀을 하나하나 살피면, 꽃을 피울 적부터 잎사귀 모양이 바뀌어요. 꽃이 지고 열매와 씨앗을 맺으려 하면 잎사귀 모양과 빛이 또 바뀝니다.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니 겨울나기를 해야 하거든요. 씨앗이 겨우내 흙 품에서 잘 잠들었다가 봄부터 씩씩하게 깨어나기를 바라거든요.

  봄에 쑥쑥 돋는 쑥을 비롯한 풀은 봄내를 물씬 풍기는데, 봄나물에서 풍기는 봄내음이란 ‘겨울을 지낸 내음’입니다. 저마다 겨울을 얼마나 씩씩하고 튼튼하게 이기면서 지냈는가에 따라 봄빛과 봄내음이 달라요. 코딱지나물도 쑥도 미나리도 민들레도 냉이도 씀바귀도 달래도 꽃다지도, 겨울을 아련히 떠나 보내면서 싱그러이 맞이하는 봄노래를 들려줍니다.


  가을 앞두며 꽃 피우는 쑥풀은 이제부터 맞이할 겨울에 즐겁게 겨울잠을 잘 수 있도록 봄부터 가을까지 머금은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씨앗 한 톨에 알뜰히 건사하려 합니다. 아주까리도 까마중도 바쁩니다. 강아지풀도 억새풀도 부산합니다. 정구지도 모시풀도 바지런합니다. 저마다 바쁘게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습니다.


.. “할머니, 이거 다 채우면 뭐할 거예요?” 쑥개떡 판 돈이 담긴 꿀병을 보면서 옥이가 묻습니다. 할머니는 대답 대신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만 냅니다 ..  (18쪽)

 


  봄날 봄빛을 이야기하는 조혜란 님 그림책 《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보리,2009)를 읽습니다. 시골마을에서 어머니나 아버지 없이, 또 할아버지도 없이, ‘옥이’라는 아이가 할머니하고 단둘이서 살아갑니다.


  어린 옥이는 어머니나 아버지 없어도 할머니하고 신나게 놉니다. 할머니는 어린 옥이를 늦은 나이에도 돌보아야 하지만 얼굴 한 번 안 찡그립니다. 할머니와 옥이는 서로 어버이와 아이가 되고, 또 동무가 됩니다. 한솥밥을 먹습니다. 때때로 할머니는 교사가 되어 옥이한테 들과 숲과 나무와 풀과 바람과 햇살을 가르쳐 줍니다. 옥이는 언제나 학생이 되어 할머니한테서 밥과 옷과 집과 마을을 찬찬히 배웁니다.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며 일하고, 옥이는 노래를 부르며 놉니다. 두 사람은 조그마한 시골마을 조그마한 시골집에서 사랑을 꽃피우는 어여쁜 삶을 실컷 누립니다.


.. “장에 가는 길에 팔아다 주소.” 홍택이 할머니, 모래 할머니, 영식이 할머니가 가죽나무 순, 옻나무 순, 두릅을 한 다발씩 들고 옵니다. 옥이가 지푸라기를 모아 오니, 할머니가 솜씨 좋게 엄마나 순 다발을 엮습니다. “요만큼은 우리 옥이 반찬이다!” ..  (28쪽)

 


  설이나 한가위에 고속도로며 기찻길이며 꽁꽁 막힙니다. 설이나 한가위를 앞두고 도시에서 시골로 가는 자동차가 어마어마한 물결을 이룹니다. 마치 너울과 같습니다. 설이나 한가위를 지나면, 시골에서 도시로 돌아가는 자동차가 새삼스레 너울을 이룹니다.


  설이나 한가위라는 큰 명절이니까, 이렇게 시골집을 찾아간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골집에서 지내는 시골살이가 즐겁다면, 다시 시골로 돌아가 어린 마음 되어 시골살이 누릴 때에 훨씬 아름답습니다. 회사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 문화와 복지 때문에, 또 무엇무엇 때문에, 대학교와 공부 때문에, 이것 때문에 저것 때문에, 모두 도시로, 아니면 서울로 가려고 합니다만, 참말 시골에서는 아무것을 못 이룰까 궁금합니다. 돈을 버는 까닭은 무엇이고, 공부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명절에 시골로 찾아오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요.


  우리들 살아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시골에 남은 늙은 할매와 할배를 찾아오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가을걷이는 왜 하고, 모내기는 왜 할까요. 풀베기는 왜 하고, 나물뜯기는 왜 할까요.


  요즈음 시골을 보면, 노래하며 일하는 분이 매우 드뭅니다. 할배들이 경운기나 짐차를 몰 적에 노래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굽은 등허리 건사하기 벅차니, 노래가 나오기 어려울 만합니다. 경운기와 짐차 구르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우니, 노래를 불러도 안 들릴 만합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공장에 다니고 회사에 다니며 공무원으로 한 자리 차지하는 분들은, 이녁이 일하는 곳에서 스스로 얼마나 콧노래를 부르거나 목청껏 일노래를 부를까 궁금합니다. 대통령이나 시장 군수 국회의원은 즐거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면서 일하나요. 의사와 판사는 노래를 추고 어깨춤 들썩이며 일하나요.


  노래가 있는 삶이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나물을 캘 적에 나물노래를 불렀고, 빨래를 할 적에 빨래노래를 불렀고, 아기를 재우거나 젖을 물리며 자장노래를 불렀고, 모를 내며 모내기노래를 불렀고, 풀베기나 벼베기를 할 적에 풀노래나 벼노래를 불렀고, 짚신을 삼으며 짚신삼기노래를 불렀고, 지붕을 이으며 지붕잇기노래를 부르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내내 온통 노래였고 춤이었으며 웃음이던 시골살이입니다.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래를 불렀어요. 즐겁게 살아가다 보니 저절로 노래가 흘렀어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풀벌레가 노래를 부릅니다. 한가위를 앞두고 태평양 건너 따뜻한 나라로 돌아간 제비들은 하루 내내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꾀꼬리도 소쩍새도 노래를 불러 주지요. 참새가 나락을 훑는다 하지만 참새도 노래를 불러요. 개구리도 맹꽁이도 두꺼비도 노래를 부릅니다. 시골마을이 아름답거나 살아가기 즐겁다면, 바로 노래가 흐르는 삶터요, 노래가 빛나는 이야기터이기 때문입니다. 4346.9.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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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16 11:47   좋아요 0 | URL
이 그림책도 무척 재미날 것 같아요~!
감사히 담아갑니다~~

파란놀 2013-09-16 14:03   좋아요 0 | URL
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이 한 짝이랍니다.

이야기를 구성지게 잘 풀었어요.
다만, 그림은 군데군데
아직 엉성하답니다.

이를테면 제비 그림을 보시면...
제비는 저런 '파란빛'이 아니에요 ^^;;;;;
제비뿐 아니라 여러모로 아쉬운 그림결이 많이 드러나는데,
이만큼 그리는 화가가 아직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느낌글에서는
이런저런 '아쉬운'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적었어요.

앞으로 화가 스스로 잘 느끼고 깨우쳐서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믿어요.
 

책을 보는 곳

 


  책방이 크면 책을 많이 갖다 놓을 수 있습니다. 책방이 작으면 책을 알뜰히 갖다 놓습니다. 책방이 클 적에는 온갖 갈래 온갖 책을 골고루 갖출 수 있습니다. 책방이 작을 적에는 꼭 이곳에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책을 살뜰히 추려서 갖춥니다. 자리를 넓게 쓸 수 있는 도서관에서는 온누리 수많은 책을 잔뜩 그러모을 수 있습니다. 마을에 조그맣게 여는 도서관에서는 마을사람한테 꼭 읽히거나 보여주고픈 책을 촘촘히 골라서 그러모읍니다.


  내 주머니에 살림돈 백만 원 있을 적에는 백만 원어치 책을 살 수 있습니다. 내 주머니에 살림돈 십만 원 있을 적에는 십만 원어치 책을 살 수 있습니다. 내 주머니에 살림돈 만 원 있을 적에는 만 원어치 책을 사기에도 빠듯하지만, 살 수 없는 책은 눈으로만 살피고 꼭 사야겠다고 여기는 책만 주머니를 헤아려 한두 권 뽑습니다.


  아이들 보살피는 어버이라면, 어버이인 내가 읽을 책에 앞서 아이들한테 읽히고픈 책을 먼저 고릅니다. 어버이인 내가 읽고픈 책하고 아이한테 읽히고픈 책이 함께 보일 적에는, 주머니에 따라 으레 아이 책을 먼저 집어듭니다.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두 가지 책을 넉넉히 고르겠지요.


  오늘 내 주머니에 따라 장만하는 책과 장만하지 못하는 책은 어느 쪽이 더 좋거나 낫다고 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늘 내 삶에 맞춘 책일 뿐입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구나 하고 느끼는 책이라 하더라도 주머니가 가벼워 침만 흘리는 책이 있어요. 참으로 갖고 싶은 책이라 하더라도 주머니를 떠올리며 마음속으로만 담는 책이 있어요. 주머니는 넉넉하더라도 집이 작으면 모든 책을 다 장만해서 집에 두지 못해요. 책에 앞서 집부터 넉넉히 다스려야 합니다.


  책방마실을 합니다. 커다란 책방으로도 마실을 하고, 조그마한 책방으로도 마실을 합니다. 어느 책방으로든 아름다운 책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꾸며 마실을 합니다. 크기가 작은 책방에서는 책시렁 한켠 책탑 뒷자락까지 빠짐없이 살핍니다. 크기가 넓은 책방에서는 널따란 골마루와 책시렁을 차근차근 두루 살핍니다.


  열 가지 책을 읽으며 열 가지 눈길을 건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책을 열 번 읽으며 열 가지 눈썰미를 건사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눈길을 틉니다. 책을 읽는 동안 눈썰미를 키웁니다. 책을 읽으면서 눈빛을 밝힙니다. 책을 읽는 동안 눈결이 거듭납니다. 책을 보는 곳은 내가 살아가는 곳입니다. 4346.9.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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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님이 사진을 한창 배우던 때에 내놓은 산문책 《나의 아름다운 창》을 언제 읽을까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엊그제부터 읽는다. 신현림 님 사진책 가운데 이 책을 맨 먼저 읽을 수도 있지만, 다른 책을 하나하나 살펴 읽은 끝에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을 수 있고, 앞으로 다른 사진책 선보인 뒤에 천천히 읽을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내놓는 책이든, 모든 책에는 똑같은 빛이 깃들리라 느낀다. 이 빛은 사진을 살리는 빛이면서 삶을 밝히는 빛이요 넋을 살찌우는 빛이 된다. 사진 한 장은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꽃 피어나게 이끌기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꽃 자라도록 동무가 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창문으로 아름다운 숲을 아름다운 눈길 가다듬으면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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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창
신현림 지음 / 창비 / 1998년 2월
12,000원 → 11,400원(5%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9월 1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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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빙글빙글 날기 (2013.9.15.)

 


  크레용을 새로 장만한다. 작은아이가 크레파스를 꽤 많이 씹어먹는 바람에 쓸 만한 빛깔이 많이 사라졌다. 서울마실 하는 김에 빛깔 많은 크레파스를 사려고 조금 큰 문방구에 들렀는데, 가게 일꾼이 크레파스라 하며 건넨 것을 시골에 돌아와서 뜯으니 크레용이다. 어쩐지 값이 비싸다 했더니 왜 크레파스 아닌 크레용을 주었을까. 아무튼, 새 크레용을 마루에 펼치고 큰아이와 작은아이와 나란히 엎드려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는 오늘 빙글빙글 춤추며 날아가는 물방울을 그린다. 이 물방울 자국을 따라 나비랑 제비랑 꽃이랑 나무랑 빗물이랑 달이랑 별을 올망졸망 집어넣는다. 물방울이 날며 남긴 발자국을 점으로 찍느라 품이 많이 들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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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3. 2013.9.15.

 


  잘 익은 무화과를 먹자. 꼭다리만 남기고 야금야금 깨물어 오물오물 씹어서 먹자. 무화과는 무화과맛이다. 겨울부터 가을까지 무화과나무가 받아들인 햇볕과 빗물과 바람과 흙이 이 열매 한 알에 고스란히 담긴다. 무화과 한 알을 거쳐 한 해를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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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16 11:52   좋아요 0 | URL
아우~~무화과가 무척 크고 싱싱하고 맛나 보입니다!
저는 무화과를 하나로 클럽에서 종이상자에 포장되어 있는 것만 사먹어
보았는데 그리 크지도 않고 뭔가 맛도 조금 심심했어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제 입속에서도 침이 고이네요~^^
벼리와 보라야, 참 맛있지?^^ 부럽다~ㅎ

파란놀 2013-09-16 14:0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상품으로 파는 무화과는...
따로 무화과농장에서 키워요.

저희는... 그런 무화과도 먹고
나무에 달린 무화과도 먹는데,
무화과만큼은 감과 함께
어떤 열매로 먹어도 다 맛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