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병정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6
폴 페렙트 글 그림, 조수경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9

 


누가 일으키는 싸움인가
― 작은 병정
 폴 페렙트 글·그림
 조수경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4.4.30. 7500원

 


  엊저녁 올해 들어 첫 반딧불이를 보았습니다. 반딧불이는 늘 살아서 돌아다녔을 테지만 그동안 내가 알아보지 못했을 테고, 엊저녁 비로소 알아보았으리라 생각해요.


  새까만 밤입니다. 반딧불이는 논자락을 살포시 날아갑니다. 꽁지에 불을 밝히고 조용히 날아갑니다. 올들어 여름비 거의 안 내리고 바람조차 거의 안 불면서 메로(멸구)가 엄청나게 끓는다면서 마을마다 집집마다 농약을 어마어마하게 뿌렸어요. 날이면 날마다 마을에 농약바람이 흘렀습니다. 마을 빨래터나 흙도랑에서 다슬기를 곧잘 찾아보지만, 다슬기는 보더라도 반딧불이는 좀처럼 안 보였어요.


  어쩌면 다슬기는 사람들 눈길과 발길에서 벗어날 만한 자리에 아주 조용히 숨어서 지냈을는지 모릅니다. 사람만 살겠다는 이곳에서 꽁꽁 숨죽이면서 삶을 가까스로 버티었을는지 모릅니다.


  우리 집 풀밭에서 살아가는 개구리와 풀벌레도 힘겹게 이녁 삶 버티었겠지요. 먹이가 송두리째 사라질 뿐 아니라, 어쩌다 있는 먹이도 농약에 해롱거리다 죽은 먹이입니다. 개구리가 몸을 적실 논물은 농약바다입니다. 살갗으로 숨을 쉬는 농약바다인 논에 몸을 들이밀었다가는 그예 타죽습니다.


..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  (3∼4쪽)


  어느덧 가을걷이철입니다. 시골 들판은 누런 빛이 물결을 이룹니다. 시골 흙지기는 나락알이 잘 익기를 바랍니다. 참새는 무리를 지어 이 들판 저 들판 날아다니며 낟알이 떨어지면 훑어먹으려고 바쁩니다.


  먼먼 옛날부터 참새가 낟알 훑어먹는 모습을 달가이 여긴 시골 흙지기는 드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참새는 낟알만 훑어먹지 않아요.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는 닭도, 들에서 살아가는 참새도, 애벌레와 풀벌레를 몹시 잘 잡아서 먹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일구지 않는 빈 풀밭이 자꾸 줄고, 찻길이 늘며, 들판에서 살아남는 풀벌레가 몹시 드뭅니다. 닭은 사료를 먹습니다. 참새는 애벌레도 풀벌레도 못 먹으며 낟알이나 씨앗을 훑으려고 합니다. 언제부터 실타래가 이리 꼬였는지 모르되, 새들은 ‘시골사람 흙짓기’를 괴롭히는 모양새가 되고 맙니다.


  오랜 옛날부터 함께 살아오면서 이웃이 되었고 동무가 되었던 새들인데, 어느 무렵부터 사람과 새는 서로 모진 맞수가 됩니다. 사람들은 총으로 새를 쏘아 죽입니다. 사람들은 독약 묻힌 쌀알 놓아 새를 말려 죽입니다. 사람들은 덫을 놓아 잡아 죽입니다.

 

 


.. 많은 병사들이 죽어 갔습니다. 나는 살아남았고, 너무나도 끔찍한 장면들을 보았습니다. 어느 날 전쟁이 끝났습니다 ..  (10∼11쪽)


  벨기에사람 폴 페렙트 님이 빚은 그림책 《작은 병정》(시공주니어,2004)을 읽습니다. “작은 병정”이란 “어린이”입니다. 그림책 《작은 병정》에 나오는 ‘군인’은 ‘어른’ 아닌 ‘어린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누군가(틀림없이 어른일 테지요)’ 일으킨 싸움 때문에 ‘아이들’이 싸움터로 끌려갑니다. 아이들은 누가 왜 ‘적군’이 되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저 ‘누군가(틀림없이 권력과 돈 거머쥔 어른들일 테지요)’ 이 아이들을 긁어모아 군인옷 입히고 총칼을 들리고 싸움 훈련 시켜서 싸움터로 내보냈으니,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곳이니, 죽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칼로 찔러 죽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작은 병정”은 서로 왜 미워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미워하면서 싸웁니다. 곰곰이 따져, 그림책 바깥인 우리 삶터를 보자면, 오늘날 이 땅 아이들은 동무들을 왜 서로 미워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입시전쟁을 치릅니다. 시험점수를 놓고 동무도 이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무이건 이웃이건 모두 밟고 올라서도록 배우고 길듭니다.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 같은 데에서는 ‘이웃사랑’을 말하고, 신문이나 방송 같은 데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외치지만, 정작 아이들은 학교에서 동무와 이웃 괴롭히며 짓밟는 삶을 배웁니다. 대학교를 앞에 놓고 시험점수로 싸워요.


.. 나는 그저 예전과 변함 없이 살고 있고, 더 이상 전쟁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어도 잠들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  (21∼22쪽)


  싸움은 누가 일으키는가요? 네, 어른이 일으킵니다. 권력을 거머쥔 어른이건, 돈을 거머쥔 어른이건, 싸움은 모두 어른이 일으킵니다. 그리고, 권력이나 돈이 없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권력과 돈 있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 휩쓸리는 여느 어른들이 다 함께 싸움을 일으킵니다. 올바르지 않을 뿐더러 아름답지 않은 싸움인 만큼, 어떤 싸움도 일어나지 않게끔, 여느 어른들 스스로 마을과 나라를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지키면서 가꾸어야 마땅해요. 우리 삶터에 착하고 참다우며 맑은 기운이 넘치도록 여느 어른들 모두 즐겁고 씩씩하게 힘을 쏟아야 마땅해요.


  입시교육이 아닌 사랑교육을 해야 옳습니다. 시험문제 외우도록 내모는 참고서와 문제집을 아이들한테 사 주어서는 안 되고, 이런 참고서와 문제집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삶을 밝히고 사랑을 북돋우는 이야기책을 빚어 아이들이 누리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와 함께 들일과 바닷일과 숲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곁에서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꿈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전쟁이, 싸움이 왜 일어나겠습니까? 전쟁이나 싸움을 일으키는 어른들부터 어릴 적에 참답게 사랑받지 못한 탓입니다. 오늘날 아이들이 오늘날 어른들처럼 똑같이 사랑 못 받는 채 자란다면,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른이 되어 ‘오늘날 어른과 똑같은 모습’으로 더 모진 전쟁이나 싸움을 일으키고 맙니다. 이제라도 어른들은 우스꽝스러운 싸움짓을 그치고, 사랑놀이와 사랑살이를 일구어야 아름답고 즐겁습니다. 4346.9.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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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 먹기

 


  세 살이라지만 아직 서른 달째 함께 살아가는 작은아이가 오늘 아침에 또 크레파스를 몰래 씹어먹는다. 얘야, 크레파스에서 단물이 나오니. 크레파스 알록달록한 빛깔이 야금야금 씹어먹기에 맛나 보이니.


  작은아이 자그마한 이에 낀 크레파스를 손가락으로 빼낼 수 없다. 잇솔을 써서 살살 비벼 빼낸다. 잇솔로 안 되는 굵직한 조각은 포크를 써서 살살 바수어서 잇솔로 비벼 빼낸다. 이렇게 해도 다 빠지지 않으니, 잇솔에 잇약을 발라 이를 헹구면서 크레파스가 녹도록 한다. 한참 잇솔질을 하고 물을 입으로 가르르 하고 뱉으라 한 끝에 비로소 크레파스 기운을 다 빼낸다. 작은아이는 입을 앙 벌리느라 고되고, 아버지는 작은 입을 벌려 잇솔로 크레파스 조각 헹구느라 고단하다.


  배고프니? 배고플 적에는 배고프다고 말하렴. 밥을 차려서 먹자고 할 적에 배부르게 잘 먹으렴. 크레파스는 입에 넣지 않고, 손에 쥐어 그림을 곱게 그릴 때에 쓴단다. 4346.9.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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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2 13:44   좋아요 0 | URL
귀여운 작은아이 덕분에 크레파스 이름을 간만에 여기서 보네요.^^
크레파스 안 본직도 참 오래 되었고요..
크레파스는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데...
작은아이는 괜찮지요?

파란놀 2013-09-23 08:29   좋아요 0 | URL
네, 하도 자주 먹다 보니까... @.@
그리고, 크레파스는 고스란히 똥으로 나와요.
똥에 크레파스 조각이 촘촘히 박힌 채 나와요 @.@
 

여름비

 


달포 남짓 가물던 땅에
늦여름 빗줄기 듣는다.

 

고들빼기꽃 하얗게 빛난다.
부추꽃 흰 다발 눈부시다.
까마중꽃 하얀 무늬 곱다.

빗물 먹으며 이삭이 굵고
빗물 받으며 열매가 익는다.

 

빗소리는 처마를 흐르고
빗노래는 개구리와 싱그러이 잔치.

 

달과 해와 별과 무지개는
이 비에 함께 젖을까.
이 비를 기쁘게 바라볼까.

 

어린 아이들 맨발로 비를 밟는다.
어린 아이들 맨손으로 비를 받는다.
어린 아이들 맨몸으로 빗놀이 누린다.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
우물물 냇물 되고,
빗물은 숲 들 지나
너른 바다 된다.

 

지난해 내린 빗물 먹고 자란 쌀
그러께 내린 빗물 스민 샘물 길어
오늘 아침 지어 먹는다.

 


4346.8.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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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2 13:44   좋아요 0 | URL
<여름비> 시가 참 좋습니다~!!^^

파란놀 2013-09-23 08: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긴 여름 내내 가물다가
비가 오던 날 마루에 앉아서
이 시를 썼어요~

appletreeje 2013-09-22 23:11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여름비'에 딱 맞는 시를 쓰셨을까요~!!
거듭 읽고 또 읽어 볼수록...여름비가...스르르, 몸과 마음에 스며드네요~*^^*

파란놀 2013-09-23 08:2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비 올 적에 맨발로 노는 모습을 보며
저도 어릴 적에 우리 아이들처럼 놀았구나 하고
떠올리니
저절로 이 글이 태어났어요~
 

어른이 쓰는 ‘동시’와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시’를 제대로 나누면서 둘을 살피고, 아이들이 즐겁게 누리면서 맞아들일 ‘시 문학’이란 무엇이며, 아이들은 도시와 시골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가를 찬찬히 들여다본 첫 ‘어린이문학 평론’은 바로 《아동시론》(세종문화사,1973)이라 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집에서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누릴 삶과 문학과 사랑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어른이 몹시 드물다. 교사나 어버이가 되려는 어른이라면, 교육이론서나 육아지침서 같은 책에 앞서,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녁 넋과 얼을 가꾸는 이야기를 살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누런종이에 한자 그득 깃든 1973년 판 《아동시론》은 진작에 읽었기에 2006년에 정갈하게 갈무리해서 엮은 《아동시론》(굴렁쇠)은 다시 읽지 않았는데, 우리 집 큰아이가 여섯 살로 접어들면서 문득 무언가 느껴 새롭게 읽어 본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은 언제나 ‘시인’이 되어 아이한테 들려주는 말이 모두 시요 노래요 사랑이 되도록 삶을 일굴 수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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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시론- 굴렁쇠 생각 3
이오덕 지음 / 도서출판 굴렁쇠 / 2006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3년 09월 2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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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책읽기

 


  명절에 모인 살붙이들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면 종이책을 굳이 꺼내어 펼치지 않습니다. 누군가 텔레비전을 켜고, 하나둘 텔레비전으로 눈길을 모으면, 따로 종이책을 슬그머니 꺼내어 천천히 읽습니다. 아이들이 이곳저곳 신나게 뛰고 달리면서 논다면, 명절날 구태여 종이책을 꺼내거나 들추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한테 텔레비전 만화영화를 조르며 그예 한참 만화영화에 빠져들면, 이것 참 너무 재미없는 노릇이로구나 싶어 조용히 종이책을 꺼내어 혼자 읽습니다.


  명절날에는 책을 쉬고 싶습니다. 아니, 명절날에는 책을 쉬어야 한결 즐겁지 싶습니다. 명절날에는 이야기꽃이 반갑고, 명절날에는 사람책을 읽을 때에 한껏 홀가분하게 놀 수 있습니다. 4346.9.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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