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통놀이 1

 


  여름날 더위 식히며 물놀이를 하는 고무통을 가을부터 세워 놓는다. 그러면 두 아이가 슬그머니 고무통 안쪽으로 들어간다. 고무통에 드러누워 놀기도 하고, 고무통에 둘이 나란히 쪼그려앉아 해바라기를 하기도 하며, 그늘이 지면 그늘이 지는 대로 가을볕 그으며 논다. 4346.9.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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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읽는 책

 


  새책방에는 오래된 책이 없습니다. 도서관에는 오래된 책이 있을 수 있고, 없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책을 두는 곳이지 ‘오래된 책’을 두는 곳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 책을 알뜰히 여겨 차곡차곡 건사하는 도서관이 있으나, 모든 도서관이 오래되거나 묵은 책을 챙기거나 돌보지는 못합니다.


  헌책방에서 오래된 책을 만납니다. 그렇다고 헌책방에 오래된 책만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헌책방에 들어온 오래된 책이 다시금 오래도록 빛을 못 본 채 쌓일 수 없습니다. 오래된 책만 있고 책이 흐르지 않으면, 헌책방지기는 책방살림을 꾸리지 못해요. 오래된 책이든 새로 나온 책이든, 사고팔리면서 돈이 돌아야 헌책방 일터를 지킬 수 있습니다.


  책을 읽습니다. 새책방에서 장만한 새로 나온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갖춘 책을 읽으며, 헌책방에서 돌고 도는 책을 읽습니다. 새로 나온 책은 새로 나온 책입니다. 묵은 책은 묵은 책입니다. 새로 나왔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지는 않습니다. 묵은 책이니 묵은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느 책을 마주하더라도 처음 만나는 책이고, 새삼스레 되새기는 이야기입니다. 이제껏 살아온 내 하루를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내 길을 헤아립니다.


  지나간 책들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햇수로 치면 한참 지나간 책들이지만, 이 책들을 읽는 동안 이 책이 몇 년도에 나온 책인지 살피지 않습니다. 그저 이 책에 깃든 줄거리를 따라가며 이 책에 서린 이야기를 가슴으로 삭힙니다. 갓 나온 책들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햇수로 치면 보송보송하다 할 만한 책들인데, 이 책들을 읽는 동안 이 책이 며칠 앞서 나온 책인지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저 이 책에 담긴 줄거리를 좇으며 이 책에 감도는 이야기를 마음으로 아로새깁니다.


  책을 읽습니다. 햇수나 연도 아닌 책을 읽습니다. 값이나 돈셈 아닌 책을 읽습니다. 작가나 출판사 이름값 아닌 책을 읽습니다.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아닌 책을 읽습니다. 더 파고들면 ‘책’을 읽는다기보다 ‘이야기’를 읽습니다. 책이라고 하는 ‘종이그릇’에 담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책이라는 종이그릇에 담은 이야기는 사람들이 살아온 나날입니다. 그러니까, 책을 읽는 사람은 ‘사람이 살아온 나날’을 읽는 셈이요, 내 이웃과 동무가 누리는 ‘삶’을 책으로 만난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삶을 읽기에 책입니다. 사랑과 꿈이 서린 삶을 읽으니 책읽기입니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지나간 책’이나 ‘묵은 책’, 다시 말하자면, 헌책방 헌책은 어떤 책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 헌책은 ‘헌 책’으로 여길 수 있을 테지만, 헐거나 낡거나 묵거나 지나간 책이라기보다 ‘오래도록 읽을’ 수 있는 책들이지 싶습니다. 헌책방으로 책마실을 떠나는 이들은 오래도록 읽고 싶은 책을 찾으려는 마음이지 싶습니다. 오늘만 읽을 책이 아니라 앞으로도 읽을 책을 살피고 싶은 마음이지 싶습니다. 어제와 오늘과 모레를 잇는 책을 헌책방마실을 하며 만나고 싶은 마음이지 싶어요.


  삶은 하루에 하루가 모여 이루어집니다. 이야기는 사랑에 사랑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책은 삶에 삶이 어우러져 이루어집니다. 4346.9.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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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놀이 2

 


  인형하고 놀던 큰아이가 인형한테 나무타기를 시켜 주겠다며 대나무작대기에 꽂아서 올려 준다. 그러더니, 인형더러 빨래하고 같이 해바라기를 하라며 빨랫줄에 올려 널려고 한다. 네 인형을 나무에서도 놀고, 빨랫줄에서도 노는구나. 가을볕 듬뿍 머금으며 고운 내음 풍기겠네. 4346.9.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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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7 10:31   좋아요 0 | URL
ㅎㅎ 인형도 재밌으라고 나무타기도 시켜주고, 해바라기도 시켜주고~
벼리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 오는 것 같아요~!
빨랫줄에 올라가는 인형의 얼굴도 무척 즐거워 보여요~*^^*
참...어린이의 순수하고 예쁜 마음에 절로 제 마음까지 환히 웃는
그런 좋은 아침입니다. ^^
사진도 너무나도 참 좋습니다~!!

파란놀 2013-09-28 06:29   좋아요 0 | URL
지난해 가을에 찍은 사진을
지난해에는 정리하지 못하고
어제에 비로소 끄적끄적 만졌어요 ^^;;

아이들은 풀어 놓으면 스스로 참 잘 놉니다~
 

자전거쪽지 2013.9.25.
 : 구월이 무르익는 자전거

 


- 어제 읍내까지 자전거마실을 다녀오면서 뒷거울 새로 달았다. 뒷거울을 잘 건사하면 여러 해 쓸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자전거 체인이나 바퀴가 차츰 닳으면서 낡아 나중에 갈아야 하듯, 뒷거울도 언제까지나 쓰지는 못하리라 느낀다. 집에서 쓰는 유리거울은 닦고 닦으면 오래오래 쓰지만, 자전거 뒷거울은 유리거울 아닌 플라스틱거울이다. 때를 쉽게 타고, 햇볕 내리쬐는 길을 오래 달리면 차츰 낡고 닳아 뒷모습이 잘 안 보이곤 한다. 새 뒷거울 달고 달리니 그야말로 뒷모습 잘 보인다.

 

- 대문 위로 올라타는 호박넝쿨을 바라본다. 대문을 드나들 적마다 호박덩이를 만진다. 언제쯤 따서 먹을까 생각하며 기다린다. 조금 더 크겠구나 싶어 아직 안 딴다.

 

- 작은아이는 자전거마실 나오기 앞서 잠든다. 작은아이는 잠자리에 고이 눕히고 큰아이하고 둘이서 나온다. 큰아이를 안 태우거나 작은아이를 안 태우고 자전거를 몰면, 자전거가 몹시 가볍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참 많이 컸지. 그래서, 이 아이들 안 태울 적에 발판 구르는 다리에 힘이 죽죽 들어간다.

 

-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손잡이를 안 잡는다. 뒷거울이 깨져 여러 달 뒷모습 못 보고 다닐 적에는 어렴풋하게 느꼈는데, 이제 뒷거울로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를 살피며 달리니, 이 아이가 뒤에서 무얼 하며 노는지 잘 알겠다. 그래, 너는 그렇게 노는구나. 두 손 다 놓고 척 하고 서서 바람을 쐬고 하늘바라기와 들바라기 하는 놀이를 즐기는구나. 멋지다.

 

- 우체국 마감 시간에 맞추어 택배를 부친다. 면내 가게에 들러 아이들 얼음과자를 산다. 집으로 돌아간다. 큰아이가 춥단다. 수레에 앉겠단다. 큰아이는 가을바람이 썰렁하니 샛자전거에 앉기 힘들기도 할 테지만, 오랜만에 수레에 앉고 싶어 하는 마음이로구나 싶다. 동생과 함께 안 나왔으니 수레에 앉을 수 있다. 이제 큰아이는 몸피가 크고 몸무게가 붙어 두 아이를 수레에 못 앉힌다. 수레가 주저앉아 바닥을 끈으로 단단히 동여맸지만, 두 아이를 태우고 달리면 수레 뼈대가 못 버틴다.

 

- 가을저녁 선선히 부는 바람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누르스름한 빛이 한껏 무르익는다. 조금 더 익어야지. 조금 더 누렇게, 노랗게 익어야지. 이웃마을 할배 한 분 자전거를 몰고 들일 나오셨다. 우리 마을에는 자전거 몰고 들일 나가는 할배나 할매는 없다. 이웃마을에 꼭 한 분 계시다. 시골 할배와 할매는 도시사람과 똑같이 오토바이나 짐차를 몬다. 네바퀴 오토바이를 모는 할배나 할매도 많다.

 

- 집에 닿는다. 대문을 열고 자전거를 들인다. 큰아이가 제 자전거를 타고 조금 논다. 바지런히 놀고 씩씩하게 자라서, 앞으로는 너도 샛자전거에서 발판 굴러 주렴.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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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7 10:22   좋아요 0 | URL
뒷거울에 비친 벼리 모습, 찍으신 사진도 신기하고 새롭네요~^^
자전거들이 있는 마당 모습, 파란 대문을 타고 오르는 호박넝굴, 딋거울에 비친 벼리 모습
점점 노랗게 물들어가는 논이 있는 시골길 모습~
오늘도 이렇게 좋은 사진들 올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파란놀 2013-09-28 06:30   좋아요 0 | URL
자전거를 달리며 뒷거울을 찍어요.
좀 힘든 사진찍기이지만 재미있어서
곧잘 이런 사진을 찍는답니다~

요새 자전거마실 자주 했는데
자전거쪽글은 좀처럼 갈무리할 겨를이 없네요 @.@
 

014. 시골자전거

 


  들일을 나가며 천천히 자전거를 몬다. 여름에는 삽을 자전거에 끼워 들일을 나가고, 가을에는 낫 한 자루 끼워 들일을 나간다. 때로는 할배가 할매를 뒤에 태워 함께 들마실을 간다. 시골자전거는 봄에는 봄빛을 누리고, 가을에는 가을볕을 즐긴다. 흙 묻은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흙 묻은 발로 발판을 구른다. 시골자전거는 흙빛이 된다. 흙내음을 맡고,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천천히 달린다. 4346.9.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고흥 골목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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