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57] 때

 


  고즈넉한 새벽도 ,잠자리에 드는 때도,
  햇볕 따사로운 때도, 달이 뜨는 때도,
  저마다 가장 빛나는 사랑스러운 한때.

 


  아이들과 살아가면서 날마다 새로운 삶을 배웁니다. 나 스스로 누리고 지낸 어린 나날을 새롭게 돌아볼 뿐 아니라, 내가 잊었던 내가 어릴 적 놀던 모습을 떠올리고, 내가 어릴 적 느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우리 아이한테는 어떤 즐거운 웃음빛으로 풀까 하는 생각까지 짚습니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놀지만, 어버이 속 썩이는 일이 없습니다. 어버이가 속을 썩는다면 어버이 스스로 아이와 더 즐겁게 놀지 못한 탓입니다. 곧,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실컷 얼크러지면, 아이들은 어버이를 살가이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삶에 새로운 빛을 나누어 줍니다. 언제나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4346.9.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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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44. 2013.9.27.

 


  그림책을 펼친다. 동생이 곁에 달라붙어 “나도 볼래.” 하니 “보라야, 여기 봐 봐. 이것 봐.” 하면서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한다. 동생이 이 그림책을 손에 쥐면 혼자만 보려 하고 같이 안 보려 하기 때문이다. 동생은 누나가 큰목소리로 여기 보라 하니 여기를 들여다보고, “자, 여기도 봐 봐.” 하니 또 다른 데도 들여다본다. 이리하여, 여섯 살 큰아이는 세 살 작은아이를 잘 타이르면서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읽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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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9 23:07   좋아요 0 | URL
아휴~~너무나 예쁩니다!!
이렇게 예쁜 책아이들이 이다음에 얼마나 아름다운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을 환하게 변화시킬런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두근두근 설레입니다~*^^*

파란놀 2013-09-30 06:55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숨결 골고루 나누어 주는 어른이 될 테지요~
 


 놀고 일하고 읽고 (도서관일기 2013.9.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은 도서관에 놀러간다. 나는 도서관에 일하러 간다. 아이들은 실컷 뛰놀며 땀을 쪽 빼고 나서는 “아이고, 힘들어!” 하면서 그제서야 털썩 걸상에 앉아 그림책을 펼친다. 나는 땀을 쭉 빼며 책꽂이 새로 짜고 옮기고 나르고 책을 닦고 하면서 “아이고, 힘들어!” 소리는 내지 않는다. 언제나 마음속으로 ‘서두르지 말자. 차근차근 하자. 다섯 해가 걸리건 열 해가 걸리건, 우리 책숲으로 일구자.’ 하고 되뇐다.


  아이들이 도서관 안팎에서 뛰어노는 동안, 엊그제 니스를 다 바른 책꽂이를 교실 안쪽으로 옮긴다. 책꽂이 네 개에 니스를 발랐으니, 앞으로 열여섯 개에 더 바르면 된다. 니스값이 퍽 많이 들 텐데, 곰팡이 핀 책꽂이를 버릴 수 없다. 닦고 다시 닦은 뒤 니스를 발라서 쓰자.


  곧 니스를 바르려고 골마루로 꺼낸 책꽂이에 핀 곰팡이를 닦는다. 큰아이가 다가와 “곰팡이 닦아? 아이, 지저분해.” 하더니 저도 함께 닦겠단다. “곰팡아, 곰팡아, 사라져라.” 하고 노래하면서 “여기도 닦고, 여기도 닦고, 저기도 닦고, 저기도 닦고, 깨끗하게 닦지요, 깨끗하게 닦지요.” 하고 종알종알 노래를 곁들인다. 작은아이도 누나 꽁무니에 붙어 “나도! 나도!” 하고 외친다. 그래, 너희들도 닦을 테면 닦아 보렴.


  두 아이가 한참 아버지 일손을 거든다. 그러고 나서 큰아이는 스스로 손을 닦고 동생 손을 닦아 준다. 나는 다른 책꽂이에 핀 곰팡이까지 더 닦는다. 아이들은 도서관 문간에서 풀개구리 구경하다가는, 둘이서 잡기놀이를 한다.


  너희들한테는 놀기가 삶이고, 놀이가 책이며, 노는 하루가 살아가는 보람이 되겠지. 몸이 튼튼해야 책을 읽지. 몸이 튼튼하며 마음이 튼튼할 적에 책마다 깃든 이야기를 슬기롭게 받아먹지. 하늘이 파랗구나. 우리 도서관 탱자나무에 탱자알 노랗게 익는구나. 여름 지나 가을 되어 풀빛이 더 짙구나. 풀바람이 도서관 구석구석 어루만지면서 고운 빛과 내음 나누어 주는구나.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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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나무

 


  숲을 이루던 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삽차와 밀차가 들이닥치며 나무를 모조리 베어 없애고 풀 돋은 땅뙈기를 뒤집어엎었기 때문이다. 오랜 나날 스스로 조용히 푸른 숨결 내뿜던 숲이 사라지며 푸석푸석한 흙땅으로 허여멀겋게 바뀐다. 그런데 이 쓸쓸하게 허여멀건 빈땅에 싹이 돋는다. 우람한 나무 몽땅 사라졌는데, 조그마한 잎사귀 돋고 가느다란 줄기 오르면서 어린나무가 자란다.


  눈여겨보지 않고 자동차로 다시 들이닥쳐 밟으면 어린나무는 죽겠지. 골짜기로 놀러온다며 자동차 타고 찾아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밟으면 어린나무는 죽겠지. 그러나, 자동차가 밟거나 관광객이 밟더라도 다른 씨앗이 다른 어린나무로 태어나 씩씩하게 자라리라 믿는다. 사람들은 어리석은 짓을 일삼지만, 숲은 천 해 만 해 십만 해 백만 해를 고이 내다보면서 다시금 작은 씨앗 메마른 흙땅에 떨구어 천천히 자라도록 북돋우리라. 이 지구별에 푸른 숨결이 가득해야 사람도 새도 벌레도 짐승도 물고기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4346.9.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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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9. 냇물고기와 함께 (2013.9.27.)

 


  아이와 시골에서 살아가며 들마실이나 숲마실 다닐 수 있어 늘 즐겁다. 아이들도 즐거울 테지만, 어버이인 나부터 몹시 즐겁다. 들바람과 숲바람을 마시며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스스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돌볼 수 있는가를 깨닫는다. 자전거를 몰아 아이들과 멧자락 골짜기로 가자면 온통 땀투성이 되지만, 시원스런 골짝물에 발과 몸을 담그며 어린 냇물고기 노는 모습 지켜보면 다른 어느 것도 마음밭에 끼어들지 못한다. 냇물고기 입맞춤을 살결로 느끼고, 냇물고기 헤엄질을 가만히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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