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24
레미 찰립 그림, 버나딘 쿡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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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0

 


아이들은 궁금덩어리
― 호기심 많은 고양이
 레미 찰립 그림
 버나딘 쿡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펴냄, 2002.3.23. 6500원

 


  아이들은 궁금덩어리입니다. 만지지 말라 하면 만지고, 만지라 해도 만집니다. 먹지 말라 하면 먹고, 먹으라 해도 먹습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만큼, 아이들은 하라는 짓도 하고 하지 말라는 짓도 해요. 무엇이든 스스로 겪거나 부대끼거나 부딪히면서 몸으로 알고 싶어 해요.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서도 느끼지만, 나 스스로 내 어릴 적을 돌아보아도 느낍니다. 나부터 어릴 적에 어른들이 하지 말라 하면 앞에서는 다소곳하게 ‘네’ 하고 말한 뒤, 어른들이 없거나 안 보이는 데에서 슬쩍 일을 저질러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 하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귀로 듣기만 해서는 알 수 없고, 눈으로 보기만 해서도 알 수 없어요. 손으로 대 보아야 하고, 살짝 만지기라도 해 보아야 합니다.


  매우니 먹지 말라 하지만, 매운맛이 궁금해서 한입 먹습니다. 짜니 먹지 말라 하지만, 짠맛이 궁금해서 한 숟갈 뜹니다. 어른들이 무엇을 하지 말라 말할 적에는 마치 ‘너 그것 좀 해 보렴’ 하고 말하는 셈이라고 듣는다고 할까요. 이제까지 모르던 무엇을 스스로 알아보라면서 알려주는 셈이라고 생각한다고 할까요.


.. 이웃집에는 새끼 고양이가 살았어요. 큰 새끼 고양이도 아니고, 보통 크기 새끼 고양이도 아니고,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였지요. 새끼 고양이는 아주아주 호기심이 많았답니다 ..  (5쪽)

 


  아이들한테 이것 하지 말고 저것 하지 말라며 말할 적에는 부질없구나 싶어요. 그래,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이것 하고 저것 하렴 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할 만한 것을 찾고 챙기며 보여주어야지 싶어요. 자, 실컷 해 보렴. 자, 신나게 해 보렴. 자, 마음껏 해 보렴.


  마당에서 맨발로 뛰어놀아 보렴. 비오는 날 옷 흠뻑 젖어도 되니까 빗물 받아먹으며 놀아 보렴. 우리 함께 골짜기에 가서 골짝물에 몸을 담그며 놀아 보자. 우리 자전거 타고 바닷가에 가서 모래밭에서 뒹굴고 바닷물에서 헤엄을 치자. 우리 들마실 가서 들꽃 꺾고 들풀 뜯으며 놀자. 우리 책방에 가서 수많은 책들 구경하고 살피면서 놀자.


  얘야, 봄에는 우리가 유채를 뜯어서 먹지? 민들레잎도 맛나게 먹지? 씀바귀 고들빼기 코딱지나물 꽃마리 꽃다지 모두모두 맛나게 훑어서 먹지? 갈퀴덩굴 모시잎 환삼덩굴 도꼬마리 모두모두 맛나지. 젓가락나물 까마중 아주까지 모두모두 우리 입맛을 돋우지.


  후박나무 잎이 지는구나. 겨울날 짙푸르게 빛나려고 여름과 가을에 헌 잎 떨구어 가랑잎 내놓는구나. 우리 후박잎 주워서 가만히 들여다볼까. 후박잎을 그림으로 예쁘게 그려 볼까.


  이웃집 할매가 심은 호박넝쿨이 우리 집 대문까지 타고 오르네. 멋지구나. 이 호박넝쿨은 우리 집으로도 큼지막한 호박알을 선물해 주네. 할매 할배 두 분이 저 많은 호박을 다 자실 수 없으니 우리한테 넌지시 선물해 주네. 이 커다란 호박알 따서 다 먹을 무렵 새 호박알 굵고, 새 호박알 또 따서 다 먹을 무렵 다른 호박알 굵겠지. 얘들아, 모두모두 함께 만지고 함께 보자. 다 같이 들여다보고 다 같이 일하다가 다 같이 놀자.


.. 새끼 고양이는 속으로 생각했지요. 한 번 더 건드리면, 머리가 쑥 나올지도 몰라 ..  (21쪽)

 

 


  아이들이 궁금덩어리라면, 새끼 짐승도 궁금덩어리로구나 싶습니다. 고양이도 강아지도 병아리도 모두 궁금덩어리일 테지요. 알고픈 누리가 넓어요. 알고픈 바다가 깊어요. 알고픈 숲이 깊어요. 저마다 이것 살짝 건드립니다. 서로서로 저것 가만히 집어서 입에 넣습니다.


  아이들은 모래도 흙도 돌도 거리끼지 않고 입에 넣습니다. 뭐, 돌멩이를 삼켜도 걱정할 일 없어요. 아이 뱃속을 두루 거쳐 똥으로 나오니까요. 아이가 잘 안 씹고 밥을 먹으면, 밥알도 콩알도 도로 똥으로 고스란히 나와요. 우리 집 두 아이 아직 똥오줌 못 가릴 적에 똥바지 치우고 밑을 씻기면서 ‘이 아이들이 제대로 안 씹고 삼킨 것’이 똥으로 어떻게 나오는가를 참 오래도록 보았어요.


  그러나, 아이들은 밥상머리에서 언제나처럼 잘 안 씹고 꿀꺽 삼켜요. 배고프니 얼른 삼키지요. 입에 군침이 도니 얼른 입에 넣고는 또 손으로 집어서 또 삼키고, 자꾸자꾸 되풀이하지요.


.. 새끼 고양이는 한 발, 한 발, 또 한 발 물러났고요. 웅덩이 바로 앞까지 말이에요 ..  (35쪽)

 


  버나딘 쿡 님 글에 레미 찰립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호기심 많은 고양이》(비룡소,2002)를 읽습니다. 온통 궁금덩어리인 고양이는 거북이를 처음 만납니다. 무엇일까? 누구일까? 가만히 생각하며 살그마니 다가섭니다. 거북이는 덩치 큰 고양이(비록 새끼라 하더라도)를 보고는 머리를 움찔, 쏙 숨습니다. 이내 네 다리 쏙 감춥니다. 고양이는 화들짝 놀랍니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 있담?


  그런데, 머리와 다리가 다시 뿅 나옵니다. 고양이는 더 놀랍니다. 뭘까, 무엇일까, 어떤 녀석일까, 살금살금 뒷걸음을 하다가 그만 웅덩이에 퐁당 빠집니다.


  새끼 고양이는 거북이하고 물에 대어 꽁지 빠져라 내뺍니다. 궁금덩어리 새끼 고양이는 궁금한 이야기 한 가지를 풀었을까요. 앞으로는 웅덩이 언저리에 얼씬도 안 할가요. 다시 거북이를 만나면 놀라서 숨을까요.


  궁금함을 풀면서 한 살 두 살 자랍니다. 궁금함을 마음으로 품으며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되어도 궁금한 이야기가 많아, 동무를 사귀고 책을 읽으며 나들이를 다닙니다. 해마다 새로 봄을 만나도 새삼스러워 다시 봄꽃을 누리고 봄풀을 뜯습니다. 해마다 새로 가을을 맞이해도 새삼스러우니 다시 가을볕을 쬐고 가을바람을 마십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얽힌 궁금함을 모두 풀었음직한 어른이지만, 어른들도 해마다 철마다 날마다 새삼스럽다고 느낍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해한테 인사합니다. 햇볕을 가리는 구름을 쳐다보며 손을 흔듭니다. 늦여름에 바다 건너 따스한 나라로 돌아간 제비가 새봄에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며 바닷가에서 물결 소리를 듣습니다.


  삶은 온통 새롭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 솟습니다.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들도 함께 자랍니다. 아이들은 배우고, 어른들도 함께 배웁니다. 삶을 이루는 빛은 그예 궁금덩어리입니다. 4346.9.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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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30 08:57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아이들이랑 새끼 고양이는 닮았네요~
한시도 가만 안 있고 늘 무엇인가를 궁금해하고 이것이 무엇일까? 새끼 고양이가 폴싹폴싹 앞발로 살짝 건드려 보고 뒷발로 펄썩 뛰어 오르다, 또 다시 다가가 보며...자기가 지칠 때까지 아주 즐겁게 잘 놀지요~~

지난번에 보내주신 후박나무 가랑잎이 "하루하루 깨어서 살고, 하루를 되돌아보며 쓰며 그 하루하루가 쌓여서 이오덕의 온 삶이 되었습니다."라고 적힌 이오덕 선생님 사진엽서 옆에서 오늘도 예쁘게 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직도 코끝에 대어 보면 풋풋한 나뭇잎 냄새가 나요...

파란놀 2013-09-30 09:36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가을비와 함께 가을바람
상큼하게 하루를 누리셔요~
 

골목사진 아카이브

 


  도시에 있는 문화재단 지원금으로 꾀하는 ‘사진 아카이브 작업’이 있습니다. 도시가 어떤 모습인가를 사진으로 찍어 남긴다고 하는데, 이 일을 하는 분들은 도시에 있는 골목동네를 ‘작가’로서 ‘예술’을 하며 ‘구경’합니다. 스스로 골목동네 한식구가 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얼른 이 모습 찍은 다음, 저곳에서 빨리 저 모습 찍으려 할 뿐입니다. 이리하여 이들 ‘사진 아카이브 작업’은 도시 재개발 때문에 자꾸 밀리거나 쫓기는 골목사람 터전을 ‘폐허’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합니다.


  동네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아니니, 작품이 되는 예술만 바라볼까요. ‘폐허’를 찍을 때에 독자들한테 파고드는 무언가 더 크다고 여겼을까요.


  예쁘고 즐겁게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폐허’ 바로 옆에 있는데, 예쁘고 즐겁게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려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작품과 전시와 공연은 이어질 테지요.


  ‘구경’하는 사진은 ‘관광사진’입니다. 구경하는 예술가로서 찍는 사진은 예술사진조차 아닌 관광사진입니다. 관광사진은 기록사진도 ‘사진 아카이브 작업’도 될 수 없습니다. 도시 모습을 보여주거나 남길 만한 사진이 되도록 하려면, 동네사람한테 사진기를 쥐어 주어야 해요. 동네사람이 스스로 사진기를 쥐어 이녁 집을 스스로 찍고, 이녁 이웃을 서로서로 찍으며, 이녁 동네 아침과 저녁 흐름을 찬찬히 찍을 수 있도록 할 노릇이에요.


  문화재단 공무원들은 작가를 부르지 마셔요. 작가 아닌 동네사람을 마주하셔요. 공무원이기에 작가 아니고는 모를는지 모르는데, 동네사람을 모르겠다면 ‘사진 아카이브 작업’을 하지 마셔요. 동네와 동네사람을 모르고서 어떤 사진으로 어떤 도시 어떤 골목을 들여다볼 수 있겠습니까. 4346.9.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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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냄새 맡는 마음

 


  아픈 냄새가 흐릅니다. 숲을 이루고 그늘을 드리우며 푸른 숨결 베풀던 나무들 모조리 잘린 멧자락에서 아픈 냄새가 흐릅니다.


  왜 멀쩡한 나무를 벨까요. 왜 떡갈나무 신갈나무 베고 소나무 몇 그루 달랑 남길까요. 땔감으로 쓸 생각이 아니면서 왜 삽차와 기계톱으로 멧기슭을 파헤쳐 나무도 풀도 몽땅 죽여야 할까요.


  누가 시키는 짓일까요. 누가 벌이는 일인가요. 나무가 없는 숲이 있는가요. 나무가 없는 메가 있을까요.


  군청 공무원은 스스로 씨앗을 내려 자라던 숲나무를 베고는, 돈을 들여 어떤 꽃나무를 나무젓가락처럼 박습니다. 나무젓가락 같은 어린나무가 쓰러지지 말라며 ‘나무 버팀대’까지 댑니다. 나무를 벤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으며 또 나무 버팀대를 쓰는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 줄 깨닫지 않습니다.


  숲나무는 스스로 숲이 됩니다. 숲나무는 사람들이 억지로 베고 심고 한대서 숲이 되지 않습니다. 천 해를 살고 만 해를 살아가는 나무입니다. 사람이 섣불리 건드릴 만한 나무가 아닙니다. 앞으로 천 해나 만 해 동안 숲이 어떻게 될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나무를 건드리지 마셔요. 이녁이 앞으로 천 해나 만 해쯤 살아갈 만한 목숨이라 하더라도 나무를 쉽게 건드리지 마셔요. 나무한테서 아픈 냄새 흐르게 하지 마셔요. 나무한테서 싱그러운 풀바람 흐르도록 사랑을 하셔요. 4346.9.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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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고기

 


골짝물에 발 담그고
10초쯤 가만히 숨죽이면
손톱달보다 작은 냇물고기
살살 다가와 복복
발등과 발가락 입맞춘다.

 

간지럽네 하며 발가락 꼼지각하면
작은고기 화들짝 놀라
쌩쌩 꼬리를 뺀다.

 

간지럼 참으며 다시
발을 담그면

 

냇물고기 살살 다가와
종아리와 발등과 발가락 골고루
쪽쪽 입맞추어 준다.

 


43436.9.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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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9 23:04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시는, 머리로 쓴 시가 아니라
삶으로 만나고 쓰신 아름다운 시라, 늘 읽으며~냇물고기가 다가와
발등과 발가락에 입을 맞추듯 즐겁고 참, 좋습니다..
늘 좋은 시, 행복한 시 읽게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파란놀 2013-09-30 06:30   좋아요 0 | URL
머리로는... 쓸 수가 없어서요 ^^;;;
제 머리는 시를 쓸 머리가 안 되어
머리로는 시를 못 쓰는구나 싶어요 ^^;;;
 

탱자 열매와 고들빼기

 


  탱자나무 열매가 익는 한가을로 접어든다. 탱자 열매 노란 빛깔을 바라보면서 하늘빛이 얼마나 높고, 가을바람이 얼마나 보드라운가를 읽는다. 탱자는 탱자알을 보아야 비로소 탱자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탱자나무는 생김새가 퍽 남달라 잎사귀 모두 떨어진 겨울이나 아직 새잎 안 돋은 봄에도 알아볼 만하지만, 탱자알 동그랗고 노랗게 빛나는 가을에 그야말로 ‘탱자네!’ 하면서 눈웃음을 지으며 반가운 마음에 손을 뻗는다.


  탱자나무 열매 곁에 고들빼기꽃이 하얗다. 고들빼기는 꽃이 필 무렵 키가 쑥쑥 올라 탱자나무 곁에서 제법 큰 풀줄기를 선보인다. 가을날 고들빼기 풀줄기는 어른 키를 훌쩍 넘곤 한다. 꽃을 피워 씨를 맺을 적에는 더 멀리 더 고루 씨앗 퍼지라고 이처럼 줄기가 쑥쑥 오르겠지.


  탱자나무는 씨앗을 어느 만큼 퍼뜨릴 수 있을까. 탱자알은 어떤 넋을 품에 안고 새로운 어린나무로 자랄 빛을 이 동그란 알에 담을까. 가을이 무르익는다. 4346.9.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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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9 23:06   좋아요 0 | URL
참~신기해요!
탱자는 저도 알고 어렸을 때는 자주 본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나무에 달려있는 모습은 처음 만나요.^^
줄기는 면류관처럼 뾰족한 가시지만...잎은 참 순하게 생겼네요~
갑자기 어디선가, 아련히.. 탱자의 향기가 나는 듯 합니다!! ㅎㅎ

파란놀 2013-09-30 06:08   좋아요 0 | URL
탱자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굵고 커서 울타리로 많이 써요. 그래서 예부터 '탱자나무 울타리'라고 했어요. 탱자나무 한 그루 바깥에 심으면 몇 해 뒤 아무도 못 넘어올 자연스러운 울타리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