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60] 나락 익는 냄새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늙은 시인도 어린 아이도
  함께 가을볕 쬐면서 나락 익는 냄새 맡으면.

 


  시골사람도 도시사람도 나락 익는 고소한 냄새 느긋하게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시골사람은 나날이 나락내음이나 풀내음보다는 농약내음과 비료내음에 길듭니다. 도시사람은 나날이 시골하고 등지면서 나락이 익건 풀에 꽃이 맺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늙어 허리 휘는 시골사람은 힘들다며 비료와 농약만 쓰려 하고, 흙하고 멀리 떨어진 도시사람은 돈벌이에 바쁘다며 길가나 골목 들풀 한 포기조차 바라볼 겨를 없습니다. 하루를 기쁘게 누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하루를 아름답게 맞이하는 삶은 어떻게 거듭날까요. 4346.10.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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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르르

 


  새근새근 잘 자는 아이들이 “모기 있어!” 하고 부르는 소리에 바로 잠을 깬다. 코코 잘 자던 아이가 “쪼르르!” 소리를 내며 쉬를 누는 소리에 벌떡 잠을 깬다. 모기를 잡느라 한동안 부시시한 몸으로 모기 소리를 기다린다. 내 몸뚱이에 달라붙으라고 팔다리 뻗어 끌어들여서 철썩 내리쳐서 죽인다. 서른 달로 접어들 작은아이 어디에 쉬를 누었나 살피며 얼른 천기저귀로 평상 바닥을 훔치고, 평상을 까서 방바닥에 고이는 오줌을 닦는다.


  돌이켜보면, 신문사지국에서 먹고자며 신문을 돌리던 1995년부터 바깥소리에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새벽 한 시와 두 시 사이에 신문사지국 앞에 신문덩이 떨어지는 ‘쿵! 쿵!’ 소리에 잠을 깨어 벌떡 일어났다. 신문 갖다 주는 일꾼으로서는 바닥에 쿵 소리 나게 던질밖에 없지만, 한 덩이라도 더 바닥에 패대기쳐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 척척 들어서 바닥에 곱게 내려놓으려 했다. 짐차 일꾼이 아무리 겨냥을 잘 해도 신문덩이 한쪽이 망가지기 마련이요, 짐차 일꾼이 바쁜 날에는 아무렇게나 던지곤 하니 바로바로 깨어서 신문덩이를 날라 쌓아야 한다. 이때에는 빗방울 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느끼며 잠에서 깨기도 했다. 신문이 조금이라도 젖으면 안 되니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소리에 잠을 확 깨어 벌떡 일어날까. 이제껏 살아오며 돌아보면, “밥 먹자!” 하는 소리에는 시큰둥하고, “과자 먹자!”나 “빵 먹자!” 하는 소리에는 눈을 빛내며, “이야 가자!” 하며 나들이 가자고 하면, 자던 아이들 벌떡벌떡 아주 빠르게 일어난다. 4346.10.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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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47. 2013.9.12.

 


  여섯 살 어린이 사름벼리야, 네가 마당 평상에 앉아서 풀바람을 쐬고 풀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을 적에는 어느 모습이나 더할 나위 없이 곱단다. 누구라도 이와 같겠지. 누구라도 풀바람을 쐬고 풀노래를 들으면서 나무그늘 누리며 책을 읽는다면 참으로 고운 빛이 감돌리라 느껴. 흔히 ‘책을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네 아버지는 달리 생각해. ‘숲에서 책을 읽는 사람일 때에 비로소 아름답다’고 생각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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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누군가를 돌보면서 살아간다. 나는 누군가 돌봐 준 사람이 있어 태어나 자랐고, 내 곁에는 내 보살핌을 즐겁게 받는 사람이 있고, 나 또한 내 이웃한테서 즐겁게 보살핌을 받는다. 아픈 사람은 병원에 보내면 되지 않는다. 어린이는 유치원에 보내면 되지 않는다. 늙은이는 양로원에 보내면 되지 않는다. 집이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아픈 사람도 안 아픈 사람도 함께 살아가는 곳이 집이다. 기쁜 사람도 슬픈 사람도 함께 살아가며 어깨동무를 하는 곳이 집이다. 할아버지가 먼저 떠난 뒤 할머니가 마음에 힘을 잃고 오락가락하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네 칸 만화로 담아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가 태어났다고 한다. 만화를 그린 이 스스로 이녁 어머니와 즐겁게 마지막 나날 누렸기에 이 이야기가 빛을 보면서 사람들 가슴을 촉촉히 적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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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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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놀이 2

 


  큰아이더러 ‘우리 제발 빨랫줄 괴롭히지 맙시다’ 하고 얘기한들 부질없다. ‘얘야, 빨랫줄은 처마하고 뒷간 사이에 이었는데, 자꾸 잡아당기면 처마 끝자락하고 뒷간 나무가 다쳐.’ 하고 얘기한들 덧없다. 좀 빨랫줄 놔두지 않겠니? 네가 세게 잡아당기라고 늘어뜨린 빨랫줄이 아니잖아. 네가 빨랫줄 붙잡고 늘어지기를 그치지 않으면 이제 빨랫줄은 걷을 수밖에 없어. 4346.10.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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