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깃거리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에서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사람’ 이야기를 곧잘 찍거나 다룬다. 이야깃거리가 된다고 여긴다. 이와 달리,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 이야기는 거의 안 찍고 안 다루지 싶다. 이야깃거리가 안 된다고 여기지 싶다. 아마 예전에는 시골 떠나 도시로 가서 이름과 돈과 힘 거머쥔 사람들 이야기를 곧잘 찍거나 다루었을 테지. 이제는 시골사람 거의 다 도시로 떠나는 흐름이요, 도시로 떠날 만한 시골사람 얼마 안 남았으니, 이런 이야기는 잘 안 다루지 싶기도 하다. 더구나 오늘날 도시를 이루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시골사람이라 할 만하지 않겠나. 이웃 할매와 할배가 새벽부터 콤바인을 빌려 마을논 나락을 벤다. 택배 일꾼이 여덟 시 조금 넘어 상자 하나를 갖다 준다. 시월 십이일 가을날 아침햇살 노랗게 밝다. 4346.10.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서로 다른 생각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얼 하며 놀면 재미날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며 일찌감치 일어나서는 오늘 아침에 아이들한테 무얼 차려서 먹이면 맛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봄에도 가을에도 이마와 등허리에 땀이 흐르도록 뛰면서 논다. 나는 봄에도 가을에도 새벽바람으로 밥을 끓이고 국을 끓이며 반찬을 마련한다. 서로 다른 생각이지만 서로 같은 집에서 살아가고, 서로 다른 움직임이지만 서로 같은 즐거움을 그린다. 4346.10.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받아들인 도서관 취재 (도서관일기 2013.10.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2007년 4월부터 문을 연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이다. 2013년은 어느새 일곱 해째인데, 이제껏 대견스레 잘 살아왔구나 싶다. 그동안 여러 신문·방송에서 도서관으로 취재를 하러 오겠다 했고, 인천에서 몇 차례 신문취재만 받아들인 뒤, 더는 ‘기자 손님’을 받지 않았다. 책을 살피며 읽는 넋이 아닌 구경하는 눈길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책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마다 어떤 넋 서렸는가 헤아릴 적에 비로소 책읽기가 된다고 느낀다. 줄거리 훑는대서 책읽기는 아니다. 줄거리에 깃든 삶과 꿈과 넋을 마음으로 받아안으면서 내 하루를 새로 보듬는 기운 북돋우며, 시나브로 책읽기 되리라. 이번 방송취재 받아들이며 ‘굳이 시골 깊은 곳’, 게다가 ‘전라남도 고흥’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긴 까닭을 이야기했다. 책은 책이면서 나무이고, 사람들 삶이다. 이런 책이 있는 시골마을 도서관까지 오려면 품 많이 들고 오래 걸린다. 그러나, 도시에서 시골로 오는 동안 푸른 숲과 들을 본다. 시골자락 멧봉우리와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며 바다이며 냇물을 만난다. 자동차 창문을 열고 싱그러운 바람 쐬며 ‘사람이 살아가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차분히 되새길 수 있다. 우리 도서관으로 와서 온갖 책 골고루 만지면서 읽어도 반갑다. 그리고, 고흥 시골로 오가면서 숲바람·들바람·바닷바람 쐬며 마음과 몸에 푸른 숨결 담을 수 있어도 반갑다. 종이책만 책이 아니고, 전자책만 책이 아니다. 숲책이 있고, 들책이 있다. 풀책, 나무책, 꽃책과 하늘책, 냇물책, 흙책과 빗물책 또한 책이다. 밥책과 빨래책이 있으며, 걸레책과 설거지책이 있다. 우리 삶은 모두 책이다. 삶책이다. 이를 오롯이 느끼며 책읽기가 이루어진다. 인문지식·사회지식·정치지식·과학지식으로는 삶을 일구지 못하고, 삶을 돌보지 못한다. 아이들은 육아지식 아닌 사랑으로 보살필 뿐이다. 삶은 사랑으로 가꾸며, 책은 사랑으로 읽는다. 나무그늘에 서 보라. 나무내음 맡으며 나무노래를 들어라. 나무 한 그루에 감도는 햇살·빗물·바람·흙을 읽으면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읽어 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oren 2013-10-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일과에서 벗어나 저 멀리 언덕이나 늪을 행해 들판을 가로지르곤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나는 결코 그치지 않고 책들을 공부해서 알게 되었을 것보다 그 책들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다. 내가 보거나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는 교실에 내 자신이 와 있음을 알았다"고 소로가 말한 바로 그 '책들과 교실들'이 '자연'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해주는 일이 얼마나 보람되고 즐거운 일일지요.

파란놀 2013-10-12 14:58   좋아요 0 | URL
하버드대학교 다니며 너무 괴로운 나머지
도무지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숲으로 들어가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했고요.

이런 마음을 오늘날 인문학자는 얼마나 헤아릴까 궁금해요.
아마... 다들 거의 모르는 채 도시에, 서울에 몰려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에 사로잡힌 채 논쟁만 쏟아낼 테지요...

appletreeje 2013-10-1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둘의 책장에 꽂힌 책들이 무척 눈이 갑니다~
종이학을 탄 꼬마 책과 온천(?)물 속에 들어가있는 꼬마 그림책도
무척 귀여워요! 어떤 재미난 이야기일지 궁금합니다~

파란놀 2013-10-13 09:01   좋아요 0 | URL
온천물 꼬마 그림책은
한국말로 번역되었어요.
아... 이름이 뭐였더라.... @.@
에구구.... ㅠ.ㅜ
 

손으로 쓰는 글

 


  글을 손으로 쓰지 발로 쓰는가 하고 묻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글은 발로 쓴다고도 말한다. 손을 쓸 수 없다면 발을 써서 글을 적바림할 만하리라 느끼는데,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손으로 쓰는 글’이라고 이야기한다.


  발품을 파는 만큼 느끼고 배운다. 몸품을 파는 만큼 겪으며 익힌다. 마음을 쓰고 생각을 기울이며 사랑을 들이는 만큼 헤아리면서 맞아들인다. 곧, 발뿐 아니라 몸으로도 쓰는 글이라 말할 수 있고, 사랑으로 쓰는 글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금 ‘손으로 쓰는 글’이라고 이야기한다.

 

  발품과 몸품, 마음과 생각과 사랑, 이 모두를 아우르고 엮어서 ‘손으로 쓰는’ 글이라고 느낀다. 누군가는 발로도 칼질을 하며 밥을 차릴 수 있으리라. 그래도 나는 ‘손으로 도마질을 하며 밥을 차려 내놓는다’고 이야기한다. 온몸으로 사랑을 들여 차리는 밥은 늘 따사로운 손길로 마무리를 지어 내놓는다.


  또박또박 손으로 글을 쓴다. 빈 종이에 볼펜을 꾹꾹 눌러 손으로 글을 쓴다. 곧 다른 빈 종이 하나를 꺼내 천천히 정갈히 옮겨서 적는다. 셈을 켜서 글판 두들기면 훨씬 빨리 더 많이 쓸 수 있지만, 꼭 종이 크기만큼 손글을 쓴다. 어느덧 글은 ‘글’과 ‘손글’로 나뉜다. 그런데 먼먼 옛날부터 ‘글을 쓴다’고 하면 손으로 쓰는 글이었다. 앞으로도 ‘글을 쓴다’고 할 적에는 손으로 쓰는 글이 되리라. 손으로 짓는 밥, 손으로 비비는 빨래, 손으로 기우는 옷, 손으로 베는 나락, 손으로 뜯는 풀, 손으로 씻기고 안으며 쓰다듬는 아이들, 손으로 일구는 보금자리, 손으로 떠서 마시는 물, 여기에 손으로 쓰는 글. 4346.10.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방에 가면 즐겁다

 


  헌책방이거나 새책방이거나, 책방에 가면 즐겁다. 나를 부르는 책을 만나서 즐겁기도 하지만, 책이 있어서 즐겁다. 어떠한 책이건 내 마음과 눈과 넋과 말을 북돋우는 사랑스러운 책에 둘러싸여 몸을 쉴 수 있어 즐겁다.


  책을 한 권도 못 고른 채 바삐 돌아나와 다른 곳에 볼일을 보러 가야 하더라도, 살짝 책방 문 열고 들어가서 골마루를 빙 한 바퀴 돌면 숨이 놓인다. 어수선하거나 어지럽던 실타래가 풀린다. 책내음을 맡는 동안 내 마음자리가 제자리를 잡는다. 푸르게 우거진 숲속에 깃들면 몸속 깊은 데까지 푸른 숨결이 서려 고운 넋 되는 느낌하고 같다고 할까. 따지고 보면, 책이란 모두 종이이다. 종이란 모두 나무이다. 나무란 모두 숲이다. 숲이 종이로 다시 태어나고, 종이는 책으로 거듭 태어나서 책방에 놓인다. 이 책이건 저 책이건 모두 나무요 숲이다. 이 책도 저 책도 다 함께 나무이면서 숲이다.


  책내음 맡는 사람은 나무내음을 맡는다. 책내음 즐기는 사람은 숲내음을 즐긴다.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데는 숲이라 하잖은가. 숲에서 책을 읽으면 가장 느긋하고 사랑스럽게 이야기에 빨려들 수 있다잖은가.


  숲을 숲에서 읽으니 즐거울밖에 없다. 숲을 숲에서 누리니 웃음이 피어나고, 꿈이 자라며, 사랑이 샘솟을밖에 없다.


  이리하여, 책방에 가면 즐겁다. 나를 부르는 책을 만나며 즐겁다. 나를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촉촉히 적시거나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책을 마주하며 즐겁다. 나무내음 맡고 숲바람 쐬고 싶어 책방마실을 한다. 4346.10.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