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65] 가르치기

 


  날마다 새로 배우는 아이들.
  나날이 새로 깨닫는 어른들.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이 날마다 새로 배우듯, 어른들도 날마다 새로 배우면 된다고 느낍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까닭은 목숨을 잇기 때문일 텐데, 몸을 이루는 세포가 꾸준히 새날 맞이할 수 있자면, 마음을 이루는 빛이 꾸준히 거듭나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같은 밥을 짓더라도 날마다 새로 짓는 밥이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날마다 새로 하는 일입니다. 말 한 마디 섞으며 말 한 마디만큼 자라고, 별 한 번 올려다보며 별빛 한 줌만큼 큽니다. 아이들은 새로 배우고, 어른들은 새로 깨닫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을과 보금자리는, ‘배우는 사람’들이 일군다고 느낍니다.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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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69] 겹문·덧문

 


  기차역에는 없지만 전철역에는 있는 문이 있습니다. 기차역에도 때때로 사람들 복닥거리지만 전철역은 언제나 사람들 복닥거리는 터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다치지 않도록 하자면서 덧대어 붙인 문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스크린도어’로 썼다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안전문’으로 고쳐서 쓰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래, 잘 고치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안전(安全)’이라는 낱말은 써도 될 만한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안전하도록 이중으로 달아 놓은 문”이기에 ‘스크린도어·안전문’이라는 이름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답니다. 그런데, 영어로 쓰는 ‘스크린도어’에는 ‘안전’을 가리킬 만한 낱말이 없어요. 그저 ‘스크린’과 같이 붙인 문이라는 뜻이에요. 흔히 “안전에 주의(主意)하셔요” 하고도 말하는데, “안 다치게 잘 살피셔요”라는 뜻입니다. 곧, “안 다치도록 겹으로 달아 놓은 문”이 전철역에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겹으로 달아 놓은 문이 있으니, ‘겹문’입니다. 전철에 문이 있는데 다른 문을 하나 더 달았으면 ‘덧문’이기도 합니다. 겹문이나 덧문을 달 적에는 “안 다치게 하려는” 뜻입니다.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서 영어를 덜 쓰도록 하자는 뜻은 참 좋은데, 영어만 안 쓰도록 한대서 될 일이 아니에요. 쉬우면서 한겨레 넋과 삶을 아울러 헤아릴 만한 빛까지 짚기를 빕니다.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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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책시렁에서 내 책

 


  헌책방 책시렁에서 내 책을 만난다. 너, 누구한테서 읽히고 이리로 왔니? 너를 읽은 사람은 즐거운 마음이었니? 기쁘게 다 읽고 나서 너를 이곳에 곱게 데려다주었니? 앞으로 누가 너를 다시 즐거이 알아보면서 차근차근 읽을까. 내가 헌책방에서 만나는 책들은 누군가 즐겁게 장만해서 읽은 책이듯, 너 또한 누군가한테서 곱게 사랑을 받고서 이곳에 깃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 사랑스러운 손길을 탄 책들이 새롭게 사랑스러운 손길을 타기를 기다리는 헌책방 책시렁에서, 너 또한 고운 책빛을 흩뿌리면서 다소곳하게 잠들었구나. 머잖아 네 어깨를 톡 치면서 빙그레 웃을 책손 만나리라. 그날까지 고즈넉하게 단꿈을 누리렴. 4346.10.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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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새옷 좋은 어린이

 


  날마다 조금씩 키와 몸이 자라는 큰아이가 여섯 해째 겨울을 맞이한다. 날이 폭한 전남 고흥에서 지내니 그리 걱정하지 않으며 곧 겨울이 오겠네 하고 생각하는데, 인천에 계신 헌책방 할머님이 큰아이 새옷 한 벌 선물해 주신다. 큰아이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소포꾸러미를 끌르는데, 큰아이는 처음부터 제 것인 줄 알아차린 듯하다. 상자에서 옷을 꺼내면서도 ‘어머니 옷이야.’ 하고 말했는데, 꼭 저한테 맞는 옷인 줄 알고는 웃음이 그치지를 않는다. 그래, 네 옷이란다. 네 새옷이란다.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할머님이 보내준 옷이란다. 4346.10.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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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10-17 22:07   좋아요 0 | URL
새옷입고 좋아하는 모습에 한번 웃고, 짝짝이 양말에 두번 웃습니다. ^^

파란놀 2013-10-18 05:02   좋아요 0 | URL
네, 양말을 짝짝이로 신기를 참 좋아한답니다~ ^^;
 

봉투놀이 1

 


  큰아이한테 두툼한 겉옷 한 벌이 온다. 인천에 있는 헌책방 할머님이 선물로 보내주셨다. 큰아이는 새옷을 입고 들고 좋아한다. 작은아이는 누나 새옷 담겼던 봉투를 슬그머니 쥐더니 머리에 뒤집어쓴다. 그러면서 아웅 아웅 소리를 내면서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린다. 봉투를 뒤집어쓴 ‘봉투괴물’이니? 이리 달리며 퍽, 저리 달리며 퍽, 잘 논다. 4346.10.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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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17 11:09   좋아요 0 | URL
벼리는 좋은 어른께 두툼한 새옷 선물 받아 즐겁고 기쁘고
또 보라는 새옷 담겼던 봉투를 쓰고 신나게 놀고
예쁜 아이들 즐거워하는 모습 보는 어른들 웃음 짓고
또 이 글과 사진 만나는 저도 참~ 좋고 즐겁습니다~*^^*

파란놀 2013-10-17 12:3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이렇게 개구지게 놀면서...
집안이 참... 어수선해요 ^^;;;

그런데 그렇게 어수선하더라도
잘 노니... 치우면서 이맛살 찡그리기도 하지만 ^^;;;
날마다 새삼스럽게 즐거운 일이로구나 하고 느끼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