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고속도로

 


  자동차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찻길 반듯하게 편다면서, 전라도 고속도로는 너무나 많은 멧자락에 끔찍하게 긴 구멍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팠다.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책을 펴고 읽으려다가, 끝없이 되풀이되는 슬픈 구멍길을 맞닥뜨리며 눈이 아프다. 책을 읽을 수 없다. 아, 책을 손에 쥔 내 눈이 이리 아픈데, 이 구멍길 고속도로를 날마다 달려야 하는 시외버스 일꾼 눈은 얼마나 아플까. 하도 아픈 나머지 이제는 아픈 줄 잊고 아무렇지 않게 달릴 수 있나.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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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밥 안 먹기

 


  시골집에서 시골밥 먹으며 시골사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바깥일을 보러 바깥으로 마실을 나와서 바깥밥을 사다 먹을 적에, 으레 속이 구지레하다. 시골살이 여러 해에 걸쳐 바깥마실을 할 적마다 이렇게 배앓이를 하다가, 이제부터 다짐을 한다. 도시로 가면 도시밥은 안 먹자고 다짐을 한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바깥밥은 안 사 먹는다면 빵도 과자도 김밥도 안 사 먹겠다는 뜻이다. 무엇을 먹지? 그래, 고구마를 먹지. 날밤을 먹지. 오이를 먹지. 당근을 먹지. 감이랑 배랑 능금을 먹지. 옳구나. 먹을거리 많네.


  새벽녘 첫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온다.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 기차역 앞에서 내린다. 가게에 들러 고구마랑 오이랑 당근이랑 날밤이랑 배를 고른다. 7480원 나온다. 한 꾸러미 두둑하다. 이 꾸러미 하나로 며칠쯤 먹을 만할까. 시골집에서 받은 시골물과 이것들 먹으면 여러 날 뱃속 느긋하면서 홀가분하겠지.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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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에 간다.

오늘은 아이들과 옆지기는

시골집에 머문다.

 

나는 이번에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전국 헌책방 사장님들 간담회

자료정리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간다.

 

일요일에는

보수동 사진책 출간기념회도 한다.

잘 다녀와야지.

 

아이들아, 어머니하고 사랑스레 놀며

즐겁게 노래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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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18 20:22   좋아요 0 | URL
아~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에 가셨군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 함께살기님의 <책빛 마실> 출간기념회지요!
어젯자 조선닷컴이나 오늘 동아닷컴, 사회면에도 함께살기님의 기사가 실렸어요.^^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일요일까지 좋은 시간 보내시고, 즐겁게 돌아 오세요~*^^*

파란놀 2013-10-19 07:42   좋아요 0 | URL
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홍보대사'가 되었기 때문에
조선일보 기자하고 인터뷰를 했어요..

홍보대사는 매체를 가리지 말아야 하더군요 @.@

저로서는 책방골목 책지기 많은 분들한테 도움이 될 일을 해야 할 뿐이라,
이렁저렁 애쓰기는 했는데, 그만 한 보람과 사랑을
부산 책방골목 책지기님들이 두루 누리실 수 있기를 빈답니다.

어제 부산에 와서 책방마다 다니는데
다들 그 기사를 고맙게 여기시더라고요.
그러나, 헌책방골목 책지기 그분들이 수십 년 애쓴 땀방울로
사람들이 알아보고 찾아갈 뿐이니,
참말 저로서는 '한손을 살짝 거들었을' 뿐이에요.

에고~
 

[시로 읽는 책 65] 가르치기

 


  날마다 새로 배우는 아이들.
  나날이 새로 깨닫는 어른들.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이 날마다 새로 배우듯, 어른들도 날마다 새로 배우면 된다고 느낍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까닭은 목숨을 잇기 때문일 텐데, 몸을 이루는 세포가 꾸준히 새날 맞이할 수 있자면, 마음을 이루는 빛이 꾸준히 거듭나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같은 밥을 짓더라도 날마다 새로 짓는 밥이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날마다 새로 하는 일입니다. 말 한 마디 섞으며 말 한 마디만큼 자라고, 별 한 번 올려다보며 별빛 한 줌만큼 큽니다. 아이들은 새로 배우고, 어른들은 새로 깨닫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을과 보금자리는, ‘배우는 사람’들이 일군다고 느낍니다.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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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69] 겹문·덧문

 


  기차역에는 없지만 전철역에는 있는 문이 있습니다. 기차역에도 때때로 사람들 복닥거리지만 전철역은 언제나 사람들 복닥거리는 터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다치지 않도록 하자면서 덧대어 붙인 문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스크린도어’로 썼다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안전문’으로 고쳐서 쓰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래, 잘 고치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안전(安全)’이라는 낱말은 써도 될 만한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안전하도록 이중으로 달아 놓은 문”이기에 ‘스크린도어·안전문’이라는 이름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답니다. 그런데, 영어로 쓰는 ‘스크린도어’에는 ‘안전’을 가리킬 만한 낱말이 없어요. 그저 ‘스크린’과 같이 붙인 문이라는 뜻이에요. 흔히 “안전에 주의(主意)하셔요” 하고도 말하는데, “안 다치게 잘 살피셔요”라는 뜻입니다. 곧, “안 다치도록 겹으로 달아 놓은 문”이 전철역에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겹으로 달아 놓은 문이 있으니, ‘겹문’입니다. 전철에 문이 있는데 다른 문을 하나 더 달았으면 ‘덧문’이기도 합니다. 겹문이나 덧문을 달 적에는 “안 다치게 하려는” 뜻입니다.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서 영어를 덜 쓰도록 하자는 뜻은 참 좋은데, 영어만 안 쓰도록 한대서 될 일이 아니에요. 쉬우면서 한겨레 넋과 삶을 아울러 헤아릴 만한 빛까지 짚기를 빕니다.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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