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빛

 


햇볕과 바람과 빗물이
흙땅에 내려앉으면서
풀과 나무 자라고,
어느덧 숲 이루어져,
이곳에 집을 짓고 사랑을 나누며
아이들 노래하고 춤추는
하루 곱게 빛나
무지개 됩니다.

 


4346.10.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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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71] 마을빛

 


  전남 고흥에 살면서 부산 보수동을 자주 드나듭니다. 올 2013년에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책잔치 열 돌을 맞이했고, 열 돌째 책잔치 기리는 이야기책 하나를 내놓았어요. 책을 엮으려고, 또 보수동 책방골목 책지기들 만나려고, 다달이 드나들면서, 고흥 시골빛과 부산 도시내음을 돌아봅니다. 고즈넉하며 따사로운 시골빛이 고흥에 있다면, 부산과 같은 큰도시에는 하루 내내 멈추지 않는 자동차물결과 높다란 건물들이 있어요. 새소리 아닌 차소리 넘치고, 풀과 나무 아닌 시멘트와 아스팔트 가득해요. 그렇지만, 이 도시 한복판에도 하루를 밝히고 빛내면서 삶을 사랑하려는 사람들 있습니다. 바쁘고 부산스레 볼일 보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넘치지만, 어느 누구라도 하늘바람 마시면서 목숨을 이어요. 지구별을 찬찬히 흐르는 하늘바람 마시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숨결 잇지 못해요. 풀노래 아닌 빵빵거리는 소리에 귀가 멍하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큰길에서는 이토록 시끄럽지만 안골목으로 깃들면 조용하며 아늑합니다. 크고작은 집들 다닥다닥 잇닿은 도시일 텐데, 이곳에서 저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 일굽니다. 우리는 스스로 꿈 하나 품으며 살림을 꾸립니다. 내 보금자리에서, 우리 마을에서, 다 함께 어깨동무하는 이 지구별에서, 사랑노래 부르며 삶을 짓습니다. 마을마다 다 다른 마을빛으로 어우러집니다. 고을마다 새삼스레 어여쁜 고을빛으로 마주합니다. 4346.10.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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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그야, 잘 가 눈높이 그림상자 12
주디스 커 글 그림, 박향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7

 


우리 가슴속에서 숨쉬는 하늘님
― 모그야, 잘 가
 주디스 커 글·그림
 박향주 옮김
 대교출판 펴냄, 2005.1.25.

 


  시골집 마당으로 찾아온 새들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들일 하시려고 경운기 몰고 지나가면 참새와 딱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 감기지만, 경운기가 지나간다 하더라도 우리 집 마당에서 놀며 열매를 따먹는 새들은 언제나 즐겁게 노래합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우리 집 둘레 풀숲에서 풀벌레가 노래합니다. 전라남도와 고흥군에서는 우리 시골마을까지 주암댐 수돗물 먹이겠다면서 고샅길 파헤쳐서 수도관 파묻는 일을 벌입니다. 커다란 기계 드나들며 귀가 아프도록 시끄럽지만, 풀숲 풀벌레는 큰 기계 드나들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풀벌레는 풀내음 나는 노래를 신나게 들려줍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옵니다. 군내버스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커서 아이들과 도란도란 속삭이기 어려운데, 그래도 아이들 말소리를 듣고, 이웃마을 어디에서나 길바닥에 널어 말리는 나락이 바짝바짝 마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저 높은 하늘 가로지르면서 비행기가 날더라도, 우리 집 마당에서 개구지게 뛰노는 아이들 말소리와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밥이 끓는 소리를 듣고, 손빨래 하면서 복복 비비는 소리를 스스로 빚어서 스스로 듣습니다. 아이들이 작은 수저를 놀려 작은 밥그릇 삭삭 비우는 소리를 기쁘게 듣습니다.


.. 모그는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죠. 머리가 지쳐서 죽을 것 같았어요. 발도 지쳐서 죽을 것 같았어요. 꼬리까지 지쳐서 죽을 것 같았어요. 모그는 생각했어요. ‘영원히 잠들고 싶어.’ 그래서 모그는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잠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조금은 깨어 있었죠 ..  (1쪽)

 


  시골 읍내에도 아파트가 있습니다. 시골 읍내에도 빈터와 논과 밭을 밀어 새 아파트를 올립니다. 가끔 읍내나 면소재지로 마실을 나와 돌아다니고 보면, 읍내와 면소재지는 시골 아닌 도시하고 똑같구나 하고 느낍니다. 읍내와 면소재지 불빛도 어둡지 않습니다. 가게들 줄지어 있는 곳은 모두 똑같이 밤에도 환해, 하늘에 뜨는 별을 못 보도록 가로막습니다.


  전깃불로 환한 도시 한복판입니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이라 하더라도 저 하늘에는 틀림없이 별이 있습니다. 온누리 별들은 우리 지구별을 포근하게 내려다봅니다. 온누리 별들은 우리 지구별에 맑은 빛줄기 살가이 베풉니다. 전깃불빛과 매캐한 배기가스 따위로 하늘이 흐리다 하더라도, 눈을 감고서 헤아립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으며 밝은 별빛이 우리 머리 위에서 초롱초롱 빛난다고 마음속으로 느끼고 읽으면서 받아들입니다.


.. 모그는 생각했어요. ‘저런 고양이는 아무 데서나 살아도 돼.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지.’ 그때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렸어요. 아기고양이 소리였어요. ‘저런.’ 모그는 생각했어요. ‘밖에 나가지 않았네. 여기서 뭐 해?’ 아기고양이는 모그를 보았어요. 아기고양이는 모그에게 기어왔어요. 아기고양이는 가르랑거렸어요. 모그는 생각했어요. ‘이 아기고양이는 나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어쩌면 얘는 멍청이가 아닐지도 몰라.’ (18∼19쪽)

 


  주디스 커 님이 빚은 그림책 《모그야, 잘 가》(대교출판,2005)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 귀에 곧바로 들리지 않더라도, 숱한 소리와 노래가 늘 흐릅니다. 우리 눈에 막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온갖 빛과 볕과 살과 무늬가 노상 감돕니다. 우리들이 살갗으로 제대로 느끼지 않더라도, 따사로운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고운 넋과 기운은 언제나 우리 둘레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눈빛이 이 마을과 저 마을에 있습니다. 어여쁜 아이들 어여쁜 목소리와 몸짓이 이곳과 저곳에 있습니다.


  자, 눈을 뜨고 더 또렷하게 들여다보셔요. 자, 눈을 감고 더 환하게 느껴요. 우리 둘레에 무엇이 있나요? 우리 곁에 누가 있나요? 풀잎 하나에 무엇이 깃들었나요? 꽃송이 하나에 어떤 숨결이 방긋 웃는가요?


.. 모그가 폴짝 뛰었어요. 아기고양이도 폴짝 뛰었어요. 모그가 발을 핥았어요. 아기고양이도 발을 핥았어요. 모그가 신문지 밑에 숨었어요. 아기고양이는 모그를 보았어요. 모그가 싱긋 웃었어요 ..  (20쪽)

 


  그림책 《모그야, 잘 가》는 ‘고양이 모그’가 나이를 많이 먹으며 조용히 죽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첫머리를 엽니다. 모그하고 함께 살아온 네 식구는 모그가 숨을 거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아픕니다. 늘 모그하고 함께 놀고 먹고 자고 이야기했는데, 이제 식구들 곁에 모그가 없으니 너무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그런데 말예요, 고양이 모그는 ‘몸은 죽어서 사라졌’지만, ‘마음은 그대로 남아’서 저를 아끼고 사랑하던 네 식구 곁에서 늘 맴돌며 지켜봅니다. 네 식구 지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하늘님은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있습니다. 바람님도, 해님도, 별님도, 꽃님도, 풀님도, 바다님도, 숲님도, 냇물님과 빗물님도, 모두 우리 가슴속에서 싱그럽게 빛납니다. 느끼려는 가슴이 있으면 느낍니다. 느끼려는 가슴이 있으면 못 느끼고 못 봅니다.


  가슴속 하늘님 빛노래를 함께 느껴요. 가슴속 하늘님 사랑씨앗 듬뿍 받아 차근차근 심어요. 가슴속 하늘님 푸른 숨결을 즐겁게 마셔요. 우리는 모두 한몸이면서 한마음이랍니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 아끼며 기대면서 삶을 밝히는 빛님이랍니다. 4346.10.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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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21 10:05   좋아요 0 | URL
<모그야, 잘 가>의 느낌글이 참 조용하면서도 보드랍고 환한 빛으로
마음을 비추어 주는 좋은 아침이네요~
그렇치 않아도 이 책,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3-10-21 20:06   좋아요 0 | URL
부산에서 이 글을 쓰느라 사진을 못 붙였어요.
고흥으로 돌아왔으니
사진을 붙일 수 있을 텐데,
내일쯤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
 

기차에서

 


메밀꽃 닮은 조그마한 흰꽃
기찻길 옆으로 줄줄이 이어
흐드러진다.

어떤 꽃일까.


이름은 무엇일까.
빠르게 달리는 기차에서
좀처럼 알아보지 못하며 스치기만 한다.

 

민들레라면, 고들빼기라면, 붓꽃이라면,
함박꽃이라면, 딸기꽃이라면, 감꽃이라면,
아마 바로 알아보았겠지.

 

기차에서 내려
풀숲길을 걷고 싶다.

 


4346.10.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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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고흥으로 돌아갈 찻삯이 없다.

부산 보수동에서

책을 살 돈도 없다.

부산까지 잘 와서

여관삯 하루 치렀지만

이틀째에는 여관삯 없어서

이곳에서 만난 분한테서 돈을 얻어

여관삯을 치렀다.

 

그래도 피시방에서 한 시간 즈음

글을 쓸 돈은 조금 있다.

 

오늘 누구한테 꾸든 빌리든

내 글을 종이에 적어서 팔든

찻삯을 벌거나 모아야겠다.

그리고... 책을 사서 시골로 돌아갈 돈도 벌거나 모아야지.

 

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다짐에 다짐과

생각과 생각을

거듭거듭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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