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6. 2013.10.24.

 


  마알가니 하얗게 꽃을 피우는 탱자나무이다. 이 탱자나무에 탱자꽃이 지면 천천히 열매를 맺는데, 동글동글 야무지게 단단한 알 하나 노랗게 익는다. 데굴데굴 굴리면서 놀 수 있고,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고운 내음 듬뿍 누릴 수 있다. 우리 서재도서관 한켠에서 자라는 탱자나무에 탱자알 몇 달린다. 늘 지나다니며 바라보기만 하다가 노란 빛깔 아주 해사하게 환할 즈음 톡톡 따서 큰아이 손에 얹는다. 탱자알 따는 내 손과 탱자알 받은 큰아이 손에 탱자내음 물씬 감돈다. 입으로 베어물며 먹어도 즐거운 열매가 있고, 이렇게 손에 쥐어 놀면서 어여쁜 열매가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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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바로 꽂아야지요 (도서관일기 2013.10.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지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책잔치에서 쓰던 걸개천을 몇 얻었다. 이 가운데 하나를 도서관 문간에 붙인다. ‘최종규의 책빛마실 출간기념회’라는 글이 적힌 걸개천이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책잔치 열 해를 지나며 내 이름 석 자 들어간 걸개천은 처음 나온다. 지난 열 해 동안 책방골목 책잔치 걸개천은 모두 모았는데, 올해에도 책잔치 걸개천은 나만 건사한 듯하다. 앞으로 몇 해쯤 더 지나 열다섯 돌이나 스무 돌쯤 맞이하는 책잔치에는 이 걸개천을 모두 가지고 가서 죽 늘어놓으면 무척 재미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아무튼, 도서관 문간에 노란 빛깔 걸개천을 길게 드리우니 한결 해사하다. 그야말로 날마다 조금씩, 하루하루 새롭게, 이것저것 붙이고 손질하고 보듬으면서 도서관살림 북돋운다.


  큰아이가 책꽂이 한쪽을 보다가 “책을 이렇게 꽂으면 어떡해요? 그림이 같은 책이 따로 떨어졌잖아. 제대로 꽂아야지요.” 하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림이 같은 책을 나란히 꽂아 준다. 그러고는 손가락 하나를 들고 살살 흔들며 “책을 바로 꽂아야지요.” 하고 말한다. 그래, 고맙다.


  도서관 일은 마치고 우체국으로 가려는데 탱자나무에 노란 탱자 열매 두 알 싱그럽다. 이제 따도 되겠구나 싶다. 하나 따고 둘 딴다. 두 알을 큰아이 손에 하나씩 얹는다. “뭐야?” “탱자.” “탱자? 먹어도 돼?” “음, 먹어도 되는데, 되게 실걸.” “셔? 음, 와 예쁘다. 벼리가 좋아하는 노란 빛깔이에요.”

 

  탱자 열매 내음이 고루 퍼진다. 이듬해에는 탱자 열매 얼마쯤 나올까. 고운 내음 듬뿍 맡은 뒤 이 열매를 뒤꼍에 심어 볼까 싶다. 탱자나무 가시가 울타리 되어, 우리 집 뒤꼍에 아무나 함부로 넘나들지 못하도록.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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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10-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빛마실' 출판 축하드려요~
그런데 아직 인터넷 서점으로는 출간이 되지 않았나봐요. 혹시 해서 찾아봤는데, 책정봐 없네요.

파란놀 2013-10-29 21:26   좋아요 0 | URL
네, 인터넷으로뿐 아니라 부산 지역 책방에도 따로 없고,
아직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만 만날 수 있답니다 ^^;;
 

책을 버려 고마운 도서관

 


  책을 버려 고마운 도서관입니다. 새로 나오는 책을 갖추느라 몇 해쯤 지난 책 거리끼지 않고 버리는 고마운 도서관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을 갖추느라 사람들 손길 거의 못 탄 아름답고 훌륭한 책들 버리는 고마운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버려 주기에 이 책들 폐지처리장으로 가지만, 폐지처리장에서 온갖 먼지와 냄새 뒤집어쓰며 책을 캐내고 살려서 헌책방 책시렁으로 옮겨 주는 책지기들 있습니다. 이 나라에 헌책방 없었으면, 아주 뜻있고 알찬 책들 거의 다 자취를 감추고는 제대로 빛을 못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곳곳에 새로 늘기는 하지만, 책 둘 자리는 늘리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도서관은 책을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마다 많던 작은 책방들 문을 닫으며 이 책들 몽땅 버려지는데, 헌책방이 있어 이 책들 건사해 줍니다. 그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헌책방 아니라면 책을 찾을 수도, 책을 말할 수도, 책을 즐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헌책방에서는 1970년대나 1980년대에 나온 책이 ‘고서’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는 1990년대에 나온 책조차, 또는 2000년대에 나온 책마저 ‘빌려주기 어려운 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2000년대에 나온 책이라 하더라도 출판사가 문을 닫은 데가 많으며, 다시 못 찍은 책이 많아요. 그러니 도서관에서 1990∼2000년대 책을 섣불리 못 빌려줄 만합니다. 빌려가고는 ‘잃어버렸다’ 하고 안 돌려주면 큰일이 나거든요. 돈으로는 다시 살 수 없는 책이 많아, 도서관에서는 ‘다시 사서 갖출 수 있을 만한 책’만 빌려주리라 느껴요.


  도서관에서는 책을 버립니다. 책을 둘 자리가 더 없기 때문입니다. 공공도서관도 대학도서관도 모두 똑같습니다. 그런데, 대학교수가 정년퇴임을 할 즈음 이녁이 건사한 자료와 책을 으레 대학도서관에 맡기고 싶어 합니다. 대학도서관이라 하더라도 책 둘 자리가 좁은데, 교수님께서 몇 만 권에 이르는 책을 대학도서관에 맡기겠다고 하니, 모두들 고개를 젓고 손사래를 칩니다. 억지로 책을 맡거나 받으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모두 폐지처리장으로 버립니다. 헌책방 책지기가 하루라도 폐지처리장으로 나가지 않다가는 그만 하루아침에 몇 만 권에 이르는 알뜰한 자료와 책이 송두리째 갈갈이 찢깁니다.


  책을 버려 고마운 도서관인데, 어차피 책을 버려야 한다면 폐지처리장 아닌 헌책방에서 맡아 가져가도록 하면 아주 고마우리라 생각합니다. 책이 덜 다치게 하는 길을 찾으면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 책들 도서관에 둘 자리 없거나 빌려갈 사람 없다 하더라도, 누군가 기쁘게 맞아들여 건사하고픈 사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부디 헌책방에 책을 내놓아 주셔요. 누군가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 책을 맡기고 싶다는 사람 나오면, 이분들한테 가까운 헌책방 전화번호를 건네면서 ‘헌책방에 책을 맡기면 책이 살아납니다’ 하고 따사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셔요. 참말, 묵은 책은 헌책방에 가야 살아납니다. 참말, 사랑받으며 읽힌 책은 헌책방에 가야 빛납니다. 참말, 알뜰히 건사한 아름다운 자료와 책 꾸러미는 헌책방에 가야 새 임자를 만납니다. 4346.10.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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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3-10-2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도서관에서 책좀 빌리려 하니까 1998년도 나온책인데 네로울프 나오는 독사라는 책 보존도서라고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어요 비슷한 책으로 앨러리퀸의 악의 기원도 안되더군요 이제는 못구하니 결국 재판되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죠 그나마 얼마전 앨러리퀸의 4대비극 마지막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이 다시 재판되어서 읽었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으면 깨끗하게 보고 반납해야 하는데 책 손상이라도 되면 책 수선하는동안 책 대여도 안되고 막상 빌려보면 원판하고도 영 상태가 얼마전 그리고 아무도 없엇다 보니 책안에 파손되어서 아예 20페이지 정도를 책페이지를 복사해서 제본해났더라구요 이런걸 보면 솔직히

파란놀 2013-10-27 11:21   좋아요 0 | URL
1998년 책도 보존도서라고 하는군요. 그러나 그러다가도 그 책을 어느새 버릴 테지요. 그러면, 그렇게 있다가 버리는 책은 헌책방에서도 받아주지 못해요. 너무 낡아 버렸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깨끗하게 보고 돌려읽는 문화나 흐름이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 어려운 문제예요. 그런데, 곰곰이 따지면, 책등에 스티커질하고 도장 이곳저곳에 쿵쿵 찍는 일도 책을 다치게 하는 일 가운데 하나예요.

빌려주고 빌려읽고 돌려받고... 이러면 책은 어쩔 수 없이 다칠 노릇일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아예 도서관에서는 어느 만큼 읽힌 책은 헌책방에 내놓고 새로운 책을 사도록 하면 한결 나을 수도 있겠구나 싶고...

재는재로 2013-10-2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도서관에서 예전발메된책이있다고재판된책은 신청해도구매해주지를 않는다는 그리고 가끔도소관에 기증 하는책들도어민가로가져가는지 없어지는 나름은각오로 책을기증 하는데 막상기증한 책은 도서관에 없다는 책장의공간은한정되어있고책은계속 사니버리기는아까워기증해도 막상다시 한번 읽으려가도없다는점이 빡치게

파란놀 2013-10-27 18:37   좋아요 0 | URL
아...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기도 하셨군요.
아무래도 헌책방에 팔거나 드리는 쪽이 낫지 않으랴 싶어요.
우리 나라 도서관에서는... 아무래도 대책이나 대안이 없으리라 느껴요.. ㅠㅜ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헌책방을 찾아가서 아름다운 책 찾아내어 즐겁게 웃는 사람 많으나, 막상 헌책방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웃는 사람 드물다.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면서 사랑스러운 책 기쁘게 길어올리는 사람 많으나, 정작 헌책방을 노래하며 널리 알리는 사람 드물다. 헌책방에서 아주 값진 책을 아주 눅은 값으로 오래도록 장만할 수 있었으면서 고작 한두 번 조금 센 값을, 그래 봐야 새책 한 권 값조차 안 되는 조금 센 값을 치렀다면서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뜻밖에 참으로 많다.


  헌책방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왜 헌책방을 깎아내리려 할까. 아름다운 헌책방을 널리 알리는 이야기는 왜 하지 못할까.


  곰곰이 생각하면, 온 나라 조그마한 마을책방(동네책방)이 하나둘 문을 닫다가 수천 군데 와르르 무너지는 일이 닥쳤을 적에도 ‘마을책방 마실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거나 노래하거나 밝힌 사람이 몹시 드물었다. 작가도 학자도 모두 서울에 있는 큰 책방으로만 책마실을 다녔을까. 작가도 학자도 모두 이녁 보금자리 있는 조그마한 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책방을 사랑하지 못했을까.


  나는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내 삶에 빛이 되는 아름다운 책을 한가득 베풀어 준 고마운 책터인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내가 걷는 이 길이 참으로 사랑스럽다고 깨우쳐 준 반가운 책빛 보여준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우리 곁에 언제나 아름다운 책터로서 조용히 숨죽이며 기다리는 빛을 함께 나누자는 마음으로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이 아름다운 책터에서 저마다 마음밭 살찌우는 씨앗 뿌리도록 도와주는 책빛 한 줄기 누리자는 생각으로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되도록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너무 멀다면 버스나 기차를 타고, 천천히 책빛마실 누리자는 뜻으로 헌책방을 이야기한다.


  종이책도 책이고, 두 다리로 천천히 골목을 걸어 찾아가는 마실길도 책이다. 하늘빛도 책이요, 푸르게 부는 바람도 책이다. 아이들 웃음과 놀이도 책이며, 손수 지어 식구들과 나누어 먹는 밥도 책이다. 삶이 모두 책이요, 삶이 고스란히 책이다. 삶을 밝히는 아름다운 빛이 책 하나에 스민다. 삶을 노래하는 사랑스러운 꿈이 책 하나에 감돈다. 책을 읽으며 삶을 읽는다. 책을 쓰며 사랑을 쓴다. 책을 나누며 꿈을 나눈다. 4346.10.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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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8. 2013.10.26.

 


  집에서 밥살림 도맡는 아버지가 여러 날 서울로 부산으로 볼일 보러 오가는 동안, 옆지기도 아이들도 제대로 된 밥차림을 누리지 못했다. 고흥으로 돌아와 여러 날 몸을 폭 쉬면서 옆지기도 아이들도 제대로 된 밥차림을 다시금 누린다. 조금 바지런을 떨면 마당에서 까마중 열매 한 가득 얻어 밥그릇마다 수북하게 담을 수 있고, 더 바지런을 떨면 가을에 새로 돋은 풀을 뜯어 들내음을 실컷 맛볼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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