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놀이 3

 


  우산을 빙빙 돌린다. 너, 우산돌리기 어디에서 보았니? 그냥 혼자서 생각했니? 비오는 날에 우산을 받다가 빙빙 돌리면 빗방울이 우산으로 투두둑 떨어져 구르다가 이리저리 흩어지는 모양이 참 볼 만하단다. 네 아버지도 어릴 적에 아무도 없는 빗길 거닐면 으레 우산을 돌리면서 빗방울 흩날리는 모습 보며 놀았어. 4346.10.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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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누나랑 우산놀이 좋아

 


  무엇이든 누나와 함께 놀면서 즐거운 산들보라를 바라볼 때면, 무엇이든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놀아야 즐겁게 여긴 큰아이를 느낀다. 그러면, 어머니는 아버지한테서 무엇을 느낄까. 아버지는 어머니한테서 무엇을 느끼려나. 네 식구 한솥밥 먹는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한테 어떤 놀이벗 삶벗 이야기벗이 되려나. 4346.10.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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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떨기

 


  셈틀을 놓은 방에 책과 장난감이 그득 넘치며 벽이 모두 사라진다. 빈 벽을 넉넉하게 누리고 싶은 옆지기 바람을 들어 주려고 하나씩 치우기로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셈틀 자리를 바꾸고 책꽂이 하나를 옮기면서 서재도서관으로 옮길 것들을 솎는다. 셈틀을 들어내며 작은 책상이자 밥상을 닦아 마당에 말리고, 셈틀도 오랜만에 청소하자며 뜯는데, 안에 먼지가 한 웅큼 두 웅큼 아주 많다. 이렇게나 먼지가 많았나. 옆뚜껑 열고 가끔 청소하기는 했지만 앞뚜껑 열어 이곳도 청소해야 하는 줄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먼지가 이 셈틀에 깃들며 매캐했을까. 먼지를 떨고 닦은 뒤 셈틀을 한나절 마당에 널어 말린다. 잘 말린 녀석을 방으로 들여 자리를 새로 잡는다. 앞으로 셈틀 청소를 얼마에 한 번쯤 해 주어야 하는가를 가늠해 본다. 4346.10.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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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틀에 쌓인 먼지를 말끔히 털고 닦아서 말린 뒤 다시 인터넷을 이으려 하니 안 된다. 왜 그럴까. 아이들이 뭐 하고 싶다 해도 해남 주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인터넷 안 되어도 글은 얼마든지 쓴다. 어쩌면 인터넷 안 되니 한결 느긋하게 쓰기도 한다. 고요한 밤소리 들으며 새 하루 다가오는구나 하고느낀다. 오늘은 방을 마저 치워야지. 낮에는 장보러 마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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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29] 철 따라 다르다
― 가을길 걷기

 


  시골마을은 철 따라 다릅니다. 도시도 철 따라 다르다 여길 수 있지만, 도시에서는 온도만 다르지, 철 따라 다른 모습은 하나도 없습니다. 풀과 나무가 자랄 빈틈 거의 모두 없애고 높직하게 시멘트집 짓는 도시에서는 봄과 가을이 어떻게 다르고 여름과 겨울이 얼마나 다른가를 눈과 귀와 살갗과 마음으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시골마을은 온통 시멘트밭입니다. 논둑과 밭둑도 시멘트요, 마당과 고샅도 시멘트입니다. 논도랑마저 시멘트예요. 시멘트로 닦는 시골길은 경운기와 짐차가 다니기에 좋습니다. 시멘트로 닦은 시골길은 아이들이 놀기에 나쁘고, 어른들이 걸어 마실 다니기에 나쁩니다.


  너무 마땅한데, 시멘트바닥과 아스팔트바닥에는 씨앗을 못 심습니다. 나무와 풀은 시멘트땅과 아스팔트땅에서 못 자랍니다. 자동차와 기계 다루기에는 좋다지만, 시골이라는 곳은 흙땅에 씨앗 심어 일구는 곳인 만큼, 자동차와 기계한테만 땅을 내주면 시골이 시골다움을 잃습니다.


  도화면 동백마을에서 두원면 두곡마을 이웃집으로 마실을 가는 길에, 읍내에서 군내버스를 내려 걷습니다. 사오십 분이면 넉넉히 걸어갈 길이지만 더 천천히 걸어 한 시간 삼십 분 들여 걷습니다. 걷다가 일부러 걸음을 멈춥니다. 걷다가 한참 기지개를 켜며 숲바람 마십니다. 수덕마을 지나 두곡마을로 접어드는 갈래길부터 자동차가 거의 없습니다. 이 길자락을 삼십 분 걷는 동안 군내버스 두 차례 지나가고 다른 자동차 넉 대 지나갑니다. 자동차 오가지 않는 동안 오롯이 풀내음 맡고 풀노래 듣습니다. 가을빛 내려앉은 들길을 누립니다.


  가을빛은 풀과 나무가 알려줍니다. 가을내음은 풀과 나무에서 흐릅니다. 숲이 있을 때에 철을 느낍니다. 숲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달라지는 빛과 내음을 나누어 줍니다. 가을에 곡식과 열매를 거두어 배부르게 나누지요. 봄에 씨앗을 심으며 부푼 꿈을 꾸지요. 도시사람도 시골사람도 가을길 함께 천천히 거닐며 흙과 숲과 하늘과 바람을 마음 깊이 받아안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0.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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