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기저귀는

 


  큰아이가 밤오줌을 뗀 뒤로 큰아이가 쓰던 기저귀를 쓸 데가 사라진다. 작은아이가 태어난 뒤 큰아이 기저귀를 물려쓸까 했으나 너무 많이 해져서 도무지 쓸 수 없어 새로 장만한다. 작은아이도 이제 밤오줌을 거의 잘 가리니 작은아이한테 기저귀 쓸 일이 사라진다. 두 아이 모두 기저귀를 안 쓸 수 있으니, 아이들과 마실을 다닐 적에 짐이 크게 줄어든다. 집에서는 빨랫거리가 확 준다. 그리고, 이 기저귀들 쓸 일이 사라지면서, 기저귀는 오래도록 덩그러니 놓인다.


  아이들이 기저귀를 떼었다 한다면 아이들 어머니는 젖물리기도 떼었다는 소리이다. 곧, 아이들 어머니는 다시 달거리를 한다. 젖을 물리는 동안에는 달거리를 안 하지만, 젖을 떼면 바로 달거리를 한다. 이리하여, 더는 안 쓰는 아이들 기저귀가 시나브로 옆지기 기저귀로 바뀐다. 아이들은 오줌기저귀나 똥기저귀였고, 옆지기는 핏기저귀이다.


  오줌기저귀와 똥기저귀도 잘 비벼 빨아 햇볕에 말려야 보송보송 산뜻하다. 핏기저귀도 핏물 잘 빼내면서 비벼 빨아 햇볕에 말려야 보송보송 상큼하다.


  모름지기, 아이들 아버지 되는 사람은 다른 일은 잘 못하더라도 기저귀 빨래만큼은 씩씩하게 도맡아야 하리라 느낀다. 아이들 똥오줌을 받고 옆지기 피를 받으면서 삶과 살림과 사랑을 어떻게 돌보고 보듬으면서 하루를 맞이할 때에 아름답게 흐를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하리라 느낀다. 4346.10.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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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글씨를

 


  깨알같은 글씨를 읽는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책이 쌓인 헌책방 책시렁 한쪽 깨알같은 글씨로 작가와 출판사 이름이 적힌 책들 사이에 새삼스레 깨알같은 손글씨로 무언가 적어서 살며시 알리는 쪽글을 읽는다. 아니, 이 글씨를 누가 알아본담? 아니, 이 글씨는 누가 알아보라고 썼담?


  누군가 틀림없이 알아볼 사람은 알아보겠지. 이 책들 바라던 사람은 즐겁게 알아볼 테지. 이 책 하나 즐겁게 장만할 뿐 아니라, 나긋나긋 따사로이 적바림한 손글씨 쪽글 하나 기쁘게 맞이할 테지.


  헌책방이기에 볼 수 있고, 작은책방이라서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깨알글씨이다. 그런데, 더 헤아리면, 이 책을 책시렁에 꽂으면서 ‘얼른 좋은 책임자 새로 만나서 잘 읽히기 바라’는 책지기 마음이 깃든 깨알글씨이다. 그저 이 책 하나에만 이 깨알글씨 붙이고 싶었을까? 모든 책에 저마다 다른 이야기 깃들었으니 다 다른 깨알글씨를 수북하게 붙이고 싶었으리라. 종이에 찍힌 글을 읽으며 글쓴이 넋을 맞아들이고, 책이 꽂힌 책시렁 사이를 돌아보면서 책지기 얼을 받아들인다. 4346.10.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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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7.10. 큰아이―동생 곁에서

 


  누나가 공책에 글을 쓰는 곁에 동생이 달라붙어 논다. 작은아이는 큰아이 언저리에서 맴돌듯이 논다. 큰아이는 동생이 장난감 자동차 굴리며 입으로 내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한 마디 톡 쏘지만, 작은아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작은아이는 누나하고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지만, 누나는 누나 할 일이 있다. 큰아이는 글씨쓰기를 하며 소리를 내어 읽으니, 작은아이는 곁에서 누나 목소리를 듣는다. 누나 목소리를 들으며 저절로 말을 익힌다. ㄱㄴㄷ와 가나다를 쓰도록 하기도 하지만, 큰아이 읽는 소리를 작은아이가 배우기도 하니, 다른 말들을 엮어 큰아이가 소리내어 쓰도록 이끌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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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0-29 16:21   좋아요 0 | URL
와우, 이 사진이 오늘 저를 웃게 합니다.
다섯 컷 짜리 만화 같아요.

파란놀 2013-10-29 16:11   좋아요 0 | URL
누나가 동생이 달라붙으니 싫어하면서도
종알종알 말을 잘 가르쳐 주고
동생은 아랑곳않고 달라붙으며 놉니다 ^^;;
 

아이 그림 읽기
2013.7.23. 큰아이―이야기 그림

 


  서재도서관 도와주는 분들한테 작은그림 선물로 드리려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큰아이도 아버지 곁에서 그림을 그린다. 큰아이는 제가 그린 그림을 아버지가 그린 그림이랑 함께 넣어서 보내란다. 그렇구나, 고맙네.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버지 그림만 보낼래. 네 그림은 우리 집에 붙이자. 큰아이가 쳇 쳇 하며 토라진 얼굴이다. 얘야, 모든 사람한테 다 보내도록 그리자면 네가 하루 내내 그려도 다 못 그려, 그러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나중에 하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넣어 그린 이 그림들은 벽에 붙여서 ‘이야기 그림’이 되도록 하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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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0-29 15:54   좋아요 0 | URL
맨 오른쪽 그림은 사름벼리가 혼자 생각해서 그렸나요? 아니면 뭘 보고 그렸나요?

파란놀 2013-10-29 16:12   좋아요 0 | URL
모두 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그린 그림인데,
맨 오른쪽 그림은... 바다를 나는 나비였던가 하늘을 나는 나비였는데...
아주 놀라운 선 처리와 색감이었어요 @.@
 

그림순이 어린이

 


  두 눈으로 본 모습을 그린다. 마음속으로 헤아린 모습을 그린다. 그림은 삶이면서 꿈이다. 살며 마주하는 아름다운 빛을 그림으로 담는다. 꿈꾸며 사랑하고픈 고운 이야기를 그림으로 빚는다. 아이가 그림순이 되어 그림놀이를 할 적에, 나도 곁에서 그림돌이 되어 그림놀이를 함께 즐긴다. 4346.10.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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