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55. 2013.03.14.

 


  이불을 모자처럼 뒤집어쓰고는 책 하나 손에 쥔다. 어머니가 작은아이를 부른다. 보라야, 이리로 가져오렴. 네, 하고 말하며 어머니한테 책을 들고 달려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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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읽는 책

 


  나무를 생각하고 품에 안을 수 있으면 삶이 새롭고 아름답게 열리리라 느껴요. 먼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나무를 얻어 집을 짓고, 불을 때며, 나무가 베푸는 푸른 숨결을 마셨어요. 나무로 배를 뭇고, 나무로 다리를 놓아요. 나무로 밥상을 짜고, 나무로 그릇을 깎아요. 시렁도 옷장도 걸상도 모두 나무예요.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집을 나무로 안 지어요. 나무로 불을 때지 않고, 나무보다는 공기청정기를 쓰려 하고, 아파트에서는 나무에 끔찍하게 농약을 뿌려대요. 나무로 뭇지 않은 배를 타는 오늘날이고, 나무로는 다리를 놓지 않으며, 나무로 짜지 않은 밥상과 그릇을 써요. 시렁도 옷장도 걸상도 나무 아닌 것으로 만들어요.


  사람들 스스로 나무와 동떨어지면서 새롭거나 아름다운 삶과 자꾸 멀어지는구나 싶어요. 사람들 스스로 나무를 잊으면서 사랑스럽거나 착한 생각하고 그예 등지는구나 싶어요. 사람들 스스로 나무와 어깨동무하지 못하면서 책을 책답게 읽는 길하고 엇나가는구나 싶어요. 4346.1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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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

 


  바쁜 일이 있을 적에는 한 줄만 차근차근 읽어도 돼요. 굳이 긴 글이나 여러 글을 다 읽지 않아도 되지요. 바쁜 일이 있으면 바쁜 일에 마음이 사로잡히기 마련이라, 책이나 글을 제대로 살피기 어렵습니다. 책이나 글은 바쁜 몸으로는 못 읽기 때문입니다.


  바쁜 사람은 노래를 제대로 못 듣습니다. 바쁜 사람은 사랑을 제대로 못 합니다. 바쁜 사람은 밥맛을 제대로 못 느낍니다. 바쁜 사람은 하늘빛과 햇빛과 웃음빛을 찬찬히 헤아리지 못합니다.


  안 바쁠 때에, 아니 느긋할 때에, 느긋하면서 아늑하고 따사로울 적에 비로소 책을 읽습니다. 느긋하면서 아늑하고 따사로울 적에 찬찬히 노래를 듣고 사랑을 하며 밥맛을 느낍니다. 느긋한 삶에서 느긋한 말이 샘솟아요. 아늑한 삶에서 아늑한 말이 흘러요. 따사로운 삶에서 따사로운 말이 고운 빛으로 거듭나요. 4346.1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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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9. 2013.03.24.

 


  십일월로 접어들며 풀잎 모두 시드는 찬바람 한결 차갑다. 십이월에도 일월에도 찬바람이 불어 풀포기 새로 돋기 어려웁겠지. 이월에도 아직 새 풀잎 돋지 못할 테고 삼월이 되어야 바야흐로 새 풀포기 돋는다. 겨울 앞두고 지난봄 풀포기 뜯어 차린 밥상 떠올린다. 가을아 곧 겨울이로구나, 겨울아 네가 휭휭 찬바람 불어 이 땅 쉬게 해 주어야 다시 봄이 되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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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3-11-01 18:39   좋아요 0 | URL

"겨울아 네가 휭휭 찬바람 불어 이 땅 쉬게 해 주어야 다시 봄이 되겠지."

겨울이 땅을 쉬게 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매서운 추위에 땅이 언다고만 여겼을 뿐인데 그것이 휴식이 될 수 있다니...ㅎㅎ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요!!!

파란놀 2013-11-01 18:49   좋아요 0 | URL
봄에 나는 모든 풀은 겨우내 긴긴 나날 추위를 곱게 받아들이면서 흙 품에서 쉬었기에 깨어날 수 있더라고요. 겨우내 쉬고 난 풀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씩씩하게 우리를 먹여살리기도 하고요. 참 재미난 삶이네 하고 생각해요~
 

산들보라 숟가락 쥐고는

 


  산들보라 숟가락 쥐며 밥을 먹는다. 수저질 익숙하자면 더 있어야겠지. 숟가락 더 오래 쥐고, 이 숟가락으로 더 많이 밥을 떠야 비로소 밥알 하나 국수오리 하나 흘리지 않고 말끔하고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겠지. 4346.1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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