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5) 존재 165 : 귀한 존재

 

그 식당의 주인이 개와 고양이를 좀더 평정한 눈으로 볼 수 있게 도왔으니 그에게는 이 아가씨가 귀한 존재지요
《데이비드 미치/추미란 옮김-달라이 라마의 고양이》(샨티,2013) 77쪽

 

  “그 식당(食堂)의 주인(主人)이”는 “그 밥집 임자가”나 “그 밥집 일꾼이”로 손볼 수 있습니다. 한자말 ‘식당’은 그대로 두더라도 ‘식당지기’라는 이름을 써 볼 수 있고, ‘밥집지기’ 같은 낱말을 지어도 됩니다. ‘평정’이 ‘平正’이라면 ‘고른’이나 ‘바른’으로 손질하고, ‘平靜’이라면 ‘차분한’이나 ‘따스한’으로 손질합니다. ‘귀(貴)한’은 ‘보배로운’으로 다듬을 낱말인데, 글흐름으로 살피면 ‘고마운’이나 ‘반가운’으로 다듬을 만합니다.

 

 귀한 존재지요
→ 반가운 손님이지요
→ 고마운 분이지요
→ 고마운 만남이지요
→ 고맙지요
 …

 

  고양이나 개를 가리킬 적에 한껏 높이려 하면 ‘분’이나 ‘그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어느 밥집으로 찾아오는 고양이와 개를 이야기하니, 이때에는 ‘손님’이라는 낱말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밥집지기가 고양이와 개를 만나 눈길을 새로 열거나 텄다고 하는 만큼 고양이와 개를 “고맙게 만났다”고 이야기하거나, 짧게 줄여 “고맙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4346.1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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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당 일꾼이 개와 고양이를 좀더 바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도왔으니 그한테는 이 아가씨가 고맙지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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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66) 존재 166 : 나무는 고독한 존재

 

나무들은 마치 고독한 존재와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벗어난 나약한 은둔자들과는 다르다
《헤르만 헤세/두행숙 옮김-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문예춘추사,2013) 55쪽

 

  ‘고독(孤獨)한’은 ‘외로운’이나 ‘쓸쓸한’으로 다듬습니다.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질하고, “나약(懦弱)한 은둔자(隱遁者)들”은 “숨어 사는 여린 사람”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현실(現實)에서 벗어난”은 그대로 두어도 되는데, 뒷말과 묶어 “시골로 숨은”이라든지 “숲속으로 들어간”처럼 적어 볼 수 있어요. 이 글월에서 말하는 ‘현실’이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아가는 사회’이며, 나무를 가리켜 ‘현실에서 벗어난’ 모습을 빗댈 적에는 ‘숲에 깃든’ 모습으로 이야기하면 한결 잘 어울립니다.

 

 나무들은 마치 고독한 존재와 같다
→ 나무들은 마치 외로운 사람과 같다
→ 나무들은 마치 쓸쓸하게 보인다
→ 나무들은 마치 쓸쓸한 숨결과 같다
 …

 

  나무를 ‘은둔자’와 빗대며 이야기하는 보기글입니다. ‘은둔자’는 숨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나무를 “고독한 존재”라 했다면 “외로운 사람”으로 빗댔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뜻과 느낌을 살려 “나무는 외로운 넋과 같다”로 손볼 수 있고, “나무는 외로운 님과 같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4346.1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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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마치 외로운 사람과 같다. 그러나 숲속으로 들어간 여린 사람들과는 다르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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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살아가는 하루


 
  아이들은 하루 내내 어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이러다가도 저희한테 아주 재미나다 싶은 무언가 있으면 어버이 뒤는 그만 따라다니고는, 재미나다 싶은 것에 폭 사로잡힌다. 이를테면 나뭇가지가, 흙이, 풀꽃이, 멧새가 아이들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빗물이나 눈송이도 아이들한테 재미난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한참 어버이 꽁무니 좇던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눈빛 밝혀 새롭게 배우거나 즐기거나 누릴 것이 있으면 곧바로 따라간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 느끼고 겪으면서 무럭무럭 크고 싶으니까.


  어버이는 하루 내내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이것저것 돌보고 이래저래 먹이며 이렁저렁 씻기고 입히느라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본다. 아이들이 뒹구는 자리를 제대로 쓸고닦았는지 살핀다. 아이들 코는 막히지 않았나 들여다보기도 하고, 한동안 물을 안 마셨으면 물을 마시라고 부른다.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버이는 새삼스레 아이 눈높이가 되어 보금자리와 마을과 온누리를 사뭇 다르게 바라보며 느낀다.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눈높이로 멈추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까지 거친 아이와 푸름이 눈높이를 가만히 되새기면서 이 땅과 이 나라와 이 지구별에 어떤 사랑과 꿈이 흐를 때에 아름다운가 하고 헤아린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며 삶을 배운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사랑을 배운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는 동안 생각을 넓힌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마음을 살찌운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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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땋기 즐거운 어린이

 


  아버지는 아직 머리를 땋아 주지 못한다. 어머니가 머리를 땋아 준다. 사름벼리는 어머니 손길을 받으며 머리를 땋아 마무리로 묶으면 즐거워 한다. 그런데, 머리를 땋을 적에는 얌전히 있어야지. 여기 보고 저리 움직이고 싶으면 머리를 땋기 힘들단다. 다 땋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렴.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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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딴 데 보다가

 


  오랜만에 네 식구 읍내마실 나온다. 버스만 타도 버스에서 흐르는 기름 냄새와 여러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울렁거리는 옆지기는 바깥마실을 잘 안 나온다. 모처럼 네 식구 함께 읍내마실을 했기 때문인지 산들보라는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구경하면서 웃고 논다. 그런데 말이야, 앞을 제대로 보고 두리번거려야지. 네 어머니가 손을 안 잡았으면 철푸덕 넘어졌겠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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